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을 이룬 선운산 비경에 흠뻑 빠져들다.

2012. 11. 7. 07:35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사실 오늘 일정은 선운사 도솔암의 상도솔암인 도솔천내원궁과 마애불까지 였다.

그리고 하산하여 선운사 단풍을 보고 정읍 전국민속소싸움대회를 보러 가려고 했지만,

마애불에서 용문굴까지의 거리가 500m정도 밖에 안된다고 해서 용문굴까지만 보고 가자고

아내를 꼬드겼드니 바로 콜이다. 안 꼬드겼다면 오히려 서운했을 듯한 느낌이 들었을까? ㅎㅎ

 

결과적으로 용문굴에서 또 한번 낙조대까지만 가보자고 꼬드기고..ㅋㅋ

낙조대까지 올라간 후에는 천마봉까지만 가보자고 또 꼬드겼으니..그때마다 시원하게 콜~~콜~~하는 것이

영낙없이 도인의 표정이다.

한새봉 숲해설가로 가끔 자원봉사차 산에 오르는 것이 산과의 교감으로 이어져 산에만 오면 눈에서 광채가 나고

온몸에서 빛이 난다... 여기서도 또 할랑할랑 앞서서 빨랑빨랑 오라고 오히려 큰 소리다.

 

 

마애불이 있는 곳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용문굴이 바로 지척이란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나, 아니면 바위를 움켜쥐고 서 있나,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선운산은 중생대 백악기 때 한반도에서 일어난 활발한 화산활동과 퇴적활동 등으로 생긴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변산 국립공원의 능가산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바로 지척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변산의 채석강일 것이다.

 

 

마치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돌도끼를 들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어두컴컴한 용문굴 올라가는 곳.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화산암 퇴적층으로 둘러쌓인 암반들로는 빛 한 조각 들어오지 않은 짙푸름이 베어있어

아마 혼자 이 길을 걸어간다면 섬뜻하고 머리끝이 쭈빗거리는 느낌에 사위를 둘러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아마도 이 굴에서는 과거 원시인들이 살았지도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용문굴과 소리재로 갈리는 이정표가

나오고, 낙조대까지의 또 500미터가 우리를 꼬드긴다.

 

우측 소리재 방향으로 가면 개이빨산, 수리봉, 마이재,

선운산 최고봉인 경수봉에 이르를 수 있다고 한다.

훗날 다시 선운산을 찾을 때는 선운사 주차장에서 경수봉

으로 올라 낙조대 천마봉 희여재 비학산 구황봉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선운산 종주를 계획보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아내와 둘이는 어려울 듯 하고 동창들 S코스 팀원들하고

번개를 잡아 내년 봄쯤에 나설까 한다.

 

 

 

 

 

 

용문굴에서 한 무리의 산행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려온다.

모두 경상도에서 오신 산악회 분들로 전날 내린 비로 미끄러운 암반을 조심스럽게 내려서고 있다.

 

 

용문굴은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절을 지으면서 연못을 메울 때 쫓겨난 이무기가

서해바다로 도망가면서 급하게 뚫고 지나간 굴이라고 한다.

옆으로 뚫린 틈바구니는 아마도 암반을 뚫고 지나가면서 방향감각을 잠시 상실한 듯..ㅎㅎ

 

 

용문굴은 MBC드라마 대장금의 주요촬영지였다고 한다.

장금어머니의 돌무덤이 있는 곳으로 그 드라마를 본 중국, 일본 여행객들도 상당수 들를듯..

용문굴에서도 소리재 방향으로 갈 수 있어 훗날 종주를 할 때 소리재에서 낙조대로 갈때 헷갈릴 우려는 없을 듯.

여기서 낙조대까지도 500미터로 나와 아내를 낙조대까지 이끄는 힘이 되었다.

 

 

 

선운사 연못에서 살던 이무기가 검단선사가 연못을 메우자 이리로 도망와서

산을 넘어 가면 될 것인데 무엇이 급해 이 바위를 뚫고 지나갔을거나..

 

 

이곳에도 곳곳에 굴이 있어 조그마한 돌탑들은 이어지고.

 

 

나무 평상을 만들어 놓아 쉼터구실도 확실히 하고 있다.

산행중 비를 만날때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산행 도중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어도 될 만큼 넓지막한 굴이다.

 

 

                용문굴에 새겨진 글씨를 살펴보니

                경암 김노수(敬庵 金魯洙 1878-1956)로 일제강점기의 한학자이자 역사학자로 하서 김인후의 후손으로

                장성 황룡 필암에서 태어나 3살때 부친 김갑중을 따라 고창 고수로 이사하여 말년에는 부안으로 이주했다고 되어있다.

                그 양반이 이곳 용문굴을 탐사하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겼으며 그 옆의 김인중은 김노수와 같이 온 사람인 듯..

 

 

 

용문굴을 위로 올라가서 봤더니 영낙없는 용의 형태이다.

이무기가 서해바다로 도망가기위해 급히 뚫고 지나간 다음 용이 되어 돌아와

머리를 선운사 방향으로 틀고 호시탐탐 선운사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밑에 굴은 아마도 여의주를 놓은 자리인 듯..(밑거나 말거나..ㅎㅎ)

 

 

용문굴에서 능선까지는 금방이다.

일단 능선만 올라서면 얕으막한 산이기에 낙조대와 천마봉까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낙조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목표가 뚜렷하니 걷기에 힘들지가 않다.

 

 

오늘도 나무가지 지팡이 하나 들고 할랑할랑 훨씬 앞서 걷는 아내를 보니

산에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릎도 시원찮은데 선운산 정도되는 높이의 산이라면 운동삼아 앞으로 모시고 다녀야 할듯..

 

 

마치 선운산에 살던 늑대가 보름달을 보고 울부짓는 모습의 낙조대

 

 

 

                그러나 옆에서 보면 뿔달린 도깨비의 모습.

                낙조대는 대장금에서 최상궁이 자살한 바위라고 한다.

                대장금을 보지 않아 그 장면을 알수는 없지만 여자몸으로 올라서기 상당히 힘든 곳.

                어찌 올라갔을 까...올라갈 기력과 마음이 있었으면 살 힘과 여유도 있었을 것인데...

 

 

그런데 낙조대 바로 뒤의 바위가 더 멋져보인다.

낙조대는 오르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바로 뒤의 암벽은 오르기도 쉽다.

 

 

그러나 밑에서 보기 위험해 보였는지 아내가 안쓰러운 모습으로 애처럽게 쳐다보며 빨리 내려오세요하고 통사정을 하고 있다.

과부 안만들어...ㅋㅋ

 

 

앞의 바위가 낙조대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저곳에 올라갔을 것인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이곳에서도 서 있기가 힘들다.

올해 초봄에 동창회산악회와 선운산에 왔을때도 마른하늘에 갑자기 폭풍이 불어오며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오늘도 선운산의 폭풍은 낙조대에서의 풍광을 즐길 여유를 주지 않는다.

 

 

천마봉방향으로만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내려와 제대로 모습을 담을 수 있고,

나머지 방향은 폭풍으로 흔들린 카메라로 인해 사진도 많이 흐려져 올려놓기가 민망스럽다.

보이는 방향의 산 너머는 낙타바위인것 같은데...

 

 

 

여기는 병풍바위.

 

 

사자바위와 곧있으면 만산홍엽을 이룰 선운산계곡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암.

사자바위에서 흘러내린 능선은 끄트머리에 투구바위를 만들어 놓고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다.

 

 

병풍바위가 있는 산 너머 봉긋하게 쏫아오른 곳이 배멘바위인 듯.

 

 

천마봉에서 바라본 낙조대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천왕봉으로 도솔암과 마애여래를 품고 있다.

 

 

 

 

 

 

용문굴이 있는 도솔계곡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천내원궁과 그 밑에 있는 마애불

 

 

천마봉에서는 낙조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도솔암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있다.

이곳에서 내려서며 바라본 천왕봉과 도솔천내원궁, 그리고 도솔계곡의 풍광은 마음에 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는 것 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마음과 눈으로 본 것이 카메라보다 더 멋있있으니 꼭 느껴보시도록.

 

 

 

 

투구바위도 이젠 가까이 보이고...

 

 

 

천마봉에서 내려서며 천왕봉과 도솔암을 바라보는 최고의 조망처에서..

아마 우리가 내원궁에서 여기를 바라보며 불현듯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또 누군가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리라.

 

 

오늘 선운산 산행에서 만난 멋지게 건진 사진.

 

 

계단길은 계속 도솔계곡으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이 길을 내려오며 생각해 보니 천마봉은 반드시 우리가 걸었던 길로 걸어오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도솔암(하도솔)을 보고 도솔천내원궁(상도솔)을 본 다음 나한전 옆 마애불을 보고서 그 앞을 지나쳐 용문굴을 보고

낙조대로 올라 천마봉을 오른다음 다시 낙조대 방향으로 후진하여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것...

 

 

 

                 그러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음미하며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도솔암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못지 않은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면...

 

 

 

도솔암앞에 있는 도솔찻집으로 이렇게 나온다.

 

 

 

 

머리가 맑아지고 코가 뻥 뚫린다는 직접 만든 천연향을 비염이 있는 큰아이에게 선물하고자

5,000원을 주고 하나 사 들고서, 이제 선운사 단풍을 보러 간다.

 

아내와의 단풍여행 시리즈

1편 : 고창문수사에서 별처럼 쏟다지는 애기단풍을 그리다.

2편 : 사색과 여유로움 가득한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3편 : 만산홍엽을 이룬 선운사 벼경에 흠뻑 빠지다.

4편 : 선운사단풍의 끄트머리에서 가을을 보내다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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