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0. 01:19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임진년 새해 첫 산행은 지리산천왕봉이다.(2012년 1월7일)
작년에도 3번 지리산을 올랐지만 지리산으로 가는 산행이 있을때 마다 주저없이 나서는 것은
작고하신 부친과 빨치산 이현상과의 지리산 인연때문이다.
부친의 젊은 혈기가 펄펄끓어 넘쳤을 지리산으로의 산행에서 부친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당신의 발자취를 찾아보며
전투중에 있었을 수도 없는 이현상과의 조우때마다 서로간에 죽고 죽이는 혈전이 이어진 빨치산토벌작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지리산 곳곳으로의 여행은 아직도 내겐 많은 숙제로 남아있다.
51년 5월 이현상주재하에 남덕유산 송치골에서 열린 남한6도 도당위원장회의에서 남부군 총사령관으로 추대된
이현상은 일제말기부터 동란전까지 2번이나 입산했던 지리산을 최후의 항쟁터로 삼고 숨어들어 버텼다.
51년 겨울에는 빗점골 북녁 냇물가 얼음구덩이에서 꼬박 이틀밤낮을 숨죽이고 버틴 300여명의 빨치산들은
병든 육신과 황폐한 가슴, 그리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중산리골로 이동하여 천왕봉으로 올라 통천문을 지나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내려와 백무동 깊은 계곡으로 숨어든다.
그후 백무골과 거림골 청내골 등을 정신없이 옮겨다니며 버티다 백무골 이름없는 숯굴에서 산채로 얼어죽은 셀 수 없이 많은
빨치산들의 넋을 찾아 그들의 굶주린 원혼을 위로해주는 것은 산자의 후손들인 우리들이 해야할 숙제로 좌우로 갈린 당시대
이념의 극한대립에서 빚어진 학살에 대한 마음의 빚정리와 그 아수라장같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통도 같이
느껴보는 산행이기도 하다.
그 아픈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 빛고을토요산악회의 지리산 산행에 친구와 둘이 중산리골로 접어 들었다.
(10:00)아침 7시30분에 광주 비엔날레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겨울하늘아래
새하얀 설화로 뒤덮힌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는 가장 빠른 코스인 중산리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중산리주차장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의 각 부위에 열을 골고루 전달하고 도로를 따라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약1.1km를
히말라야 같은 설산을 바라보며 모두들 묵묵히 걸어갔다.
지금 산으로 오르는 저 많은 사람들은 저 설산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며 걸을까. 그리고 무엇을 가슴속에 담고자 할까.
오늘 빛고을 토요산악회의 지리산 산행코스이다.
A : 중산리~칼바위~망바위~법계사~천왕봉~장터목~망바위~소지봉~참샘~백무동~주차장(6시간30분)
B : 중산리~칼바위~갈림길~장터목대피소~망바위~소지봉~참샘~백무동~주차장(6시간)
S : 중산리~칼바위~망바위~법계사~천왕봉~중봉~천왕봉~장터목~소지봉~참샘~백무동(7시간)
A,S코스는 칼바위지나 법계사로 해서 천왕봉으로 오르고 B코스는 칼바위에서 장터목으로 올라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10:27)중산리탐방안내소 입구엔 소형주차장이 있다. 승용차편으로 온 사람들은 여기까지 걸어오는 27분여를 아낄수 있으니
우리보단 조금은 행복할것이다. 그리고 입구 우측으로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은 법계사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여기서 법계사로 올라서는 순두류입구까지 법계사 경내버스가 운행되고 주말엔 30분에 한 대씩, 평일엔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닌다.
25인승버스에 요금은 없으나 관례적인 시주를 하고 타면된다.(적으면 시내버스 운임정도, 많으면 ? 머 각자 형편대로...)
중산리탐방안내소 소형주차장 주차요금은 하루에 4,000원이며 대형차는 못 올라온다.
승용차나 승합차편으로 오는 사람들은 대형주차장을 지나서 길가로 줄지어 올라가는 등산객들 사이로 매표소까지 올라가면 되고
주차요금을 아낄려면 대형주차장쪽에 무료로 차를 세워놓고 30여분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10:30)야영장입구를 지나 환경교육원쪽으로 셔틀버스는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천왕봉방향으로 좌회전해서 1월3일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으나 산 아래쪽은 눈이 다 녹아버린
길을 따라 천왕봉으로 향하는 5.4km의 길을 걷는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는 약30분..
여기서 칼바위까지 약24분. 장터목대피소 갈림길까지 약27분. 망바위까지 약1시간10분.
법계사(로타리산장)까지 약1시간43분. 개선문까지 약2시간 50분. 천왕샘까지 약3시간10분.
그리고 천왕봉까지 약3시간25분이 걸렸다.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부터 계산한다면 각 시간에 30분을 더하면 된다.
중간에 간식2회, 다리쉼 2회, 법계사 10분 관람하며 보통걸음으로 사진찍어가며 걸린 시간이다.
여름철엔 평균 30분정도 천왕봉까지 도착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대형주차장에서 겨울철 약4시간, 여름철 약4시간30분)
(소형주차장에서 겨울철 약3시간30분, 여름철 약4시간)
야영장입구에서 법계사까지는 3.4km,
만약 30분을 기달려 법계사 경내버스로 순두류에서 하차하여 법계사로 간다면 순두류에서 법계사까지 2.8km
결국 0.6km를 더 걸어가면 되고 산길 0.6km는 약15분정도 걸리니..(어느길이 빠른지 알아서 판단해야 할 듯...)
(10:54)완만하지만 가끔 나타나는 바윗길을 걸어 24분정도 걸으며 칼바위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여름이면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캄캄한 숲길로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간단히 오를 수 있다.
대부분 중산리로 와서 천왕봉을 오르지 않고 지리산 맛보기를 한다면 칼바위까지.. 그리고 순두류까지 가는 길을 말한다고 한다.
(10;57)칼바위에서 3분여 더 가면 장터목대피소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대부분 천왕봉일출을 보기위해서 오르는 코스는 왼쪽 장터목코스이다.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나서야 하므로 ...
장터목산장에서 천왕봉까지는 약1.7km, 로타리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2km, 거리는 로타리대피소가 0.3km짧지만
아마 천왕봉까지 걸리는 시간은 장터목보다 두배정도는 더 걸릴 것이다.
빛고을 토요산악회 B코스회원들은 여기서 장터목대피소로 올라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장터목갈림길부터 고난이도의 오름길이 바로 시작된다.
거의 45도 이르는 경사각을 자랑하는 계단길이 이어지면서 점점 몸을 담금질한다.
법계사에서 부터 천왕봉까지 바로 도착하는 천국으로 가는 가파른 길에 대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부터 호흡조절에 실패하면 나중에 천왕봉을 내려서면서 부터는 목이 아플 수 있다.
숨이 벅차더라도 코로 숨쉬고 입으로 내뱉기를 연습하면서 가야한다.
(11:40)망바위.
사실 망바위는 지금 이 바위보다 10여분정도 앞,
좌측 사진에서 보는 계단길우측의 바위가 정말 망바위처럼 생겼다.
60여년전 아마 이 망바위처럼 생긴 바위에서
군경토벌대가 올라오는 것을 망보는 빨치산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망바위라고 이름붙혀진 바위엔 엄폐, 은폐할 수 있는
바위봉우리가 있지만 아래 계단길옆의 바위는 그런 망바위보다는
신선놀음하며 속세를 내려다 보는 신선들의 망바위지 않나 싶다.
그러나 망바위는 나의 그런 생각보다
이 바위에서 천왕봉을 바라본다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 한다.
천왕봉으로 가는 길엔 모두 이렇게 고개숙이고 하늘을 우러르지 못하고 가다가
이곳 바위에서 고개들어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천왕봉 한 번 바라보고 가라는 뜻이다.
(12:07)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바라본 법계사와 천왕봉.
출발할때 중산리 주차장에서도 손에 잡힐 듯 하더니 2시간 가까이를 걸어왔음에도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도 손을 뻗으면 곧 잡힐 것 같지만 앞으로도 2시간은 더 가야 손에 잡힌다.
천왕봉우측으로는 중봉 그리고 써리봉
치밭목대피소쪽으로 해서 대원사로 내려서는 길이다.
자..나를 기다리는 천왕봉을 향해 다시 출발..
(12:13)로타리대피소 입구의 지렛대같은 바위.
아마 지리산 산신령이 여기서 체력연마를 좀 하신듯...
이곳 로타리대피소밑의 화장실 옆길은 순두류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중산리 매표소 옆에서 법계사경내셔틀버스를 타면 순두류입구에서 내려주는데 그곳에서 로타리대피소까지
2.8km이고 중산리매표소까지는 3.4km이다.
다음에 중산리로 해서 천왕봉을 오르면 셔틀버스로 순두류로 와 이쪽으로 오면서 걸리는 시간과 난이도를 체크해 봐야 겠다.
점심때가 넘어 로타리대피소 광장은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바로 위 샘터엔 물이 얼어붙어 나오지 않아 법계사극락전앞에 있는 약수터로 물보시 받으러 갔다.
지난 여름 이곳으로 천왕봉에 오르면서 시간이 부족하여 들르지 못한 법계사 탐방은 출발때부터 계획했었다.
법계사탐방글은 따로 simpro의 사찰여행 편에 올릴 예정이다.
(12:25)법계사 극락전에서 바라본 문창대의 기암과 중산리모습.
(12:40)법계사를 나와 천왕봉으로 오르는 나머지 2km거리의 급경사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으나 법계사 오르는 길에 쌓여 녹지 않은 눈을 보고 아이젠을 착용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양지 바른쪽이어서 눈이 제법 쌓였어도 며칠 지나면 녹지만 아직 이곳 기온은
영하권이다 보니 눈 녹는 속도가 많이 더디다.
(13:13)가파른 돌계단을 하나씩 밟아 나가다 보니
개선문 못가서 길가에 깍다 만 천하대장군 장승이 서있다.
나무를 조각해서 세워 놓은 것이 어느 솜씨좋은 산님이
산아래에서 부터 짊어지고 올라와 세워 놓은듯..
작년 여름 천왕봉 등정때는 보이지 않던 장승이지만
익살스러운 미소로 서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13:20)개선문을 통과하며..
개선문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기도 어렵다. 줄 지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개선문앞은 장사진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왕봉이 눈앞이지만 아직도 남은 거리는 약700미터정도다.
작년 여름 천왕봉을 오르면서 법계사에서 부터 흘린 땀방울을 이 숲길을 통과하면서
모두 거둬들였으나 오늘 흘린 땀방울은 아직 없다.
기상예보상으로는 오늘 지리산 천왕봉의 기온은 영하12도라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 체감온도는 영상권이다.
(13:40)천왕샘도착.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300미터.
하늘아래 첫 샘물이지만 오늘은 아예 눈에 덮혀있고 물도 얼어붙었다.
구상나무 사이로 걸어온 중산리계곡길과 황금능선길이 보이고.
이제 마지막 남은 급경사길을 오르기위해 따라오지 않는 허벅지를 끌어 올려 바위위에 올려 놓는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모두 이런 자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이 골짝으로 피아간에 올랐을 60년전 슬픈 역사의 그 현장.
(13:55)왼쪽으로 천왕봉이 보이고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몽땅 솟아부어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여기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애쓰셨다..고생하셨다란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
문득 뒤돌아 보니 숨이 멎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그 적막으로 이곳이 한반도 남쪽 땅 하늘아래 첫 봉우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14:08)어렵사리 천왕봉 표지석을 쓰다듬으며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우뚝솟은 반야봉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이 보이고.
반야봉 너머 노고단의 흔적은 실루엣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산리계곡과 좌측으로 써리봉에서 갈려 내려간 황금능선의 S자 능선.
지리산 황금능선은 써리봉(1688m)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려 국수봉(1037.5m)을 거쳐
구곡산(961m)까지 이어져 덕천강에서 소멸하는 장장15.5km가 넘는 길다란 능선이다.
석양에 중산리에서 바라보거나 가을이 되면 이 능선이 모두 황금색으로 빛난다 해서
황금능선으로 불리고 구곡산까지 이어졌다고 해서 구곡능선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보니 더 확연하게 보인다.
앞줄부터 황금능선, 치밭목능선,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동부능선
서산대사는 자신이 쓴 [명산론]에서 지리산을 두고 '장엄하되 빼어나지는 않다'고 논했다한다.
맞다..그러나 너무 장엄하여 서산대사는 수려함을 깜빡 잊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라... 수려함보다 장엄함이 앞서고 그 장엄함에 할 말을 잊는다.
그냥 이렇게 속절없이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며 감탄섞인 한숨을 내 쉴수 밖에 없다.
그 장엄함에 압도당한 수 많은 산님들은 앞다투어 천왕봉표지석을 보듬고 비켜줄 생각을 않는다.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기어 남한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증거로 삼으려 긴 시간 기달려 사진을 찍는다.
지리산 주 능선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앞에 있는 제석봉과 연하봉에서 반야봉까지 이어진 주능선길과 반야봉너머 노고단..
그리고 반야봉 우측으로 만복대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길..
저 만복대로 가는 길은 돌아오는 1월15일에 오르고 정령치에서 세걸산으로 내려서서 바래봉으로 가는길은
올 5월 철쭉꽃이 한창 피어날 때 갈 예정이다.
저 너머 아스라히 덕유능선이 있을 것인데 잘 뵈이지 않는다. 아마 저쪽에서도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14:15) 20여분 천왕봉에서 머물다가 주능선을 따라 장터목까지 내려서며 바라본 중봉에서 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깊이 패인 상처는 아마 산사태의 상처인듯. 지평선이 닿은 곳에 아스라히 보이는 능선은 덕유능선이다.
중산리계곡과 말이 필요없는 우리의 산하..
(14:18)칠선계곡은 탐방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5~6월, 9~10월에 4달동안 지리산국립공원에 인터넷으로 예약자를 접수받아
월,목요일에는 비선담에서 07시에 천왕봉으로 출발하고 화,금요일에는 천왕봉에서 비선담으로 07시에 출발한다.
안내는 국립공단직원 3명이 선두와 중간, 후미에서 안전하게 탐방객을 이끄므로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 중에 하나인 지리산 칠선계곡을 탐험하며 안전하게 천왕봉으로 오를 수 있으며
창암능선과 초암능선 사이로 내리는 칠선계곡은 그 거리가 10km에 이른다고 한다.
태풍으로 인한 수마가 할퀴고 내려간 칠선계곡은 아직 위험한 곳이 많아 등산 전문가도 어려워 하는 코스라고 하니
반드시 전문 산악가이드인 국공직원과 같이 가야 하며 비지정등산로이므로 일반인은 출입을 삼가해야 하는 곳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가는 주목의 희멀건한 모습이 처량함을 떠나 온몸의 전율로 파고든다.
마치 원혼으로 떠도는 빨치산들의 넋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14:28)통천문을 지나고.
설평선이 보이는 돌탑을 지나면.
제석봉임을 증명하는 주목 2그루가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계단을 올라서면.
(14:43)천왕봉, 중봉과 더불어 지리산에서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 제석봉에 도착한다.
본격적인 제석봉 탐사구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간다는 주목나무와 고사목군락지 제석봉은 자유당시절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신제를 지내던 제석봉 제석단에 자유당 권력자의 친척이 제재소를 차리고 제석봉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무참히 베어냈다 한다. 나중에 그 사건이 문제가 되자 증거인멸차원에서 제석봉에 불을 질러 모든 나무들이
불타 없어져 버렸다는..그래서 제석봉은 주목과 고사목이 황량하게 서있는 초원지대로 남아 그 슬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백무동 방향 고사목군락지)제석단을 찾아보고 싶으나 동행한 친구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간밤에 지리산 천왕봉에 간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고, 배앓이도 하면서 무릎과 옆구리까지
통증이 찾아와 하산속도가 정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우린 점심도 장터목대피소에서 먹기로 하며 무리한 산행을 이어오고 있었다.
16시30분으로 되어 있는 하산 시간에도 턱없이 부족하니 제석단은 아쉽지만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중산리방향 고사목 군락지)산화해 버린 고사목들은 숯이 되어 수십년 비바람에 재가 되어 버리고
이렇게 몇그루 남은 고사목이 유령처럼 서 있다.
(14:55)천왕봉을 출발한지 40분만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친구의 무릎과 옆구리 상태가 많이 안좋다. 더군다나 배앓이까지 해서 화장실도 급했다.
아마 친구는 이를 악물고 온 장터목대피소까지 오는 1.7km의 거리는 십리길보다 더 길었을 것이다.
장터목대피소의 기상현황표에는 오늘 기온이 최저 영하12.5도에 현재 영하5.6도임을 가르키고 있다.
양지쪽에 있으면 따사로운 햇빛에 얼굴이 타 들어 가지만 조금이라도 그늘진 곳에 서 있으면 금새 몸이 얼어붙는다.
대피소옆 식탁에서 도시락을 꺼내놓으니 얼음같이 차가운 냉기가 보온밥통을 급속히 냉각시켜 버린다.
친구하고 나눠 마시는 달콤한 막걸리 한 잔으로 몸을 데워보지만 남아 있는 막걸리가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우린 지리산 백무동계곡에서 중산리로 넘어가는 차가운 냉기와 정면으로 맞서는 무모한 점심을 먹고만 것이다.
(15:19)25분에 걸쳐 배앓이를 해결하고 얼음밥이 되어버린 도시락을 먹고 백무동계곡으로 내려선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주차장까지는 약6.7km..지난 여름엔 이 거리를 1시간 50분만에 내려선 꽃비님 일행의 빛의 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나도 2시간 걸려 내려간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눈길에 친구의 무릎상태도 안좋아 2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여겨 우리로 인하여 먼저 내려가 기다리는
회원님들의 열띤 응원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 하여 조바심이 앞선다.
우리가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을때 천왕봉에서 같이 출발한 정산님 일행이 백무동으로 하산하면서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말에 아직 점심도 먹지 못한 우리는 참 난감했었는데 백무동계곡으로 막 진입하면서
빛고을 토요산악회 전 회장인 소석님을 구세군처럼 만난다.
소석님은 S코스로 천왕봉에서 중봉까지 왕복을 하고 온 것이다.
대략 40여분을 우리보다 빨리 걸어 장터목산장에서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소석님..부럽삼.
덕분에 우리는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었으며 친구의 보행속도도 마음의 안정에서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백무동계곡의 길은 빨치산의 주루트였다.
여기서 그들은 사면을 타고 칠선골과 거림골을 수도 없이 왕복 도피하며 따스한 봄날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을 것이다.
(16:10)소지봉 이정표 너머로 산죽터널 통로는 아마 칠선계곡과 백무계곡 사이에 우뚝 솟은 창암능선길의 합류지점이지 싶다.
(16:21)천왕샘과 로타리대피소의 샘물이 양지녂인데도 얼어붙었는데 백무동쪽의 참샘은 신기하게도 물이 솟아나온다.
다리쉼도 없이 내려서는 하산길에 온몸이 불덩이 였는데 여기서 잠깐 목을 축이고 다시 내려간다.
지금 이 맑고 푸르른 계곡물은 잠시 얼어 붙어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기라도 하지만
60여년전 겨울 이 계곡의 시퍼런 얼음구덩이에 숨어 수십일을 굶주린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앉은채로 조용히 숨을 거둔 수 많은 빨치산들의 봄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다.
중산리골과 달리 백무동골은 한낮에도 햇볕이 스며들지를 않는다.
그저 냉기가득한 바람만이 얼어붙은 계곡물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을 뿐...
생명의 흔적은 땅속깊이 숨어들어 숨도 쉬지 않고 있다.
(16:37)하동바위로 넘어가는 출렁다리에서 현기증을 느낀다.
하동바위 못가서 B코스를 이끄는 빛토 신임회장인 막둥이님을 만나니 더더욱 반갑다.
A조 후미인 우리와 S조 선두인 소석님, 그리고 B조 후미인 막둥이님 일행과 합류하니 갈수록 인원이 늘어나고
더불어 우리의 걱정도 조금은 가라 앉는다.
(17:07)백무동 0.3km이정표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17:12)백무동탐방안내소를 지나고 이제 버스 주차장까지 얼마 안남았다.
(17:14)버스시간표를 보니..세상에나 서울이나 동대전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함양터미널까지도 하루 16편이나 있으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아주 쉽고 빠르게 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참으로 매력적인 코스가 아닌가 싶다. 백무동탐방안내소에서 부터 소지봉까지 이어지는 긴 너덜길만 아니면...
그래서 길눈 밝은 산님들은 창암능선의 푹신한 숲길을 좋아 하나 보다.
(17:16)터미널에 있는 저 버스는 17:30분 백무동발 함양으로 가는 버스인가 보다.
승객이라고는 달랑 1명뿐이어서 어떻한데..~~~
임진년 새해 첫 산행이 된 지리산 천왕봉으로 산행의 막이 내렸다.
중산리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칼바위 법계사 천왕봉으로 올라 온 산하를 굽어보며
멀리 남해바다와 덕유능선까지 수려한 강산을 한 눈에 조망하고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해서
백무동주차장으로 하산하였다.
오늘 산행의 결과는
중산리 주차장-----야영장입구---------칼바위(장터목대피소갈림길)--------망바위-------법계사(로타리대피소)--------
10시출발 (30분) (54분~57분) (1시간40분) (2시간13분) (3시간20분)
개선문-------천왕샘--------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 참샘------하동바위---백무동주차장
(3시간40분) (3시간55분) (4시간43분) (4시간55분) (6시간21분) (6시간37분) (7시간12분)17시12분도착
중산리 주차장에서 천왕봉까지 6.5KM에 걸린시간 3시간 55분(간식2회, 다리쉼2회, 법계사탐방 10분포함)
천왕봉에서 20분 지체하고 백무동주차장까지 8.1KM에 이동시간 2시간57분(장터목대피소 점심시간 25분 포함, 다리쉼1회)
모두 14.6KM를 휴게, 점심, 탐방시간 포함 7시간 12분 걸려 중산리-천왕봉-백무동 코스를 완주하였다.
1951년 11월29일부터 시작된 지리산 남부군 소탕작전(이른바 쥐잡기작전)은 1952년 3월14일에 종료되었다.
100여 일에 걸친 작전으로 지리산 남부군은 피살 7000여 명에 포로 6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총성은 계속 이어졌고 남부군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어가다 1953년 9월17일 자정무렵 빗점골 어느 이름없는 숯골에서
남부군 총사령관에서 평당원으로 강등되어 이송중이던 이현상이 사살되면서 기나긴 남부군의 명맥은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후로도 53년 말과 54년초에 마지막까지 남은 남부군 수뇌부가 최후까지 항거하다 사살되면서 지리산의 남부군은 종말을 고한다.
피아 1만여명이 넘는 막대한 인명피해와 당시 거두어 들이지 못한 남부군의 넋은 지금도 지리산 곳곳을 정처없이 떠돈다고 한다.
그들의 피끓는 울음소리가 지금도 울려퍼지는 지리산 계곡들로 지나가는 우리들은 그 시절을 망각한 채 지나간다.
지금이라도 지리산으로 향하는 산님들은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동족상잔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리산 계곡들을
지날때 한 번쯤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가짐으로 가지는 것은 산자의 후손이 갖는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나 싶다.
사진, 글)포토뉴스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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