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우리시대의 영웅은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입니다.

2014. 12. 22. 06:30세상 견문록/세상 견문록

 

눈 내리는 날, 예고도 없이 큰 아들이 부산에서 와 모처럼 목욕도 같이하고 영화도 봤습니다.

온 가족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나오니 광주시내는 새하얀 눈으로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고 있더군요

집으로 들어 오면서 가로등 불빛 아래 종이조각처럼 날리는 눈을 찍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도 내렸지만, 영화속에서도 눈이 많이 내렸거든요.

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 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국제시장'은 황정민(덕수 역)의 64년을

흥남, 부산, 독일, 베트남 등지에서 촬영하다보니 극 전개가 과거와 현재를 수없이 오가며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와 우리 할아버지 세대 중 과연 황정민같은 삶을 산 분이 몇%나 될지 모르지만, 평생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고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 온 대다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많으시길레 산만함보다 집중력을 높여주었습니다.

 

 

한국전쟁당시 흥남철수때 동생의 손을 놓아버린 죄책감과 동생을 찾으러 간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기둥이 된

윤덕수(황정민 분)는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부산국제시장에서 장사하는 고모집 꽃분이네를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부산에 터를 잡습니다.

어머니를 포함 5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여유도 없었지요.

결국 청강생으로 검정고시공부를 하다 동생의 서울대 합격 뒷바라지를 위해 서독광부로 파견나간 윤덕수는

생과 죽음의 사선을 넘다들며 매일같이 하는 말은 '살아서 지상에서 만납시다'로 대변되었습니다.

동변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서독파견 간호사와의 황홀한 데이트. 그리고 탄광사고로 더 가까워질 무렵 한국으로 돌아온 윤덕수.

그리고 3개월 뒤 임신한 몸으로 덕수를 찾아 국제시장을 찾은 영자(김윤진 분)는 덕수의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지요.

 

    

 

그렇게 서독에서 번 돈으로 집도 사고 재미있게 살 무렵, 여동생의 결혼식 살림장만을 위해 선장의 꿈을 이룰

해양대학교 합격증을 던져버리고 또다시 월남으로 돈 벌러 떠나는 덕수.

그리고 서독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선을 넘나드는 덕수의 처절한 삶의 몸부림.

그때마다 덕수에게는 흥남에서 헤어진 아버지의 추상같은 명령이 생각납니다.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네가 가장이다. 집안을 잘 이끌어라...'

'아버지 올때까지는 네가 이 집안의 가장이다.'라는 어머니 말씀도 생각납니다.

그런 생각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목숨줄을 놓지 않고 기적같은 생환을 이루어 냅니다.

 

 

 

결국 다리에 총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덕수는 하나밖에 없는 고모가 죽자 고모의 가게 꽃분이네를 인수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게를 팔 생각도 없고, 상호를 바꿀 생각도 없는 것은 오직 단 하나.

국제시장 꽃분이네를 찾아올지 모를 아버지와 여동생을 위한 배려였으니 극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프로그램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을 만나고 원을 풀지만, 그리운 아버지의 그림자는 지울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과 힘없는 자신을 되돌아보니 그리운 아버지는 이제 가슴에 묻어야 할 듯 합니다.

 

 

눈 내리는 날 simpro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simpro도 이제 한 여인과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홀로되신 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가장이자 장남아닌 장남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황정민처럼 운 좋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환갑을 지나면서 20년간 제대로 아버지 역할을 해 주셨죠.

이 영화는 젊은 세대에게는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산만한 줄거리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아버지 세대는 모두 동감하고

가슴아린 기억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인간미 물씬 풍기는 가족드라마입니다.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 천달구역의 오달수,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 앙데리김, 월남에서 구사일생으로 덕수의 목숨을 구한

가수 남진 역의 유노윤호, 초등학생 시절의 이만기 등의 등장은 가슴뭉쿨한 극전개에서 탄산수같은 상쾌함을 주었답니다.

12월 17일 개봉해 12월 20일까지 4일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는 110만명이 넘었군요.

눈 내리는 겨울이자 연말. 젊은 세대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부모님들은 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꼭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험한세상 슬플일도 많은데 영화까지 보면서 슬퍼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 슬픔의 뒤끝은 잔잔한 감동입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바로 여러분의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격변기를 거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산 증인이며,

우리시대의 영웅입니다. 또한, 덕수의 껌딱지 친구로 생사를 같이 경험한 오달수(달구 역)같은 친구가 여러분 곁에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뒤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음 합니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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