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3. 08:05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을 지나 돈내코 탐방안내소까지는 9.1km로 편도 4시간3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돈내코탐방안내소까지는 점심시간 포함해서 3시간 30분이 걸렸으니, 약1시간의 차이는 돈내코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하여 남벽분기점까지 역으로 올라왔을 경우를 계산한 것이 되겠다.
전반적으로 돈내코 코스는 내림길에 조망처가 별로 없어 답답하고 지루한 내림길이다.
오름길때는 기나긴 오르막이기에 적절하게 체력안배를 해 가며 오르다, 문득문득 터진 조망처에서 뒤 돌아보는 재미라도 있지만, 내리막 길에 비까지 촉촉하게 내리고 안개도 끼어 내려오는 내내 서로간의 안부만 묻고 말았다.
무전기가 모두 5대로 선두조인 글쓴이가 한 대, 중간에 산행이사가 한 대, 나머지 세 대가 중간부터 후미조까지 이어져 있다보니, 그간의 산행에서는 중간중가 간간이 들려오는 무전기 교신내용에 가끔 웃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당최 고개만 묵묵히 숙이고 걷느라고 산행이사외에는 별다른 교신이 없다..ㅎㅎ
그도 그럴것이 눈길이 아니어 아이젠을 벗었지만 미끄럽고 잘 움직이는 돌맹이들을 밟고 내려오느라 온 신경이 발 아래로만 몰려있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에 조망도 안 터지고, 눈은 없지만 비가 내려 밟은 돌마다 미끄럽기에 조심하라는 교신외에는 적막만 흐르는 돈내코가 되고 말았으며,
중간에 회원인 차약사 부인의 실종사건으로 1시간 동안 행방을 몰라 발을 애타게 동동 구르며 혹시 앞서간 다른 팀을 따라 가 버렸나 하며 안개속을 내 달리며 얼굴확인을 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자, 그럼 윗세오름대피소부터 돈내코탐방안내소까지 지루한 길을 가 볼까요?ㅎ
윗세오름 대피소에 걸려있는 산행안내도 참고..
영실 휴게소에서 부터 3.7km를 1시간 33분이 걸려 도착했으니, 안내도의 시간은 거의 정확한 것이며, 남벽분기점까지2.1km는 편도
1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회원 한 사람 실종사건으로 부리나케 달리다 보니 35분만에 주파하게 되었다. 그러니 대열의 중간기준으로 편도
1시간은 맞을 것이다.
전체적인 거리와 걸리는 시간 참고(돈내코에서 출발 남벽분기점까지로 우린 역방향으로 내려
지난해 이 거리를 3시간 10분 걸려 도착했으니, 이 시간도 거의 맞을 것이다.
(10:03)윗세오름 표지석에서 출발하려니 국공직원이 일행 전체가 한꺼번에 모여서 가야 한다기에, 글쓴이가 산악회 가이드임을 밝히고 몇 번 이 코스를 갔다고 하니 일행 전체가 아니라 대여섯명 씩 조를 짜서 출발해도 된다고 한다. 물론 글쓴이가 선두에 선다는 조건이다
돈내코 코스 출발점은 눈이 그대로 있어 아이젠을 다시 착용..
구상나무 숲을 지나 미끌미끌한 화산석 너덜지대를 밟고,
안개속을 뚫고 전진한다.
가끔 쌓인 눈 그대로 있는 동화속 구상나무의 멋스러움에 발길을 멈추고...
중간그룹의 산행이사의 손짓에도 반갑고
이쯤에서 조망이 터지는데, 오늘은 완전 꽝이다.
서귀포쪽으로는 그저 깜깜 그 자체
재 작년 12월에 이 코스를 올라왔을 때는 남벽분기점부터 시작된 엄청난 눈보라에 조망은 없었어도 신이 났었지만, 오늘은 앙끗도 없다..
(10:25)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나 홀로 가지 말라고 국공직원이 경고 했거늘..ㅎㅎ
다름이 아니라 윗세오름에서 출발할 때 한 곳에 모아서 인원체크를 하지 않고 출발한 관계로 중간에 무전교신으로 인원을 파악해 보니 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산악회 진골회원인 모약사님 부인..ㅎㅎ
남편은 무전기를 가지고 다른 회원들 챙겨야 하니 같이 따라온 아들이라도 챙겨야 하는데..ㅋ 아들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엄마를 놓친 것이다..
그 때 부터 계속 무전교신이 오가며 모약사님 부인 보신 분 빨랑 답신하라는 재촉만 오고..
하여, 아무도 못봤다고 하자 틀림없이 윗세오름에서 다른 팀을 같은 팀을 착각하고 따라 가 버린 줄 알고 이때부터 앞으로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한다. 가면서 앞서가던 팀에서 나 홀로 떨어진 여인을 세 사람을 봤는데... 체격은 비슷해도 인상은 틀리더라는.약사님 부인은 상당히 미인인데..
아니더라능...ㅋ
(10:33)방아오름샘 부근 전망대에서 도시락을 까 먹는 분들 중에도 없고..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고..
또 내달리기 시작..
그래도 찍을 것은 찍는다..ㅎ 조릿대 천국인 한라산
안개속을 뚫고 올라오는 다른 산우들에게 아이젠 착용여부를 물으니 벗어도 되고, 10여 미터 정도 미끄러운 구간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에
냅다 벗고 또 뛰고..ㅋ
재작년 들렀을 때만 해도 물로 가득했던 계곡은 지금 텅 비어있다.
(10:40)이 근처에 오니 모약사님 부인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아마 윗세오름 대피소안에 있다가 출발한 사실을 모른듯..얼마나 황당했을까..
적막강산에 나 홀로 떨어졌으니 죽기살기로 일행을 쫓아 내 달렸을 것이다. 가족상봉을 축하하는 회원들의 교신이 이어 터지고
박수소리 환호소리에 귀가 멍멍해진다..모약사님 가슴은 그간 얼마나 타 들어갔을까..15분의 시간이 억만년의 시간보다 길었을 것이다.
(10:40)남벽분기점 도착
10시03분에 출발해서 2.1km를 37분만에 주파했다. 뭐 특공대가 따로 없다..ㅋㅋ
이쯤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시계를 보니 너무 이른 점심이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이곳외에 20명이 넘은 식구가 모여 밥을 먹을 곳이 없으며,
조금더 내려가면 평궤대피소가 나오나 그곳은 10여명 앉으면 꽉 차고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산행때도 눈보라로 인해 한라산 남벽의 웅장한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운무로 인해 볼 수가 없다.
이쪽으로 해서 백록담에 올라가는 길이 있다면 돈내코 코스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으나, 아쉽게도 이쪽방면으로 오르는 길은
한라산 생태환경보호를 위해 폐쇄되어 있으며, 지금은 국공직원이 상주하며 감시하고 있다.
그나제나 남벽의 멋진 모습을 보기위해 이쪽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는데....으짤것인가. 다음을 또 기약해 보는 수밖에...ㅠㅠ
앙끗도 보이지 않는 남벽만 멍때리고 보며..
아마 이쪽으로 올라가나 보지? 길의 흔적은 희미하게 나마 있다.
남벽분기점 감시초소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도시락 까 먹고 내려가며 보니 나와 있어 깜놀했다는..
얼마나 추울까잉..난로도 없을 것인디, 식사는 하신겨? 물어볼 수도 없고...그저 수고하십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밖에..
(10:48)우리가 오늘 도시락으로 준비한 이른바 전투식량
다른 산악회 회원들은 이 한 겨울에 차가운 냉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만 따뜻한 밥을 먹으려니 영 미안하더라능..
지퍼백을 열고 발열팩을 바닥에 놓고서 그 위에 지퍼백 안에 들어있는 밥을 놓고 생수 250ml를 넣으면 된다.
그런다음 지퍼백을 닫고 발열팩 아래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 열번 툭툭 쳐 주면 금새 물이 끓는다는.ㅎㅎ
봉지가 많이 부풀어 올랐다.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95도까지 올라간다고..그렇게 15분 정도 놔두면 지퍼백 안의 밥이 익는다..
꼭 편의점에서 파는 밥과 마찬가지로 끓는 물에 넣는 이치는 똑 같다. 근다고 전자렌지에 넣을 수도 없고..
후미로 도착한 회원님들에게 오자마자 도시락에 물부터 붓고요잉..그 다음에 오느라 수고했어용..ㅋ
이렇게 따끈따끈한 밥을 먹으니 냉밥을 먹는 다른 산악회 회원님들에게 상당히 미안하더라능..
밥을 다 먹었음에도 아직 물은 끓고 있는 중..
차디찬 손을 따뜻하게 보온해 주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남은 물은 먹으면 안되겠죵?
(11:30)식사를 마치고 출발하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눈으로 내리면 얼마나 좋겠나..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몽땅 뒤 집어 쓰면서 보니...
밥 먹자고 한 50분 허비했다.ㅎㅎ 산에 오면 그저 보온밥통에 들어있는 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서 먹는 것이 최고다..
시간도 절약되고 밥도 술술 잘 들어가고...
이제 이곳 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 탐방안내소까지 7km는 기나긴 내리막 길이다.
결과적으로 돈내코 탐방안내소에 13:44분에 도착하였으니 7km를 2시간 14분이 걸린 셈이다. 이건 완죤 산악회 S코스 수준이지 않는감?
딱 떨어지는 7km...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 주차장까지 또 1km이니 정확히 8km를 빗속에 걸어야 한다.
자그마한 소(沼)를 이루던 곳도 텅텅 비어 있고
살짝 상고대가 필려고 하지만,,널 언제까지 기다리겠니..나는 간다
한라산 터줏대감 조릿대 숲을 부지런히 걷지만, 한편으로는 비로 인해 발 아래 돌들이 미끄럽기에 조심하셈..잘 못 밟으면 엉덩방아 찧어요..
아..발음도 잘 안돼..넓은드르 전망대.
이곳에서 보며 툭 터진 서귀포를 볼 수 있으련만..
앙끗도 안 보인다.
길은 엄청 미끄럽고..아이젠을 차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고민...
(12:00)평궤대피소 도착
1.7km를 30분만에 주파..이건 완죤 기록이야 기록...ㅎㅎ
미끄러운 돌맹이 길 1.7km를 내 달리지도 않았는데..이 정도면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겠다.
평궤대피소는 캄캄하지만 그렇다고 밥을 못 먹을 곳도 아니다.
남벽분기점에서 식사를 안 하고 그냥 내려간 회원들이 5명 쯤 되는데, 혹시나 하고 들여다 봤더니 안 계시더라능..
평궤대피소 안의 천정을 바라보는데..갑자기 카메라 렌즈 앞이 뿌옇게 김이 서려버린다..
이렇게 찍고 싶은 것이 아니었는데...ㅠㅠ
카메라를 카메라 가방에 넣고 우의를 뒤집어 썼더니, 밖으로 꺼내자 마자 바로 이렇게 렌즈앞이 안개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재작년 12월 스마트폰으로 찍은 평궤대피소 사진보다 더 잘 찍고 싶었는데...우쒸~~
그래서 아예 카메라를 배낭에 넣어 버렸다. 뭐..비도 오고 꺼내봤자 이렇게 또 찍힐 것이고, 그저 스마트폰이 이럴땐 최고지..
풍경사진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에 회원들이 있어 찍어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 체크용이니...
(12:14)둔비바위도착
둔비(둠비)바위는 설문대할망의 자식인 오백장군들이 한 끼 식사 때 먹었다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m인 바위로 둠비는 두부의 제주 방언.
(12:28)살채기도 도착
살채기도는 말과 소의 출입을 막아 놓은 입구라는 뜻으로 옛날 말과 소를 한라산에 방목시켰을 때 썩은 물통에서 물을 먹고 더 이상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으로 '살채기'는 나무로 엮어 만든 목책이고 '도'는 입구란 뜻이다.
우산쓰고 비옷입고 내려가는 분 들은 다른 산악회..
넌 누구니?
썩은 물통인데 언제적부터 지워졌는지..
썩은 물통은 옛날 한라산에 방목하던 소나 말들이 물을 먹던 곳인데 방목이 금지된 후 부터는 물 먹을 소나 말이 없어져 늪지대로 변했다.
이제 1km남고..
밀림입구를 지나
혼자 걷기 참으로 좋다..
이쯤에서 서귀포쪽 조망이 확 터지는데..
열심히 뒤 따라 오느라 수고혔어용..산행이사님
(13:44)돈내코 탐방안내소 도착..
이젠 스마트폰 마저 렌즈부분에 습기가 차서 희뿌옇게 나오고 만다..닦아도 닦아도~~~
충혼묘지 너머 멀리 버스가 보이고..
머나먼 콘크리트 도로를 걸어
(13:51)돈내코 탐방로 입구에 도착
영실휴게소 08:25분 출발 09:58분 윗세오름 대피소 도착 : 3.7km 1시간 33분 소요
윗세오름대피소 10:03분 출발 10:40분 남벽분기점 도착 : 2.1km 37분 소요
남벽분기점 11:30분 출발 13:44분 돈내코탐방안내소 도착 : 7km 2시간 14분 소요
돈내토 탐방안내소에서 주차장까지 0.9km를 마지막으로 최종 13:50분 도착. 총 13.7km에 5시간 25분이 걸렸으며, 맨 마지막 후미가
14:25분에 도착하여 후미기준으로는 6시간이 걸렸다.
남벽분기점에서 출발할 때 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펭궤대피소 부근부터 비로 변하여 마지막 도착할 때가지 줄곳 비가 내렸다.
모두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짙은 운무로 인한 조망이 없어 다소 지루했지만, 하산길이 비로 인하여 상당히 미끄러웠기에 단 한 사람의 부상자도 없이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친것에 감사할 뿐이다.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목포행 스타크루즈호에서 멀리 제주를 바라본다.
먼바다에 정박중인 특수선도 보고..
비 내리는 스탙크루즈호의 갑판에도 이제 조명이 켜졌다.
좌측으로 화도(관탈섬)을 지나고 추자도가 곧 나온다.
이렇게 광주문흥백두산악회와 함께한 1박2일 제주도 한라산 특별산행은 제주도의 봄소식과 꽃소식을 육지로 전달하며 더불어 비소식까지
전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비가 그치면 이제 육지도 완연한 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약간 차가운 비바람이 훈훈하기만 하다.
3등 선실에 돌아와 보니 모두 피곤했는지 일부는 곤히 자고...ㅎ 일부는 아직 여운을 못 잊어 바닷바람을 벗 삼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또 일부는
테라스에서 아쉬운 제주와의 이별주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제주 1박2일 짧은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지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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