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핵 타선에 이어 핵 펀치도 보유했다.
LG, 핵 타선 뿐만 아니라 핵 펀치도 있다.
LG가 4연승으로 선두를 쾌속 질주하고 있다.
KIA와의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대승을 거둔 주 무기가 두 자릿수 안타라는 핵 타선이었다면 오늘 경기는 6안타로 잠시 주춤했지만, 투수들이 NC 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영봉시킨 핵 펀치가 있었다.
핵 타선 하나만으로도 두려울 것이 없는데, 핵 펀치까지 보유했으니 과연 어느 팀이 핵보유국을 능멸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2위 삼성이 최하위 한화가 뿌린 청양고추의 뜨거운 맛을 통째로 뒤집어쓰고 패해 2.5경기 차로 멀찌감치 도망가기 시작해 따라붙을 팀들의 발등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래서 야구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신생팀 NC도 선두 LG와 끝까지 경기 향방을 알 수 없는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최하위 한화도 선두를 넘보는 삼성을 격파하는데, 2년 동안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되고도 처참하게 시즌을 마치는 KIA 경기력은 한화만도 못하고 있으니 타이거즈 팬의 한 사람으로서 NC와 한화 두 팀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부럽기만 하다.
리즈 VS 이성민 놀라운 투수전
오늘 LG 선발 리즈는 경기 전부터 지난 삼성전에서의 배영섭 사구 트라우마가 리즈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대두하였으나 리즈의 투구에서는 전혀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없어 역시 프로 중의 프로라고 느껴진다. KIA의 윤석민이 롯데의 홍성흔과 조성환 등을 사구로 맞힌 뒤 이후 경기력이 급속도로 후퇴하였으며 급기야는 롯데전 트라우마가 생긴 것에 비하면 리즈는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으며, 8회 2사 1루에서 강판당할 때까지 NC 타선을 단 2피안타 7탈삼진으로 철저하게 농락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62K까지 찍히는 등 155K대 직구가 오히려 시시할 정도였으며,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배짱 두둑한 삼구삼진은 늘어만 갔으며, 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난공불락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도저히 쳐내기 힘든 볼을 던지는 리즈. KIA소사는 보고 있는가 모르겠다.
같은 도미니칸에 친구인 리즈가 불같은 강속구를 포수미트가 찢어지게 던지며 마운드에서 포효하고 팬들을 기쁘게 해 줄때, 소사는 잔류를 걱정할 상황에 이르렀으니... 작년까지만 해도 소사가 더 위력적이다는 말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마운드에서 이렇게 투수가 호투해 주면 수비하는 야수들의 호수비도 늘 수밖에 없다. 1대0으로 앞선 5회 병살플레이와 6회 NC 선두타자 김종호의 좌월 2루타성 타구를 작은 이병규의 호수비로 걷어내 리즈를 응원했다.
어제 경기 우규민의 첫 10승에 이어 오늘 리즈의 두 번째 10승으로 이제 LG는 10승 투수 2명을 보유하게 되었다. 10승이 유력시되는 9승의 류제국마저 10승을 돌파한다면 한 시즌 10승 투수 3명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어 타격순위의 맨 상단을 휩쓸 가능성이 높은 핵 타선과 함께 정규시즌 1위를 도울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며, 이 두개의 주 무기는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도 이끌 강력한 핵을 장착한 무기라 하겠다.
NC 선발 이성민 역시 리즈 못지않았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이성민이 5회까지만 잘 막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지만 팀타율 2위인 LG 핵 타선에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7회까지 6피안타에 단 1실점으로 버텨주었다. 오늘 NC가 승리를 거두었다면 승리의 최대공신은 이성민이 되었을 정도로 이성민은 마운드에서 리즈 못지않은 투지를 보여주었다.
팀 타선이 4회 무사 1루 선취득점 찬스와 1대0으로 뒤진 5회 무사 2루 등 2번의 선두타자 출루에서 득점하지 못하였지만 7회까지 자신의 공을 마음껏 던져 LG 벤치의 머리를 아프게 하였으며 김경문 감독의 내년 시즌 선발구성에 확실한 도장을 찍게 하였으니 이성민으로서는 오늘 비록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최대 성과를 낸 셈이다.
LG 승리의 원동력은 고참의 힘
오늘 유일한 득점인 4회 무사 만루에서의 1점은 LG로서는 아쉬운 점수였으며, NC에는 반격의 여지를 만든 실점이었다. 안타로 출루한 정성훈이 이병규의 짧은 우익수 앞 안타로 3루까지 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정성훈이 3루로 뛸 생각을 했기에 가능한 것으로 정성훈의 한 베이스 더 진루하려는 투지의 산물이다. 주자가 3루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에 오늘 유일한 득점의 힘은 정성훈의 빛나는 주루 플레이 덕이라 하겠다.
NC로서도 무사 만루에서 1점을 실점하더라도 아웃카운트 2개를 노린 병살플레이는 대만족이었으며 여기서 1점을 막기 위한 수비가 이루어져 2점 이상 내 주었다면 NC로서는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LG의 핵 타선은 상대의 미묘한 허점을 빅 이닝으로 연결하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도 4회 선취점 이후 3번의 선두타자 출루가 있었으나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여 1점을 지켜낸 리즈와 봉중근의 호투가 없었더라면 치명적인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신생팀이라 하더라도 LG는 NC 첫 승을 올려준 팀이며 첫 스윕을 올려준 아픈 기억이 있기에 1점 차 승부에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8회 2사 1루에서 호투하던 리즈를 내리고 1루 주자를 견제하기위해 이상열을 올렸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봉중근까지 투입하는 식겁상황이 발생하여, 리즈를 8회까지 마무리시켰다면 어떠했을까란 생각이 든다.
리즈가 공을 못 던져 주자를 출루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을 잡아 타자주자를 태그하려다 실책이 일어났으며, 그때까지 리즈는 완벽한 제구에 힘이 펄펄 넘쳤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간에 김기태 감독의 배짱좋은 촉이 맞아 떨어지고 봉중근이 2사 만루 상황을 넘겼기에 망정이지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 정도 실점했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총평
오늘 LG의 승리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삼성이 한화에 짐으로써 2위 삼성에 2.5경기 차로 도망가 심적인 부담감이 많이 줄었으며, 리즈가 아홉수를 자신의 힘으로 넘어서 10승과 평균자책점 2점대를 올렸고, 마지막 14경기를 놔두고 4연승으로 선수들의 기가 살아나기 시작했으며, 투수들에 믿음이 생겨 타선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안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14경기, 반타작+1인 8승만 해도 삼성과 두산은 10승 이상을 올려야 하고, 넥센은 12승을 올려야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다. 세 팀이 모두 2무승부가 있기에 무승부가 없는 LG가 다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물리적으로 안 되는 것이 바로 야구 아니겠는가.
현재 타격순위 2, 3, 4위에 랭크된 이진영, 정성훈, 박용택 등 고참 선수들의 맹활약에 장외 타격왕 이병규까지 가세한 공포의 핵 타선에다 오늘 보여준 놀라운 투수력까지 가미가 되었으니 당분간 LG의 선두질주는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듯이 1점을 더 도망갈 찬스에서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핵 타선이라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래서 내일 경기가 중요해졌다.
찰리와 신재웅이 붙는 경기 내일 경기 승패 여부에 따라 LG의 선두질주에 탄력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긴장상태로 들어갈 것인지...
LG 운명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