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5. 23:52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기아 9:4 넥센)
윤석민은 경기 시작전 눈을 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초구부터 스트라익을 던져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2. 최대한 공격적인 투구로 4구이내에 승부를 낸다.
3. 그러다 보면 투구수를 잘 조절하여 7이닝 이상은 던질 수 있다.
4. 제구에 신경써 볼넷을 안 내준다.
5. 홈6연승을 목표로 했으나 넥센과의 2차전에서 져서 2승1패가 되었으니
한화와의 3연전 첫게임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그리고 첫승도 신고하자.
이렇게 경기에 나선 윤석민은 첫타자 강동우를 2구만에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고
다음타자 백승룡에게 초구 볼을 던졌으나 2구,3구를 연속으로 스트라익을 꽂아 넣어
타자를 압박한다..3루땅볼아웃.
3번 김경언에게도 초구 볼을 넣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연속으로 스트라익을 넣는다.
3루땅볼아웃..
1회부터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의 투구를 보고 수많은 타이거즈 팬 뿐만 아니라 코치진까지 그의 첫승을 낙관할 정도 였다.
2회도 삼자범퇴...투구수는 19개로 스트라익이 15개 볼이 4개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있었다.
2회말 공격때 포수 김상훈이 3점홈런을 날려 승리의 기운은 한 껏 기아로 향하고 있었다.한화의 선발인 양훈은 2회까지 무려 42개의 볼을 던지며 고전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것은 3회 한화의 공격에서다.
이대수와 신경헌을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운 윤석민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을까?
한상훈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2루 도루를 허용한다.
다음타자인 강동우는 투스트라익을 넣고도 무려 10개의 볼을 던지게 하더니
결국 좌중간 2루타를 얻어 맞고 1실점을 한다.
3회에만 볼을 31개를 던져서 갑자기 모두에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실점하는 과정이 영 찝찝했기 때문이다.
4회에도 1사후 연속안타를 맞고 1,2루 위기까지 몰렸으나 안치홍의 호수비로 이닝을 마무리한다.
실점후 최대한 빠른 이닝에 도망가는 점수를 뽑아서 상대 선발을 내려야 하는데
오늘 기아의 공격은 테이블세터에서 부터 꽉 막힌다.
그 잘맞던 이용규와 김선빈이 무안타다..
특히나 이용규를 1루에 놔두고 김선빈이 병살타를 무려 2개나 쳤다.
이부분은 조금 있다가 유심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불안감은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5회초 한화공격에서 1사후 연속2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리고
다음타자 백승룡의 3루땅볼때 3루주자를 홈에서 잡아 위기에서 벗어난 듯 했으나
빠른 런다운 플레이로 타자주자가 2루까지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그게 아쉬운 장면이었다.
주자가 1,3루에 있는것과 2,3루에 있는것은 수비면에 있어서 엄청난 부담이다.
결국 김경언에게 투스트라익 원볼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우중간 2루타를 맞고 2실점을 한다.
이것은 윤석민이 실투했다기 보다 김경언이 워낙 잘 친 타구였다.
3 대 3 동점이 된 다음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1사후 이용규가 볼넷으로 진루하자 김선빈은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왔나,
아니면 감독에게서 초구부터 치라고 주문 받았나 힛트엔드런도 아닌 그냥 공격감행이다.
여기서 또 발빠른 주자를 앞에 두고 김선빈은 또 병살타를 친다.
1회말에도 이용규가 볼넷으로 진루하자 2경기째 안맞고 있는 김선빈에게 보내기 번트대신 강공을 시켰다.
초반 선취점은 상대 투수의 기를 뺏고 경기를 유리하게 몰고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2경기째 안 맞고 있는 김선빈에게 강공을 시켜 병살타로 선취득점의 기회조차 날려버린다.
동점이 된 상황에서 맞은 5회말공격에서도 1사후 이용규가 볼넷으로 진루하자 또 김선빈은 병살타를 기록한다.
오늘까지 세경기째 안맞고 있다. 하도 안맞으니 한경기는 쉬었다.
왜 이용규에게 그린라이트를 주지 않을까...이용규가 안뛰었을까? 아니면 뛰지 말라는 사인이 나왔을까..
그게 궁금하다..발빠른 주자가 앞에 있는 데 도루도 못하고 병살로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안맞고 있는 김선빈도 부담이다. 이럴때 보내라도 사인이 나오면 잘 댈수 있는데 공격하라니 공이 안보인다..
컨디션이 안좋으니 공이 탁구공만하게 보이고 흔들리고 했을 것이다.
결국 윤석민은 6회초 정원석에게 초구를 통타당해
홈런을 얻어맞았으나나머지 타자들을 가볍게 처리하고
박경태와 교체된다.
6이닝동안 7삼진을 기록하고도 7피안타가 집중타가 되어
4실점을 하였다.
세경기째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자신에게도 불만족스러운
피칭을 하고 내려온 윤석민은 괴롭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국내 최고의 좌,우완이 나란히
세경기째 승을 기록 못하고 있다.
제구는 잘 되는데 상대타자들이 잘 쳤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바란다.
단지 좋은 직구를 놔두고 변화구 비율을 높히다 보니
상대타자들에게 노림수를 당했다는 생각은
져버리지 말기 바란다.
당신은 대한민국 대표 투수이기에
스스로 이겨내길 기대한다.
7회에 나온 박경태는 다른 경기와 달리 오늘은 전력투구를 한다.
원포인트 구원이라도 혼신의 힘을 다한 전력투구는 설사 두들겨
맞아도 아름다워 보인다.
볼 끝에 힘이 실리니 상대타자들이 덤비게 되고 결국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한다.
4대3으로 한점 뒤진채 맞이한 8회말 공격에서 이범호,최희섭,신종길의 연속3안타로 기어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버린다.
윤석민은 패전투수에서 벗어나고 이젠 팀의 승리를 기운해야 할 일만 남았다.
무사1,2루의 계속된 챤스에서 보내기를 위해 대타로 나선 이종범에게 홈팬들은 기립박수와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현역 최고령인 야구천재를 맞이한다.
오로지 그는 희생번트를 대기 위해 대타로 나선다..감동이 흐르는 현장이다.
이 번트하나에 이 경기의 운명이 달렸다.
성공하면 1사2,3루가 되고 한화벤치는 김상현과 승부를 안하고 만루작전을 펼칠 것이고
오늘 잘 맞는 김상훈에게 챤스가 걸릴 것이다.
만약에 실패하면 아웃카운트가 하나 더 늘어 김상훈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다.
야구천재의 깨끗한 희생번트로 감독의 의도대로 1사에 2,3루 챤스를 이어 놓은 이종범에게 홈팬들은
또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백전노장의 아름다운 투혼에 경의를 표한다.
예상대로 한화벤치는 김상현을 고의볼넷으로 내 보내 만루작전을 펼치고 이 챤스는 김상훈에게 연결된다.
여기서 승부를 봐야한다.
컨디션좋은 김상훈은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2타점 중전안타를 작렬시켜 역전에 성공하고
안치홍, 이용규의 연속안타와 김선빈의 내야땅볼로 3점을 더 추가하여 승부를 결정 짓는다.
한대화 한화 감독의 얼굴이 창백해 지는 순간이다.
오늘 지면 7연패이고 앞으로 두 경기도 힘들다면
9연패의 나락에 빠진다.
타이거즈의 레전드였던 그 이기에 안쓰러울 따름이다.
한대화감독의 이런 웃음을 다음주 화요일부터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8회1사후 박경태를 구원한 유동훈은 9회 혼신의 역투로
실점없이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
초반 윤석민의 난조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이후 등판한
투수들인 박경태와 유동훈의 역투로 추가실점없이 경기를 마쳤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새재응의 불펜전환으로 두터워진 불펜의 힘이 이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좌완1명을 올리고 선발1명을 불펜으로 돌렸다라는 것은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한정된 야수자원으로 공격에서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펜의 힘이 없이는 이기는 경기도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불펜을 강화한 조범현감독의 처방전은
현재까지는 주효하고 있다.
단지 로페즈와 트레비스를 제외하고는 아직 다른 선발투수들의 구위가 시원치 않아서 당분간 이 체제는
계속갈 것 같으니 적절하게 야수와 투수의 엔트리를 조절해 가는 능력도 필요할 때이다.
(사진출처)OSEN,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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