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남도의 명산)병풍산에서 길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빛을 찾다.(담양 삼인산-병풍산-병풍지맥 바심재)

simpro61 2011. 9. 27. 18:38

 

9월24일 토요일.. 음력8월 그믐이 할아버지 기일인 관계로 9월25(일요일)에 사촌형제,자매들이 모두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구례에서 모이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 저것 준비할 일도 있고 해서 매주 나서는 산악회 산행 대신 광주근교에 있는 담양 삼인산과 병풍산을 연계 산행하기로 하고

조촐한 차림에 나홀로 삼인산부터 오르기 위해 들머리인 심방골에 들어섰다.

 

오늘 산행은 심방골 - 삼인산 - 만남재 - 신선대(투구봉) - 병풍산(깃대봉)- 천자봉(옥녀봉) - 쪽재 - 용구산(왕벽산) - 투구봉 - 채알봉 - 심방골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국제청소년 수련장을 가운데 두고 삼인산과 병풍산을 한바퀴 빙 도는 코스로 대략 12km에 7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이다.

 

오후에 할 일이 태산이길레 아침 일찍 서둘러서 출발했으나 결과적으로 용구산(왕벽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예정된 코스를 이탈하고 말아

나중에 산행기를 쓰면서 찾아본 기록에 의하면 2010년 3월 16일 맥사랑회원 25명이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에서 용구산으로 해서 쪽재로 내려서

궁산제로 하산한 기록이 있는 ( 그 후로는 어느 등산기에도 그 코스의 답사기록은 없다.) 코스를 역으로 바심재로 하산하고 만 실패한 산행이 되고 말았다.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용구산(왕벽산)에서 감시카메라탑을 통과하여 직진하지 않고 우측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야 하나 생각없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시기를보고 가다보니 의도한 바와 달리 1년도 훨씬 넘게 인적이 끊긴 등산로를 따라 하염없이 사지의 구렁텅이로 내려가고 만 꼴이 되고 말았다.

중간에 길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산 중 깊은 곳에 홀로 들어섰고 군데군데 멧돼지의 배설물과 나무기둥에 긁힌 자국들로 인해 멧돼지 소굴을

통과하여 되돌아 갈 엄두를 못내고 흔적도 없는 비탈진 길을 거의 뛰다시피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내려와 아찔하고 스릴있는 산행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그럼 그 실패한 삼인산 - 병풍산 연계산행의 들머리부터 날머리인 바심재까지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 후참에 이 길을 가는 산님들이 글쓴이처럼

길을 잃고 해매는 일이 없도록 자세하게 기록하고자 한다.

 

    광주에서 곡성 옥과 시골집을 갈려면 북광주IC를 거쳐 13번 국도로 담양으로 나가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꼭 이 길을 지나면서 넓은 대치 평야위에 우뚝 솟은 불태산과 병풍산을 바라보며 곡성으로 가곤 했다.

    북쪽으로 부터 불어오는 겨울 매서운 찬바람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서서 광주를 다른곳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병풍산과 불태산..   

    날씨가 좋아 병풍산 정상의 멋진 소나무가 뚜렷이 바라보일때는 언제나 이 산을  올라 저 멋진 소나무앞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어볼까라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하며 지나 다니곤 했던 소망을 오늘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09:35) 삼인산 들머리인 심방골로 들어서기 위해 차량을 수북면 대방리 대방저수지 못가서 수북송어횟집이 있는 교량근처에 주차했다.

    이 곳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화장실도 새로이 짓고 넓게 주차장 부지도 만들고 있어 삼인산과 병풍산을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부지를

    조성중에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삼인산과 병풍산에선 해돗이행사가 개최된다.)

 

    이근처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두 군데이다 주차장을 건설중인 부지 옆에 물레방아터가 있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심방골입구가 있다.

    그리고 대방저수지 위에 주차해 놓고 올라가는 400M가량 더 짧은 코스도 있다.  나는 산을 한 바퀴 빙 도는 코스이기에 차량회수 관계로 인하여

    대방저수지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삼인산 능선코스인 심방골로 올라섰다.

 

 

    빨간테두리선 코스는 송정이 들머리든 심방골, 대방제가 들머리든 간에 국제청소년 수련관을 가운데 두고 산을 한 바퀴 빙 도는 코스이다.

    그러나 빨간점선으로 가는 코스의 길이가 약8.7KM밖에 안되어 천자봉에서 용구산을 거쳐 투구봉 채알봉으로 내려서는 약12KM의 산행으로 수정하여 출발하였

    으나 결과적으로 용구산에서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로 하산하고만 실패한 산행의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된다.

 

    주차장근처의 첫번째 들머리인 물레방아터와 두번째 들머리인 심방골 입구..어느곳으로 가든 상관없으나 나는 심방골 근처의 아름답게 생긴 한옥을 구경하고자

    심방골로 향한다.

 

    심방골 들머리 바로 옆엔 삼인산을 뒷 배경으로, 넓은 수북면 평야를 앞 뜰로 아주 고풍스러운 한옥이 한 채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은 2004년 전라남도가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건축물선정에서 전통한옥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하동정씨 제각인 삼인제는 제1회 전남 아름다운 건축물 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금상은 해남문화회관, 은상은 함평다이너스티CC클럽하우스와 담양수북오정리의

     정모씨 단독주택, 동상에 여수 소미헌과 영광보건소가 각각 영예를 안았다. 그 상패가 제각입구에 반듯하게 서있다.

 

    제각앞엔 제법 넓은 공터가 있어 차량 대 여섯대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남의 제각앞에 주차하는 것이 왠지 꺼림칙해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멋진 모습을 한참이나 둘러보고 간다.

 

    (09:44)삼인제에서 나와 다시 바로 옆의 심방골로 들어선다. 표지판이 바닥에서 뽑혀 전봇대에 기대서 있다.

    들머리는 쉽게 인식이 되고 묘지 2개가 들어서 있는 산으로 들어서면 소나무 숲사이로 삼인산으로 오느는 길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 길로 매년 새해 첫날 수북면에서 개최하는 해돗이 행사를 보기위해 수많은 인파가 오른다 하니 건강과 소원을 비는 길이기도 하다.

 

    10여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채면 물레방아터에서 올라와 만나는 지점((09:54)과 17분정도 더 올라채면 학구당에서 올라와 만나는 지점(10:11)이 나온다.

    삼인산 정상 바로 밑으로는 대방제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삼인산은 옛날에는 몽선암(夢仙庵)으로도 불리고 북쪽에 삼인동이라는 마을도 있었는데

1200여년전 고려때 몽고군이 쳐들어 오자 피난온 여인들이 몽선암에서 몽골의 병졸들에게

붙잡히는 것을 피하여 몽선암 절벽아래로 떨어져 몽골 군사들의 만행을 죽음으로 항쟁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태조이성계가 국태민안과 자신의 등국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중

이성계의 꿈에 삼인산을 찾아 기도하면 꿈을 이룰 것이라는 성몽이 나타나자 이곳 삼인산을

찾아 정상에 올라 산신제를 올리며 기도하여 등국을 하게 되자 이성계의 꿈에 성몽하였다

하여 몽성산(夢聖山)이라 불리우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영광앞바다로 침투한 무장간첩들이 병풍산과 추월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루트로도 이용했으며 1967년에는 병풍산에서 공비2명이 사살되기도 했다.

 

담양10경중 삼인산은 제5경에 해당하며

제1경 가마골 용소, 제2경 추월산, 제3경 금성산성, 제4경 병풍산,

제5경 삼인산, 제6경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 제7경 죽녹원

제8경 용흥사계곡, 제9경 관방제림, 제10경 일동삼승지(환벽당, 식영정, 소쇄원)으로

빼어난 풍광대로 이름값을 하는 명소이다.

 

    (10:45~11:06)삼인산 정상 표지석이다. 이 표지석 앞에 있는 소나무에는 이름모를 개인이 세운 표지석도 있으며 들머리에서 약 1시간이 걸렸다.

    삼인산의 명칭은 산의 형태가 사람人字 3자를 겹쳐 놓은 형국이라 하여 삼인산(三人山)이라 불리었다.

    삼인산 북쪽 아래(삼인산 쉼터나 만남재로 추정)에 있는 삼인동 마을은 1750년경 영조시대에 무안에 사는 함양인 유학자 박해언이 풍수지리설을 따라

    명당을 찾아다니다가 정착한 곳이다 한다.

    산세가 좋고 산아래는 만물이 태생하는 터가 자리잡고 있어 풍수지리설에 의한 최고의 명당자리라 한다.(실제로 병풍산 정상에도 묘가 있다.)

    병풍산 바로 옆의 불태산쪽 장성에서 계속 포성이 울리는 것이 진원면에 있는 전차부대의 훈련이 있는 것 같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불태산은 포사격으로 인해 입산금지구역이었다 한다. 삼인산을 오르면서 부터 시작된 포성은 만남재로 가는 길목쯤에 그쳤다.

   

    삼인산에서 바라본 병풍산의 전경이다. (삼성 겔럭시 SⅡ촬영)

 

    해마다 신년 초에 삼인산 정상이나 병풍산 신선대와 깃대봉에서 해돗이 행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때문이다.

    주변에 앞을 가로 막고 선 산도 없고 드넓은 수북면 평야지대가 무등산까지 펼쳐져 있다. 탁트인 조망에 무등산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은 거침없이 삼인산과 병풍산,

    불태산까지 그 감동을 전해온다.

    가히 남도 제일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병풍산 신선대나 병풍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 또한 장관일 것은 앞배경으로 삼인산이 있기 때문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는 길은 산행길과 달리 적절히 임도를 따라 올라 만남재에서 신선대로 오르거나 더 나가 병풍산 정상까지 가는 능선길 모두가 천혜의 일출을

    보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병풍산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삼인산은 전국의 수 많은 산악회의 단골코스이기도 하다.

    대전면 행성리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삼인산정상에서 임도로 내려서는 길목에 있다.

 

    (11:27~11:33)삼인산 쉼터다. 대전면 행성리에서 올라와 만남재를 거쳐 성암수련원쪽이나 장성 북하면 쪽으로 빠지는 임도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삼인산의 북쪽아래에 있는 삼인동 마을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나 사실 여기보다 만남재가 더 신빙성이 있다.

    여기서 등산로를 통해 만남재로 가는 것이 산행코스이나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보니 임도를 통해 거리와 시간을 절약하기로 하며 만남재로 가는 임도로

    내려선다.

                                                         

    삼인산 쉼터에서 바라본 병풍산.

 

    삼인산쉼터라는 119표지석이 있는 곳을 유심히 보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산의 오름이 급하지는 않으나 임도를 따라 병풍산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걷는 것 또한 색다른 묘미다. 임도는 비포장도로로 코너를 돌 때마다 병풍산의 색다른 모습이 다가와 혹시 이쪽으로 병풍산을 찾는 이 들에게는 임도로 만남재

    까지 가는 코스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시간절약+체력안배+둘레길효과+병풍산조망)

 

                한고비를 틀때마다 보이는 병풍산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마침 햇빛을 구름이 가려 그늘진 병풍산의 모습이 하트모양이라 병풍산을 찾은 나에게 보내는 산의 사랑표시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길모퉁이를 돌아가며 만나는 병풍산은 구름과 햇빛의 조화에 의해 수십번 그 모습을 바꾼다.

 

    (11:52~12:07)만남재에 도착했다. 삼인산 쉼터를 출발해서 20분만에 도착하여 등산로로 온 것 보다 1.3KM에 30여분 단축하였다.

    삼인동마을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이 되나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삼인산의 북쪽산중이라면 이 근처가 맞으나 그 전설의 진위는 알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장성방면에서 임도로 올라온 사람들과 성암청소년 야영장쪽에서 임도로 올라온 사람들이 병풍산으로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는 산책겸 산행코스

    이기도 하다.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었으나 신선대 아래에 있는 멋진 소나무밑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하고 벤치에 앉아 과일로 허기를 때운다.

    만남재에서는 신선대까지 오르는 길은 두 군데이다.

    신선대로 직등하는 코스와 용구샘을 보고 갈 수 있는 코스가 있지만 오늘은 용구샘의 정체를 알아보기로 하고 우측길로 들어선다.

    만남재의 주막집은 점심때가 지나도 닫혀있다. 주막집앞의 소나무와 산불감시탑만 쓸쓸히 만남재를 지키며 오고가는 산님들의 안부를 묻는다.

 

         (12:30)약 20여분 가파른 비탈길을 숨이 턱에 차게 오르면 용구샘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용구샘은 등산로에서 약 100여M 벗어나 있다. 위치상으로 806봉의 30여M에 달하는 병풍바위 절벽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곳까지 가는 길엔 

        오랜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너덜을 조심스레 밟고 지나야 한다.

 

    (12:34~12:37)등산로에서 4분정도를 들어오면 절벽아래에 동굴이 하나 보이고 그 아래를 들여다 보면 가로세로 약 2M정도 되는 샘이 있다.

    갈수기인 관계로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절벽아래에 동굴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곳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용구샘물은 식수로는 부적합하다한다. 물이 고여있고 흘러내리지 않아 순환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수라도 그 생명력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12:44)투구봉 갈림길(안부)에 올라섰다. 이곳부터는 좌우로 병풍지맥이다.

    병풍지맥은 담양의 병풍산을 주산으로 하는 지맥으로 호남정맥이 추월산을 지나 도장봉에서 갈라져 가덕분기점 - 백골재 - 도마산 - 능재 - 바심재 -용구산 -

    병풍산 - 대치 - 잿막재 - 불태산 - 초라치 - 호남고속도로 - 판사등산 - 팔랑산 - 어등산 - 황룡강으로 흘러 끝을 맺는 마루금거리 62km의 지으로

    거꾸로 올라선다면 병풍지맥 - 금남호남정맥 - 백두대간으로 올라서게 된다.

 

    투구봉(신선대)갈림길에서 억새밭에서 본 지나온 여정..삼인산과 564봉 사이로 난 임도사이로 무등산이 희미하게 보인며 그 우측사진에는 신선대(투구봉)과

    그 너머로 불태산이 보인다.

 

    병풍산에서 만난 야생화 개망초와 짚신나물

 

    신선대와 병풍산 사이에 있는 806봉과 806봉 오르기전에 있는 바위틈의 멋진 소나무.(이 소나무가 나를 병풍산으로 끄는 힘이 되었다)

 

            (12:48~13:02)삼인산쉼터에서 만남재까지 임도를 따라 걸어오면서 곡성에 갈때마다 보는 병풍산 바로 밑 절벽위에 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가벼웠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다.

           이 소나무 아래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막 일어서려는데 근처의 바위틈에 돌도끼가 꽃혀있다.

                       언제 누가 이 바위를 돌도끼로 쪼개려고 했을까..도끼자루는 썩어 없어지고 돌도끼만 남아 있다.

 

    (13:15)806봉에 올라섰다. 산의 정상엔 돌탑만 댕그렇게 놓여있고 806봉부터 천자봉까지 능선길에서는 사방 팔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압권이다.

    병풍산(깃대봉)가기 전엔 그 옛날 신선들이 풍류를 즐겼을 쉼터도 보인다. (탁 트인 능선길이다 보니 햇빛을 피할만한 곳이 없는데 이 전망좋은 곳에서

    10여명정도 앉아서 점심을 먹기엔 정말 좋은 장소다..하지만 뒤로는 낭떠러지이니 조심해야 한다.)

 

    (13:28)병풍산정상(깃대봉)이다. 병풍지맥의 최고봉이자 주산으로 이곳에서의 조망은 가히 기가 막히다 할 것이다.

    앞뒤 좌우로 막아선 그 무엇 하나도 없다. 북으로는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이고 추월산의 벼랑바위와 한일자 능선,  그 옆의 강천산과 강천산 너머

    순창 회문산 그리고 사진에서는 안보이지만 우측으로 무등산의 치맛자락과 함께 날좋은 날엔 무등산 너머로 지리산자락도 눈에 들어온다.

 

    병풍산 정상에서 본 삼인산과 그너머 수북면의 평야지대와 무등산.우측사진은 806봉고 그 너머 불태산..

    저 불태산부터 시작하여 병풍산까지의 능선길은 병풍지맥이다.

 

    병풍산에서 4분여를 내려서면 병풍산의 가장 큰 암벽인 병풍바위위에 남강처사 탐진최공 영호란 사람의 묘가 있다.

    한가위가 지난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후손들이 찾아 벌초를 깜끔히 해놓았다. 참으로 대단한 후손들이라 생각된다.

    이 높고 험준한 벙풍산 깃대봉옆의 천하명당자리에 묘를 쓰기 위해 저 무거운 제단을 이고지고 상여도 이고지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묘를 썼으며

    또 후손들은 묘를 버려두지 않고 해마다 말끔히 벌초하고 관리하는 모습에서 조상을 받드는 예의바른 의지의 한국인 표상을 본다.

    이곳에서 송대봉과 홍길동의 고장 장성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짜맞추다가 실패한 퍼즐처럼 떨어져 나간 바윗덩어리가 서로 입을 벌리고 있다.

    철계단길은 영구히 손을 볼 필요가 없는 스텐으로 설치가 되어 있으며 바닥은 최근 페인트를 입혀서 아주 깨끗하다.

 

     넙적바위의 표지판은 오랜세월 서있기 고단했는가 지금 취침중이다. 표지판은 잠자고 있고 덩그렇게 넙적바위만 보초를 서고 있다.

 

    (14:13~14:19)천자봉(옥녀봉)정상이다. 들머리인 심방골에서 9:44분에 출발하여 4시간30분정도 걸려 천자봉까지 왔다. 

    대방제로 하산하는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걸릴것으로 보여 처음 출발때부터 쪽재로 해서 용구산에 올라 채알봉으로 한 바퀴 돌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대부분의 산행에 나선 사람들은 대방제로 하산한다. 쪽재로 내려서는 길은 좁고 가파르고 길의 흔적도 희미하다기에 여기서 대방제로 하산하는

    모양이다. 천자봉 표지석 우측으로 내려가야할 능선길이 보이며 능선너머 추월산과 강천산이 보인다.

 

    천자봉정상에도 언제부터 쌓아올렸는지 돌탑이 올라가고 있다. 주변에 있는 돌들을 가져다 한 사람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았을 것인데

    솜씨좋은 석공이 쌓은 듯 정교하고 튼튼하게 세워지고 있다.

 

    저 멀리 용구산 정상에 하얗게 산불감시탑이 보인다..거기서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거기까지 갔음에도 우측길로 접어들지 않고 왜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로 내려가고 말았을까...

    지금도 그 상황이 생각이 안난다. 분명 쪽재로 들어서기 전에 천자봉에서 우측길로 ...우측길로를 되새기며 내려가고 올라갔건만 정작 산불감시탑 앞에서

    바로 바라보이는 산악회표시기를 따라 생각없이 내려서고 말았던 것이다.

 

              (14:30~14:32)쪽재까지 내려오는 길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어 푹신거리기는 하나 급경사에 미끄럽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10여분만에 거의 뛰며 미끄러며 내달려 쪽재안부에 도달했으나 궁산제로 하산하는 우측길만 뚜렷할 뿐 여기서 용구산방면과 용흥사방면으로의 길은

              흔적도 없다.

              울창한 수풀사이로 거리표시도 없는 이정표가 보일락 말락 하며 서 있으나 거미줄이 칭칭 감고 있고 주변이 온통 캄캄하게 막혀있어 오싹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산악회표시기를 잘 살펴야 하지만 두서너 군데에 하나씩 달려있어 어느곳으로 가야할 지 망설이다 무조건 윗쪽을 향해 언덕을 올라선다.            

 

                투구봉방향이라는 표시기가 붙어있는 나뭇가지를 제치고 길을 찾아보나 무릎까지 차오른 수풀들로 인해 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위쪽으로 올라채니 길의 흔적이 가끔씩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상으로 올라갈 수록 길이 뚜렷해지는 것은 갈수록 올라서는 산의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14:50~14:52)용구산정상의 산불감시탑까지 올라왔다. 용구산 대신 왕벽산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감시탑을 지나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서야 하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표시기가 눈에 확 들어와 아무생각없이 그쪽 방향으로 내려서면도도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될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자료조사와 산행지도를 놓고 도상연습과 가고자 하는 길의 중요포인트 등을 체크해서 기억하거나 아니며 지도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집앞의 산이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지도도 없이 혼자서 간단한 마음으로 나선게 큰 실책이었다.

 

   

     (14:58) 헬기장이 나왔다. 출발전 기억에는 투구봉으로 가는 1.3km의 길에 헬기장이 두곳이 나오게 되어있어 생각보다 빨리 헬기장이 나왔다는 것만

     생각했을 뿐 가는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인을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15:23)이 표시기를 발견하기 10여분 전에서야 길을 잘못 찾아든 것을 알았다.

       15분정도를 내려서면서 두번째 헬기장이 나와야 할 시간이나 나오지 않고 주변을 살피기에도 수풀속에 갇혀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 가는 길이 투구봉방향은 아닌 것이 분명하고 아까 병풍산 정상에서 본 병풍지맥길인 것은 분명하니 차분히 산악회 표시기를 잘 찾아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길의 흔적도 낙엽속에 깊히 파묻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아래로 아래로 내려서며 감각으로 길을 찾아 내려갔다.

       중간중간 멧돼지의 배설물로 보이는 것들이 수북히 쌓여있고 또 나뭇기둥을 긁은 자국도 보이며 풀섶에 나뒹구는 나뭇가지는 온통 벌집쑤셔놓은 듯 씹혀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하게 서고 나무와 나무사이를 알파인스키 타듯이 스틱으로 헤치며 거의 뛰다시피 비탈진 길을 내달렸다.

       능선아래 수풀속 시커먼 물체들을 곁눈질로 보면서 저것이 과연 멧돼지라면 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수도 없이 방어전략과 공격전략을 세우면서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니 밑에 보이는 무덤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15:27)잘 정돈된 묘지에 한 눈에 봐도 명당자리이다. 이 정도 묘지를 만들려면 포크레인이 길을 만들며 올라왔을 것이기에 근처에 임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니

    이제서야 살았다는 생각뿐이다.

    용구산에서 출발하여 35분을 내달려 산악회 표시기가 매달려 있는 이 묘지위로 떨어지는 것은 나중에 찾아보니 병풍지맥의 정확한 등산로였다.

    멧돼지와의 조우에 대한 공포와 낙옆더미에 쌓여 등산로도 보이지 않는 비탈진 길을 스키타듯이 내려오며 그동안 산행을 하며 감각적으로 느꼈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의 방향감각은 정확히 생의 밝은 빛을 찾아 이곳으로 떨어진 것이다.

 

    (15:31~16:00) 역시 생각대로 임도가 나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임도는 지도상에는 없고 위성사진에는 있다.

    위성사진상으로는 바심재에서 이곳에 있는 묘지 앞를 지나 용흥사앞 월산저수지로 나오는 임도로 한 바퀴 빙도는 둘레코스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임도에 내려서면서 부터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고 또 산님들의 표시기도 없다. 다만 너른 길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가면 용흥사가 나오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마냥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바심제로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갈 걱정은 나지 않았다. 다만 여기까지 아무탈없이 내려설 수 있었음을 감사할 따름이지 차량 회수에 대한 생각은

    나지 않고 고즈넉한 숲길이 주는 옴팡진 감동만 진하게 가슴속에 스며들고 있었을 뿐이다.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은 의외로 깔끔하다. 깊고 깊은 산속에 인적도 없는 임도를 따라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파랗게 익어가는 가을 숲길을

    혼자서 걷는 것도 대단한 경험이다. 

 

   (오늘 산행일정)

    심방골 ----------삼인산----------삼인산쉼터----------만남재----------투구봉갈림길----점심(12:48~13:02)------병풍산(깃대봉)----------

   (09:44) 1.5km (10:45~11:06) 0.9km (11:27~33) 1.2km (11:52~12:07)  0.6km  (12;44)                  0.65km                       (13:28)        1.35km

   천자봉(옥녀봉)----------쪽재안부----------용구산(왕벽산)----------임도----------바심재(용구산에서 바심재까지는 약3.5km)

   (14:13~19)    0.5km     (14:30~32)     0.4km    (14:50~52)                  (15:31)             (16:00)

  

   오늘 총 산행거리와 시가은 약10.6km에 6시간 16분(점심,휴게,간식시간포함)이 걸렸으며 바심재재휴게소에서 친절한 휴게소 주인의 배려로

   월산면 개인택시를 불러 차량이 있는 심방골까지 미터요금 일만원으로 복귀하였다.

(병풍지맥 지도)

 

(16:00)임도를 따라 30여분 하산하니 팬션이 한 채 나오고 멀리

용흥사이정표와 바심재 표지판이 보인다.

생각대로 용흥사계곡을 왼쪽으로 두고 월산면으로 내려섰다.

도로가 나와서 보니 바심재다.

바심재는 담양과 장성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고개로

바심재란 이름이 붙혀지게된 전설이 있다.

 

영조의 생모인 숙빈최씨는 창평광덕리 출신으로 법력이 높은 용흥사의

스님이 예언하기를 훗날 효성이 지극한 한 소녀가 암자에 들어와

생활하다가 용구산 산신령의 인도로 고관대작을 만나 입궐하며

그 소녀의 몸에서 왕이 나올것이라 예언하고 앞으로 나올 성군을 위해

용흥사 범종머리에 용 네마리를 삼아 부처님께 바친다.

스님의 예언대로 범종을 만든지 32년후 창평광덕리 출신 최복순이라는

            여자아이가 장티푸스에 걸린 가족과 함께 절에 들어왔다.

복순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모두 죽고 이를 슬퍼하여 매일 기도를 올리니 이를 불쌍히 여긴 용구산 신령이 꿈에 나타나 나주목사 부임행차를

가르켜주며 그곳에서 길을 찾게 될 것이라 인도한다.

이에 복순은 신령의 말에 따라 장성 갈재에 나가 부임하는 나주목사의 행차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목사부인의 눈에 들어 몸종이 된다.

 

인현왕후 민씨집안인 목사부인은 얌전하고 영특한 복순을 궁녀로 천거해 입궐시키고 인현왕후를 보필하게 한다.

인현왕후 민씨가 장희빈에 의해 안국동으로 유폐되어도 의를 저버리지 않고 매년 민씨의 생일에는 생일상을 차려놓고 민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그러던중 숙종은 생일상을 차려놓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복순을 보게되고 그를 총애하여 아이를 갖게 되지만 이를 알게된 장희빈이 복순을 옹기에 가두어

굶겨죽이려고 하나 숙종이 궁중에서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오르려다 떨어지는 꿈을 꾸게되고 이를 이상히 여겨 궁중을 순찰하다 옹기에 갇힌 복순을 구하게 된다.

이에 복순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가 후에 영조가 되고 자신의 즉위를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리위해 즉위 이듬해에 어머니가 소녀시절을 보낸

영흥사를 증축하고 숙종의 꿈에 나타나 복순과 자기를 살린 용구산 신령을 기려 산이름을 몽성산(夢聖山)이라 했다.

 

자신의 처지를 스님으로 부터 예지받은 복순은 나주목사를 만나러 가면서 이 고개를 넘으며 마음을 바로 잡은 곳이라 하여 바심재라 이름지어졌다 하니

몸종에서 말단궁녀를 거쳐 정1품 숙빈까지 오른 어린 소녀의 웅대한 꿈이 서린 고개가 바심재이다.

 

오늘 병풍산을 원점회귀하려는 산행코스는 용구산에서 투구봉으로 내려서지 못하고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로 하산하고만 실패한 산행이 되고 말았지만

뜻하지 않은 낯설음이 오히려 반갑게 다가오는 것은 바심재에서 임도를 따라 용흥사입구까지 가는 산책로를 발굴했으며 생소했던 병풍지맥에 대한

자세한 코스도 알게되고 덤으로 바심재에 대한 숙빈최씨의 이야기도 알수가 있어 의외의 소득을 올린 기쁨으로 산행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담양 병풍산을 주산으로 하는 병풍지맥길을 따라 추월산과 내장산 사이에 있는 도장봉까지 가서 호남정맥을 따라 계속 북진하여 금남정맥으로 갈리는

주화산에 이르러 호남금남정맥을 따라 백두대간이 열리는 함양 영취산까지 가 보고 싶은 소박한 꿈도 꾸어보는 것은 이제 산행을 시작한지 6개월밖에 안된

산행초보의 무모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산을 좋아하고 오르는 이 들은 모두 백두대간길을 걸어보기를 소망한다.

그 백두대간길을 걷기전에 황룡강에서 출발하여 병풍지맥을 따라 금남호남정맥길이 만나는 주화산까지 가까운 시일내에 반드시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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