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의 종착역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

2012. 12. 29. 08:05전라남도 견문록/곡성 견문록

 

친구들과 봉두산 산행에서 길도 잃어보고 한참을 빙 돌아 남의 차를 얻어타고 태안사로 돌아와 보기도 했지만

항상 이렇게 여행은 의외의 변수가 있기에 즐거운 법이다.

태안사 매표소를 지나 조금더 올라가면 우측으로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이라는 건물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태안사 경내에 왠 별장? 이라고 궁금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 건물의 주인공은 조태일 시인으로

그는 곡성이 낳은 대표적인 민중시인 이자 저항시인으로 현실의식이 깃든 시를 쓰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입구 비문에 새겨진 그의 시 국토를 보면..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에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 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맹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 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조태일 시인의 시적특징은 <식칼론>, <국토> 등에서 시대의 질곡을 질타하는 특유의 거침없는 목소리를 보여주고, <가거도> 등에서는 원시적 삶에 기초한 역동적 움직임에서 오는 삶의 순결성을, <나의 처녀막>연작 등에서는 우리로서의 민중적 연대감 획득을, 그리고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등에서는 모성적 자연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등단 시절부터 현실의식이 강한 시를 썼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노래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저항을 시에 담았다고 한다.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은 이러한 시인의 시세계를 건축적으로 형상화 하였다고 하며, 그의 시세계에 보여진 압축된 언어들을 '조국 땅덩이라는 구체적 대상에 단단히 뿌리박은 건축적 서정성'을 모티브로 하여 대지의 형국을 재구성하여 건축개념화

하였다고 한다.

형태는 최소한의 건축적 기능만 할 수 있게 조형되어 군더더기 없는 시인의 심성을 닮길 바랬으며, 기능하면서 작동되는

건축적 욕망은 건축너머에 존재하길 바랬다고 한다.

 

 

 

 

목구조로 구축된 40m나 되는 길고 통큰 기념관동은 동서축으로 드러누워 있는데, 서쪽 끝은 땅속(국토)를 향하여

대지에 뿌리르 내리고 동쪽 끝은 몸을 틀어 땅위(삶)을 굽어보는 강인한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시대적 억압을 뚫고

나오는 민중성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또한 기존 대지의 레벨을 높게 파서 지형을 재구축하였는데 폼너른 풍토를 내면화 하여 세 덩어리의 건축물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국면을 표현 하였다고 하며, 땅속인 듯 땅위인 마당 공간은 땅 덩어리가 우리네 삶의 모태라는 시인의 시적 주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 사무소 노둣돌(이은하)에서 설계하였으며, 전시설계는 제3테크(이용태)에서 진행하였고, 제1회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기념관에는 모두 세 동의 건물이 있으며 입구 좌측 부터 관리동과 시집전시관이 나란히 붙어 있으며 관리동 건너편은 시문학 기념관 동이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휴무일은 휴관이며 개관시간은 화요일 부터 일요일까지 4월~9월은 9시 ~ 18시, 10월~3월은 9시 ~ 17시까지이다.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 연락처는 ☎061-362-5868, ☏011-9602-0360 이다.

 

 

              시집 전시관부터 들어가 본다.

 

 

조태일 시인의 호는 죽형(竹兄)으로 1941년 곡성 태안사에서 주지스님의 아들로 출생하였으며 1966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1973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64년 경희대학교 2학년때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아침 선박>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69년 월간 시전문지 시인을 창간하여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를 배출하였다. 1974년에는  고은, 백낙청, 신경림, 황석영, 염무웅, 박태순 등과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창립하였고, 독재에 저항하다 여러 번 투옥되었다. 1988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민족문학작가회의'로 바뀌자 초대 상임이사를 맡았으며,1991년 김현승 연구로 경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광주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가, 1994년 예술대학 초대 학장이 되었다.

1999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향년 58세밖에 되지를 않았기에 그를 떠나보내면서 수 많은 문학동지들의 애석함의 눈물이 강물로 흘렀다고 한다.

 

 

 조태일은 신춘시(新春詩)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눈깔사탕 1966>, <필요한 피 1970), <홍은동의 뻐꾹새 1970>, <식칼론 1970>, <반란하는 빛 1970>, <국토 1971>, <우리네의 동정 1974>, <원달리의 아버지 1978> 등 많은 문제작을 발표하였으며, 이곳에 모두 보관되어 있는 관계로 시집 전시관은 조태일 시인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겠다.

 

 

 

 

 

 

 

 

시집 전시관을 나와 이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문학 기념관으로 간다.

 

 

기념관 내부는 심플하면서도 단아한 정돈이 빛을 발해 시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건물의 설계자가 시인이자 건축가인 이윤하씨가 했다고 하니 아마도 시인인 자기 마음도 어느정도 자리했을것이다.

 

 

              1974년부터 민족민주운동에 앞장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초대 대표간사, 김지하 구출위원회 부위원장 등

              여러 운동단체에 참여한 고은시인은 1977년 조태일 시인과 함께 수감되었다가 풀려나 민주청년협의회 고문,

              한국인권운동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조태일 2009년 10주기 추모식에도 도종환 시인 등과 직접참석

              하여 그를 같이 추모했다고 한다.

 

 

 

              조태일 시인의 초상화

 

 

 

 

조태일 시문학 연대표

 

 

 

 

 

 

군대시절 군번줄도 보이고...

 

 

광주대학교 예술대학장 시절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손때 묻은 그의 유품들...

 

 

 

 

 

 

 

세상을 등진 후 추서된 훈장

 

 

 

 

 

평소 조태일 시인은 피아노연주에도 조예가 있었나 보다.

그의 유품이 된 피아노...

 

 

              시문학 기념관에 걸린 태안사 가는 길 능파각 (작가 강연균 1997년작)

 

 

입구에 이렇게 곡성문학과 시인의 책을 판매하는 무인판매대가 있으며 책을 구입한 후 대금은 조그마한 상자에 넣으면 된다.

 

 

영혼을 맑게 해주는 시가 들어있는 CD도 있고..

 

 

산행을 겸한 테마가 있는 친구들과의 번개산행에서 태안사와 더불어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으로의 여행은 뜻 깊었다.

여행은 현실의 탈출구가 아닌 자아실현을 통해 몰랐던 것에 대한 무엇인가 자꾸 얻어만 가는 길이다.

그저 여행지를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영혼의 맑음인지 아니면 삶의 지혜인지를 깨닫는 것은 시계바늘 가듯이 쉼없이 떠나는 발걸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전라도 곡성땅의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죽곡면 봉두산과 태안사, 경찰충혼탑,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으로의

여행은 내가 사는 땅 전라도에 대한 새로운 고찰과 더불어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도 하나 안고 온 여행이 되었다.

남이 쉽게 가는 길을 따라 간다는 것은 모든 여행자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겠지만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는 것도

어쩜 기본위의 여행 정석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여, 전라도 오지의 땅, 곳곳을 누비며 그것들을 정리해 가는 기나긴 여정의 숙제가 바로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들을 오롯이 나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지금 시작되었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트위터http://twitter.com/huhasim

   지도: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