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6. 07:05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미완의 대기 한승혁, 윤석민 뒤를 잇나?
KIA타이거즈가 한화와의 시즌 1차전에서 챔피언스 필드 첫 끝내기 승을 거두고 중위권 탈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이어 올 시즌도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를 상대로 5선발이 출격한 상황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두어 1, 2선발이 차례로 나서는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상위권으로의 도약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화와의 경기에 이어 선두권을 달리는 SK와의 주말 경기가 끝나면 4일간의 휴식일이 있기에 1라운드 종료를 앞두고 매 경기 전력투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박지훈, 심동섭 등 필승 불펜진이 합류하는 2라운드에는 매 경기 10안타 이상을 때려내는 공격력만큼 깔끔한 투수진 운영도 기대하게 됐다.
오늘 경기는 1회부터 선취점과 추격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팽팽하게 흐르던 경기가 5회 김주찬의 역전타로 KIA가 먼저 도망갔으나 7회 한화가 기아 필승조 김태영을 상대로 2사후 만루를 만들고 구원에 나선 박경태를 피에가 2타점으로 두들겨 역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8회 김회성의 쐐기홈런으로 한화가 더 도망가 그대로 한화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 했지만, 이번에는 KIA가 한화 필승 조 송창식을 나지완이 동점홈런으로 두들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챔피언스 필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9회 한화 마무리 김혁민을 상대로 1사 만루에서 김선빈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으며 역사적인 챔피언스 필드 첫 끝내기 승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2011시즌 1차 지명 한승혁이 데뷔 후 첫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5이닝 8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깜짝 호투하며 선발진의 숨통을 터 준 것은 윤석민 이후 강력한 우완 후계자의 등장을 학수고대한던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현재 윤석민이 메이저리그로 직행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두 경기 연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기에 다음 경기에서는 윤석민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윤석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타이거즈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승혁의 존재는 오늘 화끈한 투구에서 보듯이 당분간 KIA팬들을 들뜨게 만들어 줄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선발이 기대되는 것은 오늘 투구에서의 단점과 지적을 얼마나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냐를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원석을 잘 다듬어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벤치의 중용과 수비와 타자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기자신의 의지임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기운영은 낙제점
오늘 승리는 한승혁의 호투와 팀의 중심에 선 나지완이 패배를 눈앞에 둔 팀을 극적으로 구출했고, 어딘지 2% 부족했던 마무리 어센시오가 9회를 탈삼진 3개로 막아내 끝내기 승리의 밑거름이 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경기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화나 KIA나 경기를 지배할 수 있던 몇 번의 찬스가 벤치나 선수들의 잘잘한 실수로 흐름이 끊겨 승리의 물꼬를 자신에게 돌리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
한화는 이종범 작전코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홈으로 쇄도하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된 정근우의 황당플레이가 결정적이었으며, KIA는 한승혁이 첫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노련한 타자들이 타석에서 서두르면서 한승혁의 호흡을 지켜주지 못한 점과, 벤치의 어설픈 작전, 투수교체 타이밍 실패 등 경기운영은 전반적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낙제점 1
항시 거론되지만, 포수의 도루저지 능력과 적극적인 도루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KIA는 4개의 도루를 허용했으며, 심지어는 김태균도 도루를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회와 7회 정근우의 도루는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었으며 KIA의 도루는 8회 안치홍의 1개가 유일했다.
KIA공격의 활로는 바로 뛰는 야구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뛰는 야구없는 KIA의 득점력은 곧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낙제점2
한화 앨버스가 6회 KIA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2루타를 맞고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자 한화는 잘 던지던 앨버스를 강판시키고 최영환을 올리는 무리수를 두었다. 앨버스가 비록 5회 3개의 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지만, 63개의 투구 수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한화의 불펜이 과연 앨버스 이상의 투구를 해 줄 수 있느냐 도 의문이었다.
최영환은 우려대로 올라오자마자 이범호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 보내고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며, 다음 타자 안치홍에게도 연속 볼을 2개나 던지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왜 안치홍은 번트동작 강공을 했을까? 이것이 의문이다.
벤치의 작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안치홍 스스로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화끈하게 달아오른 순간 찬물을 끼얹는 병살타는 분명 오늘 경기를 어렵게 만든 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 병살타가 결국 한화의 결정적인 투수교체 미스를 오히려 도와준 꼴이 되었으며, 7회 한화는 마침내 역전에 성공하며 경기를 한화페이스로 끌고 갔다.
낙제점3
6회 무사1루에서 한승혁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태영이었다.
김태영은 승리조의 화신답게 6회 위기를 공 9개로 간단히 틀어막았다. 하지만 6회 말 KIA 공격에서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 병살타 등으로 무산되며 흐름이 끊겨버렸다.
그것은 곧바로 7회 나타나 김태영은 투아웃을 쉽게 잡아놓고도 연속 2안타와 도루를 허용하며 2사 2, 3루 실점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바로 KIA 불펜의 현주소다.
김태영외 믿을만한 필승불펜이 없다는 것과 강력한 구위를 가진 좌완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KIA 벤치는 이용규 타석에서 김태영을 내리고 좌완 박경태로 먼저 갔어야 했다.
이미 정근우까지 김태영은 28개의 투구를 기록했으며 투아웃 후 계속된 안타와 도루 등으로 심적 부담감이 많았던 상태였다.
결국 2사 2, 3루 이용규 타석 풀카운트에서 마운드에 오르려던 김정수 투수코치가 심판에 제지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김태영은 볼넷으로 이용규를 내보냈고 피에 타석에서 좌완 박경태로 바꿔 단 한 개의 투구로 2실점하고 말았다.
한승혁이 5이닝동안 93개의 투구를 하면서 1실점한 것을 박경태는 단 1개의 투구로 2실점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한 것은 김태영의 투구 수를 너무 오래가져갔고 박경태 등판순서를 늦춘 것이 원인이었다.
낙제점4
9회 동점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마무리투수 어센시오다.
연장으로 갈 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일단 9회는 마무리투수를 올려 막고 보는 것이 벤치의 임무다. 그 이후로는 단 1점이면 끝나는 9회 말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도 득점이 안 나면 1점 승부 연장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NC와의 홈 개막 2차전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6대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6회 이후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어센시오가 아닌 서재응이었다.
서재응은 9회 2사 후 연속 볼넷으로 두 명의 주자를 내 보냈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9회 말 공격에서 1사 1, 2루 끝내기 찬스에서 득점을 못하고 연장에 들어갔지만, 또 나온 투수가 서재응이었다. 물론 무승부까지 생각한다면 어센시오 조기투입은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그러기에 9회 어센시오가 먼저 나와 10회까지 던지고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11회와 12회 서재응으로 갔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센시오가 9회 나왔으며 연장으로 들어갔다면 10회까지 던졌을 것이다. 그 다음은 서재응이 11회와 12회를 던지는 것이 순서였다.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에서 활로를 찾으려면 동점상황에서 연장전을 생각지 말고 마무리카드를 먼저 내는 것도 심리전에서 앞서는 경기가 될 것이다.
총평
비록 한승혁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마운드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어 팬들에게 윤석민의 허전한 공백을 메꿀 강력한 우완투수를 가지게 되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과 절체절명의 팀을 구출한 나지완의 한 방, 그리고 어딘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어센시오의 깔끔한 마무리 등이 빛난 경기였다. 옥의 티는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 할수록 그 빈도는 줄어들 것이며, 부상의 늪에 빠졌던 투수들이 대거 복귀하면 투수력에서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아직 공격에서는 이대형의 잠자는 도루능력을 깨우는 것과 포수들의 도루저지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 급선무지만, 매 경기 10안타 정도씩 때려내고 있기에 지난 시즌 방망이 우울증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투수력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방망이로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타이거즈 팬들도 덩달아 신날 것이다.
2차전은 홀튼과 클레이의 선발 맞대결이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홀튼이 자신의 진가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와 국내무대 첫 선발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아직 승전보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클레이가 반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의 대결로 김응용-선동열 사제지간의 벤치승부만큼 흥미로울 것이다.
1차전에서 봤듯이 경기를 지배하는 계기는 벤치와 야수들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출발점이다.
실책 1위와 2위에 나란히 오른 두 팀간의 대결에서 기록된 실책은 없었지만, 벤치의 상황판단이 매끄럽지 못한 것을 2차전에서는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4연패 중인 한화가 과연 연패를 탈출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결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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