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산책길로 최고인 고창 문수사

2012. 11. 22. 07:35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올 가을 들어 고창 문수사를 세번이나 찾았다.

단풍시기를 못 맞춰 갈 때 마다 퇴짜를 놓곤 했던 문수사 애기단풍의 환호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내와 같이 고창 문수사와 고창 선운사 도솔암 길을 걸어보기 위해 지난 10월28일에 다녀왔고,

두 번째는 11월 4일 포토뉴스코리아 11월 출사 때 사진작가들을 따라 문수사를 다녀왔다.

2주 연속 문수사에 들렀음에도 천연기념물 고창 문수사의 단풍들은 도도하게 서서 그 화려한 자태를 푸름에

감추고 절대로 보여주지 않아 보는 사람들 애간장을 태웠지만 이제는 절정이 지나 낙엽이 절반이 되어 버린

모습을 오늘에서야 보니 지난 주 마음이 움직였을 때 왜 못왔을까라는 자책감이 들기만 한다.

 

 

 

10월28일 아내와 처음 고창 문수사를 찾았을 때 사찰관계자의 말로는 보름 후가 단풍의 절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11월10일에서 12일 주말이 절정이었다는 말이 되며, 당시만 해도 그때 맞추어 다시 오자고

손가락 걸며 맹세했건만...

 

 

 

그런데 하필이면 11월 10일은 친구들과의 번개산행으로 고창 선운산 4코스를 돌아보았고,

12일은 동창회 11월 정기산행일로 우천으로 강진 주작산을 취소하고 무등산을 다녀오다 보니

문수사의 단풍 절정시기를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원래 번개산행 일정에 선운산 4코스를 마치고 내려와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고창 문수사를 들르자고 했었다.

하지만 일행 중 한 친구가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서둘러서 산을 내려오다 보니 문수사는 당연히 패스가 되어버렸다.

 

 

 

평일 햇살 좋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며 지금 후다닥 가서 보고 올까?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집에서 고창 문수사까지는 40분 정도면 간다. 왕복 1시간20분 잡고 촬영까지

왕복 2시간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인데 하며...

 

그러나 하는 일이 노가다이다 보니 그것도 마음데로 되지를 않는다.

다음날 날이 좋아 가려고 맘 먹으면 일이 갑자기 생겨 현장에 나가봐야 하고.

바쁘지 않은 날은 비가 오거나 우중충하고...

 

 

 

결국 시기를 다 놓치고 11월 17일 토요일 아내와 금요일 저녁 당직으로 토,일을 옴팡지게 쉬는 친구랑  같이

다시 고창 문수사를 행여나? 아직도? 하고 찾았다.

 

비록 보고싶었던 장면...하늘에서 애기단풍이 별처럼 쏟아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단풍들의 마지막 향연을 볼 수 있는 뜻밖의 행운을 가져 올 가을 문수사 단풍산책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문수사 일주문 앞의 단풍이 모두 떨어져버려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했지만

일주문을 지나면서 문수산 기슭으로 수북히 쌓인 낙엽을 빛내는 단풍나무들을 보며

문수사까지 가는 길은 늦가을 산책길로는 너무 좋았다.

 

 

가끔 햇살 좋은 산 기슭에 올라 낙엽을 밟아 보니

마치 두터운 솜이불 위를 걷는 것 처럼 푹신하기만 하다.

 

 

 

언젠가 담양 병풍산에 올랐다가 용구산에서 길을 잃고 원래 예정코스였던 수북쪽으로 하산하지 못하고

병풍지맥을 따라 바심재로 하산하고 말았는데 그 때 아무도 걷지 않았던 낙엽길을 걷는 그 느낌 그대로 였다.

 

 

오늘 오전 햇살은 무척 좋았으나 점심시간이 되어가면서

구름이 몰려오며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아직은 따스한 온기가 문수사를 감싸고 있을 시간이라 절을 찾는 사람들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경이지만

벌써 한 무리의 산책객들이 절을 나서고 있다.

그들이 걷는 아스팔트위로 수북히 쌓인 낙엽을 보며

별처럼 쏟아졌을 애기단풍들의 춤사위가 또 보고 싶어진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속에서도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단풍은 숨어 있어

아직 가을이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울에 손을 담궈보니 차디찬 한기가 뼈속까지 스며드는 것이 가을을 이제 떠나 보내야 함이다.

 

 

 

 

 

몇 주 전만 해도 문수사로 올라가는 이 길은 단풍들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었다.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드리운 채 겨우살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유독히 찬란한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가 시선을 끈다.

 

 

바로 여기..

은행나무잎 보다 더 노란별들을 따보고 잡아보고자 뛰어보고...

 

 

 

날려보고...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발로 차 보기도 하고..

 

 

 

그렇게 가을이 감을 아쉬워 했다.

 

 

 

넉넉하게 남은 까치밥

 

 

 

대웅전의 건축양식은 맞배지붕양식으로 힘이 넘쳐난다.

대개의 사찰의 대웅전은 거의 팔작지붕이지만 고창 문수사 영암 무위사 등은 이렇게 맞배지붕인 것이 특이하다.

(지난 포스팅 2개는 맨 하단에 별도로 연결됨)

 

 

 

일주문에도 청량산이라 쓰여있더니 범종각에도 청량산문수사라고 쓰여있다.

문수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로 644년(백제 의자왕4년)에 신라의 자장이

문수사를 창건했다고 하는데 자장이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이곳을 지날 때 당나라에서 수행하였던 청량산과

같은 느낌을 받아 이곳 석굴에서 7일간 정성껏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아마 그런 연유에서 문수산 문수사 대신 청량산 문수사라고 불리는가 보다.

 

 

 

그런데 문수산을 장성에서는 축령산이라고 부르고 대동여지도에는 취령산(山)이라고도 표기되어 있으며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청량산이라고 한다. 공식명칭은 축령산이 맞지만 어떤 연유에서 대동여지도의 취령산이

축령산으로 바뀌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고창에서 축령산을 문수산이라 부르는 것은 문수사 창건(644년)당시 신라의 고승 자장이 이곳에서 석굴을

파고 7일간 기도를 드리다 문수보살이 나오는 꿈을 꾸고 그곳을 파보니 문수보살입상이 나와 문수사라는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전해오는것에 의해 축령산을 문수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난 지금 고창땅에 있으니 이 산을 청량산이라 불러주고 싶다.

문수산보다 청량산이란 이름이 지금 보고 있는 산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듯 싶어...

 

 

 

친구들에게 고창문수사에 산책왔다고 자랑질?

카카오톡용으로 열심히 사진을 담고 있는 김여사.

 

 

 

최근 저녁밥상이 아주 좋아졌다.

다 나름대로 아내와 데이트를 열심히 즐기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란다...ㅎㅎ

 

 

               

 

고창 문수사로의 2번에 걸친 단풍여행과 이번의 사색여행에서 얻은 소득은 참으로 많다.

문수사가 전라북도 고창에 있지만 의외로 집에서 가까워 자주 가 볼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과,

주차장에서 문수사 절까지 약 300여미터 정도 되는 길 좌우로 빽빽히 들어선 원시림같은 단풍나무들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숲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미답이지만 천연기념물 숲 안에 있는 부도와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자장대사가 기도했다는 자장굴 등을

아직 못 보았기에 그것들을 보기위한 노력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소속된 단체명으로 문수사에 공식적으로 탐방에 대한 공문을 보내면 탐방을 허락할 수 도 있다고 하니

내년에는 천연기념물 숲에 숨어 속살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문수사 부도와 자장굴..

그리고 천연기념물 단풍숲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오리라 믿어본다.

 

고창 문수사에서 별처럼 쏟아질 애기단풍을 그리다.

(출사여행)고창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나무 숲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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