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4. 00:05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기아 4 : 1 SK) 승리투수 : 양현종(6승)
오늘 경기의 히어로는 당연히 양현종이다.
사실 그는 오늘 경기의 선발이 아니다. 화요일 LG전에 선발로 나와 2.2이닝을 던지며 4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투구수는 39개를 기록하여 선발 로테이션상 오늘 경기를 건너 뛰어도 무방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그날 경기에 초반에 무너진 것에 대하여 본인 스스로 자책감을 느끼고 반드시 이겨내고 싶었으리라.
그 좋은 직구를 놔두고 안 맞기 위해 꺾이지도 않는 변화구를 남발하다 스스로 자멸한 경기였기에 양현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타이거즈의 수많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강철 투수코치를 설득하고 졸졸 따라다니며 자원등판을
간청했다 한다.
머 이정도의 성의를 보였으니 등판을 못해도 억울할 일은 아니었으나 기아벤치에서는 양현종의 그런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발로 등판시키는 특단의 대책과 함께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사실 양현종이 오늘 선발로 올라오면 투구수 때문에 길게 던지지 못한다는 것을 기아벤치나 양현종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경기초반에 어이없이 무너져 불펜들의 부담만 잔뜩 줄 수도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일종의 모험적인 선발이다.
잘되어도 불펜을 일찍 가동해야 하고 못되어도 일찍 가동해야 하는 양현종만을 위한 특별한 맞춤형 투수 운용을
하는 날이다.
판을 깔아 주었으니 이제 양현종이 해결해야 하는데 오늘 양현종은 그런 벤치의 기대와 팬들의 기대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 주었다.
그에게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은 선발 자원등판 이었음에도 오늘 양현종은 지금까지 팬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예전의 양현종이 아니었다.
필자의 예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양현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이 두 구종만으로도 얼마든지 프로 야구계를
평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볼을 던진다며 그 어느 누구도 양현종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 양현종은 5이닝동안 86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3피안타 7삼진 2사사구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아 투수들 중 제일 먼저
6승을 기록하였다. 오기와 독기를 품은 끝에 나온 진정한 승리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특히 1회 2사 1,3루의 위기에서 박정권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고 2회 2사1루에서 박경완을 몸쪽 바짝 붙힌 빠른 직구로 삼진,
3회 2사1,2루에서 박정권을 변화구 유인구로 삼진, 4회 김강민과 조동화를 모두 빠른 직구로 삼진, 5회 정근우와 박재상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여 직구와 슬라이더로 만으로도 SK타자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위기상황에서 배짱있게 힘으로 SK타자들을 눌러 승리한 양현종은 이제 그가 마운드에서 어떻게 볼을 던져야 하는지를 알았을
것이다. 양현종의 직구는 150K를 넘나드는 힘이 있으므로 슬라이더 하나만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투피치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들을 압도하고 남는다는 것을 오늘 충분히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다 나는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더하고
볼의 완급조절만 가미 한다면 류현진급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류현진의 볼끝은 양현종과 비슷하나 마운드에서의 타자를
상대로 쏟아내는 기와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까지는 양현종의 추종을 불허한다.
양현종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다..자기의 볼에 대한 믿음..그리고 다양한 변화구 대신 직구와 확실한 변화구인
슬라이더 이 두개의 구종만 완벽하게 마음먹은 곳에 던진다면 류현진의 벽도 넘을 것이다.
양현종을 이어 손영민이 2.1이닝동안 24개의 투구로 무실점, 심동섭이 0.1이닝 무실점, 곽정철이 0.1이닝 1실점,
유동훈이 1이닝 무실점으로 불펜이 4이닝을 1실점으로 거의 완벽하게 SK타자들을 제압하였다.
갈수록 위용을 더해가는 불펜진의 힘을 요즘 기아 야구를 보는 수 많은 팬들은 느낄 것이다.
손영민의 롱릴리프와 심동섭의 효과적인 투구에 유동훈의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 가지 흠은 곽정철의
상태가 예전만큼 좋지 않는다는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딱딱 들어맞는 불펜의 흐름에 곽정철이 약간의 틈을 보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훌륭하게 메꾸어 주고 있어 그 역시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리라 본다.
원래부터 좋은 볼을 가지고 있는 곽정철이기에 볼끝의 가벼움을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여 보완하려다 보니 뜻하지
않는 장타도 허용하고 믿음도 못 주지만 그 역시 자신의 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는다면 기아 불펜의 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공격은 이범호의 선제1점홈런과 김상현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자축2점포로 4대1로 승리하였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대0으로 앞선 상태에서 맞은 6회 SK공격에서
2루주자 최정의 주루플레이 미숙이 없었다면 1실점할 수도 있었는데
만약에 1실점을 하여 2대1이 되었다면 경기의 흐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8회 2대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상태에서 터져나온 김상현의 2점 홈런은 김상현다운 스윙의 결과여서
기아를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서 보면 김상현에게 바라는 딱 하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김상현은 2할 초반의 타율에 신경 쓰지말고 김상현다운 스윙을 하다보면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온다.
팬들은 그런 김상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오늘의 홈런이 타격감을 완전히 되찾는 특효약이 되었으면 한다.
수비에서도 박재홍의 홈런성 타구를 팬스에 부딪히며 잡아내고 착지하는 과정에 엉덩이부터 땅에 떨어져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그런 헛슬플레이 하나하나가 팬들의 뇌리에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 타구를 못 잡았다면 단번에 주자가 득점권에
가고 끝이 강한 SK이기에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것인데 몸을 사리지 않는 김상현의 헛슬플레이에
팬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낸다.
다행이 큰부상이 아니다 하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이제 SK와의 일전에서 먼저 승리를 따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승차도 3게임으로 줄여서 SK를 바짝 위협하고 두산에 패한 삼성을 1.5게임차로 밀어내며 선두권으로 바짝
따라 붙었다.
바짝 긴장한 SK가 SK답지 않게 주루에서 잔 미스가 나오고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득점을 올릴 찬스에서도
타자들이 쉽게 삼진당하는 것을 보고 SK가 왜 하향세이며 1위팀 답지 못한 경기를 요즘 하는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수비에서 강력한 프레싱에 의한 강압수비와 1점을 내기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벤치, 그리고 1점을 내는 방법에
있어서 최고의 전술을 구사하는 SK이기에 요즘의 SK는 뜻밖의 부진으로 2011프로야구계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가며
관중700만시대를 벌써부터 예감시켜주고 있어 흥미롭다.
SK의 일방적인 독주보다 이렇게 추격을 당해 6월중으로 2위나 3위권으로 추락한다면 그 관심도와 흥미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발적일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번SK와의 시리즈는 무조건 잡아서 승차를 1게임으로 줄여 대 혼돈의
시대로 몰고갈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라 전체 일정의 35%정도를 소화했는데 1위와 6위의 승차가 6월3일 현재7게임이다.
만약 기아가 SK를 3연패로 몰아간다면 1위와 2위는 1게임차고 두산이 선방한다면 5게임차로 줄어들어 역대 최고의 시즌
이 될 수가 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해 진다.
내일 선발은 트레비스와 글로버다. 요즘 글로버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지만 충분히 쉬고 나온
트레비스 역시 만만한 투수가 아니다.
멋진 투수전에 이은 3~4점차의 승부가 예상되므로 득점을 올릴 찬스에서는 기필코 득점을 올리는
소걸음 전술로 나가야 할 것이다. 중심타선을 포함한 공격력에서는 SK보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한 수 위이므로
주루플레이나 수비에서 의외의 미스만 안 나온다면 SK를 3연패로 몰아 붙히며 승차를 1게임차까지 바짝 따라
붙을 수도 있다.
아마 조범현감독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리라. 트레비스, 윤석민으로 이어지는 선발에 공격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으므로 1점 1점 착실히 득점해 나가고 오늘처럼 한 방이 중심타선에서 터져 나온다면 그리 실현 불가능한
생각도 아니다.
지금의 기아로는 충분히 SK를 상대로 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으므로 내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타이거즈의 선전을 기원하며~~simpro의 프로야구 이야기
(사진출처)일간스포츠,osen,newsis,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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