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6. 07:00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두산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유일한 팀이 될까?
두산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장 최장 시간인 5시간 32분에 걸친 연장 13회 혈전 끝에 삼성에 5대1로 승리를 거두고 적지에서 2연승을 먼저 거두었다. 2연승을 거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은 93.7%로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 0%를 이제 93.7%까지 올린 기적을 연출했다.
이제 경계해야 할 것은 2007시즌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둬놓고도 내리 4연패로 우승을 놓쳤던 것으로 그때와 같은 실패만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제 거의 눈앞에 다가왔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한 이번 1차전과 2차전은 준PO와 PO를 거치는 동안 3주에 걸친 강제휴식으로 인해 경기감각이 현저히 떨어진 결과로 나타났기에 이제 삼성이 두산에 패해 우승을 놓친다면 내년부터는 일부러라도 2위로 시즌을 마쳐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웃지 못한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두산의 홈인 잠실에서 3경기를 치르므로 3경기 중 2경기만 이기면 한국시리즈 패권은 두산이 차지하게 된다. 과연 두산이 0%의 불가능을 100%로 만드는 지적같은 신화를 쓸 유일한 팀이 될지 흥미진진한 3차전이 기다려진다.
팽팽한 선발투수전
오늘 양 팀의 선발은 서로 상대에 강했던 니퍼트와 밴덴헐크가 나왔다.
1차전이 서로에게 약했던 노경은과 윤성환으로 탐색전이었다면 2차전은 그야말로 매 경기 결승전을 치른다는 사생결단의 선택이었다.
니퍼트는 올 시즌 삼성전에서 3승에 평균자책점 1.89로 난공불락이었으며 밴덴헐크도 1경기밖에 나오지를 않았지만 1승에 1.50의 짠물 투구를 했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0대0 팽팽한 균형을 7회까지 유지하여 어느 팀이든지 1점을 먼저 내는 팀이 마무리 홍상삼과 오승환을 보유하고 있기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니퍼트는 2번의 삼자범퇴를 제외하고 6회까지 4이닝이나 위험에 빠졌지만, 그때마다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위기를 벗어났으며, 밴덴헐크 역시 1번의 삼자범퇴를 제외하고 6회까지 매회 득점권에 주자를 출루시켜 삼성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오늘 대량득점이 날 수도 있었지만 양 팀 타자들의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으로 모두 상대 투수에 약했다는 기록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3회 두산 공격 무사1, 2루에서 김현수의 중견수 오버 타구를 잘 잡은 배영수의 호수비와 최준석의 중전 안타성 타구가 엉겁결에 투수글러브에 들어가 병살이 되는 행운이 따른 삼성이 위기 뒤 찬스라는 말처럼 그 후 경기분위기를 가져가지 못한 것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으며 전반적으로 7회까지는 두산이 일방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득점을 못 올려 쉽게 풀어나갈 수 있던 경기가 연장까지 가게 된 이유가 되었다.
두산 불펜, 삼성에 전혀 안 밀려
선발이 모두 6회를 채우고 내려간 뒤 본격적으로 불펜 싸움이 진행되었으나 삼성의 패인은 밴덴헐크에 이은 차우찬을 길게 가져가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작용했다. 두산은 니퍼트 이후 오현택이 7회를 책임졌으며, 8회 홍상삼을 조기 등판시킨 것이 또한 연장으로 끌고 간 원인이 되었다.
삼성은 2차전을 밴덴헐크와 차우찬이라는 1+1전술로 경기를 끌고 가다 오승환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지만 차우찬이 6회 2사 1, 2루 위기를 잘 막고 7회를 삼자범퇴 시켰으며 8회 1사 1루에서 안지만으로 교체된 것이 매우 아쉬웠다. 점수가 서로 나지 않고 있었기에 연장 승부까지 생각한다면 차우찬으로 계속 이닝을 끌고 갈 필요가 있었으나 너무 일찍 내린 것이 결정적 실책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오승환이 4이닝이나 던지게 되는 불상사까지 겪게 된 것이다. 이것은 3차전 이후를 생각한다면 삼성으로서는 대단한 출혈로 처음부터 2차전은 1+1전술로 끝까지 갔어야 했으며 어떻게든 불펜이 약한 두산을 방망이로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방망이 역시 중심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2차전을 어이없게 내 주고 말았다.
삼성 줘도 못 먹은 2차전
8회 먼저 두산이 선취점을 내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으나 곧바로 8회 말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등판한 홍상삼의 난조로 삼성이 동점을 만들었으며 역전까지 시킬 찬스에서 이승엽 김태완이 해결해 주지 못한 것이 1차전 패인이 되었다. 이승엽을 6번 타순에 배치한 것이 1, 2차전을 통해 전혀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방망이가 전혀 맞지 않고 있는 이승엽의 활용도를 놓고 류중일 감독의 고민은 깊어만 가게 되었다.
그러나 연장 들어 10회와 11회 등 2회에 걸쳐 끝내기 찬스가 왔으나 이번에도 역시 이승엽을 포함한 중심타선에서 전혀 해결을 못 해줘 속된 말로 다 차려진 밥상 숟가락만 뜨면 되는데 뜨지도 못하고 진수성찬을 엎질러 버리고 말았다.
만루가 되기 전에 두 번에 걸친 짜내기 찬스가 있었음에도 정공법을 고집한 결과이며 두산의 철저한 만루작전에 실컷 놀아난 것으로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2연패에 빛난 감독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선수를 믿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촉감을 믿고 경기를 지휘해 나가야 하지만 선수를 너무 믿은 것이 오늘 패착이 되었다.
두산의 집중력은 클래스가 달라
삼성이 연장 들어 2번의 끝내기 찬스가 있었음에도 번번이 두산의 만루작전에 말려들어 경기를 못 끝냈으니 오늘 패전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선수 책임도 있지만, 감독 책임도 크다.
반면, 두산은 연장 13회 이미 한계 투구 수를 넘긴 오승환을 상대로 오재일이 극적인 결승 홈런을 날려 먼저 도망갔다. 삼성은 9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연장 12회까지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6타자 연속 삼진 등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역투한 오승환의 임무는 12회에서 끝냈어야 했다.
아무리 공이 좋아도 내일이 없다는 식으로 동점상황에서 오승환을 써 버리면 정작 3차전 이후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결국, 오재일에게 한방을 먹은 오승환은 기록적인 투구를 했음에도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으며 오재일은 이 한방으로 팀을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게 한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오재일 뿐만 아니었다. 두산은 한 사람의 크레이지 보이가 나오면 다른 선수들까지 크레이지 모드가 되는 이상한 팀이다.
1사 후 삼성의 폭투와 실책이 이어지면서 추가점을 내고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은 1차전 MVP 손시헌의 2사 2, 3루에서 터진 2타점 적시타였다.
순식간에 5대1로 달아난 두산의 승리는 당연하였다.
총평
오늘 2차전 승리로 두산은 우승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디디면 정상이다. 삼성이 마지막 발걸음을 태클을 걸기에는 투수력, 타력, 모두 역부족이며 벤치의 작전능력도 역부족이다.
두산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으며, 삼성은 오히려 갈수록 경기 내용이 좋지 않고 있다. 폭투와 실책을 남발하며 꼭 필요한 점수를 전혀 내지 못하고 22이닝 동안 단 3득점에 그친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두산은 22이닝 동안 12점을 득점하였으며 모두 집중타에 의한 점수로 한번 기가 살면 모두가 미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삼성이 연장 이후 찾아온 두번의 끝내기 기회를 스스로 없애버릴 때, 두산은 단 한번의 찬스에서 1점도 아니고 4점을 추가하는 미라클 타격을 선보여 역시 팀타율1위팀 다웠다.
이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삼성 류중일 감독이나 KIA 선동열 감독이 추구해온 투수력에 의한 불펜야구는 힘을 잃게 된다.
2점을 잃으면 3점을 뽑아내고, 5점을 잃으면 6점을 뽑아내는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팀이 올 시즌 이후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넥센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투수력보다 공격력을 앞세운 팀이 더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3차전 선발은 유희관대 장원삼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유희관이나 장원삼 역시 상대 팀에 강했다. 문제는 두산의 방망이를 과연 삼성 투수력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인 지로 잠실벌 드넓은 땅에서
마음껏 뛰노는 두산의 발야구를 잡을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두산은 無에서 有를 창조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팀이다.
삼성은 너무 두산을 얕본 것은 아닌지 하루를 쉬면서 푹 차분하게 전략을 다시 수정하고 3차전 이후 대 반격의 포인트를 공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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