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4차전]마리오에 놀라고 정근우에 당한 롯데.5차전은?
저력의 SK, 가을야구 DNA가 흐르는 팀은 역시 남 달랐다.
오늘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오늘 지면 끝인 SK가 롯데를 2대1 한 점차로 누르고
승리를 거두면서 승부를 적지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선발 마리오가 6회까지 4피안타 6탈삼진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어버렸고 이어 박희수와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철벽마무리가
3이닝을 2피안타 1홈런 1실점으로 막는 짠물투로 벼랑끝 SK를 구출해 냈으며 이제 문학에서 열리는 5차전은 롯데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팀이 승리하든지 간에 혈투로 인한 체력소모는 정작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삼성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
보여 플레이오프를 거칠고 올라온 팀을 위한 휴식시간의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를 슈퍼마리오로 만든 롯데타자들의 조급증
오늘 SK선발 마리오는 올 시즌 6승3패에 방어율 3.40으로 롯데 전 역시 1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3.18의 방어율을 보여 보통
이하의 평범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롯데 선발이 SK에게 후반 들어 강한 모습을 보였던 진명호가 의외의 선발로 등판 하였기에롯데가 초반에 마리오로부터
선취점을 내 준다면 유먼의 등판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여 롯데가 SK를 누르고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인지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경기 완승으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롯데 타자들은 직구보다 철저히 완급조절이 가미된 변화구로 승부를
걸어오는 마리오의 체인지업과 커브를 끝내 공략하지 못하고 방망이가 춤을 추기 시작하며 오늘 경기를 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아니나 다를까 여지없이 적중하고 말았다.
1회 1사 2,3루와 3회 무사1,2루 등 두 번의 대량실점 위기에서 SK중심타선의 결정력 부족으로 위기를 넘기고 처음으로 찾아온
4회 선두타자 손아섭의 2루타로 무사2루 상황에서 선취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오늘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SK가 초반 2번의 찬스를 무산시키며 경기가 어렵게 풀려나갔을 때 4회 득점찬스에서 먼저 선취점을 냈더라면 경기분위기는
단번에 롯데로 넘어오며 오히려 SK선수들이 더 조급하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무사2루에서 홍성흔을 믿고 강공을 주문한 양승호 감독의 부응대로 홍성흔이 최소한 진루타라도 쳐 주었다면
전준우의 외야 플라이 때 여유 있게 득점을 올리며 앞서나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의 팀 베팅의 중요성은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아는 야구의 기본이기에 홍성흔의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유격수 땅볼이 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되었다.
5회 강민호의 피치아웃이 오늘 결정적 패인.
SK가 점수가 날 듯 날 듯 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을 때 롯데는 마리오의 공을 전혀 손도 못 대다가 4회 말에 찾아온
첫 찬스를 놓치자 위기 뒤 찬스라는 전설은 롯데를 버리고 SK에게서 강림했다.
그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투수가 못해서도 아니고 정근우의 발도 아니고 박재상의 선취2루타도 아닌 강민호의 피치
아웃이었으니 롯데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5회가 되었을 것이다.
1사후 정근우가 안타로 살아나가 1사1루가 되었다면 발 빠른 정근우의 2루 도루는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박재상 타석에서 원 볼이 된 다음 피치아웃으로 정근우의 도루를 잡으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그것이 오늘 경기의
패인이 되었다.
물론 피치아웃에 정근우가 말려들었다면 주자를 없애버릴 수가 있어 최고의 작전이었겠지만 박재상의 볼 카운트가 안 좋았다
는 것이다.
박재상의 볼카운트가 원 볼이었으므로 2구째 공이 직구가 될 확률과 피치아웃이 될 확률도 높았으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정근우가 뛸 타이밍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볼카운트를 손해봐가며 피치아웃을 한 강민호의 판단은 그러한 흐름을 놓친 것이다.
그렇다면 투 볼이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3구째 볼은 스트라익을 잡으로 들어오는 직구라는 것은 롯데 벤치만 몰랐지
SK벤치나 박재상, 정근우는 모두 알았다는 것이된다.
3구째 직구타이밍에 이만수 감독은 힛트 엔드 런을 걸고 예상대로 박재상은 직구를 팀 베팅으로 밀어버려 우익선상 2루타로
1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내고 말았다.
볼카운트가 초구부터 스트라익이었다면 볼의 여유가 있기에 피치아웃도 노려볼 만 했으나 1사 1루에서 원 볼 이후 피치
아웃은 포수가 노련한 강민호였기에 더욱 더 아쉬웠다는 것이다.
황재균 실책으로 인한 2점째가 작전의 한계를 노출시키다.
1점차라면 언제든지 홈런 한방이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점수이다.
SK역시 1점의 리드는 리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회 선취점을 올린 SK는 최대한 빠른 이닝에서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고 롯데는 추격하는 점수가 나왔어야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롯데를 외면하고 SK에게 미소를 날리고 말았다.
7회 선두타자 정근우의 평범한 3루 땅볼을 백핸드로 잡으려던 황재균의 글러브에 공이 닿지도 않고 좌익수까지 흘러가며
원아웃이 되어야 할 것이 순식간에 무사2루가 되고 말았다.
백핸드로 잡을 만큼 느린 타구도 아니었기에 몸 중앙에서 잡아도 충분히 1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아쉬운 것은 강민호가 리드가 깊은 2루 주자를 잡기위해 피치 아웃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중간에 걸린 정근우를
어느 한 쪽으로 몰고 가야 하는데 바로 2루로 던져버린 판단미스가 있었고, 정근우는 강민호가 2루로 송구하는 것을 보고
3루로 바로 뛰어 여유 있게 살고 만 것이다.
결국 실책이 빌미가 되어 살아나간 주자를 또 한 번의 실책성 플레이로 3루에서 살려주며 안줘도 될 점수를 주고 말았다.
SK불펜의 필승 조를 감안한다면 7회까지 2점차는 상당히 버거운 점수가 될 것이기에 8회가 되기 전에 한 점을 따라가야 하지만
7회 말 선두타자 전준우가 안타로 출루하여 4회 이후 두 번째 선두타자가 출루하였지만 2점 차라는 점수 차로 인해 동점을
만드는 작전은 아예 생각할 수가 없기에 강공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병살타로 찬스를 무산시켜 버렸다.
8회에도 역시 황재균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였지만 작전의 한계 때문에 치고 달리기를 펴고 문규현 대타 조성환의 타구가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는 박진만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또다시 병살타.
8회까지 롯데가 맞이한 세 번의 득점찬스에서 두 번의 병살타가 모두 황재균의 실책과 강민호의 판단미스로 2점째를 내 준
7회 이후에 나와 롯데의 반격작전에 한계를 드러나게 하며 9회 홍성흔의 1점 홈런으로 1점 차까지 따라 붙은 뒷심을 보여
주었음에도 결국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어제는 손아섭이 롯데를 살리고 오늘은 정근우가 SK를 살리고
정근우는 어제 경기 1회 범타로 인해 승기를 롯데에게 내 준 것에 대해 분풀이라도 하듯이 오늘 1회부터 방망이가 폭발하여
4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SK가 뽑은 2점을 모두 득점하는 오늘 경기의 히어로가 되었다.
특히 1회부터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여 도루까지 성공하여 롯데를 압박하며 경기를 SK에게 유리하게 이끌었고, 5회 1사후
안타로 살아나가 강민호의 피치아웃에 걸리지 않으며 결국 박재상의 2루타를 엮어 선취점을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황재균의 실책을 틈타 2루까지 가는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롯데 베터리를 압박하였고 이후 강민호의
피치아웃에 걸려 아웃될 뻔한 상황에서도 2루로 귀루하지 않고 즉각 3루 도루를 감행 롯데 베터리를 멘붕으로 몰며 2점째를
수확하였다.
SK의 2점은 모두 정근우의 발로 이루어진 득점으로 롯데는 정근우를 붙잡지 못하고 펄펄 뛰게 놔둔 것이 오늘 경기를 패전
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다음 5차전에서도 과연 정근우와 손아섭 누가 더 미치는가에 따라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 가려질 전망이기에 5차전 두 선수의
자존심의 최종 승자는 누가될지 기대가 된다.
오늘 패전을 긍정적으로 만든 9회 홍성흔의 홈런
영봉 패를 당하는 것과 1점이라도 만회하는 것이 다음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절대적이다. 무기력하게 끌려가다 당하는
치욕스런 영봉 패 보다 9회 1점을 만회하며 끈질기게 추격하는 것은 다음 경기까지 추격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5차전도 4차전 경기의 연장선상으로 5회나 6회 1점을 추격하여 따라가는 상황이 그대로 5차전까지 이어지는 매우 기분
좋은 홈런에 의한 추격점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차전은 김광현대 유먼의 재대결로 멋진 투수전에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어느 팀이 주어진
찬스를 잘 살려 선취점을 내느냐에 따라 그 점수가 끝까지 유지되는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기에 홍성흔의 9회 홈런은 2차전 역전승 때 쏘아올린 2회 홈런처럼 롯데의 모든 선수들에게 긍정적 자기암시를 주어 비록
문학구장이라는 적지에서 결승전을 치르지만 SK에 비해 한결 더 여유 있게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 되어 삼성과 자웅을 겨룰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1992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것이 SK의 삼성과의 리턴매치보다 롯데의 20년만의
우승이라는 이슈가 더 매력적일 것으로 보여 5차전 승리 팀은 롯데가 된다면 더 이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즐기고 있을 삼성은 이제 긴장모드를 풀어도 될 것으로 보여 롯데로서는 4차전에서 끝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이고 SK로서는 2차전 다 잡아 놓은 경기를 내 준 것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다해도 삼성이 손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여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지도 모른다.
5차전 그 운명의 터널을 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팀은 어느 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