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명산)담양 병장산 편백숲길따라 정상으로 가는길.

2011. 10. 21. 23: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담양10경중에는  무려 3개가 산이름이 들어가 있다.

     추월산, 병풍산, 삼인산이 그 산들로 모두들 10경에 들만한 합당한 이유와 자랑거리가 있다.

     용면 월계리에 있는 추월산 (731m)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 4호이자 전라남도 5대 명산 중의 하나이다.

     멀리서 보면 한일자(一)자 능선과 깎아세운 듯한 절벽이 주는 남성스러운 멋으로 외관상 유명하다면  그 속내는 수 많은 수림과 기암괴석,  가을단풍, 절벽위 보리암,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담양호의 물안개로 유명하고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때의 치열한 격전지,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항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수북면에 있는 병풍산(822.2m)은 담양군의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으로  산세가 병풍을 둘러놓은 모습과 비슷하고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으로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이고 추월산, 담양읍내는 물론 지리산까지 조망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전면에 있는 삼인산(564m)은 이성계의 건국신화와도 관계가 있는 천신제를 지낸곳으로 풍수지리적으로도 최고의 명당자리가 있는 삼인동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매년 병풍산신선대와 같이 새해 첫날 해돗이로 유명한 곳이다.

     그렇지만 오늘 가본 병장산은 그들 산의 유명세에 밀려 오르는이 별로 없는 변방의 산으로 잊혀져 있다가 최근 들어 병풍산자락의 홍길동우드랜드 편백숲에서

     출발하여 병장산허리를 휘감아도는 편백숲길이 건강웰빙길로 소리소문없이 알려지면서 차츰 주변지역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일에도 호젓한 숲길에는 피톤치드향을 맡으며 걷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병장산은 광주와 가깝고 또 편백숲도 잘 가꾸어져 있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병장산으로 가는 편백숲길을 따라 병장산으로 올라 불태산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기위한 산행을 10월19일 나홀로 나섰다.

     이미 이 코스로의 산행은 병풍산산행(9.24일)과 병풍산투구봉(신선대)산행(10.3일)에 나서면서 장엄하게 펼쳐진 불태산의 암벽을 바라보고 계획했던 코스다.

     오늘은 한재에서 임도를 따라 병장산에 올라 다시 한재로 내려서며 불태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보는 것으로 끝나고 이어 다시 한재에서 불태산 종주길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산투구봉(신선대)에서 바라본 병장산의 모습이다.

     시월초에 이 투구봉 바위위에 앉아 마치 삼인산처럼 우뚝솟은 병장산을 바라보며 이 산이 병풍지맥의 주요산임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중때문에

     후참에 불태산종주길에 나설때는 반드시 이 산을 올랐다가 가야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병장산을 찾아 올라가게 되었다.

 

     병풍산투구봉(신선대)에서 바라본 병풍지맥의 병장산과 불태산의 멋드러진 모습들...

 

     광주 일곡지구에서 담양대전면을 지나 장성백양사로 가는 708번 지방도로를 따라 한재로 가는 길목에 병장산과 불태산천봉 사이로 솟은 달이 잡혔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달이 산 중턱에 걸치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여 마치 술레잡기를 하자고 덤비는 모습처럼 아침달은 개구쟁이다.

     한재에 도착하니 이미 길 양편으로 많은 차량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차를 세워놓은 사람들은 가까운 병풍산 신선대에 오르거나 병풍산 만남재까지 가는 임도, 그리고 홍길동우드랜드로 이어지는 임도, 병장산을 끼고도는

     임도의 편백숲을 따라 산행길에 나서는 사람들이다. 한재에 있는 쉼터의 화목난로 연통에 연기가 모락모락 풍기는 것이 아직은 쌀쌀한 아침이다.

     차량출입을 막는 철재출입문옆 코스모스사이로 사람이 드나드는 길이 있다. 그 길로 들어서면 좌우로 빽백히 들어선 편백숲길을 따라 약 4km에 이르는 임도가

     나온다. 중간에 약 3km지점에서 임도가 둘로 갈려 왼쪽길로 1.2km정도 더 가면 병장산의 들머리가 나오고 계속 직진을 0.7km하면 임도의 막다른 길이 나온다.

     병장산을 오르지 않고 숲길만 나선다면 직진하여 막다른 길까지 다녀오면 되고 조금이나마 운동량을 늘리려면 병장산들머리까지 다녀오면 된다.

 

     왼쪽으로는 병장산자락에서 들리는 풀벌레소리가, 오른쪽으로는 골을 타는 바람에 실려오는 피톤치드향이 스테레오로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길은 걷기편한 시골길처럼 중간중간 잡풀들이 돋아나 있지만 굳이 등산복에 등산화차림이 아니어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다만 병장산으로 오르기 위한 갈림길 좌측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없다 보니 잡풀이 발목까지 차 올라 운동화차림으로는 좀 곤란하다.

 

     우측으로 월성제가 보이고 그 옆의 우뚝솟은 송대봉(451m)에는 또 다른 편백나무숲인 장성홍길동우드랜드가 있다.

     그곳 역시 대낮에도 캄캄할 정도로 편백숲으로 둘러쌓여 아는사람만 아는 숲길 산책로가 나있다.

     좌우로 예전에는 빽빽했을 편백숲이건만 최근 벌목과 간목을 하여 말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는 모습이다.

 

     한재 쉼터에서 약2.8km정도 오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콘크리트포장이 된 진입로로 가면 병장산 들머리가 나온다.

     콘크리트포장로는 커브길구간에 미끄러지지 않게끔 약20여미터만 포장이 되어있고 나머지 구간은 흙냄새 풀풀  풍기는 시골길이다.

     갈림길에서 약1.2km정도 가면 또다른 갈림길이 나오나 개의치 않고 계속 직진하면 병장산들머리인 안부가 나온다.

     갈림길과 들머리에는 눈에 안띨 정도로 작은 병상산이라 쓰인 조그만 표지판이 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다 보니 쉼터에서도 그렇고 군데군데 안내도나

     이정표 하나 없는 미개척된 산행코스다 보니  마땅히 물어볼곳도 없고 순전히 주변 산책중인 어르신들의 설명에 따라 여기까지 왔다.

     한재 쉼터에서 여기까지 약4km를 1시간만에 왔다. 보통 평지에서 빠른속도로 걸을때 1시간이면 4.5km를 갈 수 있기에 그만큼 병장산의 임도는 아주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어 평지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이 임도의 편백숲길에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길이 끝나는 들머리에서 병장산으로 오르는 길은 희미하지만 자세히보면 오래전에 사람이 다녔을 흔적이 곳곳에 있기에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찾아갈 수 있다.

                              낙엽이 깊게 쌓여 가끔 흔적이 없어질때마다 나타나는 것은 산악회표시기 대신 나무에 묶어 놓은 빨간색 비닐테이프다.

                             산악회 표시기는 몇개보이지 않지만 정상까지 찾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낙엽속에 묻힌 길을 따라 3분여 올라가면 비바람에 문대져 식별이 어려운 제단이 있는 묘가 나오고, 묘뒤로 광주우보회의 빨간색 표시기가 눈에 띤다.

    표시기를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3분여 더 가면 무명묘가 한 기 나온다.

    앞에 있던 묘는 시계가 확보된 전망좋은 터에 자리잡았지만 뒤의 무명묘는 터는 양지바른 곳이지만 나무가 조망을 가로막아 답답한 느낌이 든다.

 

                              군데군데 빨간비닐테이프를 나무에 묶어놔서 정상까지는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다만 길이 낙엽에 파묻혀있다보니 미끄럽고 경사가 좀 있는 곳엔 로프시설도 없어 병장산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임에도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재 쉼터에서 임도를 따라 4km를 1시간만에 도착하고 병장산바로 밑 안부에서 정상까지는 약20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바라본 불태산자락이다. 사는 곳에서 항상봐왔던 불태산의 앞모습이 도전적이고 호전적인 암릉지대라면 뒷모습은 한 없이 넓게 퍼진 산자락에서

     어머니의 치맛폭을 생각나게 만드는 따스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병장산 정상은 서너평 정도되는 공간이 있어 충분히 쉬면서 사방팔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좌측으로는 병풍산의 뒷모습과 추월산을, 우측으로는 불태산의 뒷모습을, 정면으로는 어디서봐도 동일한 모습인 무등산을 보여준다.

                      병장산의 산세가 주변산에 비해서 밀리는 것은 정상석이 없기때문일까?

                      저렇게 나무에 병장산685m라고 써놓아 땅에 박아놓은 것이 전부일 정도로 초라하지만 좌우로 담양과 장성의 이름높은 산들의 뒷모습을

                      조망하고 또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병풍지맥의 주요산으로서의 명맥상 이름은 초라하지 않다.               

 

     병장산 정면으로 무등산이 조망된다. 좌측으로는 병풍산과 삼인산이 우측은 불태산 자락이다.

 

     병풍산의 뒷모습도 불태산처럼 완만한 산자락이 꼭 어머니 치맛자락을 닮았다. 멀리보이는 추월산의 한일자(一)자 능선이 보이고 아스라히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남덕유산이지 않나 싶다.

 

     병장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불태산쪽으로는 낭떠러지고 병풍산쪽 숲속으로 길이 희미하게 나 있어 내려서니 비교적 뚜렷한 길이 나온다.

     20여분 내려서면 길이 두갈레로 갈리는데 오른쪽으로 산악회표시기가 있는 것이 아마도 이쪽으로 내려서면 불태산으로 가는 방향이지 않나 싶다.

     좌측으로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한재 쉼터방향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이 나올 듯 하다.

    그러나 비교적 확실한 길로 들어서지만 마지막으로 잡목이 우거진 곳에서 표시기가 행방불명되고 길이 안보인다.

     경사면을 급하게 내려서는 길에 달랑 표시기 하나 있을 뿐 내려가는 길이 등산로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길의 흔적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목측으로 한 200여미터 내려가면 산기슭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무리수를 두어 길도 없는 가시덩쿨사이를 스틱으로 헤쳐나가며 길을 뚫어보지만

     역부족을 느낀다.  발목을 잡아당기고 옷가지를 붙들고 늘어지며 순간순간 가시돗친 넝쿨들이 얼굴을 후려치며 왜 이쪽으로 왔냐고 무섭게 덤벼든다.

     산기슭을 다시 기어올라 바위위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지만 헤집고 내려갈만큼 숲이 터진 곳이 없고 온통 속이 캄캄한 입을 벌리고 어서오라고 희롱하고 있다.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흔적이 끊어졌던 곳으로 가고 싶지만 상당한 급경사길을 긴 시간 내려왔고 또 올려다 보니 뒤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화도 안터지는 깊은 숲속에서 또 다시 길을 잃고 헤매는 꼴이, 영낙없이 지난 9월24일 삼인산을 거쳐 병풍산에 올라 용구산-투구봉-차일봉-궁산제로

     하산할려다 용구산에서 길을 잘못들어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로 하산한 씁쓸한 기억으로 되살아 온다.

 

     약40여분을 가시넝쿨사이로 길을 만들면서 내려서니 그늘사이로 뚜렷한 길의 흔적이 나온다.

     아마 이 길은 한재 쉼터에서 불태산으로 가는 길이 맞을 것이다. 일단 정상등산로를 찾아 안심이 되지만 숲길을 뚫고 내려서느라 체력이 방전이 되어

     우측으로 난 길을 어느정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내려서는 왼쪽길로 접어들어 병장산의 날머리를 찾아 나선다. 

 

적색선이 오늘 병장산 산행길이며 병장산 정상에서 내려서면서 노란색 선으로 하산하여 불태산으로 가야하나 표시기를 잃어버리고 적색선을 따라 길도 없는

       가시넝쿨길을 뚫고 내려섰다. 아래 불태산으로 올라서는 두 개의 노란선중 적색선과 만나는 등산로는 약40여분을 가시넝쿨과 사투를 벌이면서 내려서다

       만난 길이고 그 아래 노란선은 쉼터 아래 정상농장으로 난 임도길을 따라 불태산과 병장산의 안부로 올라서는 길이다.

       그리고 병장산 정상에서 내려서다 만난 갈림길 좌측은 사진에서 보듯이 우측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한재 쉼터의 주인장에게 물으니 지금 내가 나온 이 길은 불태산으로 가는 길이 맞고 바로 아래 정상농원을 통해서 올라가도 된다고 한다.

     다만 병장산 정상에서 한재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다라고 하니 어느것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떤이는 내려서는 길이 있다하고 또 어떤이는 없다라고 하니 열심히 병장산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서 길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 하지만 사진으로 보면 

     완만하게 보이는 능선에 길이 있지 않나라는 추정만 해 볼 뿐이다.

 

     오늘 담양의 무명산이나 다름없는 병장산을 오르면서 또 한번 길을 잃고 만 길치임을 드러내고 말았다.

     홀로가는 산행에서 두 번째 길을 잃고 만 것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지 못했고 또 변변한 산행지도도 지참하지 않고 동네 뒷산 오르듯이 편한 마음으로

     갔기때문이다. 다행히 등산화와 모자, 윈드자켓으로 몸을 보호하고 장갑과 스틱으로 손을 보호한 것이 가시넝쿨을 뚫고 40여분을 내려왔음에도 상처하나 없이

     내려설 수 있었다. 임도를 따라 걸으면서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혼자산행은 좀 위험할 것인데'라는 말씀들을 내 뒷전에 하셨는데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산도 나즈막한데 무슨 일 날라구요"라고 인사했던것에 대한 반성을 지금 뼈저리게 하고 있는 중이다.

     가시덤불사이를 헤집고 깊은 낙엽속에 발목이 푹푹빠지고 수차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찔뻔한 일을 겪으면서 혹시라도 발목이 삐끗하거나 넘어져 날카로운

     나뭇가지나 바위에 허리라도 다치면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산은 절대 혼자 다녀서는 안된다..하지만 난 또 혼자갈지모른다. 산악회산행때에도 거의 홀로 다닌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산이 좋아서 여기저기 들여다 보니 홀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늦지않게 따라붙기에 내일도 모레도 홀로 다닐 것이다.

     산에서 느끼는 내 감정에 충실하고 또 산이 주는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늘상 뒤에 쳐지는 것은 산이 날 붙잡기때문이다.

     언제나 그 부름으로 부터 진정한 자유를 느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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