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타지 못한 KIA, 패배는 당연지사.(SK-KIA 7차전)
(10호 홈런을 친 KIA안치홍, 최근 물오른 타격감으로 KIA팬들에게 최고 인기다. 사진 : OSEN)
월드컵 축구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 스페인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것은 급변하는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세대교체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나라들은 대게 16강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주전 중 서른 살이 넘은 선수가 4명이나 되고 느린 스피드로 젊고 빠른 네델란드 선수들을 도저히 해 볼 수 없었다.
스페인 몰락에는 이런 세계 축구의 흐름에 동승하지 못한 자신들만의 고집이 결국 화근이 된 것이다.
야구도 이런 흐름의 미학을 즐기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한 번 흐름을 타면 1이닝에 7점 이상 내는 것은 우습고 2사후에도 연속안타를 6개씩 날릴 수 있는 것이다. 24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K의 경기가 딱 그랬다.
천운이 함께 한 4연승의 흐름을 타지 못한 KIA는 3대3 동점에서 먼저 도망갈 기회가 있었으나 도망가지 못한 죄 값으로 7회 급격히 무너졌고 3대3 동점에서 먼저 도망가며 흐름을 탄 SK는 KIA를 철저히 농락하며 7연패 사슬을 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선동열 감독의 패착
오늘 KIA는 선발 김진우의 난조로 2실점을 먼저 했으나 곧바로 1점을 만회했으며 2회에도 추가 실점했으나 4회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는 안치홍의 10호 동점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난타전이 되는 듯 했다. 결국 투수력으로 버티는 1점 차 승부가 아닌 방망이로 대량득점을 노려야 하는 경기가 예상되었으며, 3대3 동점에서 두 번의 실점위기를 나지완, 김주형의 슈퍼캐치로 SK로 가는 흐름을 차단해 분위기도 KIA 편이었다.
특히 SK는 7연패 기간 중 팀평균 자책점이 무려 9.45로 두들기면 답이 있었던 것인데 선동열 감독의 결정적인 패착이 오늘 경기를 일방적으로 내준 꼴이 되고 말았다.
4회 잘 던지고 있던 SK채병용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나지완의 안타에 이어 안치홍의 투런홈런으로 순식간에 동점이 되어 SK로 흐르던 분위기를 기아로 급격히 돌렸다. 거기에 다음 타자 김다원까지 2루타로 무사 2루가 되어 연속 3안타로 채병용을 위기에 빠뜨렸다. 거기서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데 선동열 감독의 선택은 보내기번트였다. 1점 더 도망가면 이길 것 같아서였을까?
무사에 연속 3안타로 궁지에 몰린 채병용에게 숨통을 터준 보내기번트는 편하게 1아웃을 잡아주었고 결국 선동열 감독이 생각한 1점은 나오지 않았다.
난타전이 예상되는 경기에서 과연 몇 명의 감독이 4회 같은 상황에서 선동열 감독처럼 보내기번트로 주자를 3루에 보낼까? 결국 4회 KIA로 흐를 듯했던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바로 감독의 책임이 컸다고 할 것이다.
경기 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선동열 감독은 "경기 중반,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는데 바로 이 장면일 것이다.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탓만 하지 말고 1점보다 대량득점을 노린 강공만이 결국 승리의 보증수표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으면 한다.
김진우가 수상하다.
김진우는 오늘 경기까지 올 시즌 9경기(선발8경기)에 등판해서 2승2패 7.45의 평균자책점으로 좀처럼 구위회복을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38과 2/3이닝 동안 37개의 사사구를 내줄 정도의 제구력난조가 원인이었다. 매 경기 1이닝 당 1개의 사사구를 내준 셈으로 오늘 경기에서도 2이닝동안 4개의 볼넷을 내줬다. 스피드도 오르지 않고 제구도 엉망이었으며 체인지업은 딱 치기 좋은 코스로 집중됐고 전매특허인 커브는 실종되었다.
이런 변화구들은 강력한 스피드가 우선되어야 빛을 발하지만, 힘 떨어진 스피드에 밋밋한 변화구는 타자들의 먹잇감밖에 되지를 않았다.
8번의 선발등판 중 1번의 QS만 있었을 정도로 부진한 김진우. 시범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두 달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의 볼을 던지지 못한 김진우는 이제 경기 중 팔꿈치 통증으로 스스로 마운드에서 내려와 급격히 자신감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그를 아끼는 팬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부상군단 KIA타이거즈의 미래가 험난하게만 느껴지는 오늘 김진우 강판은 가뜩이나 선발 자원이 없는 기아 마운드를 한 층 더 깎아 내려 당장 치열한 4강 싸움에서 밀려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의 부상 상태를 지켜보는 팬들은 시름에 잠겼다.
총평
7연패로 위험에 빠진 SK는 오늘은 맘먹고 뛰는 야구로 KIA 내야를 휘젓고 다녔다. 팀 도루 6개를 기록하는 동안 KIA 포수들은 단 1명도 접전상태를 만들지 못하고 안전하게 2루 진루권을 허용해 더욱더 실점위기를 높여주었다.
두 번의 슈퍼캐치 등 호수비도 있었지만, 팀 실책 2위를 자랑하듯 기본기를 망각한 수비는 여전했다.
안치홍의 10호 홈런 포함 김주찬, 김다원 등이 분전하며 11개의 안타를 때렸지만 4득점에 그쳤으며 믿었던 필승불펜 심동섭, 최영필이 6실점 6자책으로 무너진 것이 더 가슴이 아린다.
4연승의 기세를 몰아 5연승까지 갔다면 양현종, 홀튼으로 이어지는 다음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가 상승세를 확실히 탔을 것인데 경기 중반 찾아온 천운을 발로 차 버린 느낌이어 다음 경기도 예감이 좋지 않다.
운명의 42연전에서 오늘 SK와의 경기 전까지 19승20패로 5할 승률에 -1승이었지만, 이제 2연승을 거둬야 5할로 42연전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양현종과 홀튼이 나서는 경기에서 오늘처럼 상승세에서 단 1점으로 만족하려하지 말고 팀타율 3위에 오른 선수들의 방망이를 믿고 다득점을 노리는 강공만이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