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3차전>삼성, 두산 자멸로 거둔 승리. 기뻐할 수 없는 이유
삼성 3차전 두산 자멸로 얻은 승리
삼성이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을 잡고 2연패 후 1승을 올렸다. 장원삼이 7회 1사까지 두산 타선을 2실점으로 막고 3점을 두산의 실책과 폭투 등에 편승하여 얻었으니 승리도 개운한 승리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반전의 계기로 삼았고 타격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4차전 결과에 따라 두산이 선점했음에도 한국시리즈 행방을 오리무중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안타 수는 7대 5로 삼성이 우세를 보였지만 두산의 실점 3점 중 자책점이 1점에 그칠 정도로 두산이 자멸한 경기로 삼성의 결정력이 부족했으며, 만약 오늘 경기에 패했다면 4차전에서 끝날 수도 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기 운도 많이 따랐다.
KBO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바로 한국시리즈가 4차전에 끝나는 것이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4위 팀이 준PO와 PO를 거쳐 차례로 상위 팀을 이기고 올라와 정규시즌 1위 팀마저 4연승으로 잡고 한국시리즈가 끝난다면 포스트 시즌 자체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두산은 삼성이라는 정규시즌 1위 팀 외에도 보이지 않은 수많은 적과 싸워야 했으며 그것은 2차전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이미 예상된 순서였다.
두산에는 4회 1, 2차전의 히어로 백전노장 손시헌이 1사 만루에서 매끄러운 병살로 이닝을 끝냈더라면 유희관의 어이없는 강판도 없었을 것이고 팽팽한 투수전에 의해 경기의 향방은 끝까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며 삼성의 방망이 상태가 아직도 회복이 더딘 상태였기에 4회 실책만 없었더라면 두산의 승리는 70% 이상 가능했다.
두산으로서는 만약 시리즈를 삼성에게 내 준다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고 삼성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상대 실책에 어부지리 승을 거둬 반전의 계기로 삼은 것이 4차전부터 자신감을 찾게 될 가능성을 높였으니 상대 실책도 경기 운이었다.
한국시리즈 같은 명승부에서는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판정해야.
오늘 유희관은 올 시즌 삼성전 2승 1패에 평균자책점 1.91에서 보듯이 두산의 3차전 필승카드였다. 3차전만 잡는다면 4차전은 여유를 갖고 5차전에서 니퍼트를 포함 투수 총력전으로 시리즈를 잠실에서 끝내려는 다목적 포석이었다. 반면, 삼성 장원삼도 두산에 강하긴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2승 2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시즌 평균자책점 4.38에 비해 짠물 투구를 하였다.
장원삼은 비교적 자신 있게 공을 던지며 6회까지 두 번의 실점 위기를 잘 막았다면, 유희관은 평소에 비해 다소 공이 높아 3회까지 매회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내 보냈으며 그중 2번의 실점위기를 맞았으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4회 들어 공이 높은 것이 결국 화근이 되어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 위기를 맞았으며 1사 후 이승엽을 고의성 볼넷으로 내 보내며 만루작전을 펼쳤으나 박한이의 병살타성 타구를 잡다 놓치고 2루에도 악송구하며 선취점을 허용하고 아웃카운트도 늘리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오재원이 넘어지면서 공을 포구하다 놓치긴 했지만, 이승엽의 슬라이딩보다 오재원의 발이 더 빨리 베이스를 밟았기에 분명 2루에서는 포스아웃이었다. 물론 1실점을 이미 했고 계속된 2사 1, 3루 상황이 되기에 추가점을 내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의 판정은 정확해야 한다. 이것은 2루심이 크로스 상태로 잘 안 보이는 상황도 아니고 베이스 위에서 정확히 보고 있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이지영의 희생플라이에 3루 주자가 홈에 득점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세이프다. 물론 공이 낮게 들어왔다면 아웃이었겠지만 태그하는 과정에 이미 최형우의 발이 먼저 홈플레이틀 찍어 오심 거리도 아니다.
두산 팬들은 두 개의 판정을 놓고 삼성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정이라고 하지만 2루에서의 판정은 분명 아웃이었으며 홈에의 판정은 세이프가 맞는다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유희관 황당한 강판은 누가 책임지나.
유희관이 2실점을 한 4회 2사 1, 2루에서 갑작스럽게 강판됐다. 그것은 야구규칙 8.06조(마운드 행 제한) (b)항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난다'는 규칙에 따라 강제 강판당하였다.
4회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으며 1사 만루에서 이진영의 희생플라이가 나왔을 때 벤치에서 항의하러 나오며 배터리 코치가 파울라인을 넘어서 포수와 투수를 진정시켰기 때문에 1이닝에 두 번 마운드를 방문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을 두산 벤치에서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과열되면서 선수들이 흥분했고 파울라인까지 나온 배터리 코치가 포수를 진정시키다 선을 넘은 것인데 삼성 벤치나 심판들도 몰랐던 사항을 기록실에서 심판에 어필하며 강판되는 촌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 삼성의 항의가 있어야 강판당해야 맞지 않는가? 야구란 심판과 상대하는 팀의 선수들이 하는 경기이다. 두산의 속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아니고 어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상황이었기에 기록관이 경기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벤치 크리어링이 일어나 모든 선수 코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있을 때도 2번 나왔다고 강판시켜야 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앞으로 모든 프로야구 감독과 코치는 벤치 크리어링이 일어났을 때 상대 팀의 코치들이 2번째 들어왔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고 기록관도 마찬가지로 살펴서 심판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선의와 악의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야구도 어떻게 보면 인생의 축소판 같은 스포츠 아닌가.
심판의 오심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경기의 승패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안타가 실책으로 둔갑하고, 실책이 안타가 되는 것도 야구이다. 모두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타이밍에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면 분명 유희관은 강판이다. 이것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오해 없기를 바라며.
삼성 약속의 땅 잠실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까?
오늘 삼성은 정상적인 경기였다면 두산에 졌다. 두산의 실책 2개와 폭투 등이 겹치며 3점을 헌납받아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지만, 막판 두산의 반격에 혼이 나 오승환까지 투입되는 총력전을 펼쳤다. 배영섭과 김태완 등 테이블 세터진이 점점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도 중심타선에서 시원스럽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어 타격감 회복이 급선무다.
더군다나 마무리 오승환까지 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나오는 배수의 진을 쳤다.
2차전 투구 수 53개, 3차전 투구 수 17개로 하루 쉬고 나왔지만 2차전 투구 수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오늘 9회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피로가 쌓인 모습 이어 4차전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4차전은 배영수대 이재우다.
배영수의 두산전 성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올 시즌 1승 2패에 평균자책점 7.78로 4차전 선발로 나서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배영수와 차우찬의 1+1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두산 역시 이재우가 포스트 시즌 들어 좋지 않았기에 이재우와 핸킨스의 1+1 전략으로 나와 4차전은 투수전보다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망이 대 방망이로 붙으면 삼성보다 두산이 더 앞선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내일 4차전 결과가 두산이 승리한다면 잠실에서 우승행가래를 칠 가능성이 높으며, 만약 방망이 힘으로 삼성이 두산을 꺾는다면 2승 2패로 균형을 맞춰 7차전 대구에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되든지 간에 유리한 고지는 두산이 선점하고 있으며, 두산의 적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 부상자에 많기에 부상자를 잘 추스르고 가공할 만한 백업 전력을 앞세운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은 삼성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삼성이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우승하기 위해서는 방망이가 터져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4차전이 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된다면 승부는 어차피 7차전 대구에서 결정될 것이다.
총평
두산이 적지에서 기분좋은 2연승으로 4위 팀 우승확율을 0에서 93.7%로 올렸다면, 삼성은 잠실에서 가진 한국시리즈에서 오늘 승리로 7연승을 달렸다. 한마디로 잠실은 삼성에게는 약속의 땅이었던 것이다. 반면, 두산은 잠실에서만 한국시리즈 9연패를 당했다. 오
늘 경기가 그것을 증명했다. 선수들은 허둥댔고 실책과 폭투가 이어졌으며, 벤치는 어이없이 두 번이나 마운드를 방문하여 잘 던지던 유희관을 황당하게 강판시켜버렸다.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실려나가고 절뚝거리며 뛰어야 했다.
왠지 낯선 풍경이다. 잠실벌 주인이 바뀐 것 같은 이 시추에이션은 무엇일까? 두산에게는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하나 있다.
2연승 후 SK에 내리 4연패로 한국시리즈 패권을 넘겨 준 2007시즌. 지금 그 트라우마가 다시 두산에 엄습하고 있다.
그것을 떨쳐 내야 하지만, 오늘 선수들의 몸이 너무 굳어 있어 4차전 승부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 삼성이 심리적으로 앞선 것은 분명하다.
4차전을 가진 자가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4차전은 양팀 최대의 타격전이 펼쳐져 잠실벌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