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명옥헌원림, 가서 보고 취해 잠들다.

2015. 9. 7. 06:30전라남도 견문록/담양 견문록

 

전남 담양에 있는 명옥헌은 양산보의 소쇄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조선시대 원림(園林) 중 하나입니다. 소쇄원이 자연적인 지형에 터를 닦고 누정을 지어 정원을 만들었다면 명옥헌은 오이정(1619∼1655)이 부친 오희도(1583~1623)가 자연을 벗삼아 살던 곳에 건물을 짓고 앞뒤에 연못을 파고 꽃나무를 심어 원림으로 꾸몄는데요, 소쇄원을 원림(園林)이라 부르고명옥헌은 원림(苑林)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담장의 유무(有無)에 따른 구분인데요, 소쇄원처럼 담장을 두른 공간을 원림(園林)이라 하고 명옥헌 처럼 담장을 만들지 않은 정원은 원림(苑林)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담양 남면에 있는 고려 말 충신 전시민의 독수정은 담장이 없어도 독수정원림(獨守亭園林)이라 부르듯 원림과 원림의 구분을 정확하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담양의 대표적인 원림 중 하나인 명옥헌원림(鳴玉軒 苑林)을 소개하는데요, 해마다 8월이면 명옥헌은 붉게 타오르는 배롱나무 꽃의 화려한 자태를 보기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몰려오는 곳입니다.

 

 

 

 

 

명옥헌 원림을 보기위해서는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조금 걸어야 하는데요, 명옥헌이 있는 곳은 누정들이 몰려있는 담양가사문학권과 비교적 가까운데요, 명옥헌의 주인 오희도와 인조대왕 과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후산리 은행나무가 인근에 있어 두 곳을 같이 보는 것이 명옥헌을 제대로 보는 것이 되겠습니다.

 

 

 

명옥헌까지 가는 길도 참 아름다운데요, 여기저기 사진 찍기 좋은 곳도 있고 반갑게 맞는 전라도 사람들의 인심도 볼 수 있으며 감나무 과수원도 지나치기에 아이들과 같이 걷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볼품없던 담장도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으니 멋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백일홍과 함께 천사가 되는 길거리 전시회장도 있는데요, 여러분도 다음해 이곳을 방문할 때면 지난해 찍었던 사진을 꼭 전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을 끝 고개를 넘으면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배롱나무 꽃에 휩싸인 명옥헌이 갑자기 나타나는데요,

오매불망 찾고자 하던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쁨과 배롱나무 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모두의 발걸음은 여기서 딱 멈추고 맙니다.

 

 

 

 

 

 

명옥헌원림(鳴玉軒 苑林)은 국가명승 제58호 입니다.

1980년 이미 전라남도 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는데요, 2009년 국가명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배롱나무는 언제 심었을까요?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1583~1623)가 자연을 벗삼아 살던 곳에 그의 아들 오이정(吳以井:1619~1655)이

정자를 짓고 건물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판 다음 주위에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350년이 넘었습니다.

 

 

 

 

배롱나무 꽃은 백일홍이라고 하는데요, 부처꽃과에 속한 작은키 나무로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인 백일홍과 이름이 같습니다.

배롱나무는 7월부터 9월까지 약 100일동안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름도 참 많습니다.

우선 풀 백일홍과 구분하기위해 목백일홍이라 부릅니다.

 

 

 

 

나무줄기는 얇은 조각이 떨어지면서 얼룩 무늬를 나타내는데, 표면이 아주 매끄럽습니다.

그래서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간지럼을 잘 탈 것 같아 '간지럼 나무'라고 하는데요,

경상도에서는 배알나무라고도 합니다.

 

 

 

 

한자로는 자미화(紫薇化)라고 하는데요, 수백 년 되는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자주 빛을 띤다고 해서 옛날엔 자미(紫微)나무라고

불렀는데, 그 붉은 자미 꽃이 100일 동안 피어있다 해서 백일홍 나무라 불렀고, 한글로 배롱나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정자의 왼편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 같다 하여 명옥(鳴玉)헌이라고 지었는데,

명옥정(鳴玉亭)이 아니고 헌(軒)이라 지은 이유는 명옥헌 방안에 앉아 자미꽃나무 흐드러지게 핀 연못을 바라보고

심성을 수양하기 위해 사랑채 개념의 헌(軒) 자를 붙였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합니다.

 

 

 

 

 

명옥헌은 팔작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한가운데 방이 있고 사방은 마루인데요,

방에 앉으면 배롱나무꽃 흐드러진 정원이 바로 보입니다.

 

 

 

 

장원봉 자락을 타고 내리는 계류를 이용해 명옥헌 뒤에도 네모난 연못을 팠는데요,

조선 시대 전통적 ‘방지 중도형(方池 中島形) 수법으로 '하늘은 동글고 땅은 네모이다'라는 천원지방 사상을 반영하여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었는데요, 명옥헌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연못은 거의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답니다.

 

 

 

 

배롱나무는 수령이 몇백 년은 되어 보였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는

부산광역시 진구 양정동에 있는 800살 배롱나무로 천연기념물 168호로 지정되었는데

배롱나무로는 유일하게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명옥헌 지붕 위까지 솟아오른 배롱나무, 참 멋지지요?

배롱나무는 6m까지 자란다고 하는데요, 구불구불하게 용솟음치며 오르는 모습은 가히 예술입니다.

 

 

 

 

배롱나무는 전통 가옥과 정자, 서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백일동안 한결같이 꽃을 피우는 모습이

충절과 절개를 굽히지 않는 선비를 닮았다고 해서 많이 심었답니다.

또한, 절에도 많이 있는데요, 배롱나무의 벗겨진 줄기처럼 스님들이 속세의 때를 벗고 수도에 정진하라는

의미로 심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데요, 명옥헌 주차장까지 들어오는 도로는 물론 화순서 보성까지 가는 국도변은

모두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졌습니다.

 

 

 

 

명옥헌이란 현판이 붙어있지만, 정자 내부엔 삼고(三顧)라는 편액이 걸려있습니다.

삼고(三顧)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세 번 찾아갔다는 삼국지의 일화를 뜻하는 삼고초려의 삼고 인대요,

오희도가 인조로부터 삼고의 예를 받았다는 것을 기리기 위한 편액입니다.

 

 

 

능양군(조선 16대 인조)이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한 반정 동지들을 규합하기 위해 세상을 돌아다녔는데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인 고경명의 손자 고부천을 찾아 담양군 창평면 후산리까지 왔습니다.

그때 고부천이 명곡 오희도를 추천했다는데요, 1623년 능양군이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을 때

그때의 인연으로 오희도는 중앙 벼슬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삼고라는 편액을 건 것은 자신의 마음을 얻고자 세 번이나 찾아온 능양군을 기리는 마음에서 쓴 것으로 보입니다.

 

 

 

 

명옥헌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수령 600살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는데요,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는 은행나무로 지방기념물 제45호입니다.

능양군(仁祖)이 왕이 되기 전에 전국을 돌아보다가 고부천의 천거로 오희도를 찾아 이곳에 왔을 때

타고 온 말을 매어둔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 압각수(鴨脚樹)라고도 불리는데요,

수고는 약 30m에 달하고 줄기 둘레는 7.8m에 이르며 사방으로 가지가 10~14m나 뻗어 우아한 기품을 뽐내고 있습니다.

선비의 집 마당까지 말을 타고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말을 매어둔 것은 선비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선비를 예우할 줄 아는 인조의 인품을 짐작하게 합니다.

명옥헌을 왔다면 근처 인조대왕 계마행까지 같이 보면 스토리가 더 의미 있겠죠?

 

 

 

 

 

명옥헌에 앉아 있으면 인조대왕 계마행은 보이지 않지만, 옛날엔 보였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도 배롱나무 흐드러지게 핀 연못은 보이는데요, 35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건물의 주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주인보다 배롱나무꽃 필 무렵이면 이 광경을 보고자 이른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주인이 되었는데요,

꼭 배롱나무꽃 필 무렵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정자 뒤편에는 도장사유적비가 서 있는데요, 이 지방의 이름난 선비들을 기려 제사 지내던 도장사(道藏祠)가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도장사는 1825년에 창건되었다가 1868년 대원군 때 철폐되었다고 합니다.

 

 

 

 

 

명옥헌에는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비교적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는데요,

이 분은 부산서 전날 도착해 담양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 일찍 명옥헌에 들렀다고 합니다.

명옥헌 방에서 마루에서 눕거나 앉으면서 제대로 힐링했다는데요, 잠깐 잠도 잤다고 합니다

언제적부터 배롱나무꽃 필 무렵 꼭 와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담양에는 유독 배롱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데요, 양산보의 소쇄원을 지나온 계곡 물이 모여드는 하천을

지금은 창계천이라 부르지만, 옛날에는 개울가 주변에 자미꽃 나무가 많이 있다고 해서 자미천(자미탄)이라고 불렀습니다.

남도 가사문학의 산실인 소쇄원을 중심으로 남도의 정자 주변과 길가에 배롱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 것은 자미꽃은 도화꽃과 같이

무릉도원을 상징하는 꽃이기에 봄엔 도화꽃을 보고, 여름엔 자미꽃을 보면서 남도의 정자에 모여든 학자들이 무릉도원 세상을

이야기하며 꿈꿨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소쇄원, 환벽당, 취가루, 명옥헌, 독수정,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등 남도의 대표적인 정자에는

배롱나무가 적송과 함께 많이 심겨 있습니다.

8월 한 달간 명옥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드는 배롱나무꽃.

올해는 늦었지만, 내년 8월에는 꼭 와보시기 바랍니다.

오희도가 왜 이곳에 명옥헌을 만들었는지 배롱나무꽃이 왜 자미꽃이라 불리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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