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9. 11:30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기아 0 : 9 롯데) 패전투수 : 윤석민
롯데 고원준에게 유독히 약한 기아 타선을 어떤말로 설명할까?
2010년 신인이었던 고원준에게 데뷔 첫승을 안겨준 것도 기아고 그 해 고원준이 올린 5승중 무려2승을 헌납했다.
고원준을 올 시즌 처음으로 만난 4월29일 경기에서 마무리투수로 나와 포수실책으로 1실점(김사율실점)을 했지만
1.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한타자도 진루를 안시키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4월까지 불펜에서 활약했던 고원준을 5월들어 선발로 전환시킨 것은 이 경기에서 보여준 고원준이 대담한 피칭이
한 몫했을 것이다
윤석민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빠른 직구와 다향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고원준은 선발로 전환한
5월들어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5월15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7이닝동안 9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를 눈앞에 두었으나 코리가 이범호, 김상현, 김주형으로 이어지는 세타자 연속홈런을 얻어맞아 고원준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기아는 고원준에게 7회까지 꽁꽁 닫혀버린 기아 타선의 악몽은 오늘도 깨어나지 못했다.
고원준은 이어 나온 LG전에서 홈런2방을 얻어맞으며 2.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5.28일 경기에서 올 시즌
2승째이자 프로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시켜 주고야 말았다. 올 시즌 고원준의 2승의 제물이 기아가 된 것이다.
고원준을 상대로 9회까지 4안타 1볼넷으로 철저히 유린 당했으니 무엇을 더 이야기하겠는가.
앞선 경기까지 고원준에게 완패하면서 기아의 전력분석팀은 그의 모든 것을 들여다 봤을 것인데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완봉패한 것은 벤치와 선수들이 5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가 최상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의외의 결과다.
그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28이닝 무자책경기를 펼쳐가며 기록갱신에 대한 의욕이 앞섰을까.
마운드에 선 윤석민의 얼굴에 기록갱신의 비장함과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는 상당한 부담감이
겹쳐보였다.
첫타자인 전준우에게 던진 초구부터 볼이 높게 형성이 된다. 그것은 의욕만 앞서지 몸이 안따라 준다는 것이다.
결국 몸쪽 높은 직구가 홈런으로 연결되어 그의 모든 계획은 끝나고 말았다.
선동열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한 제일 중요한 순간에서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그 계획이 끝났다면 정신적인
상처에 온몸이 힘이 다 일순간 빠져 버렸으리라. 퍼펙트나 노힛노런을 앞둔 투수가 안타를 맞으면 한 순간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물론 그 투수들은 바꿔 주는게 원칙이지만 윤석민은 첫타자이기에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연속이닝 무자책경기는 1회부터 어긋났지만 이제 그의 목표는 6승에 팀의 6연승을 견인해 가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1회에 홈런을 포함해서 껄끄러운 타자 이대호에게 득점타를 맞고 2실점했지만 이정도로 흔들릴 윤석민이 아니다.
다소 볼이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기아는 2점을 리드 당한 1회말 공격에서 이용규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자 김선빈의 기습번트가
나오는데 그것은 작전에 의한 것이기보다 김선빈 독자적인 생각에 의한 번트인것 같다.
1루에 주자가 없었다면 아마 그 기습번트는 아주 훌륭하게 성공 했을 것이다.
1루수가 잡았을 땐 이미 루가 비어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이대호가 1루를 포기하고 2루로 송구하여 출발이 늦은
이용규를 2루에서 보살시킨 것은 이대호가 잘했기보다는 김선빈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보는 것이 맞다.
기습번트는 타자가 살고자 대는 번트이기에 1루주자가 번트 엔드 런이라는 사인대로 였다면 2루로 뛰지 않았겠는가. 그 기습번트의 실패가 추격하는 기아벤치의 구상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결과가 되고 만다.
보내기 실패로 1사 1루로 바뀌자 무리해서 2루로 도루를 시키고 그마저 강민호의 호송구로 아웃되어 순식간에
주자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초반 분위기가 갑자기 급랭해 버린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까?
이어 이범호가 볼넷으로 출루하여 초반에 고원준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고원준은 3회 이내에 두들겨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 갈수록 대담한 피칭으로 맞추어 잡기에 아쉬운 1회 공격이었다.
이후 윤석민은 이대호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3실점하며 5.2이닝동안 106개의 투굿수를 기록하고 10피안타 5볼넷 4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쓸쓸히 강판되고 말았다.
팀의 에이스가 5.2이닝동안 무려10안타를 두들겨 맞고 거기에 홈런 2방까지 겻들인 오늘의 투구는 윤석민의 기록에 대한
수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 부담과 팀의 6연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같이 승화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어 나온 투수들도 모두 맥이 풀려서인지 곽정철이 0.1이닝 2실점, 박경태가 0.1이닝 3실점하며 둘이 0.2이닝동안
5실점을 더 하였다.
유동훈과 조태수가 1이닝과 1.2이닝을 무실저으로 선방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투구다.
선발이 맥없이 물러난 상태에서 필승 계투조가 출격한 것은 4대0 상태지만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조범현 감독의 고집
때문일까?
물론 상대 투수여하에 따라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태투수인 고원준은 넥센시절부터 상대하기 껄끄러운 투수였다.
그런 투수를 상대로 뒤집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다면 윤석민 다음에 나오는 투수는 윤석민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곽정철보다 손영민이나 유동훈으로 교체하고
곽정철을 마무리쪽으로 돌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대호를 고의 볼넷성으로 보내고 강민호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여 6회를 마무리했지만 순서는 윤석민 바로
다음에 나오는 투수는 같은 스타일의 선수보다는 언더나 좌투수로 하는것이 더 맞다는 생각이다.
결국 오늘 경기는 고원준에게 생애 첫 완봉승과 이대호의 기를 맘껏 살려준 경기가 되고 말았다.
윤석민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슬프지만 불펜도 제 역할을 못해 오랫만에 기아의 슬픈 악몽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공격에서도 찬스에서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잊어버리고 변변한 찬스 하나 못 만들고 맥없이 완봉패 하고 말았다.
오늘마저 진다면 올 시즌 롯데와의 시리즈를 모두 1승2패로 만들어 버리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길 것이다.
다행이 연 이틀 삼성에게 덜미를 잡힌 SK와의 승차를 5게임차로 유지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연일 상승세인 LG와 삼성의 기세가 선두권의 팀순위에 변화가 있을 것도 같아서 6월의 야구가 즐거울 것 같다.
매년 이정도의 시기에 1위를 달리는 팀이 SK인 것에 6월달엔 어떤 팀이 되든간에 변화를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그 1위는 기아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다시 한번 오늘 롯데전에 나서는 기아 선수들에게 이번 시리즈 만큼은 기아로 가져와 4승5패로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윤석민은 기아의 에이스다. 이번 경기의 마음가짐의 실패가 가져온 패전의 멍에와 짐을 몽땅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연속이닝 무자책경기도 마침표를 찍었고 그로 인한 패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면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지 못할 것이다. 윤석민의 또다른 변신을 기대해 본다.
타이거즈의 선전을 기원하며~~simpro의 프로야구 이야기
(사진출처)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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