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9. 07:05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올 시즌 최고의 난타전 경기가 펼쳐졌다.
양 팀 득점의 합계는 무려 22득점, 안타는 28개나 나왔으며 사사구는 13개가 나왔다. 홈런도 4개나 쏟아졌으며, 도루도 6개, 실책 3개에 병살타도 4개나 나왔다.
4월 1일 SK와 LG의 경기에서 나온 21득점 25안타 19사사구와 비교하면 사사구와 실책만 적었지 나머지는 모두 기록을 갱신했다.
양 팀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는 KIA가 4명, 넥센이 4명 등 모두 8명이었으며 3안타 이상을 때린 선수도 3명이나 됐다.
시즌 초반의 대량득점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함 때문이었다면 팀별로 많게는 9경기 치른 현재는 어느 정도 투·타 밸런스가 맞춰져 있기에 이런 대량득점은 어색하기만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 팀 모두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되겠으며, 실제로도 양 팀의 4선발 5선발이 출격했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난타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KIA 선발 임준섭은 5회 1사까지 8피안타 4사사구로 6실점(6자책)을 기록했으며, 넥센 선발 오재영은 3이닝 만에 6피안타 4사사구 5실점(5자책)으로 강판되었다. 뒤 이어 나온 투수들도 마찬가지로 KIA는 신창호, 김태영, 서재응, 어센시오가 차례로 출격했지만, 원아웃만 잡고 내려간 신창호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투수가 1실점씩을 더했으며, 넥센은 이재영의 뒤를 이어 나온 이정훈이 1이닝 동안 무려 7실점을 하고 내려갔으며 송신영이 1실점을 더해 총체적 불펜 난조를 보여주었다. 경기가 이미 기운 상태였기에 박성훈, 손승락의 무실점 호투는 빛이 바랬다.
KIA는 초반 대량득점으로 수월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끝까지 야금야금 추격당하며 찝찝한 승리로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넥센은 초반 밀리던 경기를 동점까지 만들며 좋았던 분위기가 투수진의 난조로 와르르 무너져 버렸지만, 9점 차 까지 졌던 경기를 4점 차까지 따라 붙는 뒷심을 보여주어 오늘 경기 패전에도 불구하고 다음 경기 희망을 가져갔다.
하지만, 9회 승부와 관계없는 벤치클리어링에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송신영의 과민반응은 해석이 분분하다.
오늘 경기 승부처는?
1회 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넥센 오재영을 상대로 3안타 2볼넷을 묶어 3점을 먼저 선취한 KIA는 2회 말 2점을 실점하고 3회 초 이범호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으로 1점을 더 도망갔으나 곧바로 3회 말 동점을 허용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말았다. 이것은 양 팀 모두 4,5선발이었기에 충분히 예상됐던 시나리오였다. 어느 팀이 먼저 도망가면서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었지만, 의외로 빨리 KIA에게 그 기회가 왔다.
4회 초 선두타자 김선빈의 안타 후 바뀐 투수 이정훈을 상대로 기아는 2안타를 더 집중해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는데, 결정타는 바로 1루 주자 김주찬과 3루 주자 이대형 간의 더블스틸로 얻은 추가점으로 이 점수로 KIA는 넥센을 그로기로 몰았다.
올 시즌 아직 도루가 없는 이대형이 첫 도루를 홈스틸로 장식하였고, 이어 2루 주자 김주찬까지 나지완의 짧은 안타에 홈까지 파고드는 기동력으로 넥센을 압도해 버렸다.
순식간에 3점을 더 도망간 KIA는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4점째를 수확했고, 이어 22타석 째 안타가 없던 차일목이 시즌 첫 안타를 결정적인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며 넥센을 KO시켜 버렸다.
오늘까지 9경기 째 KIA는 차일목, 김상훈 두 포수가 안타가 없으며, 도루 저지도 단 한 명도 못해 심적 부담감이 컸겠지만, 오늘 그 부담감을 던 만루 홈런 한 방으로 타격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했으며 더불어 투수리드에서도 안정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KIA로서는 천만 다행스런 일일 것이다. 안방이 편해야 발 뻗고 누워도 잠이 잘 올 것이니까.
KIA 선발진의 구멍 4,5선발
오늘 무려 6실점을 한 임준섭은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첫 승을 부끄럽게 올렸다. 하지만 타선이 대량득점을 해 주었음에도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해 과연 5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임준섭은 지난 시즌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좌완투수이다. 볼 빠르기는 압도적이지 못하지만 타점 높은 투구와 느린 커브 등으로 타자와의 승부에서 절묘한 타이밍 뺏기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렸다. 하지만,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2일 NC전에서 5이닝 5실점(5자책), 오늘 5.1이닝 6실점(6자책)으로 평균자책점 9.58을 기록해 1이닝 1점 이상씩을 실점하고 있다.
5선발은 또 어떤가? 박경태는 4월 3일 NC전에서 3.2이닝 동안 무려 9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22점이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볼이 좀 긁히는 것 같더니 정규시즌 들어 평범한 투수가 되고 말았다. 두 선수 나선 경기에서 KIA는 1승 2패를 기록해 표면적으로는 적절한 승수를 올린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선수들로 선발진을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물론 부상 중인 김진우가 복귀할 때까지 5선발은 한시적이지만, 현재까지 투구 기록으로 봤을 때 임준섭이나 박경태나 모두 도토리 키 재기 식 밖에 되지 않아 선동열 감독의 고민만 깊어간다. 현재 김진우의 상태는 훈련은커녕 걷기도 제대로 못한다고 하는데, 4월은 어림없고, 5월 후반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이 위험한 쌍두체제를 보는 팬들은 심장 쫀득거림을 계속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즌 1호 벤치클리어링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 경기는 초반 대량 득점한 KIA가 더 이상 도망가는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넥센이 1점 씩 따라붙어 8회까지 13대8로 5점 차로 KIA가 리드하고 있었다. KIA는 1번의 공격, 넥센은 2번의 공격기회가 남았지만, 2이닝에서 6점을 낸다는 것은 어려워 보여 경기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사실 벤치 분위기로도 승패는 이미 KIA로 기울었다.
넥센은 최근 부진에 빠지며 2번의 블론세이브가 있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9회 마지막 투수로 올린 이유도 경기를 잡자는 것 보다 의기소침한 손승락의 구위도 점검하고 자신감도 심어줄 목적의 등판이었다.
그것은 경기 승패하고 관계가 없는 것이었지만, 제구가 안 된 손승락의 투구가 김주찬의 팔을 맞히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손승락의 공은 분명히 손에서 빠졌고 거기에 김주찬은 과잉반응을 보였지만,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킨 것은 넥센 송신영이었다.
사구 공포증이 있는 김주찬이 맞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마운드로 뛰어갈 정도는 아니고 금새 구심에 의해 제지되었다. 손승락도 실수를 인정해 양 팀 선수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KIA 선수들을 나오지 말게 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먼저 달려 나온 선수들은 넥센 선수들이었다.
최근 침체에 빠진 팀 동료 손승락을 보호하고자 한 넥센 선수들의 행위도 당연했다. 하지만, 가만히 놔두었어도 될 상황에서 흥분하여 빛의 속도로 뛰어나와 김주찬의 가슴을 거세게 밀친 송신영의 행위는 자제되었어야 한다.
억측을 한 번 해 보자면, 8점 차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원등판한 송신영의 첫 타자는 김주찬이었다.
올라오자마자 안타를 김주찬에게 맞고 곧바로 도루를 허용하였는데 포수 악송구로 3루까지 내보내게 되었다.
결국 나지완의 적시타로 추가실점을 하게 되었는데, 일방적인 리드 경기에서 도루가 문제가 되었을까?
최근 '6회 6점 차 도루 자제' 이 문제를 가지고 선수협은 아니라고 하지만, 암묵적 도루 자제는 분명 있을 것이다.
5회 8점 차 리드를 쥐고도 진 경기가 얼마나 많은 가? 이것에 대한 분풀이로 김주찬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와 가슴을 거세게 밀쳤다면
두 선수의 대선배로서 속좁은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면 실의에 빠진 팀 후배 손승락의 기를 살려주기위해 최고참이 솔선수범했다고 봐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모두 선후배 사이이고 경기장 내에서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지만, 둘 사이의 신경전에 넥센의 최고참 송신영이 나서 상대 선수의 가슴을 밀친 행위는 어찌되었든 원인 제공자가 손승락이었다는 점을 망각한 행위이다.
야구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도 상대방의 몸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감정을 폭발하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는 행위라는 것은 송신영 정도 고참이라면 이제 터득할 때 되지 않았는가? 자신을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또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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