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친 무등산 오지를 가다(탑봉)

2012. 12. 10. 08:35한국의 산 견문록/무등산

 

 

수요일 늦은 밤부터 내린 첫 눈은 목요일 아침 느닷없는

연차를 내고 무등산으로 달려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광주지역에 내린 첫 눈이 가져온 행복한

상상이 되고 말았다.

 

간 밤에 내린 눈으로 아침 출근길 승용차 문이 안 열려

얼마나 낑낑 댔는지...

그나마 폭설 수준은 아니어 이면도로는 눈이 쌓였어도

대로는 제설작업을 충분히 했는지, 말끔히 눈이 치워져

출근길 애로사항은 없었다.

 

다만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무려 1시간을 제설작업을 

했다는..ㅎㅎ

그리고 마시는 커피는 정말 따뜻하고 맛이 있었다는..

 

오늘은 토요일, 광주지방에 내린 첫 눈이 목요일 새벽부터 내렸으나 아직도 골목길은 눈이 안 녹아 미끄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무등산은 보나마나 일 것이고, 실제로 쳐다봐도 새하얀 이불에 덮혀있어 우리들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무등산의 전형적인 등산코스인 원효사지구 - 서석대, 증심사지구 - 서석대를 벗어나 사람들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무등산의 오지를 찾아 산행 하기로 결정하고 공지하였더니 모두 5명의 친구들이 따라나서 오붓하면서도

신속한 통제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적절한 인원이 무등산 오지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애초 계획은 위 사진처럼 지하철 소태역에 집결하여 소태제를 거쳐 마집봉으로 올라 서인봉 새인봉 문빈정사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산행은 약9.3KM에 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아침 일찍 출발하여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점심은 하산하여 증심사 지구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먹기로 한 관계로 도시락 지참은 생략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산행 중 갑자기 몰아닥친 눈폭풍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코스를 가지 못하고

마집봉 못가서 소태제로 하산하고 말았으며 2코스의 일부와 4코스를 산행한 꼴이 되고 말았다.

소태역에서 바람봉을 거쳐 매봉 탑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이미 올해 1월달 시산제 때 가본적이 있고,

오늘은 도시락도 지참하지 않은 관계로 최대한 빨리 마집봉으로 오르기 위해 도로를 따라 소태제 바로 밑까지 가기로 한 것이다.

 

친구중 한 사람이 점심약속이 증심사 지구에서 있다 하여 최대한 빨리 내려와야 하기도 했고..

눈폭풍으로 앞도 안 보이고, 도시락을 안 가져와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하고, 간식도 다 떨어져 가고....ㅎㅎㅎ

 

 

(09:20)

삼태경로당 건너편 산비탈로 오르는 길이 마집봉 들머리(지하철 등산로 2코스)

이쪽으로 오른다면 마집봉까지 봉우리 서너개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며 거리는 약4KM에 2시간 10분이 걸린다.

 

 

2순환도로 소태터널과 지원터널이 교량으로 이어져 있고.

 

 

한결자동차정비공장, 신진자동차학원 등을 지나 차 한대 다닐 정도의 길을 따라 약35분 정도 걸어가면 소태제 근처까지 갈 수 있다.

지금 보이는 봉우리가 탑봉으로 올해 1월달 동창회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낸 곳이다.

탑봉을 보니 머릿속에 숨어있던 탑봉의 비경이 생각나서 탑봉을 거쳐 마집봉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친구들을 그쪽으로 데리고 간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걷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지금쯤 무등산 주요 등산로는 주말을 맞아 무등산을 찾은 수 많은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등산로도 넓고 길도 뚜렷하기에 같이 어울려 산을 오를 수 있지만, 오늘 이 코스는 아마도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만큼 무등산 마집봉코스는 무등산 오지중의 오지인 등산로인 셈이다.

아마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된다면 제일먼저 입산통제가 이루어질 코스...

 

 

오잉...우리가 처음이 아니네?

이건 무슨 발자국이지?....네발로 걷는 짐승이라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발자국이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새 발자국도 아니고...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발자국...

 

 

(09:53)

탑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소태제로 가면 안되고 멀리 보이는 소태제 못가 우측 사방댐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동창회 산악회 시산제때 탑봉에서 이쪽으로 하산한 적이 있기에 비교적 길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편백숲으로 울창한 골짜기를 지나서...

 

 

사방댐으로 흐르는 물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길이 끊어져 있는 곳도 우회하여...

 

 

계속 편백숲이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10:09)

그렇게 소태제입구에서 15분정도 임도를 따라가면 막다른 곳에 민가가 나타나고,

민가 못가서 우측으로 길이 있으나, 눈이 안 왔다면 비교적 뚜렷하게 보일 것이나 지금은 눈에 덮혀 들머리도 잘 안보인다.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야 하므로 모두 아이젠을 꺼내 차고서...

 

 

길이 어딘지 분간도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선다.

산비탈이다 보니 눈도 많이 쌓여 거의 정강이 뼈까지 차 오른 눈 길을 럿셀해 가며...

 

 

 

내 발자국을 따라 잘 따라오는 친구들..

 

 

 

산 아래에서는 바람이 없었지만, 산비탈을 오르면서 바람의 세기가 장난 아니게 뺨을 스치고 지나가고..

 

 

지난 여름 태풍 볼라벤에 넘어진 거대한 나무를 뚫거나 우회하여 계속 전진...

 

 

아직 그 잔해들 정리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군데군데 넘어진 나무들을 톱으로 썰어 쌓아둔 곳이 있지만, 그것보다 넘어진 나무가 훨씬 더 많다.

 

 

(10:43)

이제 매봉과 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올라섰다.

힘겹게 올라왔으니 탑봉까지는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10:46)이 바위를 집게바위라 부르는 듯..

이 집게바위 위는 탑봉으로 가기전 유일하게 멋진 조망을 할 수 있는 조망처가 있으며,

등산로는 좌측으로 나 있고, 우측으로 돌아가면 비박지로 아주 훌륭한 쉼터가 나온다.

 

 

올해 초 에 들렸을 때는 안보이던 청룡암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어..

이 바위를 청룡암이라 부르는 듯..

 

 

갈멜기도원 다락방기도처라는 페인트 글씨는 변함없고...

 

 

꽤 넓은 비박처가 있으며 아랜 구들장도 놓여있어 언제인지 모르지만 불을 땐 흔적도 있다.

 

 

 

그곳에서 바라본 바깥세상...

 

 

이젠 청룡암을 지나 탑봉으로...

군데 군데 거대한 나무들이 길을 막고 서서, 우회처를 찾아 이리저리..ㅎㅎ

 

 

 

집게바위(청룡암)위는 사방이 툭 터진 멋진 조망처. 

아마 소태역 - 바람봉 - 매봉 - 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중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일 것이다.(사진 ; 후니아범) 

 

 

 

화순으로 넘어가는 22번 국도..

 

 

우측 소태심골을 중심으로 좌에서 우로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빙 돌수 있다.(지하철2코스 - 1코스)

 

 

광주 도심이 눈보라에 파묻혀 희미하게 보이고...

 

 

 

통신탑이 보이는 곳이 탑봉...

 

 

 

(11:13)

바로 이곳이 올해 초 동창회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냈던 곳으로

이 멋진 소나무가 볼라벤의 횡포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무등산 탑봉에 있는 이 돌탑들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지난 1월달 부터 돌탑에 대한 전설을 찾아보았지만 아직까지 누가, 왜, 언제 이렇게 돌탑을 쌓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탑봉에는 정성들여 쌓은 돌탑들이 10여기 정도 있으며 이 탑에 대한 사연은 [SBS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왔다고 하나

오래된 자료라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여러가지 정황을 들어 추측해 본다면...

 

 

탑봉과 매봉사이의 안부에서 2수원지가 있는 주남마을로 내려서면 나오는 폐찰된 미륵사에서

세우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다.(확인된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미륵사터 주변엔 여기 돌탑을 쌓은 같은 모양의 돌들이 지천에 널려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확인을 안 해봐서..ㅎ

 

 

돌탑사이로 무등산도 보고...

 

 

우리가 가야할 새인봉도 당겨보고..

소태역에서 출발한 친구가 나까지 포함해서 모두 5명, 또 한 친구는 늦게 출발한 관계로

증심사에서 저 새인봉으로 올라 우리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으나....

 

 

마집봉으로 가면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

 

 

탑봉을 내려서서 마집봉으로 가는 길은 로프를 잡지 않고는 못 갈 정도로 가파른 길에...

 

 

(11:30)

수 많은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누워 돌아가거나 넘어가기가 부지기수...

 

 

(11:42)

그러다 보니 선두가 길을 잘 못 찾아 들어 2수원지가 보이는 낭떠러지로 가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길을 가로막고 누은 나무들을 우회하다 보니 2수원지를 볼 수 있는 조망처까지 난 길을 따라 가 버린 듯..

후미에서 따라가면서 선두가 자꾸 등로를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곳이 나오자 마자 즉각적으로 등로에서

벗어 났음을 알고 바로 후퇴...ㅎㅎ

아까 넘어진 나무를 잘 살펴보니 좌측으로 끊긴 등로가 보이고, 길을 찾아보니 다행히 중머리재가는 길이란 리본을

나뭇가지에서 찾아 볼 수가 있었다.

 

 

 

(11:56)

왕복 20여 분에 달한 알바를 하고 능선아래로 내려가다 처음으로 이 능선을 타는 사람을 만났다.

부부사이로 보이는 그 사람들은 동적골에서 마집봉을 넘어 탑봉쪽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가는 방향에서 하산할 위치를 물어보니 다행히 마집봉 못가서 소태제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고 한다.

눈이 거의 수평선으로 날리는 것에서도 알 듯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9시20분에 소태역을 출발하여 이곳까지 2시간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전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신속하게 하산할 것을 결정한 뒤 마지막 탈출로에서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긴다.

 

후퇴를 결정한 배경은

1.체력은 문제가 없었다. 놀멍 쉴멍 4시간 코스였으니..

2.그런 관계로 점심은 하산하여 먹기로 하였으니 당연히 도시락 지참도 하지 않았다.

3.청룡암 쉼터에서 간식을 1차로 먹었으나 눈보라로 인하여 2차 간식을 먹을 마땅한 쉼터도 못찾고

4.점심약속이 있는 친구의 빠른 하산을 위해,

5.지금 전진하여 새인봉 말고 지하철1코스인 마집봉-장군봉-팔각정으로 하산하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6.결정적인 것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몰아쳐 정상적인 전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알바 20여분 후 정상 등로로 들어오자 마자 불어닥치기 시작한 눈보라로 인해 카메라 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렌즈는 길다란 후드로 인해 눈이 묻지는 않았지만 점점 카메라에도 무리가 올 것으로 보여 걱정도 되었고..ㅎ

훗날 다시 소태제에서 이곳으로 올라 나머지 못다한 등정을 마무리 하기로 하고, 마집봉 못가서 소태제로 하산을 결정한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길을 막고 드러누운 나무로 인해 지체와 정체가 반복되고...

어렵사리 낮은포복, 높은 포복으로 또는 숏다리 찢어 엉덩이가 까여도 넘어가지 않으면 갈 길이 없다.

 

 

또다른 편백숲이 나타나고..

 

 

식구들과의 점심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전화기는 안 터지고...ㅎㅎ

 

 

소태제 상부

 

 

비료포대를 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소태제를 내려서며 오전에 노란선을 따라 편백숲을 통과하여 탑봉으로 올라갔던 산행도 끝을 맺어 간다.

 

 

뒤돌아 본 하산 코스...

탑봉에서 마집봉까지는 1.1km밖에 되지를 않지만 몇백미터를 앞두고 하산하였으니...

마집봉에서 소태역 3번 출구까지는 4.4km, 마집봉에서 소태역 4번 출구까지는 4.8km.

결국 몇 백 미터만 더 가서 마집봉까지 갔다면 아쉬운데로 같은 거리와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 등산로 1코스는 완주했을 것인데 그것이 많이 아쉽다.

 

 

 

소태제 아래에 있는 민가는 무등산 산제당이라는 곳...

 

 

(12:43)

다 내려와서 보니 이곳은  멧돼지 출몰예상지역이란 표지판...

허거덕..난 멧돼지가 싫어유..

마집봉 바로 아래 능선 탈출로에서 이곳까지는 약 50여분..

 

 

(13:15)

소태제에서 다시 큰 길까지 30여분을 걸어 나와 오늘 점심을 해결할 곳으로 간다.

 

 

광주 남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덕산오징어 보쌈집.

주변엔 유명한 먹거리집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가 간 곳은 오징어 보쌈으로 유명하다는 덕산 오징어보쌈집.

그러나 우리가 먹은 음식은 오징어보쌈이 아니라 흔히 먹는 닭도리탕..그러므로 맛집탐방은 생략하기로 한다.

 

 

산행의 피로는 소주 한 잔으로 마무리 하고..

 

 

 

집은 허름하고 비좁지만 음식맛은 좋았다는..

훗날 주메뉴인 오징어보쌈요리를 먹을 때 맛집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며

친구들과 함께 올해 첫 눈산행의 즐거움을 내려 놓는다.

 

일요일은 동창회 산악회의 12월 정기산행이자 송년산행으로 역시 수많은 인파로 북적댈 무등산을 벗어나

광주 하남에 있는 어등산을 가기로 했다. 무등산이야 언제 어느때나 오를 수 있으므로...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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