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4. 07:35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이젠 단풍철이 지나 낙엽밟는 재미가 쏠쏠해진 만추의 계절이다.
지난 10월 28일 아내와 함께 선운산에 단풍나들이 와서 아직 단풍물이 안 든 도솔암 가는 길로
도솔암으로 올라 내친김에 용문골 깊은 속살을 마음껏 탐닉하며 용문굴과 낙조대, 천마봉까지 오른적이 있다.
당시 천마봉에서 바라본 선운산의 단풍비경은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이라 청초했다면
오늘 사자암과 베멘바위에서 바라본 선운산의 또 다른 단풍비경은 단풍의 끄트머리에서 절정을 막 지난 고즈넉함이 있었다.
원래 오늘 선운산으로의 산행은 예정에 없었다.
매월 둘째주에 떠나는 동창회 산악회의 11월 정기산행지가 강진 주작산인데 그 산은 비나 눈이 오면 오르 내리기에 힘든산이다.
마침 11월11일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여 일요일 강진 주작산 산행이 광주 무등산으로 긴급변경되었다.
가보고 싶은 산이었는데 일요일 우천으로 못 간다면 토요일날 가면 되지....
(10:35)
전날 전북의 유명 산행블로거 power님도 해남 두륜산 산행을 오소재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오소재를 들머리로 시작하는
강진 주작산 산행일정과 묘하게 일치하여 훈남 power님을 만날 수 있다는 부픈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왠걸~~
친구들과 번개산행을 잡아놓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후6시경부터 내린다는 비가 오후3시로 앞당겨져 있었다.
으째야 쓰까잉.
전체 여정의 90%이상이 칼같은 암릉을 오르내리는 주작산은 비가 오면 위험천만에 시간도 엄청 걸리고, 특히나 여자가 3명이나 낀
번개산행지로 비내리는 주작산은 한마디로 no~~다.
대체산행지로 고창 선운산 투구바위 능선코스를 잡아놓았는데, 아침에 우연히 연결된 power님과의 통화에서
비로 인해 주작산 산행이 불가능하므로 못 뵌다는 말을 남기고 코스 추천을 받으니 딱 내가 생각한 코스를 추천해 준다.
power님의 올 봄 아들과 함께 한 선운산 산행포스팅에 사자바위가 올라가기는 괜찮아도 내려오는데 힘들다고 해서
반대로 올라가 빨간선을 따라 투구바위 - 사자바위 - 국기봉 - 청룡산 - 배맨바위 - 낙조대 - 천마봉 -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긴급변경하여 아침에 출발한다.
중간에 연두색 선은 다리에 쥐가 난 친구를 포함 모두 3명을 쥐바위 못가서 하산시킨 코스이다.
엊그제 고창 수산물축제를 11월4일 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축제인 삼채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가 1회인 새내기축제의 탄생을 축하하며 휘리릭 지나간다..좀 있다 하산할 때 둘러보기로 하고..
2주전에 왔을 때 보다 확실히 그 느낌이 틀리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들어가는 길은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고 이젠 낙엽밟는 재미가 있는 길로 변했다.
선운산을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많이 두터워지고...
가끔 이렇게 모든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잎새만 남은 나무도 있어
코끝이 매워옴도 느껴본다.
주차장 초입과 달리 일주문으로 갈 수록 선운산과 가까워지기 때문인지..
단풍나무들은 아직도 정열적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나무에 금붙이를 더덕 더덕 붙혀 놓은 듯...
도솔천 건너 도솔암으로 가는 길의 딱 절반은 낙엽을 밟으며 시몬을 생각하게 하는 길...
동운암을 거쳐 구황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단풍의 절정에 이르른 피토함은 여기저기에서 흩뿌려지고...
아~~정말 장관이다.
2주일전 아내와 같이 이 길을 걸어 도솔암까지 갔을 땐 짙푸른 신록으로 한 여름을 방불케 하더니,
오늘은 총천연색 시네마 풀HD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풍들의 환호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빨간 단풍사이로 스며드는 고운 아침햇살에 더 빛나는 꽃무릇이 있어 이 길은 아름다운 것인지...
수백년 버텨오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진 고목을 위로하는 단풍의 자애로움도 있다.
마치 숲 전체가 활활 불 타오르는 듯한 착각.
산불이라도 난 냥 단풍불꽃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막 튀어 날라 다닌다.
모두들 넑을 잃고 불타는 숲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저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니다 그것들의 집요함에 마음을 이미 뺏겼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늦단풍에 마음을 뺏겨 발걸음이 더뎌졌는지, 정작 산에 올라가서는 선운산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 모습에 놀라
아예 주저 앉아 버린 사람도 나왔으니...
(11:02)
도솔제 쉼터..
여기서 투구바위를 가려면 직진해서 도솔제 방향으로, 도솔암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90도 꺾어서 가면 된다.
이제 조금있으면 이길도 등산로가 폐쇄된다.
가을철에는 11월 15일 ~ 12월 15일까지, 봄철에는 2월 15일 ~ 4월 15일까지 산불예방 및 자연환경보존,
기타 산림보호를 목적으로 일년에 총 3달 동안은 1코스인 일주문-선운사-도솔암-용문굴-낙조대-천마봉코스를
제외한 전 코스가 통제된다.
[입산이 통제되는 코스]
석상암 - 마이재 - 도솔산 - 참당암 - 소리재 - 낙조대 - 천마봉 (2코스,4.6km)
경수산 - 마이재 - 도솔산 - 견치산- 소리재 - 낙조대 - 천마봉 (3코스,6.1km)
도솔제 - 투구바위 - 사자암 - 쥐바위- 청룡산 - 배맨바위 - 낙조대 (4코스,6.2km)
구암 - 삼천굴 - 비학산 - 도솔재(4.0km)
구암 - 선바위 - 구황봉 - 노적봉 - 동운암(3.0km)
[폐쇄구간 통행절차 및 처벌]
신고없이 폐쇄구간을 통행한 자는 산림법 제 125조 제 5항 제 3호의 규정에 의하여 20만원의 과태료 부과
우린 기막힌 운으로 등산로 폐쇄 4일전 선운사 최고의 단풍비경을 볼 수 있는 4코스인
도솔제 - 투구바위 - 사자암 - 쥐바위 - 청룡산 - 배맨바위 - 낙조대 - 천마봉 - 도솔암코스를 타게 된 것이다.
이제 투구바위로 해서 선운산으로 오르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딱 1달간 이 코스를 쉬워야 한다.
12월 16일 부터 2월 14일까지 두달간 다시 문이 열릴 때 와야 하니....
도솔제에서 사진에서 보이는 좌측 꼭대기 투구바위까지는 1.25km
그리 멀지도 않고 산도 얕으막해서 마치 동네 뒷산에 올라가는 듯한 여유로움이 있다.
도솔제에서 일주문쪽을 바라보고서..
멀리 보이는 하늘금은 경수산인듯. 우측은 선바위가 있는 인경봉?
도솔제
도솔제 제방을 건너 호수를 끼고 약700m 걸어가면 막다른 길에 투구바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고...
중간쯤 나오는 속살바위로 가는 이정표..
그 거리가 얼마인지 표시해 놨으면 속살을 보러 가 볼 것인데, 어디쯤에 있는 지도 모르고... 그냥 패스~~
(11:32)
투구바위 능선에 도착.
일단 투구바위 능선에 올라섰으니 이제부터는 아주 편한 뒷동산 마실길에 나선다.
선운산 4코스는 도솔제에서 투구바위만 올라서면 이후로는 심심할 정도로 아주 편안한 능선길이다.
가끔 재미없을 때 쯤 나타나는 스릴 넘치는 로프구간이 있어 딱 가족산행코스로 적합할 듯...
그러나 사자바위는 조심....또 조심...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더욱 더 조심.
도솔제에서 시작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천마봉에서 시작한다면 사자바위를 내려와야 하니 심신이 허약한 사람들은
4코스를 천마봉에서 시작하여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코스.
투구바위는 거의 수직직벽으로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의 최적의 훈련장소라고...
바위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각종 암벽등반용 체인들이 보인다.
(11:39)
투구바위에서는 열심히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도솔제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투구바위까지 1.25km라 써 있지만
반대로 내려갈 때는 0.82km로 팍 줄어버린다.
즉, 도솔제로 내려서서 도솔제 이정표가 있는 곳 까지 0.43km란 이야기 인듯
낙엽이 양탄자처럼 쌓인 정말 편안한 숲길...
가끔씩 나타나는 로프구간에서 심심함을 달래보고...
뒤 돌아서서 투구바위를 바라보니 맨 왼쪽 바위가 투구처럼 생겼나?
이곳이 천왕봉인가?
천왕봉과 도솔봉으로 갈라지는 창담계곡의 화려한 단풍...
솔숲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계속 이어지고...
이제 이 봉우리만 넘어가면 용문계곡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사자바위에 도달한다.
왼쪽으로 희어재골로 너머가는 산자락에도 편안하게 보이는 솔숲길이 있고...
4코스는 대부분 진행방향으로 로프가 있어 편하게 오를 수가 있다.
단지 쥐바위에서만 반대로 내려가는 로프...
창담계곡 어딘가에 있을 창담암을 찾아본다.
창담계곡 상부에 자리잡은 창담암.
그리고 넘어온 262봉...
왼쪽으로 도솔제와 선운산 동부능선길이 파노라마처럼 활짝 펼쳐져 있고...
도깨비 뿔처럼 솟아난 바위는 안장바위라고 한다. 올 2월 달에 선운산 동부능선을 따라
형제봉 - 노적봉 - 구황봉 - 안장바위 - 비학산 - 희여재 - 희여계곡 - 도솔제로 하산하는 산행도중
돌풍과 눈보라를 만나 어쩔 수 없이 구황봉과 안장바위 안부에서 도솔제로 탈출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는 동부능선...
그러고 보니 지금 올라온 투구바위 능선길은 경수산- 도솔봉-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서부능선길과
삼인초 - 형제봉 - 안장바위 - 희여재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길 사이의 중앙능선 길인 셈이다.
솔숲은 계속 이어져 좌우 어디론가 갈 수 있을 것 같고...
사자바위 못 가서 드디어 도솔암쪽으로 조망이 터지는 능선길에 접어 들었다.
천마봉에서 본 용문골과 천왕봉보다 디테일에서 떨어지지만 선운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진행방향에서 최고의 조망포인트가 될 것이다.
도솔암과 천마봉이 우측으로 펼쳐지고...
사자바위를 정면으로 우측으로 빙 돌아 멀리 배맨바위에서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길이 보이고...
천마봉을 중심으로 좌측 희여재로 떨어지는 능선길도 보이고...
그곳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방향의 사면에서 선운산 산상에서의 신선같은 만찬을 즐긴다.
오늘 번개산행에는 4명의 동창들과 동창을 따라온 여동생 2명 등 모두 6명이 즐긴 조촐한 산행이 되었다.
모두의 도시락을 쌓아온 여동생들에게 감사~~~
그리고 이렇게 오지고 푸진 만찬을 즐기게끔 각자의 도시락을 호복하게 챙겨준 친구들의 부인에게도 감사~~~
(2편에서 계속)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지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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