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5. 07:04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시즌 8위로 끝난 무등구장 고별전
KIA 타이거즈는 오늘 넥센과 가진 2013시즌 최종전에서 7회까지 3대3으로 버텼으나 8회 심동섭이 2실점, 9회 윤석민이 3실점을 더해 결국 3대8로 속절없이 패하며 내일 경기와 관계없이 신생팀 NC에 7위를 내주고 8위로 시즌을 마쳤다.
경기 전부터 넥센은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닥치고 승리를 해야 했으며, KIA 역시 호남야구의 상징이자 성지인 무등경기장에서의 역사적인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여 시즌 7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목표에 대한 절박감은 넥센이 KIA보다 훨씬 더 강했다. KIA는 10승에 마지막 도전하는 선발 양현종이 6회까지 9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QS를 달성하였으나 양현종 이후 나온 빌로우가 볼넷 2개, 바뀐 투수 신승현이 볼넷 1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이 패착이 되었다. 물론 무사 만루에서 신승현의 호투로 1실점으로 막았지만, 패배의 기운은 그때부터 싹이 트기 시작하였고 7회 말에 동점을 만든 다음 계속된 2사 1, 2루 찬스에서 나지완이 범타로 물러나며 경기 분위기를 KIA로 돌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8회에도 심동섭의 볼넷 2개가 2실점으로 연결되었으며 9회에도 윤석민이 2사 후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 보낸 것이 화근이 되어 모두 3실점을 더했다. 오늘 KIA 투수들이 허용한 볼넷은 모두 8개로 KIA가 때려낸 안타 수에 단 1개가 적었을 뿐이다.
또한, 넥센이 1점을 내면 KIA가 1점을 만회하는 추격양상이 7회까지 계속되어 8회에도 1실점으로 막았다면 기적적인 만회점에 이어 역전득점을 올릴 가능성이 높았으나 1루수 황정립이 투수 앞 땅볼때 1루를 비워버린 본헤드 플레이로 추가점을 더 내 주어 추격의 힘을 상실한 것도 결정적 패인이 되었다.
7회 뒤바뀐 운명의 투수교체
선발 양현종이 6회까지 9피안타와 2볼넷을 내 주는 등 마지막 등판에서 투구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2실점(1자책)으로 막아 그런대로 제 몫은 해 주었다.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어 투구 수가 늘었지만, 최고 152km에 이른 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누르려 애를 썼다. 하지만, 팀 타선이 끝내 역전에 실패하여 10승이 좌절되었으며, 7회 양현종에 이어 나온 투수가 빌로우라는 것이 뜻밖이었다. 빌로우는 양현종과 같은 좌완으로 볼 스피드가 양현종보다 5km 정도 낮아 양현종의 속구에 눈이 익은 넥센 타자들에게는 딱 치기 좋은 먹잇감밖에 되지를 않았다.
송은범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같은 유형의 투수인 선발 윤석민의 뒤를 이어 곧바로 불펜 등판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빌로우 역시 같은 좌완 양현종 뒤를 이어 나온 우를 또다시 범하고 말았다.
차라리 양현종 다음으로 신승현을 올려 7회를 책임지게 하고 빌로우는 원 포인트로 사용한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7회 빌로우보다 사이드암 신승현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윤석민의 등판도 잘못되었다. 이미 경기의 추가 기운 9회 윤석민을 왜 올렸을까? 윤석민은 이미 어제 두산과의 경기에 2이닝을 던져 홈팬들에게 고별인사를 하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좋으나 윤석민의 이틀 연속 등판은 자제한 것이 더 나았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몰라도 윤석민은 어제 두산과의 경기 전까지도 팔이 아파 불펜투구를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윤석민의 등판을 보니 과거 조범현 감독 시절 준플레이오프에서 9회 승패와 관계없는 경기 마지막 타석에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을 대타로 내세운 것과 오버랩이 된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타석에 팀 최고참 이종범을 대타로 내세운 것은 이종범을 욕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 윤석민도 같은 맥락에서밖에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물론 윤석민은 최선을 다했다. 칠 테면 쳐보라는 듯 팔 부상에도 강력한 직구를 연이어 던지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결국 3실점을 더해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윤석민의 등판이 본인이 원했는지, 아니면 선 감독의 지시로 등판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타이거즈 에이스로서 이제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윤석민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 미안스러울 따름이다.
이제 타이거즈 선수로 오랜 시간 타이거즈를 위해 뛰었으니 더 넓고 멋진 야구의 본고장에서 멋있는 도전을 이어가 타이거즈 팬들을 기쁘게 해 주길 희망한다.
총평
시범경기부터 1위를 질주한 타이거즈가 4월을 1위로 마치더니 매월 순위가 떨어져 결국 최종순위는 8위가 되고 말았다.
신생팀 NC에도 밀렸으며, 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도 못했다.
선발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2군 선수였기에 8위라도 한 것이 다행일까?
올 시즌 8위라는 성적은 9월 초순경부터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충격은 덜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도 올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충격적이다.
주력 선수들이 FA와 군입대로 팀을 떠나고 키워놓은 선수는 없으며, 2군 선수들의 평균 기량이 다른 팀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도 내년 시즌을 힘들게 한다.
사실이 이럴진대 무슨 희망이 있어 2014년에는 더욱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힘 든다. 이미 가을 야구 탈락 시점인 9월 후반에 나왔어야 할 선 감독의 사과가 오늘 8위로 시즌을 마치는 마지막 날에 나왔다.
선동열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4시즌까지로 이제 KIA는 내년부터 새로운 야구장에서 경기를 가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무등야구장에서 역대 세 번째 8위로 시즌을 끝냈는데 이제 역사 앞으로 새롭게 탄생할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014시즌 성적이 좋지 않다면 타이거즈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선동열은 기억될 것이다.
simpro의 단상(斷想)
오늘 경기는 시즌 최종전으로 타이거즈는 입장료 1+1행사와 더불어 타이거즈 숍 모든 제품을 30%할인하는 행사로 팬들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올 시즌 후 KIA를 떠날 예정인 선수들이 모두 나와 팬사인회를 가졌으며, 그동안 단체 군무에 익숙했던 치어리더들이 매회 한 명씩 나와 개인기를 마음껏 발산하였고 호돌이들의 단체 군무로 무등구장 마지막 경기를 관전한 팬들에게 기억에 남을 팬서비스를 했답니다.
경기 종료후에는 무등구장 그라운드를 개방하여 많은 팬들이 무등구장 잔디를 직접 밟아보는 시간도 가졌네요. 넥센에 승리를 거두었다면 이런 행사들이 더욱더 빛을 발했겠죠?, 하지만, 석패도 아니고 참패를 당해 모두들 씁쓸해 했답니다.
밤 11시가 넘어 무등구장의 조명탑은 하나씩 꺼졌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무등야구장을 떠나기 싫어하는 광주 야구팬들의 아쉬움은 매우컸답니다.
오늘 야구장 스케치는 따로 포스팅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예정입니다. 그동안 KIA타이거즈를 응원해 준 팬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내년 시즌 꼭 우승으로 이 한을 풀어주길 기대합니다.
simpro의 프로야구에서는 계속해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등을 리뷰할 예정이며, KIA타이거즈의 훈련내용과 선수들 연봉재계약 등 내년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꾸준히 팬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야구 이야기 > 프로야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동열 감독의 결단이 필요하다.(이순철 해임에 대한 단상) (0) | 2013.10.07 |
---|---|
프로야구 2013 정규시즌, 마지막 날 소회 (0) | 2013.10.06 |
거짓말 같은 역전패 KIA, 모든 것을 잃었다. (0) | 2013.10.04 |
딸에게 바친 감동의 완투패, NC 에릭. (0) | 2013.10.03 |
8년 불펜 박경태, 팀을 구한 데뷔 첫 선발 승. (0) | 2013.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