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담양최고봉 병풍산에 오르다.

2014. 12. 23. 06:3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광주근교에서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800고지 산은 얼마나 될까.

900m가 넘는 무등산 중봉만 오르려 해도 증심사 입구주차장에서 중봉까지 약 4km에 왕복 4시간이 걸리고 원효사 지구에서 출발해도 거의 같아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으면 곤란을 겪을 만큼의 거리다.

그러나 담양 최고봉 병풍산은 담양과 장성의 경계인 한재에서 출발할 경우 820고지임에도 2.3km밖에 걸리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으며 정상에서 사방으로 툭 터진 조망을 즐기고 하산하더라도 2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가까운 곳으로 도시락이 필요 없는 짧은 산행코스라 하겠다.

병풍산 정상에 서면 정면으로 드넓은 대전면 황금 들판을 사이에 두고 광주의 어머니산 무등산과 그리움으로 마주하고, 왼쪽으로는 추월산까지 뻗은 병풍지맥의 기운을 한없이 느낄 수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장성 불태산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산행코스로 곳곳으로 임도가 잘 조성되어있다 보니 오르는 길 또한 매우 다양하다.

수북면 삼인산으로 올라 만남재를 거쳐 투구봉, 병풍산에 올라 천자봉에서 대방저수지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코스가 정통코스이며 성암 국제청소년수련원에서 출발하거나 한재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고 장성 불태산과 연계해 종주하는 코스 등 다양한 산행코스가 매력이다

 

 

 

광주에서 장성 백양사까지 호남고속도로를 거치지 않고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려면 대전면 소재지에서 한재골로 가는 70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그 정상에 있는 한재는 장성과 담양의 경계로 좌우로 불태산과 병풍산이라는 명산을 호위하고 있으며 불태산 뒤쪽으로는 작은병풍산(병장산)을 보초로 세워 놓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 매서운 찬바람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서서 광주를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병풍산과 불태산. 그 산을 눈이 펑펑 내린 다음 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올랐다.

한재의 도로 좌·우측은 비좁지만 차량을 주차할 수 있으며, 이곳에 차량을 두고 병풍산 종주에 나서는 사람도 있고 불태산 종주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가벼운 복장으로 신선대에 오르거나 임도를 따라 만남재까지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기에, 차를 주차하자마자 양쪽으로 펼쳐진 병풍산과 불태산을 오를 수 있는 한재는 광주근교에서 800고지 산을 단시간 내에 밟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산행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12월 첫날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12월 중순이 넘었음에도 눈 그칠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광주 전남지역은 눈과의 싸움이 연속이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눈은 그저 자연의 신비이자 아름다움의 대상일 뿐이다.

 

 

 

오늘 병풍산 산행은 한재에서 시작해 투구봉을 거쳐 병풍산 정상인 깃대봉에 오른다음 만남재로 하산해서 임도를 타고

다시 한재로 돌아오는 코스로 약 5km 2시간 30분 정도 걸리기에 눈 오는 날이면 병풍산은 그야말로 원색의 물결로 넘쳐난다.

 

 

 

자. 그럼 눈에 덮힌 담양 최고봉 병풍산에 올라볼까요?

 

 

 

출발한 곳에서 완만한 경사를 딸 20여 분 오르면 나무벤치 하나가 있는 쉼터 1이 나온다.

거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길로 흙길과 돌길이 반복되기에 눈이 오지 않았다면 힘든 구간이지만,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하는 눈으로 인해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1 쉼터가 지나면서부터 암벽에 금이 쩍쩍 간 바위들이 마치 책을 포개놓은 듯 가지런하게 보이고, 1 쉼터에서 15분 정도를 더 올라가면 나무벤치가 있는 2 쉼터(636m)가 나오며, 3분여를 더 오르면 전망 좋은 곳에 비석 없는 묘가 하나 서 있다.

묘를 지나면서부터 우측으로는 확 트인 시야가 확보되어 신선대의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뷰포인트가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갈림길에 이정표가 없다 보니 신선대로 오르는 길이 헷갈리지만, 좌측길은 신선대(투구봉)을 오르지 않고 병풍산으로 바로 가는 길이고 신선대(투구봉)를 오르려면, 우측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 마저도 눈에 덮혀 길의 흔적은 없고 누군가 밟고 지나간 어슴프레한 흔적을 따라  투구봉 정상까지 올라가 본다.

 

 

 

 

 

투구봉 정상에서 바라본 장성 불태산.

암봉으로 치면 불태산보다 더 험난하고 스릴넘치는 산이지만, 병풍산의 유명세에 밀려버렸다.

하지만, 불태산 뒤쪽의 장성군 장성읍 유탕리에서 출발하는 원점회귀코스가 있길레 잘 개발한다면 병풍산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 될 것이다.

 

 

 

투구봉에서 바라본 삼인산

삼인산은 옛날에는 몽선암(夢仙庵)으로도 불리고 북쪽에 삼인동이라는 마을도 있었는데 1200여 년 전 고려 때 몽골군이 쳐들어오자 피난 온 여인들이 몽선암에서 몽골의 병졸들에게 붙잡히는 것을 피하여 몽선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몽골 군사들의 만행을 죽음으로 항쟁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태조이성계가 국태민안과 자신의 등국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 중 이성계의 꿈에 삼인산을 찾아 기도하면 꿈을 이룰 것이라는 성몽이 나타나자 이곳 삼인산을 찾아 정상에 올라 산신제를 올리며 기도하여 등극하게 되자 이성계의 꿈에 성몽하였다 하여 몽성산(夢聖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투구봉에서 바라본 806봉.

마치 병풍산의 정상인냥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언듯 보면 히말라야산맥의 최고봉 에베레스트처럼 보인다.

 

 

 

 

투구봉과 806봉 사이의 안부는 만남재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있다.

오늘 산행도 정상인 깃대봉에 올랐다가 이곳으로 하산해 만남재로 내려갈 계획이다.

 

 

지도상의 투구봉은 이곳이지만, 병풍지맥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천자봉(옥녀봉)이 나오고 그곳에서 쪽재 방향으로 내려서 용구산(왕벽산)으로 올라서면 병풍지맥으로 직진하지 않고 산불감시탑의 우측으로 수북면 궁산리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의 첫 봉우리도 투구봉이다.

정상에는 담양군 대전면 청년회에서 세운 병풍산 투구봉(신선대) 표지석이 있으며, 대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 투구봉(신선대)과 바로 옆의 병풍산 정상인 깃대봉, 그리고 삼인산, 불태산 등은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드는 인파로 가득 찬다.

 

 

 

투구봉(신선대)에서 만남재로 내려서기 위해서는 신선대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밧줄이 달린 바위 사이로 내려서야하나 눈이 오거나 비바람이 불 때는 안부에서 만남재로 내려가는 것이 안전하다.

 

 

 

투구봉 갈림길

간 밤에 병풍산에 내린 적설량은 대략 60cm정도로 등로를 벗어나면 허벅지까지 눈이 차오른다.

 

 

 

안부에서 바라본 투구봉

 

 

 

신선대와 병풍산 사이에 있는 806봉의 명품 소나무. 이 나무를 보기 위해 병풍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10여 분 힘들게 오르면 병풍산 정상 깃대봉이 나온다.

 

 

 

깃대봉 정상에서 본 806봉과 투구봉. 그너머 장성 불태산

 

 

 

사람들은 산에 오를때 정상을 목표로 오른다.

그런데 왜 죽기살기로 땀흘려 정상에 오를까?

어떤 이는 숨이 턱에 차 수십번 쉬어가면서도 정상 정복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산을 왜 오른가?' 라는 고전적인 우문에 사람들은 대게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는 현답을 내 놓는다.

하지만, 그들이 속마음에는 최소한 오르고자 하는 산에서만큼은 정상에 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함일 것이다.

그것은 일단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툭 터진 조망에 답답한 가슴이 터지며 불쾌했던 세상에서의 기억이 잠시나마 사라진다.

그리고 힘들여 올라왔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남은 여정은 이제 편하게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현재가 있으며, 이제는 무릎이 시원치 않은 사람은 힘들겠지만, 건강한 몸이라면 즐거운 내리막길을 걷는 미래를 볼 수 있다.

 

 

 

또한, 산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든다.

누구나 산에 오르면 가끔  뒤돌아서서 이곳까지 얼마나 힘들여 왔는지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기나긴 거리에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고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풍산 정상에서 본 병풍지맥.

병풍 지맥은 담양의 병풍산을 주산으로 하는 지맥으로 호남정맥이 추월산을 지나가다 도장 봉에서 병풍지맥으로 갈라져

가덕 분기점 - 백골재 - 도마산 - 능재 - 바심재 -용구산 - 병풍산 - 대치 - 잿막재 - 불태산 - 초라치 - 호남고속도로 - 판사등산 -

팔랑산 - 어등산 - 황룡강으로 흘러 끝을 맺는 마루금 거리 62km의 지맥으로 병풍산에서 거꾸로 올라선다면 병풍지맥 -

금남호남정맥 - 백두대간으로 올라설 수 있다.

 

 

 

병풍산 정상에서 천자봉을 거쳐 대방저수지로 하산하는 코스가 정통코스이지만, 오늘은 차량을 한재에 주차했기에 만남재를 거쳐

한재로 다시 내려간다. 하지만 산악회 버스를 이용했다면 주차장에서 병풍산 정상-천자봉-대방저수지로 하산하는 종주코스가 제격

일 것이다.

 

 

 

병풍 지맥의 최고봉이자 주산인 깃대봉에서의 조망은 일망무제다.

앞뒤 좌우로 막아선 그 무엇 하나도 없다.

 

 

 

 

북으로는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이고 추월산의 벼랑바위와 한일자 능선, 그 옆의 강천산과 강천산 너머 순창 회문산.

그리고 담양 금성산성과 옥과 괘일산과 설산, 곡성 동악산과 그 너머 지리산 서북능선까지 날 좋은 날에는 조망된다.

 

 

 

 

 

 

병풍산 정상에서의 simpro

이제 만남재를 거쳐 한재로 하산한다.

 

 

 

 

 

 

 

 

깃대봉에서 안부로 내려와 만남재로 약 10여 분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면 좌측으로 용구샘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용구샘은 등산로에서 약 100여M 벗어나 있으며, 위치상으로 806봉의 30여M에 달하는 병풍바위 절벽 아래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너덜을 조심스레 밟고 지나야 한다.

 

등산로에서 4분정도를 들어가면 절벽 아래에 동굴이 하나 보이고

그 아래를 들여다 보면 가로세로 약 2M정도 되는 샘이 있다.

갈수기로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절벽아래에 동굴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곳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것도 신기하기만 한다.

하지만 용구 샘물은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오늘은 무릎까지 차는 눈으로 인해 러셀을 한 사람이 없어 과거에 갔던 사진으로 대체한다.

 

 

 

 

 

 

 

 

 

 

 

 

 

 

 

 

만남재는 장성방면에서 임도로 올라온 사람들과 성암청소년 야영장 쪽에서 임도로 올라온 사람들이 병풍산으로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는 산책 겸 산행코스이기도 하지만, 한재에 차를 주차해 놓고 편한 복장으로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삼인산으로 가는 임도

 

 

만남재에서 한재까지는 걷기 편한 임도로 20여분 걸린다.

 

 

 

 

 

 

담양 10경중 병풍산은 제4경에 해당한다.

제1경 가마골 용소, 제2경 추월산, 제3경 금성산성, 제4경 병풍산, 제5경 삼인산, 제6경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 제7경 죽녹원,

제8경 용흥사계곡, 제9경 관방제림, 제10경 일동 삼승지(환벽당, 식영정, 소쇄원)으로 빼어난 풍광대로 이름값을 하는 명소이다.

주변에 앞을 가로막은 산도 없고 드넓은 수북면 평야 지대가 무등산까지 펼쳐져 있다. 탁 트인 조망에 무등산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은

거침없이 삼인산과 병풍산, 불태산까지 그 감동을 전해온다.

만약 새해 첫 날 일출을 보기 위해 병풍산에 오르걸랑 등산로보다 임도를 따라 만남재에서 신선대로 오르거나 병풍산으로 오르는 것이

좋으며, 안부에 올라서면 투구봉이나 깃대봉 능선 모두가 일출을 보는 천혜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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