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9. 07:01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두산 0% 불가능을 우승이란 기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두산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부터 9회까지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며 2대1로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삼성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삼성은 8회까지 내내 두산 이명우와 핸킨스에 압도당하다가 9회 단, 1번 찾아온 마지막 공격에서 한 점을 만회하고 역전으로 경기를 뒤집을 기회가 있었으나 두산의 철별 불펜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비참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정규시즌에서 투·타 완벽한 밸런스로 2위 LG에 2게임 앞선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은 3주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경기력이 계속 퇴보하고 있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마지막이 될지 모를 5차전을 앞두고 긴급 점검을 해야 할 상황에 닥쳤다.
반면, 두산은 준PO에서 5경기, PO에서 4경기 등 9차례의 혈전을 치렀으며,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3차전까지 피 말리는 경기를 포함해 모두 12경기를 치러 모든 선수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믿기 어려운 완벽한 경기력으로 4차전에 승리해 3승으로 이제 시리즈 우승까지 0%에서 출발하여 이제 마지막 100%를 완성하기까지 남은 3경기에서 단 1승만 필요하게 되었다.
한국시리즈 전부터 마치 라이트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 간의 복싱경기가 예상되듯 무모하다 싶었지만, 삼성은 매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웃복싱을 하고 있으며, 두산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맷집을 앞세워 스트레이트와 어퍼컷을 날리는 기적을 매일 밥 먹듯이 써 가고 있다. 이런 두산을 보면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감탄스럽고 경외로움 그 자체이다.
삼성 무엇이 잘못 되었나?
애당초 4차전 선발이 잘못되었다. 알다시피 배영수는 두산전에 매우 약했다. 1승 2패에 평균자책점이 무려 7.78로 두산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아는 배영수는 1회부터 두산에 기선을 제압당하고 들어갔다. 멘탈이란 무엇인가? 약한 상대를 이기고 힘으로 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눈에서 빛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배영수는 눈에서 빛이 난 게 아니라 삼성의 선발투수 1+1 전략에 의해 한시라도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니 오늘 경기 승패는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2회 1사 1루에서 신속하게 올라온 차우찬이 8회 2사까지 1회부터 물이 오르기 시작한 두산의 방망이를 완벽하게 틀어막아 삼성의 반격이 이어졌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달리 말하면 삼성의 4차전 선발은 배영수가 아니라 두산에 강했던 차우찬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배영수는 선발로 써서는 안 되는 선수였다.
경기
삼성
두산
잔루
비고
안타
득점
잔루
안타
득점
1차전
6
2
6
12
7
6
두산. 승
2차전
7
1
16
10
5
12
두산. 승
3차전
7
3
5
5
2
4
삼성. 승
4차전
4
1
8
6
2
8
두산. 승
계
24
7
35
33
16
30
두산3승
평균
6
1.75
8.75
8.55
4
7.5
삼성1승
아무튼, 오늘의 패인은 아직도 터지지 않은 방망이였다.
삼성은 3차전 승리를 제외하고 두산에 공격과 수비 모든 부문에서 완벽하게 밀려 4경기 평균 6개의 안타로 2점도 내지 못했고, 반면 강하다던 투수력은 두산에 경기당 평균 9개 이르는 안타를 맞고 4점을 실점했다.
데이터는 그렇지만 잔루를 보면 삼성이 두산보다 평균이 1개가 더 많아 득점을 올릴 찬스는 두산보다 더 많았다. 결정적인 것이 바로 연장 13회 승부 끝에 5대1로 진 2차전으로 한 마디로 줘도 못 먹은 2차전 덕분에 이제 막다른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아무리 3주간 쉬었다 하더라도 4경기 정도 치르면 경기감각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중심타선에서 최형우만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 정작 해 줘야 할 박석민, 채태인, 이승엽 등이 집단 침체에 빠졌고, 밥상을 차려줄 배영섭, 박한이 등은 타석에 서 있기도 버겁다. 그렇다고 하위타순에서 그 어떤 선수도 미친 선수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4차전 타순을 대폭 조정했지만, 전혀 유기적으로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이 가장 강했던 때의 타순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두산 이재우+핸킨스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
두산은 4선발 이재우가 포스트시즌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언제라도 내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철벽을 보여준 핸킨스를 투입할 시기만 잡고 있었다.
그것은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에 유달리 약한 배영수가 역시나 얻어터질 기미가 보이기에 즉각 차우찬으로 바꿨듯이 두산도 시기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넘어질 듯 넘어질 듯하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이재우는 2회와 3회를 제외하고는 삼성의 오승환급 투구를 해 줬다.
언터처블 그 자체였다. 제일 중요한 1회를 삼자범퇴시켰으며, 2점을 먼저 선취한 뒤로는 삼성의 공격을 4회와 5회 완벽하게 틀어막아 숨 쉴 공간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재우의 뒤를 이어 나온 핸킨스는 또 어떤가. 핸킨스는 8회 1사까지 1피안타 4탈삼진으로 삼성의 숨통을 더욱더 조였으며 뒤이어 나온 정재훈이 8회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그대로 두산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김진욱 감독의 투수 용병술이다.
핸킨스는 6회에 나와 8회 1사까지 2.2이닝 동안 48개의 투구 수로 단 1안타만 맞고 삼성 타선을 꽁꽁 묶고 있었다.
앞서 2차전에서는 2이닝 동안 27개의 투구로 볼넷 1개만 있었다. 하루를 쉬고 나왔지만 PO 이후 5일간의 휴식이 있었고 선발투수였기에 충분히 나머지 이닝을 책임지고 던질 수가 있었다. 또한, 포스트 시즌 들어 핸킨스는 LG전 4.1이닝 무실점과 넥센전 1.1이닝 무실점 등 5.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정규시즌 KIA전 4이닝 무실점까지 더한다면 10월에만 9.2이닝 무실점이란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즉, 이 말은 두산 불펜 중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투수였다는 말이다.
8회 1사 후 4타자를 상대로 20개 정도 공을 더 던진다고 해도 무리가 전혀 없었으며 정재훈이나 홍상삼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할 힘과 관록이 있었지만 뜻밖에 빨리 강판당하고 정재훈으로 갔다.
그 결과 9회 식겁할 상황까지 가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재훈이 어질러 놓은 것을 윤명준이 가까스로 막아내 두산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김진욱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나오는 투수마다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원없이 던졌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같은 1+1 전략이었어도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진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였다.
총평
4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게 되었다. 두산은 지쳤지만 사기가 올라 절대 질 것 같지 않으며, 삼성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패배의식이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해 각자 따로 놀 가능성이 높은 5차전이 남았다.
5차전 선발은 1차전의 노경은 대 윤성환이다. 윤성환은 1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경험이 있으며 노경은은 7회 1사까지 단 1실점으로 막은 적이 있다. 두 선수 모두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좋지 않았지만, 노경은은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로 그것을 넘었다면 윤성환은 배영수처럼 처음부터 패배의식으로 넘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두산이 5차전에서 삼성을 가볍게 누르고 우승 헹가래를 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으로서는 정말 이제 막다른 골목길이다. 배수의 진을 친다는 표현이 나올 차례이다. 물론 부담은 백배일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공도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에 승부는 알 수가 없다. 객관을 뛰어넘는 기적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부담 없이 경기를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것으로 마지막 경기라는 부담을 갖는 순간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는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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