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명산)눈폭풍속에 갇힌 한라산 윗세오름(남벽분기점~어리목탐방안내소)

2011. 12. 9. 02: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한라산 백록담 남벽분기점 부근의 기상변화는 실로 놀랍다.

  평궤대피소에 불어닥친 폭풍에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냉기를 가득담고 빠르게 남벽을 스쳐 지나가는 폭풍의 두께는 잴수가 없다.

  싸리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금새 우박으로 변하여 얼굴을 때리고, 다시 얼음 알갱이가 온 몸을 때린다.

  그러더니 엄청난 눈보라를 일으키며 함박눈을 펑펑 쏟다 붓는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백록담 남벽의 수직절벽은 눈폭풍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고 몸을 가누기에도 힘이 든다.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까지는 2.1km에 1시간정도 걸리지만 바로 앞도 안보일 정도의 눈보라가 몰아쳐서

  순식간에 발목까지 눈이 차오른다. 예년이면 벌써 몇번은 왔어야 할 눈이지만 이상고온현상으로 올해 첫눈을 구경못하다가

  바다 건너 한라산 남벽앞에서 첫 눈 치고는 아주 센놈을 만난것이다.

 

  그런점에서 아주 고생은 했지만 한라산에서 첫 눈을 만난 것은 내게는 아주 행운이었다.

  행운의 첫 눈을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에서 만나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나를 포함하여 약20여명에 이른 그날 윗세오름에서 만난 행운의 산님들...모두들 어린애마냥 즐거운 산행길은 계속 이어졌다. 

  

  남벽분기점 전망대에서...

 

  남벽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바라보지만 천인단애의 수직절벽은 보이지 않고

  눈보라만 남벽에서 불어올 뿐이다. 

 

 

  (12:03)이제 윗세오름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숲 바깥은 거친 눈보라로 눈도 못 뜰 지경이지만 구상나무 숲속으로 난 데크길은 아늑하게만 느껴진다.

  겨울장갑과 얼굴보온가리개 등을 배낭에서 꺼내어야 하나 가방깊숙히 넣어놔서 꺼내기도 힘들다.

  아까 평궤대피소에서 배낭 맨 위쪽에 내놔야 하는데 생각이 짧았다. 남벽분기점 근처의 기상변화는 평범을 벗어난다.

  즉각 대응할 수 있게끔 겨울용 아이잰, 스페츠, 얼굴가리개와 내피 등을 꺼내 놓고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직 나의 복장은 겨울용 티셔츠에 고어텍스외피 하나 달랑 걸쳐입고 모자도 초겨울용모자, 장갑도 가을용장갑이다.

  더군다나 아이잰하고 스패츠도 깊숙히 넣어놔서 찾기도 힘들다.

 

  아직은 아이잰 차지 않고도 다닐 만 하다.

  그러나 손끝과 얼굴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시렵다.

 

  (12:11)방아오름전망대.

  오름모양이 방아처럼 생겼다해서 붙은 방아오름을 바라보는 전망대 ..

  전망대에서 윗세오름쪽으로 몇발자국 가면 오른쪽으로 방아오름샘이 있다.

  그러고 보니 평궤대피소에서 간식을 먹으며 뜨거운 물 두어모금 마신것 외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한 여름이면 지금쯤 벌써 물통 두어개는 비우고 말았을 것이다.

 

  (12:11)방아오름전망대.(불쌍한 장갑과 얼굴가리개도 없이

  온몸으로 눈보라와 맞선 후 얼굴이 푹 삭아버렸다.

 

  방아오름샘의 물은 아마 백록담에서 부터 발원될 듯...

 

  (12:30)도저히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눈이 쌓인다.

  계단길도 있어 아이잰을 차지 않고는 제대로 된 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그래서 숲길 모서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아이잰과 얼굴가리개, 그리고 장갑까지 꺼내 가울복장에서 겨울복장으로 중무장을 한다.

 

  눈보라를 피해 잠시 피신하여 중무장을 한 숲길계단에서 걸어온 길을 보고...

 

  그리고 가야할 길도 내려본다.

 

  나무들은 벌써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를 향해 모두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고...

  앞선 님들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은 내린 눈으로 금새 없어져 버린다.

 

  계곡을 따라 음습한 눈보라가 몰아쳐오고...

 

  (12:53)그럼에도 난 눈보라에 맛저 셀카를 시도한다.

 

  고사목에도 얼음조각은 들어붙고...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까지의 아름다운 숲속길을 온통 눈세상으로 만들어버린...

 

  그 멋진길을 지금 보고 있다.

 

  (13:02)남벽분기점에서 1시간 걸려 윗세오름휴게소까지 왔다.

  남벽분기점은 해발 1,600m, 윗세오름은 해발1,700m이다.

 

  여기서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그러나 윗세오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선 길에 아래로 난 길을 무작정 따라나가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윗세오름에서는 길이 두갈래로 갈리는데 하마트면 영실로 내려설 뻔 했다. (영실은 아마 윗세오름 휴게소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지 않나싶다.)

  엄청난 두께의 눈보라로 인해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확인도 하지 않고 남벽분기점에서 내려서는 길의 직선방향으로 내려서고 말았다.(결론은 제대로 갔다.)

  하지만 한참을 내려간 뒤에야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갈려서 잠시 망설였지만 영실이든 어리목이든 일단 내려서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내려갔다.

 

  신기루처럼 보이던 윗세오름대피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제 여기서 점심을 먹고 다시 중무장을 한 다음 어리목으로 내려간다.

 

  (13:05)윗세오름휴게소안에는 수증기가 가득하다.

  이곳은 3군데 탐방안내소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인해서 장마당처럼 북적댄다.

  점심도 먹고 또 눈보라에 대비해서 비닐옷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

  현재기온니 영하3도에 강수량이 4.5mm에 풍속이 0이라고 되어있지만 저것은 틀린것이다.

  직접 몸으로 체험한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까지의 기상은 영하10도(체감온도 영하20도), 강설량 20센티미터, 풍속은 초속 30m정도되는 태풍급이다.

  어디를 근거로 풍속이 0 인 기상안내도가 나왔는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점심으로 준비한 삼각김밥2개와 샌드위치1개 그리고 우유500ml가 오늘 점심메뉴다.

  어제 밤에 편의점에서 모두 구입하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보냉팩에 담아왔더니 먹을때 꼭 얼음을 씹는 것 같다.

  다행이 호텔에서 나오면서 보온물통에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뱃속의 찬기는 어느정도 해소되었지만 휴게소까지 온 마당에

  뜨거운 사발면에 삼각김밥을 먹었더라면 몸 보온은 조금 낫지 않았을까 싶다.

  (13:29)내피를 꺼내 몸을 보온하고 스패츠도 두른다. 땡땡 얼어붙은 외피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얼어붙은 모자와 바지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이제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e산경표에 윗세오름대피소의 해발고도가 1,685m로 표시되어있다.)

 

  기온이 영하3.1도로 내려갔다.

  북적대던 휴게소에서 눈보라에 맞설 준비를 차분히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대피소를 떠나며 다시 텅 비어가고...

 

  준비를 못 마친 사람들은 몇몇이 남아 눈보라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13:42)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

  왼편으로 내려서는 사람이 보이고 난 그 길이 어리목인지 영실인지 확인도 않고 무작정 그 길로 내려서고 만다.

  가는 방향의 이정표도 이부분엔 없다. 그저 남벽쪽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는...

 

  ㅎㅎ 그와중에도 셀카는...

  아예 안경을 벗어버렸다.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곳은 잘 보여도 1미터 앞부터는 잘 안보인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안경에 성애가 끼고 눈이 달라붙어 안쓰는것이 훨씬 낫다.

 

  만세동산(1,606m)근처에서는 카메라도 언다...

  배낭허리에 매단 조그만 카메라집에 넣고 다녔더니 얼어붙어서 전원스위치가 작동이 안된다.

  카메라를 꺼낼때마다 번거러워서 배낭허리벨트에 카메라집을 밀어넣고 편하게 거기서 넣다 뺏다 했더니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아 작동불는상태까지 오고 만 것이다.

  한참을 품속에 넣었다가 꺼내서 찍고 다시 품속으로 들어가는 카메라를 보니 영낙없는 내 두번째 옆지기다.

 

  나무에 들러붙은 눈이 금새 얼음이 된다.

  상고대를 기대했건만 상고대 대신 얼음이 잔뜩 들어붙은 나뭇가지가 상고대를 대신한다.

 

  (14:13)고도를 낮추어 1,500고지를 내려서지만 제대로 된 이정표는 아주 드물다.

  나머지는 모두 눈폭풍에 휘말려 제 모습을 찾기 힘들다...

 

  (14:21)사제비동산(1,423m)....

  사실 어리목코스는 영실코스와 같이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몽땅 담고 있는 코스라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눈보라로 인해 그 멋진 광경을 하나도 볼 수가 없다.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길도 눈길에 파 묻혀있다보니 아이잰을 차고도 아주 편하다.

  이런 너덜길은 내림길에 무릎과 발목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눈속에 파묻힌 너덜길은 아이잰만 차면 그리 위험한 길은 아니다.

  오히려 눈이 쿳숀역할을 하여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사제비동산의 샘물...

  눈은 펑펑 내려도 샘물주위는 여름분위기다.

 

  1,300고지를 내려서지만 아직 등산로엔 수북히 눈이 쌓여있다.

 

  (15:05) 어리목 탐방안내서 1km정도를 남겨놓고는 눈이 우박으로 바뀌고, 다시 우박이 비로 바뀐다.

  아이잰과 스패츠를 다시 배낭에 집어넣고 가는 빗줄기가 계속되는 내림길을 내려서지만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는 지금도

  눈보라가 몰아치며 폭풍의 길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이 텔레비젼 뉴스에 오늘 이쪽에 30센티미터 가까이 눈이 내렸고 내일도 30센티미터정도의 눈이 더 내린다고 하여

  내일 영실코스로 해서 윗세오름에 오르는 것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다리를 건너 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간다.

  선경의 경계선상에 서 있는 다리밑으론 역시나 마른계곡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

 

  (15:13)어리목탐방로 끝이 저 멀리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올 때 기계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차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리목탐방로 입구에서 공사중인 사람고 차량으로 인한 소음이었다. (확실히 그 다리는 신선이 사는 곳과 속세와 구별이 되는 다리임에 분명하다.)

 

  윗세오름대피소(1,700m)에서 어리목탐방안내소(970m)까지의 거리는 4.7km에 하산시간은 1시간30분...

  너덜길구간이 눈에 파묻혀 아이잰을 차서 내려서는데 불편이 없었고 부드러운 흙길에선 가랑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리목탐방안내소가 있는 곳엔 어승생악 탐방로도 있다.

  어리목관리소 이정표를 보고 어승생악탐방로 표시가 난 기리로 30여 미터 가면 탐방안내소과 함께 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이곳은 내일 영실탐방안내소에서 윗세오름으로 올라서 어리목으로 내려서는 길에 들를 예정이다.

  이곳에서 어승생악(1,169m)까지는 1.3km에 편도 30분이 걸린다.

 

  (15:40)어리목까지 600m를 남겨놓고 콜택시를 불렀다.

   서귀포에서 출발한 버스가 영실을 들러 거기서 출발하는 시간이 15:16분, 16;36분이다.

   여기서 1100도로까지는 도보로 10여분. 이미 15:16분에 영실을 출발한 버스는 지나갔을 것이다.

   한 시간 이상을 1100도로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침에 택시를 타면서 물어보니 어리목에서 제주시내까지는 15,000원, 영실에서 제주시내까지는 20,000이란다.

   한달전 시내 호텔에서 성판악휴게소까지 택시요금이 15,000원정도 나왔고 관음사로 하산하여 시내호텔까지의 택시요금도 15,000원이다.

   다만 시내에서 돈내코안내소까지의 택시요금은 30,000이라한다.

 

  나처럼 혼자 산행에 나설때는 택시비 부담이 없지 않지만 시간과 비용의 상관관계는 택시비의 부담을 가볍게 날려버린다.

  어리목에서 10분을 도보로 이동하여 한 시간을 기달렸다가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가서 택시로 다시 호텔로 오나...

  여기서 콜택시를 불러 호텔까지 편하게 가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다.

  더군다나 일행이 두세명 있을때는 산행들머리까지와 날머리에서 호텔까지는 콜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훨씬 더 이롭다.

 

  그렇지만 오늘 돈태코탐방안내소까지 가는 516도로는 버스도 많고 터미널에서 첫차 출발도 빨라 1시간정도 버스이동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서귀포 과학고 앞에서 3번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을 더 기달려야 하므로 서귀포 콜택시를 부르면 서귀포과학고앞에서 충혼묘지입구까지

  5,000원이면 간다고 하니 괜시리 3km이상을 걷는데 허비하지 말자.

  한라산은 통제소가 있어 출입시간을 넘기면 올라갈 수가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출입통제소까지 이동하는 수단은 금전적으로 계산하면 안된다.

  특히 성판악으로 올라가는 산님들은 성판악휴게소입구가 통제하는 곳이 아니라 7.3km를 3시간을 더 올라가는 곳에 있는 진달래휴게소가

  통제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벽분기점---------------------------윗세오름----------------------어리목탐방안내소

  (12:03분 출발)   1시간(2.1km)          (13:02분 도착,13:42분 출발)   1시간31분(4.7km)     (15:13분 도착)     하산길 6.8km 2시간31분 소요됨.

 

  (폭설로 영실코스를 오르지 못하고 산굼부리로)편에서 계속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00도로방향 출발및 돌아오는 시간표
제주출발 어리목 영실 중문 영실 어리목 제주도착
오전 8:00 오전 8:34 오전 8:49 오전 9:15 오전 9:36 오전 9:55 오전 10:25
오전 9:00 오전 9:34 오전 9:49 오전 10:15 오전 10:36 오전 10:55 오전 11:25
오전 10:00 오전 10:34 오전 10:49 오전 11:15 오전 11:36 오전 11:55 오후 12:25
오전 11:00 오전 11:34 오전 11:49 오후 12:15 오후 12:36 오후 12:55 오후 1:25
오후 12:20 오후 12:54 오후 1:09 오후 1:35 오후 1:56 오후 2:15 오후 2:45
오후 1:40 오후 2:14 오후 2:29 오후 2:55 오후 3:16 오후 3:35 오후 4:05
오후 3:00 오후 3:34 오후 3:49 오후 4:15 오후 4:36 오후 4:55 오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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