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막장드라마를 5연승으로 각색한 KIA영웅들의 이야기
6월 13일의 프로야구
끝내기 경기가 하루에 2곳에서 열리는 등 6월 13일의 프로야구도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중위권 그룹에서도 이른바 잘 나가는 테마주인 LG, KIA, 롯데가 모두 승리를 거둔 반면 한 때 6연패에 빠졌던 두산도 SK를 8대3으로 누르고 승률5할에 다시 1경기 차 까지 접근하여 다시 중위권 싸움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이 경기에서 두산의 외국인 투수 올슨은 5이닝 3실점으로 한국무대 첫 승을 올렸으며, SK는 선두에 9.5경기 뒤지고 4위에게도 4.5경기 뒤져 이제는 점점 중위그룹에서 밀려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롯데는 최근 안 좋은 3가지 이슈로 팀 분위기가 어지러운 넥센을 시즌 첫 4연패로 몰아붙인 손아섭의 끝내기 안타로 싹슬이 승을 거두고 선두 삼성에 5경기 뒤진 4위를 차지하였으며, 넥센은 첫 4연패로 경기가 없었던 선두 삼성에 한 경기 뒤진 채 상승세의 LG를 만나게 되어 이제 선두권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게 되었다. LG는 잔루가 13개에 이른 한화를 6대1로 꺾고 7연속 위닝 시리즈로 선두에 4.5경기 뒤진 3위를 질주하였으며 한화는 안타를 무려 14개나 날렸음에도 단 1득점에 그친 타선의 집중력이 아쉽게 되었다.
한편 무등 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NC의 경기에서는 하마트면 막장드라마로 끝났을 경기를 5연승으로 각색한 기아 영웅들의 활약으로 NC를 8대7이라는 케네디스코어로 끝내기 승을 거두고 5연승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경기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아 결코 웃을 수 없는 5연승이 되고 말았다.
2013시즌 팀 순위
06월 13일
순위
팀
경기
승
패
무
승률
승차
연속
최근10경기
팀타율
팀장타율
팀출루율
팀방어율
1
삼성
51
32
18
1
0.640
-
3승
5승 4패 1무
0.273
0.386
0.355
3.61
2
넥센
53
32
20
1
0.615
1
4패
3승 6패 1무
0.274
0.411
0.360
4.30
3
LG
55
30
25
0
0.545
4.5
2승
8승 2패 0무
0.282
0.382
0.354
3.65
4
롯데
54
28
24
2
0.538
5
3승
6승 4패 0무
0.267
0.356
0.354
3.88
5
KIA
55
29
25
1
0.537
5
5승
6승 4패 0무
0.267
0.384
0.361
4.42
6
두산
56
27
28
1
0.491
7.5
2승
4승 6패 0무
0.284
0.401
0.376
4.82
7
SK
52
23
28
1
0.451
9.5
2패
4승 6패 0무
0.261
0.39
0.334
4.23
8
NC
53
19
32
2
0.373
13.5
3패
5승 5패 0무
0.265
0.381
0.336
4.46
9
한화
53
16
36
1
0.308
17
2패
2승 8패 0무
0.258
0.335
0.336
5.74
윤석민 첫 선발승 어쩌까~~
오늘 기아 선발 윤석민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아직 선발승이 없는 윤석민은 최근 좋아지고 있는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거둔 팀 5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고, 아직도 자신을 체크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앞에서도 이제는 흔들림 없는 자신에 찬 투구를 보여주어야 했으며, 특히 문제가 되었던 투구 수와 멘탈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주어야 했다. 기아 팬들 역시 한 마음 한 뜻으로 윤석민의 부활을 바라는 경기였으며 최근 팀이 급 상승 중이었기에 윤석민의 첫 선발승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만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 9회에 펼쳐지며 윤석민의 시즌 첫 선발승을 날려버려 비록 팀은 9회 말 드라마 같은 최희섭의 끝내기 안타로 기분 좋은 5연승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윤석민 본인과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엔서니, 원인을 제공한 신승현 등은 결코 웃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작은 좋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으며 2회도 선두타자 이호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조영훈을 병살타로 유인하여 23개의 투구로 2회까지 잘 막았다. 더군다나 2회 최희섭의 2점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려주어 5연승 분위기와 시즌 첫 선발승에 대한 기대치도 커졌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기분이 좋았을까? 3회 곧바로 3연속 안타로 1실점을 하고 자신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하여 오늘 투구 중 가장 안 좋았던 장면이 3회에 다 나와 버렸다.
팀은 선취점을 뽑아 분위기를 막 달구었는데 정작 어깨가 가벼워야 할 윤석민은 NC의 하위타순을 맞아 3연속 안타로 오히려 NC분위기를 띄워줘 버렸으니 불행의 씨앗은 아마 그때부터 잉태되기 시작한 것이었나 보다.
그러나 4회와 5회는 삼자범퇴로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NC타자들을 바로 급 냉각시켜 버렸으며 타자들이 5회 이용규의 시즌 첫 홈런 등으로 3점을 먼저 도망가 주고 6회 잠시 위기가 왔으나 모창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불펜으로 교체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투구 수가 87개밖에 되지 않았기에 1이닝 정도는 더 던지며 자신의 체력에 대한 물음표를 제거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선동열 감독의 에이스 보호차원인지 아니면 3점 차 정도면 불펜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인지 아쉽게도 7회에는 유동훈으로 교체되어 본인도 어쩔 수 없는 9회 거짓말 같은 동점상황을 벤치에서 괴롭게 지켜봐야 했다.
윤석민 승리를 날린 것은 누구일까?
3이닝을 남겨놓고 3점차라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차로 그것은 아마 모든 선발투수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부상이 있었던 윤석민을 감안하여 투구 수 87개에서 내린 것이 그동안 선동열 감독이 외쳐온 에이스 책임론과 정면 배치되지만 결과적으로 그 조치가 오늘 윤석민의 시즌 첫 선발승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윤석민에 이어 나온 유동훈은 두 타자를 잘 처리하였지만 김태군에 사구를 허용하자 좌타자 김종호를 상대로 좌완 박경태를 올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박경태는 김종호를 9구째 만에 내야땅볼로 처리하여 선동열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였다.
8회에도 오른 박경태는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여 최소 8회는 막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태에서 이호준을 앞두고 의외로 신승현으로 교체되었다. 선동열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것은 한 박자가 아니라 오늘 경기를 망친 선동열 감독의 최대 투수교체 실패로 아마 올 시즌 들어서 뿐만 아니라 역대 최악의 투수교체 실패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기아가 4연승을 달리는 동안 소모된 불펜투수는 단 3명이다. 선발 투수들이 양현종만 제외하고 모두 6회 이상 던져주었으며 신승현-송은범-앤서니로 이어지는 필승불펜은 당연히 그 중심에 있었다.
기아 필승조 4연승경기 등판기록
날짜
상대팀
불펜
이닝
투구 수
실점
자책점
결과
6/8
넥센
신승현
2.0
22
1
1
8대5승리
송은범
0.2
5
0
0
앤서니
1.0
17
1
1
6/9
넥센
신승현
0.0
8
1
1
6대4승리
송은범
0.2
11
1
1
앤서니
1.0
23
0
0
6/11
NC
신승현
1.0
17
0
0
7대2승리
송은범
0.2
15
0
0
앤서니
1.1
16
0
0
6/12
NC
앤서니
1.0
25
0
0
2대1승리
합계
신승현
3
47
2
2
3일연속
송은범
2
31
1
1
3일연속
앤서니
3.1
81
1
1
4일연속
등판하지 않은 불펜투수
유동훈
박경태
박지훈
한승혁
위 표를 보면 기아 4연승을 달리는 동안 모두 필승불펜이 움직였으며 신승현과 송은범은 3경기 연속 등판하였다. 앤서니는 무려 4경기 연속 마무리로 나와 4연속 세이브라는 훈장을 달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힘든 여정이었다고 할 것이다.
불펜투수들은 선발투수와 달리 휴식을 감독이 정해주지 않는 한 있을 수가 없다.
매 경기 등판을 위해 3회 부터는 등판 순서에 따라 몸을 풀고 있어야 하며 어깨가 식을 때쯤이면 다시 몸을 풀어야 하는 아주 고단한 포지션이다. 그러니 왠만한 투수들 치고 모두 선발투수를 하려고 하지 불펜투수를 하고 싶은 투수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선발투수를 할 체력과 실력이 안돼서 그렇지.
불펜 중 유동훈, 박경태, 박지훈, 한승혁등은 4연승을 달리는 동안 불펜에서 대기는 하였지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기에 지난 포스팅에서 오늘 윤석민 등판경기만큼은 타자들의 득점지원으로 점수 차가 넉넉해지면 필승불펜을 모두 빼고 나머지 4명의 투수로 경기를 마무리할 것을 이야기했었다. 이들 4명의 불펜이면 최소 2이닝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니 선발 윤석민이 최대7회까지는 던져야 한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첫 단추인 선발 윤석민이 6회를 마치고 내려가는 바람에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였으며, 결정적인 것은 체력적으로 힘이 있는 박경태를 투구 수 17개에서 8회 2사후 이호준을 앞두고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으며, 신승현을 올려 급하지도 않은 불을 껐다면 9회는 박지훈으로 갔어야 온당한 교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도 박지훈과 한승혁이 미덥지 않았다면 투구 수에 여유가 있었던 송은범으로 갔어야 맞을 것이고 박지훈과 한승혁으로 안 되었을 때 나머지 필승불펜이 움직이는 것이 순서상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승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며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조영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기에 사실상 그 때가 선동열 감독의 투수교체 마지막 타이밍이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무사1,2루에서 NC가 대타카드를 내세울 때도 선동열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으며 무사 만루가 되자 황급히 앤서니를 호출하게 이른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가 바로 7회와 8회 1점씩을 추가하여 팀이 7대2로 5점차로 이기고 있었기에 1이닝 5점 실점은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나머지 1이닝은 박지훈과 한승혁으로 막아도 충분히 이긴다는 자신감은 왜 없었을까?
감독이란 자리는 엔트리에 든 25명의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휴식이 필요한 선수는 불펜이더라도 쉬게 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단 한 명의 선수도 감독의 경기 운영에 불만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되고 또 그러한 원인을 감독은 제공해서도 안 된다. 한참 4연승으로 잘 나가던 팀을 8회까지 기분 좋은 5연승을 목전에 두었음에도 이렇게 한 순간 개그 같은 상황을 만들어 버렸으니 오늘 윤석민의 첫 선발승을 날려버린 것은 기아의 불펜이 아닌 바로 선동열 감독 자신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이다. 윤석민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것은 앤서니가 아니라 바로 감독 자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각본없는 막장드라마를 5연승으로 각색한 영웅들의 이야기
7대2로 5점을 리드한 9회 필승불펜이 모두 등판하여 쓰리아웃을 만드는 과정에 무려 5실점을 하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6회까지 호투한 윤석민의 승리도 날아가 버리고 최희섭의 선제 2점 홈런, 이용규의 결승홈런이 될 뻔한 2점 홈런, 신종길의 복귀 첫 홈런 등 무려 3개의 홈런을 날려 기분 좋은 5연승을 목전에 둔 것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더군다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한 경기 3개의 홈런에 이용규의 홈런도 있어 야구장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올 시즌 유난히 홈경기 승률이 약했던 기아 구단으로서도 싹슬이 승으로 그 동안홈팬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보상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선동열 감독의 NG없는 샷으로 인해 동점이 되고 송은범의 억지 구원역투로 겨우 역전은 면한 채 9회 마지막 공격에 들어섰다. 타순도 좋았다. 신종길-김주찬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걸려 끝내기 승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순식간에 2사가 되어 다시 경기장 분위기가 썰렁해 질 무렵 나온 김주형의 우전안타로 주자가 살아나가며 기아의 모든 팬들은 그림 같은 최희섭의 끝내기 홈런을 상상속에서 나마 그리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최희섭의 우익선상 2루타가 터지며 발이 느린 1루 주자 김주형은 그대로 홈까지 돌진하여 만화 같은 끝내기 득점을 기록하였다.
결승타를 날린 최희섭은 선제 2점 홈런에 이어 한국무대 복귀 후 첫 끝내기 안타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좋았으며 김주형은 극적인 안타와 결승득점으로 오늘 최희섭과 더불어 각본 없는 드라마의 공동주연이 되었으며 조연은 김종국 작전코치였다.
팬들의 머릿속은 발이 느린 김주형이 2루 주자였기에 김주형의 타석에서 응원가는 불렀지만 한결같은 최희섭의 홈런만 기다렸지 2루타로 홈까지 들어올 것이란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하지 못했다.
최희섭의 타구가 우익선상 깊은 곳까지 흐르지 않았음에도, 김주형이 3루 베이스를 통과하기 전에 홈으로 중계가 이루어졌음에도 팔을 돌린 김종국 코치의 강단 있는 판단이 결국 결승점을 합작했다.
오늘 승리의 영웅은 끝내기 3루타로 결승타를 날린 최희섭이었지만, 1루 주자 김주형 역시 최희섭만큼의 영웅이라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 중계플레이의 단 한 차례의 미스를 간과하지 않고 홈으로 팔을 돌린 김종국 코치도 충분히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 세 사람의 영웅들이 기아를 5연승으로 이끈 주연이었으며 선동열 감독, 신승현, 앤서니를 모두 살린 초 특급 버라이어티 스릴러 영화였다.
총평
극적인 승리였지만 과정은 정말 안 좋았다.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어 5연승을 이어갔다면 다음 상대인 SK와의 경기도 그 분위기가 이어갔을 것이지만 필승불펜을 모두 소모하며 겨우 얻은 5연승이라 기분은 떨떠름하다.
왜 항상 이렇게 팬들은 가슴 졸이며 기아 경기를 지켜봐야 하나.
극적인 승리로 졸도하라는 한여름 밤의 서스펜스일까? 괴기스런 쭈뼛거림은 또 무엇일까. 선동열 감독은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지 말기를 바란다. 이것은 기아 팬들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내일 경기는 홈에서 SK와 주말 3연전이다. 선발이 양현종이라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지금 기아 선발진에서 가장 믿음직한 양현종이 나오기에 팬들의 바램은 기왕이면 완투경기일 것이고 적어도 7회까지는 던져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것은 5경기 동안 나온 기아 필승불펜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것도 선동열 감독은 아는지 모르는지....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