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7. 07:00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라 부르던 2014프로야구가 8경기 만에 중원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임창용의 가세로 1강으로 분류되었던 삼성이 3연패 끝에 1승으로 하위권에서 탈출했으며, 4강 후보로 꼽지 않았던 SK가 파죽의 4연승으로 초반 단독선두에 나섰다. 다크호스 NC도 홈에서 넥센에 시즌 첫 끝내기 승으로 2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단독2위에 올랐다.
반면 한화는 SK에게 시즌 첫 싹쓸이 패를 당하며 선두에 3.5경기 차로 최하위로 떨어져 137억이 넘는 테이블세터를 두고도 공격의 활로를 못 찾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전통의 강호 두산도 3연패 수렁에서 빠져나와 탈꼴찌에 성공했으며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투입하고도 타선 불발로 두산에 완패해 위닝시리즈로 만족하고 말았다.
이렇게 시즌 초반이지만, 중원을 차지하기위한 두 번째 시리즈에서 연승을 달리는 팀과 연패로 추락하는 팀이 나오면서 서서히 힘의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시즌 초반이라고 설렁설렁 하다가는 시즌 말미 한 경기나 반 경기 차이로 가을야구를 못 하는 경우도 생기기에 모든 팀들은 매 경기 아쉬운 내용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두산 4연패는 없다. 유희관은 KIA킬러였다.
KIA에 2연패를 당하며 시즌 첫 3연패로 최하위로 떨어진 두산이 KIA 킬러 유희관을 앞세워 에이스 양현종을 내세운 KIA를 4대1로 누르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번 경기까지 놓쳤더라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단독1위 SK를 맞아 자칫 연패가 길어질 상황이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팀을 구한 것은 지난 시즌 신데렐라로 등장한 느림의 미학 좌완 유희관 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의 공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최고 135km에 머물렀지만, 체인지업과의 조화로 오히려 더 빨라 보였으며, 2경기에서 10안타 이상씩을 때려 낸 KIA 타자들은 7회까지 유희관에게 단 5안타 1득점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부터 KIA전에 강했다. 8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한 유희관은 올 시즌 첫 만남에서도 낯설어 한 KIA 타자들을 칼 같은 제구력을 앞세워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양현종, 1차전 122투구 부담이 결국 부메랑이 되었다.
양현종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 14.1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였다.
정규시즌 들어서도 NC와의 역사적인 챔피언스필드 개막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8이닝 동안 122개에 이른 혼신의 역투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챔피언스필드 첫 승리투수이자 자신의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시범경기부터 시작한다면 22.1이닝 동안 8피안타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NC와의 첫 경기에서 무려 122개의 투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상대 선발 유희관이 느림의 미학 연출가면 양현종은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속전속결 형 투수이다. 오늘도 1회와 3회 각각 위기가 있었지만, 최고 149km에 이르는 직구와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곁들이며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
1회 20개, 2회 16개, 3회 11개 등 갈수록 투구 수도 줄어들었다. 4회 첫 타자 고영민을 사구로 내보낼 때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1사후 김상훈의 포구미스로 1루 주자가 2루에 가면서 흔들려 결국 홍성흔에게 적시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1루 주자 고영민이 2루 도루를 감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잘한 실책 하나가 투수전 양상을 보이는 경기에서 혼신의 역투를 하고 있는 투수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줄 수 있다.
결국 4회에만 투구 수 25개를 기록한 양현종은 5회에도 1실점을 더하며 5회를 마치고 한승혁으로 교체되었다. 5이닝 6피안타 4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첫 패전의 기록도 남겼으며, 1차전 무리수가 결국 4일 쉬고 등판한 두산과의 낮 경기에서 나타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면서도 5회 추가실점위기에서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줘 충분한 휴식이 보장된다면 구위나 승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KIA 나지완 살아나나?
KIA는 오늘 무사 2루 득점찬스를 세 번 가졌는데 그 중 딱 한 번 1득점으로 성공했다.
1회부터 이대형의 2루타에 이은 김주찬의 진루타로 1사 3루 선취점을 올릴 기회를 가졌지만, 후속타자들이 이대형을 불러들이는데 실패했고, 0-2로 끌려가던 5회에도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는 안치홍이 좌월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서 박기남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지만, 역시 후속타자들이 안치홍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선취점을 먼저 냈거나, 두 번째 득점찬스에서 추가점을 냈더라면 오늘 경기 향방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희관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7회 유희관을 상대로 나지완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서 브렛필의 적시타로 1득점을 한 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며, 나지완이 2안타로 점점 살아나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총평
오늘 양 팀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이 나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 4, 5선발이 나서는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최소한 1승 2패 전략을 세워야 했고, 두산은 오늘 패한다면 4연패로 꼴찌는 물론 시즌 1위를 달리는 SK와의 주중 3연전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절실함의 두께가 틀렸다. KIA는 이미 위닝시리즈를 거두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며, 양현종의 투구도 5회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잡았기에 운 좋게 방망이가 터져 대량 득점한다면 몰라도 유희관의 벽을 방망이로 넘기에 힘에 부친 것은 사실이다.
반면 두산은 아직 승리가 없는 유희관이 7회까지 버텨주며 불펜의 힘을 비축시켜주었고, 3연패 사슬도 끊어 진정한 에이스로서의 위치를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모름지기 에이스란 연승중인 팀의 연승을 이어주고 연패중인 팀의 연패는 끊어주는 것이 진정한 에이스의 덕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유희관은 구위에서는 양현종에 밀렸지만, 팀의 생명을 이어가는 에이스로서의 위치에서는 분명 양현종보다 훨씬 우월했다. 이제 KIA는 목동으로 자리를 옮겨 넥센과 주중 3연전을 갖는다. 4선발 임준섭과 5선발 박경태가 나서는 경기에서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3연전에서 1승이라도 건져야 좋은 성적을 이어가는 광주 롯데전이 편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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