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6. 07:35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선운사 도솔암으로 가는 길을 걸어 보셨는가.
길섶과 산기슭을 온통 불태우는 초가을 꽃무릇길이 아니어도 좋다.
이 가을 단풍과 낙엽이 공존하는 길을 걸으며 자연을 마음껏 들이키고 싶다면
아무때나 시도 때도 없이 나서 선운사 도솔암으로 가는 길을 걸어보시라.
단풍객으로 북적대는 내장사나 백양사, 선운사보다 사색과 여유로움이 옴팡지게 녹아 든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는 이 가을 단풍보다 더 좋은 시몬의 고독을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아내와 고창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숲의 때늦음에 장탄식을 풀어놓고
단풍찾아 나선 길이 바로 선운사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선운사의 지금 이때쯤이면 활활 타오르는 단풍의 반영에 노을처럼 붉은 도솔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단풍으로 물든 선운사 앞길을 애써 멀리하고 도솔천 너머 도솔암길을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미리 이야기 하자면 선운사 도솔암가는 길은 선운사 앞길과 달리 10월 28일에는 아직 절정의 단풍은 오지 않았다.
선운사 주차장부터 선운사까지는 오색창연한 단풍들이 곱게 물들어 단풍찾아 선운사까지 찾아온 수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고 있었다.
선암산의 대표적인 명물 송악의 늘푸름이 있어 단풍은 더욱더 빛나 보이는가 보다.
도솔산 선운사.
선운산의 옛이름은 도솔산이다.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을 말하며 선운이란 구름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다.
문화재 입장료 3,000원이 아깝지 않은 선운사와 도솔암.
도솔암 가는 길은 좌측 화살표로 되어있지만 이것은 차량은 이리로 들어가라는 것으로 선운사 앞길로 가도 된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도솔암으로 가는 길을 온전히 따라 도솔암으로 오른 후 내려오면서는 선운사 앞길로 내려오기로 하고
단풍이 물들었을 것이란 상상으로 즐거운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역시 절정은 아니지만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빼어난 미를 자랑하는 단풍나무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 밀고 있다.
이 길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물든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마 11월 첫주에서 둘째 주 사이에는 절정에 이르리라.
도솔제 쉼터 삼거리
이곳에서 우측 도솔암으로 가는 길로 2.4km를 올라가면 도솔암이 나온다.
오늘 우리의 여정이다.
일주문에서 노란선을 따라 도솔제쉼터를 거쳐 자연탐방로를 따라 도솔암에 오른 다음
도솔천내원궁과 마애불상을 보고 용문굴을 거쳐 낙조대, 천마봉에 올라 선운산의 절경을 감상한 후
노란선을 따라 도솔암으로 내려서서 차량통행로를 따라 선운사로 오며 장사송과 진흥굴, 선운사 단풍을 구경하기로 했다.
오늘 우리의 여정이 선운산 등산코스의 제1코스에 해당된다.
편도 4.7km에 왕복 9.4km로 약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절정전의 단풍숲에 반하고,
도솔천내원궁 지장보살의 미소에 반하고, 마애불의 크기에 놀란 다음 용문굴로 낙조대에 오르며
대장금 촬영지의 요모조모를 추억해 보고, 천마봉에 올라 선운산 절경에 흠뻑 빠져들다 보면 넉넉하게
1시간은 더 추가될 것이다.
그래서 전문 산행인이 아니라면 일주문부터 1코스를 따라 천마봉에 오른 다음 다시 일주문까지 4시간은
잡고 여유있게 다녀와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도솔암까지 가는 자연탐방길을 아내와 같이 걸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가져보자.
시몬 들리는가?
내장사와 백양사와 달리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서는 시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독과 사색이 있다.
이렇게 나무와 놀아 주어도 누구 하나 걸리적거리는 사람도 없고,
방빼라는 소리 안 들어도 좋다.
나 혼자 실컷 단풍의 낙엽을 뿌리며 놀아도 누구 하나 본 사람도 없다..
그 만큼 걷기에 편한 차량통행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자연탐방로는 숲길이다 보니 인적이 뜸하다.
좌측목교를 지나가는 길은 자연탐방로..우측길은 차량통행로..
도솔암을 가는길은 우측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로 가지 말고 꼭 좌측 자연탐방로로 가시길 적극 권한다.
길은 비록 울퉁불퉁 돌길과 암반을 지나고 수풀을 헤쳐가기도 하지만 계곡물소리와 골바람이 좌우 스테레오로
가슴을 울리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에 자연에 녹아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탐방로는 여기서 끝이다. 이제 벗어나 도솔암으로 가는 차량통행로와 만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그렇게 힘들지 않을 무렵 도달한 도솔암 찻집.
이곳에서 길이 두갈레로 갈리지만 계속 직진하여 도솔암으로 오르고
좌측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나중에 천마봉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오며 만나는 길이기에
그때 다시 만나기로 한다.
소소한 모습의 범종에서 조만간 범종불사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고...
도솔암 극락보전앞에서 선운산을 바라본다.
승방으로 쓰이는 동당
승방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종무소로 쓰이는 서당
도솔암 극락보전
도솔암은 선운사의 산내암자로 상, 하, 동, 서, 남, 북에 모두 6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3개만 남았다고 하며,
극락보전이 하도솔암, 극락보전위 나한전 옆으로 올라가는 봉우리에 있는 도솔천내원궁이 상도솔암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솔암이라 하면 상도솔인 도솔천 내원궁을 말하며 창건역사로 상도솔은 선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하도솔은 1658년(효종9)에 해인이 창건한 뒤 1669년(현종10)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미타부처님을 본존불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좌우협시불로 봉안되어있다.
후불탱화는 아미타극락불탱이 모셔져 있다.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륵삼존의 출현이나 도솔이란 사찰명을 통해서
도솔암은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창건된 사찰임은 분명하지만 도솔암 극락보전에는 아미타부처가,
도솔암내원궁에는 지장보살이 각각 모셔져 있고 미륵불로 추정되는 마애여래불만 암벽에 조각되어 있어
도솔천이라는 이름의 역사적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나한전과 도솔암내원궁, 마애불로 오르는 길섶에도 꽃무릇 천국이다.
일주문을 지나며 도솔암으로 오르는 자연탐방로 주변에도 온통 꽃무릇 천국이어서
내년 10월을 기약하게 만든다.
봄이면 동백꽃, 여름이면 자미꽃, 가을이면 꽃무릇, 만추의 계절엔 단풍이 겨울엔 눈꽃이 선운산을 온통 울긋불긋하게
만들고 있으니 선운산과 선운사는 사시사철 행락객이 끊이지 않는 한국을 대표하는 꽃 산책길인 것이다.
나한전은 전설이 있다.
조선시대 용문굴에 있던 이무기가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자 이를 물리치기 위하여 인도에서 나한상을 들여와 안치하였더니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무기가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나한전을 세웠다는 전설..
도솔천 내원궁
상도솔암으로 전북문화재 자료 제125호로 지정되어 있다.
365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내원궁의 창건시기는 백제시대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도솔산 진흥굴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
어느 날 밤 바위가 쪼개지며 그 속에서 미륵삼존불이 출현하는 꿈을 꾸고 이에 감응하여 선운사, 중애사, 도솔사 등 여러 사암을 창건
하였다하여 백제시대 위덕왕24년(577년)때 고승 검단선사가 창건하였다는 선운사와 창건역사를 거의 같이 한다.
그러나 신라 진흥왕이 적대관계에 있었던 백제 고창땅 도솔산까지 와서 수도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하지만 모든 사적기에
진흐왕이 창건하고 위덕왕때 검단선사가 중수했다고 하니 설화로 믿을 수밖에..
그후 1511년(중종6)에 지은이 중창하였고, 1694년(숙종20)에 태헌이 중수하였으며, 1705년 보경이 중종을 봉안하였고, 1829년
(순조29)에 경문이 중수하였다고 하며, 하도솔인 극락보전이 쇠락하였을 때도 상도솔인 내원궁만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다.
마침 간 날에 전국의 불자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창건된 도솔암이지만 봉안된 부처는 미륵불이 아니고 지장보살이다.
보물 제280호로 턱밑까지 내려온 귓밥과 이륜, 가슴의 영락이 특이하고 의문의 선이 부드럽고 단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시대 초기의 5대 걸작불상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한다.
내원궁 뒤로는 산신각이 있고...
사찰의 편액도 도솔천내원궁이다.
억압받는 자, 죽어가는 자, 나쁜 꿈에 시달리는 자 등의 구원자로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벌을 받게 된 모든 사자(死者)의
영혼을 구제할 때까지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웠다는 지장보살.
그렇다면 지금 기도드리는 사람들은 모두 거기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건너편 천마봉에서 내려오는 길..
다음편에서 보게 되겠지만 내원궁에서 바라본 천마봉의 모습보다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더 멋있다.
천왕봉과 내원궁, 마애불과 건너편 투구바위까지 한 번에 보이는 선운산의 최대 절경지 중 하나인 것이다.
바둑이처럼 생긴 천마봉.
내원궁을 내려서서 이제 마애불로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
고려시대 작품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마애불상의 하나로 미륵불로 추정된다고 한다.
백제 위덕왕이 검단선사에 부탁하여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게 하고 그 위 암벽 꼭대기에 동불암이라는 공중누각을
짓게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체높이는 13m에 너비는 3m로 연꽃무늬를 새긴 계단모양의 받침돌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머리위 암벽에 파진 구멍들은 마애불을 모신 동불암이라는 누각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대들보를 끼워놓은 곳이라고 한다.
가슴에 있는 흰선은 선운사를 창건한 고승 검단선사가 쓴 비결록을 넣은 감실로, 조선시대 말기 전라도 관찰사 이서구가
이 감실을 열자 갑자기 폭우와 뇌성이 일어 그대로 닫아버렸는데 19세기 말에 동학의 접주 손화중이 마애불에서 개벽세상을
염원하며 기도드리다가 가져갔다고 한다.
비결록의 첫머리에는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라고 쓰여있었다고 하며 아쉽게도 그 비결록은 이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동불암은 조선말기에 폭풍으로 붕괴되었다고 하니, 복원불사라도 일으키는 것은 어떨지...
마애불을 나서 이제 이무기의 전설이 있고 대장금의 한 장면을 찍은 용문굴과 낙조대, 그리고 천마봉까지 선운산의 절경을
감상하러 아내의 손을 잡고 올라간다.
아내와의 단풍여행 시리즈
1편 : 고창문수사에서 별처럼 쏟다지는 애기단풍을 그리다.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지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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