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1편(백무동-한신계곡-세석평전-장터목)

2012. 1. 24. 23:52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섯달 그믐에 지리산천왕봉으로 일몰, 일출산행을 한다고 하니 다들 도끼눈을 하고 쳐다본다.

  아마도 산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남들은 다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앞으로 가는 마당에 나는 고향길을 잠시 미루고 지리산천왕봉으로 올라가니

  보통 상식으론 나 자신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산행도 그러는데 명절에 성묘나 고향방문대신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들은 그럼 나보다 더 여행에 미쳤을까?

  설명절이 월요일인 관계로 토요일에 지리산에 올랐다가 일요일에 하산하여 고향앞으로 가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정상일 수도 있다.

  다만 먼저가서 잔심부름에 전지지고 고기다지며 명절 음식장만으로 바쁠 옆지기와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주말이나 휴일에 지리산 장터목대피소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지난 여름, 또 지지난 여름에도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지리산 종주에 나설려고 했으나 번번히 대피소 예약에 실패하면서

  종주산행에 대한 미련을 접었는데 운좋게도 이번엔 대피소 예약에 성공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천왕봉일출을 어쩌면 볼 수 있겠다는 희망과 좀 빨리 걸으면 제석봉에서 일몰도 구경하고

  장터목산장에서 겨울하늘의 별세계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푼 지리산행의 출발은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아침이었다.

 

 

   (10:45~10:55)친구와 둘이서 아침9시10분 광주비엔날레 주차장을 출발 88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백무동주차장에 도착하니

   간간히 싸래기눈이 내리고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 덮혀있다.

   아이구...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오늘 일몰구경은 고사하고 내일 일출이나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기상청예보로는 오늘 날씨는 오후로 갈수록 구름이 걷히고 내일은 구름속으로 태양을 볼 수 있다라고 했거늘..

 

   백무동탐방안내소에서 나의 인적사항을 적어주란다..

   개인이나 소규모인원의 산행시 올라간 사람의 인적사항을 적어두며 입산인원을 파악하나 보다.

   산악회차원의 입산시에도 저렇게 인원파악을 했나싶다.

   이쪽으로 최근산행입산은 작년 여름 광주빛고을토요산악회와 같이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평전에 올라 지리산 주능선길을 따라

   장터목으로 가서 백무동으로 내려선 산행이 있었으나 당시 안내소에서 입산인원파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오늘 산행은 백무동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한신계곡의 폭포들을 두루 구경하고

세석평전에 올라 지리산 주능선길을 따라

촛대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가서

방을 배정받고 빈몸으로 제석봉에 올라

일몰구경을 한 다음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저녁식사를 하고 1박을 한다.

 

다음날 장터목대피소를 새벽에 빈몸으로 출발하여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구경한 후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한다.

그 다음 백무동으로 하산하여 남원인월면소재지에서

목욕을 하고 점심을 사 먹은 다음 광주로 돌아오는 코스다.

 

오늘 산행에는 동창회산악회 회장인 홍정 친구와

함께한 산행이 되었으며 백무동탐방안내소 입구에서

목적지와 일정이 같은 여성산악인 두 사람을 만나

눈속에 파묻힌 한신계곡과 눈폭풍속의 지리산 주능선길.

그리고 다음날 새벽 천왕봉으로의 순례길과 백무동하산길까지

가이드와 보디가드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지극히 맑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산사나이로서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게 되어

섯달 그믐의 뜻깊은 산행이 되었다.

 

이자리를 빌어 비록 얼굴은 안나오지만 simpro의 길이야기에

우연히 등장하여 자리를 빛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백무동탐방안내소에 걸려있는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 거리 및  소요시간 안내도다.

   백무동에서 세석까지 4시간30분. 그리고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2시간..모두 9.9km에 6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오늘 우리가 걸어간 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맞아 아마도 여성산악인 기준으로 잡은 시간이지 않나 싶다.

   코스의 난이도는 백무동에서 세석까지는 빨간선(상급)이고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파란선(중급). 나머지는 상급이므로

   꼭 이 코스가 아니더라도 지리산 탐방로 곳곳의 난이도는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당일코스와 1박2일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1박2일코스중 두번째인 19.1km코스의 산해에 나선다.

   당일코스는 대게 산악회 코스로 원점회귀도 있고 중산리로 넘어가는 코스도 있으며 1박2일코스는 장터목이나 세석에서

   1박을 하는 코스로 일출산행이라면 세석보다 장터목에서 1박을 하는것이 이동거리나 시간상 알맞다.

 

 

   (11:00)왼쪽길은 하산길이므로 버리고 우리는 가내소폭포를 경유하여 세석대피소로 오른다.

   25분여 오르면 나오는 조그만 샘터는 식수로서는 부적합하므로 그냥 지나쳐도 된다.

  

 

 (11:34)첫나들이 폭포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식수를 보충할 샘이 없으므로 

사전에 마실물을 준비하여야 하며  6.5km밖에 안되지만

4시간30분이나 걸리는 코스이므로 중간에 도시락을 먹을 자리도

확보해야 한다. 

길이 가파르고 좁아 식사할 자리가 마땅치 않으나 폭포옆 바위위에서

식사를 못하게 되면 한참 더 올라가  곰출현 안내깃발이 있는 조그만

공터나 아니면 백무동3.7km지난 이정표에서 10여분 더 올라가면

나오는  왼쪽 바위밑 조그만 공터에서 먹을 수 있다

 

첫나들이 폭포에서 한신폭포 상부인 세석대피소2km전까지는

이동통신 통화불능지역이다.

홀로가는 산행은 지극히 위험하므로 반드시 세명이상 그룹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은 특히나 깊은 겨울 눈길이다.

 

   입구에서만 해도 싸래기눈이 흩날리더니 2km를 걸어와 한신계곡 속살이 비치는 곳에 도착하니

   제법 눈발이 거칠어 지며 시야가 좋지 않다.

   아직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지만 지리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기후는 변화무쌍하여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적당한 지점에서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패츠를 두르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지리산의 색은 이렇게 흑백이다.

   칼라로 찍었으되 흑백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리산 한신계곡이 주는 경고메세지이다.

   이곳 한신계곡은 한 여름에는 계곡과 등산로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계곡물을 건너야 하고

   한신계곡이 끝나는 곳부터 세석평전까지는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급경사길이어 왠만한 체력으로는

   감내하기 힘들정도로 난코스이다.

   아마도 지금 나를 따르는 세명의 동행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조금 지나면 이 길로 들어섰음을 후회할지도 모르며 다시 돌아가자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흑이면 그 고통을 이겨내고 세석에 도착하는 희열을 느끼는 것은 백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한겨울 지리산천왕봉 일출을 보고자 이 고생을 하며 산에 오르는 걸까.

   항시 산에 오르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을때면 생각나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설날 명절이 이틀앞으로 다가온 명절의 휴일이자 내일은 까치설날 아닌가.

   오르고자 하는 산이 지리산이 아니었으면 가지 않았을...

   보고자 하는 것이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아니었으면 오르지 않았을 것을.

   새해 첫 날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베어 행운으로 찾아온 이번 지리산행에 대해 갖가지 의미를

   부여해 보지만 그래도 모르겠다.  가다 보면 오르다 보면 알아질까?..

   피아산방의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때문일까?  이성부 신인의 제석봉 때문일까.

 

 

                 (11:45) 길은 얼음으로 바뀌어 있고..

                  걷는데도 이제는 스릴이 넘친다.

 

 

                  고개를 들면 눈보라라 몰아치지만 계곡의 깊은 소(沼)는 얼을을 깨고 고개를 내밀며

                  적막과 고요함으로 평화를 보여준다.

 

 

                  암벽 전체가 거대한 빙벽이 되어있다.

                  폭포는 아니지만 산기슭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가 그대로 얼어붙어있어

                  한신계곡의 장엄함과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12:06)가내소폭포를 지난다.

  

   가내소폭포에서 계곡물은 두갈레로(한신주곡과 한신지곡) 갈리며

   조그만 바위 하나로 제 몸집의 몇십배는 됨직한 바위를 짊어지고 있는 뒷편으로 난 길은 

   한신지곡으로, 장터목대피소쪽으로 올라갈 수 있으나 안전시설 미비로 지금은 개방이 안된곳이다.

   세석대피소쪽에서 흐르는 계곡은 한신주곡이며 이 두개의 지류가 모여 흐르는 한신계곡은 2010년8월18일

   문화재청이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강원 태백시 검룡소와 함께 문화재명승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가내소 폭포는 먼 옛날 한 도인이 12년 수행의 마지막 시험으로 가내소 양쪽에 밧줄을 묶어놓고 눈을 가린채 건너가고 있었다.

   이를 본 지리산 마고할멈의 셋째 딸 지리산녀가 심술을 부려 도인을 유혹하여 물에 빠뜨렸다 한다.

   이에 도인은 "에잇 나의 도는 실패했다. 나는 이만 가네"하며 탄식하고 떠났다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이곳을 가내소라 불렀다 하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마고할멈의 여덟딸들은 팔도로 내려갔지만 세째딸만큼은 지리산에 남아 개구쟁이가 되었나 보다.

   노고에서 백발이 다 되도록 반야를 기다리다 죽은 마고할멈의 슬픈 죽음을 철없는 지리산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12:20)오층폭포가 딱 중간정도다.

11시에 6.5km남은 이정표를 지나친지

1시간20분이 걸려 오층폭포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산책코스정도다.

여름같으면 길 옆으로 같이 따라오는 계곡물소리와

지천에 널려있는 각종 폭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제 여기까지 왔냐 싶지만 오늘은 눈이 제법 내림에도

걷기에 아주편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여기까지 왔다.

 

오층폭포로 내려가는 전망대는 겨울철 결빙기에는

통제구역이다.

아쉽지만 돌아서서 이제부터 가파르게 올라가는

경사길에 마음의 준비를 하여야 한다.

 

 

   (12:44~13:02)'반달곰과 마주친다면'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곳 밖에 식사할 곳이 없다.

   등로는 좁고 가팔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안되는 장소를 찾기란 상당히 어려워 그 전에 식사를 하고 오르든지

   아니면 이곳...아니면 한 이십분 더 가다 나오는 바위밑에서 적당히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올라갈 길은 체내에 에너지가 쌓이지 않으면 중도에 다시 내려와야 하는 코가 땅에 닿는 가파른 경사길이다.

 

   (13:10)한신계곡의 끝무렵이다.

   계곡은 깊어질수록 눈을 뒤집어 쓴 너덜들의 키도 커간다.

 

 

                  그 사이로 얼음을 녹이며 흘러내리는 물은 맑고 깨끗하여 내 마음도 다 비쳐 보인다.

 

 

   (13:21)마지막 철다리도 건너고..

 

 

                  나무에 광주에 두고온 친구 하나 만들어 놓고..

 

(13:30)세석대피소 2km를 남겨놓고

하산중인 산님이 공포스런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지금까지 온 시간만큼 더 올라가야 되니 힘내세요~~~

4.5km 올라오는데 2시간30분이 걸렸는데...

2km에 2시간 30분이 더 걸린다고라~~

 

그 말을 듣고 뒤 따르던 여인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난..애써 이들을 위로했다.

지난 여름의 경험과 현재까지 걸린 시간으로 보면

싸묵 싸묵 쉬엄 쉬엄가도 2시간이면 갈 것이고

세석평전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고.

 

좀만 더 가면 평지예요..란 새빨간 거짓말도 섞어서.. 

 

 

 

   거대한 얼음벽에 걸린 고드름도 만나고...

 

 

                   눈의 무게로 가지가 땅에까지 내려온 나무도 조심히 지나고...

 

 

   (13:40)등산로와 계곡물이 벗삼아 내려서는 길도 지나고...

 

 

                  고개조차 들기 버거운 경사길이 나오면...

 

 

   이렇게 무언(無言)과 무상(無想)이 나를 들어 올린다.

 

 

                  (14:10)이 철계단을 오르면 한신폭포가 나올 것이지만..

                  

 

                  이렇게 폭포수가 지나간 자리엔 깊은 동굴 고드름길만 열려있다.

 

 

   흔적도 보이지 않은 깊은 수면상태인 한신폭포를 지나...

 

 

                   무릎까지 차오른 눈을 헤쳐나가며 체력의 한계와 인내심의 한계사이를 갈등으로 수도 없이 넘나들고.

 

(14:34)세석을 700미터 남겨놓고...

이제부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 최고의

가파른 경사로다.

 

지난 여름에도 이 코스를 지나며 길의 흔적도 없는

마지막 너덜길을 죽기살기로 올랐건만

 

이번 겨울엔 그나마 눈에 너덜길이 파묻혀

밧줄만 잘 잡아당기고 보폭만 줄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동행인들에겐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밧줄이 튼튼한가 잡아 당겨 보고...

 

 

                  계단길도 눈으로 뭉텅거려져 그냥 길처럼 보이고...

 

 

                   한 손으로 로프를 잡아 당기며 이를 악물고 올라서야...

 

 

   (15:08)비로서 조금은 고개를 들어도 된다는 지리산신의 허락을 받는다.

 

 

   마치 양손을 벌려 지리산으로의 오름을 환영해주는 인파를 만난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완만한 오름을 지나 세석임을 단번에 알 내리막을 내달리면...

 

 

   (15:12)저 멀리 고요가 흐르는 세석평전에 고행의 끝인 1차 목적지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11시에 들머리를 지나 6.5km를 폭설에 무릎까지 차 오른 눈길을 헤쳐 지리의 깊은 속살을 더듬고

   4시간 12분만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예정시간을 20여분 앞당겨 도착하였으니 동행인들의 체력 또한 대단하다 할 것이며 앞으로 가야할 장터목까지의

   눈바람속의 2시간 여정도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된다.

 

 

여기서 장터목까지는 3.4km

보통걸음으로 약2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세석대피소에서 잠깐 볼일을 보고,

몸도 추스리고 가야한다.

 

세석대피소에서 오후4시가 넘으면

장터목방면의 길이 통제된다고 하니

지금시간이 15:15분이므로  시간은

여유롭지만 마음은 여유롭지 않아

잠시만 지체하기로 한다.

 

 

 

 

 

 

 

  조금 뒤 쳐진 일행이 도착의 기쁨을 알리고...

 

 

   세석의 고요를 깨는 까치가 맑은 목소리로 긴 고행의 길을 걸어온 우리를 반겨준다.

 

 

   (15:18~15:33)눈발에 인기척도 기어든 세석대피소에 올라 옷을 추스리고... 

 

                 

 

   (15:33)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촛대봉으로 오른다.

 

 

   눈속에 파묻힌 길을 헤쳐나가며 깊은 잠에 빠진 세석대피소를 다시 돌아본다.

 

 

                   촛대봉으로 가며 다른 여인을 만나고...(이번 산행엔 여인들이 산사나이들 숫자만큼이나 많았다.)

 

 

  흑백사진 한 가운데에 빨간무당벌레처럼 배낭을 짊어진 여인의 무거운 어깨를 세석습지의 끝에서 바라보고...

 

 

                  그 여인이 지나간 발자취를 따라 올라올 동행을 기다린다.

 

 

   어둠의 터널 끝에 동행의 그림자가 보이면...

  

 

(15:55)촛대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장터목대피소까지 남은 거리는 2.7km.

  700미터 오는데 22분이 걸릴 정도로 눈보라로 페이스가 늦다.

   앞에서 조금 끌 필요가 있으나 모두들 안좋은 시계에 눈보라까지 몰아쳐 많이 지쳐있다.

 

 

 

   등에 혹 달린 달리는 토끼모양의 바위를 지나고...

 

 

   구상나무에 떡버무리처럼 달라붙은 눈덩이를 바라보고 걷노라면

 

 

(16:10)

자신도 모르게 세석에서

1.4km나 멀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시계제로에 조망도 없는 능선길을

눈바람에 정면으로 맞서 나가는데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그저...묵묵히 남이 밟고 지나간 눈길을

살펴 걷고 걸을 뿐이다.

 

 

 

 

 

 

 

 

 

 

   벼랑위인지도 모르고 쉬어가며... 

 

  

   온통 백설기 천국에 흑곰 한 마리가 나타나 콩고물임을 보여주니.

 

 

  삼신봉앞 고사목엔 날선 눈꽃이 피어난다.

 

 

  장터목에서 세석으로 가는 흑곰도 만나면...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흑곰도 지지 않고 삼신봉에 선다.

 

 

  연하선경이 어디인가...

  작년 여름 이 곳을 걸으며 연하선경을 봤건만..

  연하봉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연하선경은 지리산10경중의 하나이지만 눈바람에 갇혀 볼 수가 없다.

  지리산 10경은  ① 노고단 운해, ② 피아골 단풍, ③ 반야봉 낙조, ④ 섬진강 청류, ⑤ 벽소령 명월, ⑥ 불일폭포,

  ⑦ 세석 철쭉, ⑧ 연하 선경, ⑨ 천왕봉 일출, ⑩ 칠선계곡을 지리산 10경이라고 하는데

  난, 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섬진강 청류, 불일폭포, 연하선경 이렇게 5경밖에 아직 못 봤다.

  나머지는 언제 다 볼까. 반야봉 낙조를 볼려면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룻밤 묶어야 하고,

  벽소령 명월을 볼려면 벽소령대피소에서 또 묶어야 하고 세석 철쭉은 봄에 와야하고 칠선계곡은 아직 문을 굳게 닫고 있지만

  난, 지금 지리10경의 으뜸인 천왕봉일출을 보기 위해  이 길을 가고 있다.

 

 

   연하봉의 기암괴석들을 만나고...

 

 

   세상은 온통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만 보이고...

 

 

   (17:05)연하봉 정상에 서면 장터목이 그리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장터목대피소까진 이제 800미터..

   연하봉만 올라서면 이제 내리막길이다.

 

 

   연하봉을 올려다 보고..

 

 

   뒤 돌아보며..

 

 

   침묵이 흐르는 평원을 지나...

 

 

   얼음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를 지나면...

 

 

 

 

   장터목으로 가는 아름다운 숲길이 나오고...

 

 

  (17:20)그 길을 가파르게 내려서면 우리의 최종목적지 장터목 대피소가 나온다.

  사위가 어두워질 무렵 1시간47분을 걸어온 세석에서 장터목까지의 길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빨간 우체통도 눈바람에 안녕하고...

백무동을 11시에 출발하여 6시간20분동안 9.9km를 눈바람을

헤치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우리의 인생도 그럴까?

지나온 길이 가시밭길이였어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리도 편안함은 어김없이 나타남을..

 

오후 5시부터 방배정이라는데 좋은 자리를 얻을려면

짐부터 풀어야 한다.

대피소로 들어가 예약을 확인하고 모포를 1인당 2장씩 대여

(1장 1,000원)받아 제석봉실로 들어가 자리를 확인한다.

일찍 서둘러 도착한 관계로  지내기 편한 맨 가장자리를 배정받아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다.

 

 

    (18:10~19:10)짐정리를 끝내고 1층 취사장으로 내려와 김치찌개와 삼겹살. 그리고 대피소에 구입한 햇반으로

    장터목에서의 만찬을 즐긴다. 만찬에 빠지지 않는 머루주 와인의 향기는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준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

     그들만의 우정과 사랑은 라면으로도 넘쳐난다..

     먹다 남은 삼겹살과 김치를 듬뿍 넘겨주어 그들의 부모로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

     모두들 나와 우리의 건강하고 멋진 아들이기 때문이다. 취사장엔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기도 전인 사람들이

     배낭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취사를 하는 통에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남을 위한 배려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출발한다.

 

 

     (19:20)식사를 마치고 대피소로 다시 들어가면서 전광판을 보니 현재 기온이 영하5.8도란다.

     지리산천왕봉밑 장터목대피소의 한 겨울 밤기온이 이정도면 봄날일까? 강설량도 2미리미터?...풍속은 0..

     아~~ 현실과 전광판의 괴리감은 실로 엄청나다. 체감온도는 영하10도가 넘으며 강설량은 20센티미터는 될 듯하고

     풍속은 초속 10미터는 넘어보인다. 

     제석봉실 2층 맨끝자리인 40번과 41번이 우리가 배정받은 자리다.

    

     (장터목대피소 길라잡이)

     대피소의 식수는 얼어서 나오지 않는다.

     취사용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중산리방향으로 100미터 내려가면 나오는 샘터에서 길어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대피소에서 생수를 구입하여 취사용 물을 끓여야한다.(250ML 1병 1,500원)

     우리는 출발때부터 취사용으로 생수 1.5L를 2병을 배낭에 담아 왔기에 첫날 식수와 취사용 물부족은 면했다.

     햇반(1개 3,000원)은 대피소에서 구입하면 전자렌지에 데워주기에 찌개와 국이 다 끓을 무렵에 사오면 되고

     라면(1개 1,500원)은 봉지용만 판매하기에 끓일 물이 필요하고 가스(1개 3,000원)도 판매하므로 굳이 무겁게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 햄이나 참치캔(1개 3,000원)등 가공식품은 팔지만 김치는 팔지 않는다.

     우의와 랜턴 건전지도 판매하므로 어떤 물건을 파는지 사전에 전화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011-1767-1915, 010-2883-1750)

     대피소 방배정은 오후5시부터이고 소등은 오후8시다. 난방은 스팀난방으로 새벽엔 더워서 땀이 다 날 정도로 난방은 좋다.

     와이파이도 잘 되어 인터넷도 빵빵하게 터진다. 배터리도 무료로 충전해 준다.

 

     겨울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2편(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편에서 계속되며

     장터목대피소 길라잡이는 동영상과 사진으로 별도 포스팅한다.

 

     (글,사진 : 포토뉴스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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