봄바람을 날려버린 영실기암의 돌풍/한라산 영실코스
한라산 등반의 날이 밝았다.
지난 밤에 확인한 제주도 한라산의 날씨는 오후6시경부터 비가 내린다고 예보되었다.
다행히 산행중에는 비를 안 맞을 것 같지만, 제주의 날씨는 변덕이 심해 언제 비가 눈으로 변해 한라산을 뒤 덮을지 모를 일이다.
조그마한 희망사항이 있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로 올라갈 때 부터 눈이 펑펑 내려 윗세오름부터 남벽분기점을 지나 돈내코로 하산할 때 까지 눈꽃터널을 지났으면 좋겠다는 정도..ㅎㅎ 넘 희망사항이 큰가?
그러나 새벽 5시30분에 기상하여 주섬주섬 배낭을 다시 꾸리고 6시경 아침식사 하러 나가는 길에 본 하늘은 별빛이 총총하다..
그리된다면 오늘 날씨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못 믿을 것이 한라산 날씨라고 새벽하늘만 본다면 오늘 분명 쾌청한 날씨이다. 눈이 안 온다면 어제처럼 청명한 날씨가 지속된다면 한라산의 절경들을 모두 보고가는 오늘 코스가 빛을 발할 것인데...
원기날씨를 확인해 보니 광주의 새벽날씨는 영하2도, 지금 이곳은 영상4도..오매~~~
어제 하루 종일 봄바람도 느꼈겠다, 아침부터 이렇게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니 오늘 산행은 좀 덥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오늘 산행코스는 영실탐방로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영실탐방안내센터에서 영실휴게소까지는 택시로 이동이다.
영실탐방로에서 영실휴게소까지 2.4km 거리를 40~50분 정도 걸어 올라간다면 정작 영실코스로 산에 오르기전 부터 지치고 퍼질 일이기 때문이다. 길이 좁고 구비진 곳이 많아 대형차는 못 올라가고 25인승까지는 올라간다고 하지만, 뒤로 시간을 벌기 위해 영실탐방지원센터에서 영실휴게소까지 2.4km는 최단시간내에 돌파하기로 했다.
택시비는 한 대에 네 명씩 태우고 10,000원 씩 지출했다. 모두 7대이지만 택시가 두 대밖에 없어 맨 마지막 조가 영실휴게소까지 올라오는데 20분이 걸렸다.
2.4km를 택시로 이동했으니 나머지 오늘 걸을 거리는 영실휴게소에서 남벽분기점까지 5.8km에다가
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 탐방안내소까지 7km, 탐방안내소에서 주차장까지 0.9km를 더하면 13.7km
에 이르는 거리로 소요시간은 대략 점심시간 포함 6시간 정도 걸렸다.
영실코스는 한라산을 오르는 가장 빠른 코스로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1280고지에 영실휴게소가 있다.
윗세오름 대피소가 1700고지이니 400m고도만 올라가면 된다는 것으로, 영실휴게소에서 정점인 병풍바위까지는 1.5km로 50분이면 오를 수 있기에 영실~돈내코 총 거리 13.7km 중 1.5km만 빡세게 오르면 되고, 나머지 구간은 거의 평지이며, 남벽분기점부터 돈내코 탐방안내소 주차장까지 7.9km는 기나긴 내리막으로 한라산 관음사 탐방코스의 내리막과 비교될만 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재작년 12월 글쓴이는 돈내코탐방안내소에서 올라 어리목으로 하산한 경험이 있기에 그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 코스는 반대인 돈내코에서 출발하여 영실로 내려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긴 오르막을 걸어 평지와 다름없는 길을 걷다가 영실기암을 보면서1,.5km만 걸어 내려오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를 타기위해서 2.4km를 더 걸어야 하지만 지루한 내리막보다 짧은 내리막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항의 배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영실휴게소에는 이른아침이지만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여기에 차를 주차해 놓고 병풍바위까지만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왕복3km정도 오백장군도 보며 한라산 최고의 비경을 볼 수 있는 이 코스는
겨울철이 아니라면 운동화를 신고도 올라갈 수 있게끔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작년 3월에 와 본 영실코스에서 운동화를 신고 아이젠도 없이 눈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기에, 좀 놀랬지만.
하지만 제주시쪽이 아무리 포근한 날씨라고 해도, 이곳 영실은 1280m고지로 무등산보다 훨씬 높기에 쌀쌀하다.
출발전에 셔츠만 입고 출발하려다 부리나케 다시 점퍼를 꺼내 입는 등 부산을 떨어본다.
이곳이 바로 영실휴게소로 간단한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통신탑에 자리잡고 있는 한라산 터줏대감 까마귀
한라산에는 터줏대감이 몇 개 있다. 그 첫째가 까마귀 일 것이고, 둘째는 조릿대일 것이다. 이 두 터줏대감은 한라산 전체를 장악하고 있으니 누가 최고인지 이제 가리는 일만 남았다. 나머지 터줏대감은 화산석과 구상나무 정도이지 싶다.
오늘 한라산 영실~돈내코 코스 탐방에 나선 광주문흥백두산악회 회원들은 모두 28명이다. 1,2착으로 택시로 올라온 5명의 회원들은 선두조로
먼저 올라가서 자리에 없다. 모두 옷차림도 봄마중이 아니라 결전의 복장이다..ㅎㅎ
자...그럼 적송지대를 지나 산행을 시작해 볼까요?
현재 날씨는 흐리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차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분명 한라산 운해를 멋지게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었다.
탐방로 안내가 참 잘 그려져 있죠?
보기쉽고, 이해가 팍팍되는 그림 안내도..
눈이 최근 내리지 않았음에도 영실계곡에는 청량한 소리를 내며 물이 흘러 신기하기만 하다.
한라산 계곡과 제주의 하천들은 건천이어 모두 지하로 물이 스며드는데...이곳 영실계곡엔 물이 흐른다..
그러나 뒤로 점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사진 중간지점의 전망대까지만 빡세게 오르면 된다.
영실코스 병풍바위
영실기암 오백장군
산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구름이 영실계곡쪽으로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아이고..순식간에 운해를 볼 것 이라는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영실기암과 구름이 가끔 술래잡기를 하고,
신선들의 거처인 영실(靈室)을 수직적벽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러서 있어 병풍바위라 부르며 한여름에 구름이 몰려와 여기서
몸을 씻고 간다고 하지만 한 여름도 아닌 초봄부터 벌써 구름으로 병풍바위는 샤워를 하고 있다.
이내 한라산을 집어 삼켜버리고 만다.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구름조각이 사정없이 볼을 후려치고,
한라산을 통채로 에워 싸고 포식을 즐기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평지로 여기까지 오르면 오르막은 거의 끝난셈이다.
아..이정도 가 딱 좋은데..제발 구름아 저리좀 가렴?
영실로 오르면서 보이는 세오름이라고..
오름은 화산분출에 의해 형성된 독립화산체로 모두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한다.
제주 전역에 368개의 오름이 있고, 가장 높은곳의 오름은 한라산 관음사 코스에 있는 장구목(1813m)이며,
가장 낮은 곳의 오름은 성산읍 섭지코지에 있는 붉은오름(33m)라고 한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우측을 강타한다.
저절로 올라갈 정도이다..ㅎㅎ
어제까지 느꼈던 제주도의 봄바람은 바로 취소다..으~~~바람만 아니면 그런데로 견딜만 한데..바람이 너무해..
영실코스를 강타한 초강력 돌풍
운무에 쌓인 한라산..
작년에 왔을 때는 공사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나 지금은 말끔히 치워져 있다.
이제 윗세오름이 보이는 곳까지 구상나무 숲을 지나간다.
이 숲에 들어서니 귓볼을 때리던 바람도 숨어들고 이내 정적이 흐르고야 만다.
구상나무 가지 사이로 간간이 힘에 겨운 바람이 턱걸이 하고 있고,
화산석 너덜지대로 지나고..
말끔한 안내도 참 멋져용..
작년 3월엔 모노레일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쌓였었지만 올핸 아이젠을 안 차도 될 정도로 다 녹고 없다.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영실기암 올라올때 불던 바람이 없어 좋다.
대신 이렇게 안개 자욱한 길을 걸어보는 재미도 있다.
발음하기도 힘들다. 윗세족은 오름...
작년까지 없던 탐방로가 새로 생겼다. 오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나 홀로 온 것도 아니고 단체를 인솔해 가는 가이드라...패스~~
그나마 운무도 잔뜩 끼어 있어 조망도 없을 것이다.
새로 생긴 윗세족은 오름 안내도
그러나 이정표가 없어 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좌측으로 올라가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가 윗세오름인줄 알고..빨리 이정표 만들어 주세용..
먼 발치에서 보는데...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윗세오름뿐만 아니라, 백록담 외벽의 모습과 윗세오름 대피소, 선작지왓 까지 조망이 될 것이기에..
선작지왓의 돌탑
현위치는 윗세오름 대피소 700m전
산상의 정원 선작지왓 안내도
노루샘을 지나고..
잠깐이나마 문을 열어준 윗세오름..
순식간의 일로 단 10초만에 다시 닫아버린다..우쒸~~~
그래서 부회장님 내외분 사진의 뒷 배경이 감쪽같이 흐려져 버렸다.
드뎌 윗세오름 대피소 도착
8시25분에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하여 9시58분에 도착하였다
3.7km를 오는데 1시간 28분이 걸렸으니, 상당히 빨리 온셈인가? 시간당 2.5km속도로 갔으니 영실휴게소에서 병풍바위까지 1.5km의
빡센오름길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부지런히 걸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놀멍쉬멍 올라온 것으로 기억되니.ㅎㅎ
우선 윗세오름 표지석을 남기고..
선두조를 만났는데, 탐방안내소에서 안개가 끼어 일행들과 같이 올라가라고 해서 잡혀 기다리는 중...ㅎㅎ
돈내코 방향은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우측 오름길로..
어리목 방향은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좌측 내림길로..
멋진 안내도..이해가 팍팍 되야요~~ㅎ
자..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왔으니 기념사진 한 장 박고 다시 출발~~
윗세오름에서 돈내코까지는 다음편에서 ㅎㅎ
다음편에서는 산악회 회원 한 분 실종사건과 남벽앞에서 먹는 전투식량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린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지도: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