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7. 07:05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꿩 대신 봉황, 윤규진 한화 5연패 막았다.
한화가 불펜 윤규진의 깜짝 호투와 테이블세터진의 맹활약에 힘입어 숙적 KIA를 누르고 4연패에서 벗어나며 팀 순위도 8위에서 7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KIA 1선발 홀튼을 만나 고전이 예상되었던 한화는 2차전마저 패했다면 5연패로 시즌 초반 투·타에서 무너지며 총체적 난국을 맞을 뻔 했으나 1회부터 정근우, 이용규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1, 3루 찬스에서 피에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는 등 파이팅이 넘쳤고, 2회에도 2사 후 볼넷 2개와 연속3안타를 묶어 대거 4득점을 추가하며 홀튼을 강판시켜 2차전은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 선발 클레이가 곧바로 2회 말 3실점하고 4회 결국 동점을 허용하며 초반 좋았던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4회 2사 1루에서 윤규진으로 교체되어 두 팀 모두 선발투수가 나란히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되는 사태를 맞아 이후 불펜의 도토리 키 재기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듯 했다.
KIA가 불펜에서 박경태가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재응이 1실점, 임준혁이 2실점 등 4명의 불펜이 3실점하며 부실한 불펜을 여실히 드러낸 반면 한화는 클레이 이후 윤규진이 4회 2사부터 9회까지 5.1이닝을 1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로 틀어막아 팀의 4연패도 끊고 자신의 복귀 첫 승을 기록하는 등 불펜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1차전에서 KIA 5선발로 데뷔 첫 선발 등판한 한승혁이 150km에 이르는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가 실린 배짱투를 선보였다면 2차전은 한화 윤규진이 한승혁 빙의모드로 KIA 타선을 역으로 잠재워 실로 오랜만에 한화 팬들은 목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후 한화 김응용 감독이 '이렇게 잘 던지는 투수를 그동안 패전처리용으로 썼다'는 자책 인터뷰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한 팀의 수장인 감독이 선수들 면면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현재 한화가 하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에서 기인할 것임을 방증한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경기 중 한화 피에가 마운드 뒤까지 올라와 투수를 좀 안정시킬 것을 주문했을까? 현재 한화는 선수뿐만 아니라 벤치마저도 총체적 난국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심장한 경기였다.
8득점 중 2사후에만 7득점, 한화 맞아?
오늘 한화는 8득점 중 무려 7득점을 2사후에 올렸다. 2회 2사후 KIA 홀튼의 제구난조를 틈타 주자가 살아나가면서 4득점을 올렸고, 3회에도 서재응을 상대로 2사후 만든 단 한 번의 득점찬스를 살려 서재응을 강판시켰다.
6대6 동점인 8회에도 2사후 KIA 박기남의 매끄럽지 못한 병살플레이와 실책 등을 묶어 주자가 모이면서 이용규의 2타점 결승타로 다시 도망간 한화는 윤규진을 끝까지 내세워 KIA 타선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모처럼 선발을 제외한 불펜과 타격이 매끄럽게 돌아갔으며 수비에서 몇 차례 호수비도 나와 오늘 2차전 승리를 발판으로 다시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이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벤치도 선수들을 믿지 못한다면 그마저도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니 오늘 승리 요인을 복기해 제2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시 실책이 문제야
오늘 KIA는 경기 초반 5대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중반 들어 6대6 동점으로 만든 드라마틱한 타격전을 선보였다.
거기에 일조한 것이 2회 1사 1, 3루에서 선동열 감독이 선발포수 차일목을 빼고 대타로 브렛필을 낸 것이 적중해 추격의 발판을 만든 1점을 뽑았으며, 계속된 2사 1, 2루 찬스에서 이대형이 2타점 2루타를 날려 2점차까지 따라간 것이 주효했다. 홀튼이 일찌감치 대량실점하며 강판돼 2차전은 투수전보다 방망이로 극복해야 한다는 선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타자들도 잘 따라주어 결국 4회에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화 윤규진의 뜻밖의 호투에 막혀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5.1이닝을 지리멸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방망이가 안 된다면 수비라도 좋아야 하지만, KIA는 8회 박기남의 연속된 2번의 송구실책이 나오며 마침내 한화에 2점을 헌납하고 경기도 지고 말았다.
이범호가 수비도중 손바닥 부상으로 교체되었지만, 노련한 박기남이 두 번의 연이은 실책을 범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 못 했으니 오늘 패전의 멍에는 안타깝게도 박기남이 짊어져야 했다.
8회 1사 1루에서 깔끔하게 병살플레이가 성공했다면 경기 향방은 알 수 없었겠지만, 그마저 실패하고 2사 1루에서는 정근우를 실책으로 내 보내 결국 이용규에게 결승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어제 경기까지 한화가 14개의 팀 실책으로 1위에 올랐고 KIA는 12개의 팀 실책으로 3위에 랭크되었지만, 오늘 한화는 야수들의 호수비가 이어진 반면, KIA는 8회 이닝을 종료할 수 있던 기회에서 나온 박기남의 연이은 실책이 오늘 승부를 가른 것이다.
총평
KIA는 오늘 패전으로 평균자책점 1위에 1선발인 홀튼을 내세워 연승가도를 달리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1패 이상의 충격을 당했고, 한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를 결국 승리로 이끌어 팀 분위기가 살아난 것이 내일 3차전에서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하게 되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밀려난 박경태가 부담없는 경기에서 늘 그랬듯이 잘 던져 주어 자신의 자리가 선발이나 승리조가 아니라 패전처리에서 롱릴리프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어느 자리에서든지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프로이다.
서재응도 명예회복에 나섰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아직 노쇠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김주찬의 부상이탈, 이범호의 손바닥 부상, 김선빈의 담 증상 등 크고작은 부상들이 타이거즈를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KIA가 송은범이 나서는 3처전에서 과연 사기가 오른 한화를 꺾고 위닝시리즈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유리멘탈 송은범이 결국 중도에 허물어져 KIA 선발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것인지 3차전 향방이 궁금하다.
오늘 아침부터 하루 종일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을 포함한 462명의 승객이 탄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에서 좌초되어 16일 오후 10시까지 4명이 사망하고 284명이 실종된 대형 참극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고교시절 최고의 낭만인 수학 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생 325명과 인솔교사 12명 중 학생 75명과 교사 2명밖에 구출되지 않아 나머지 학생과 교사들의 생사여부로 인해 비탄에 잠긴 학부모와 가족들을 보니 하루 종일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시각각 전해오는 속보에도 불구하고 뒤집힌 배 안에서 절규하고 있을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괴롭기만 했다.
KBO에서도 이런 국민적인 슬픔에 동참하고자 프로야구 4개 구장에서 앰프를 동원하고 치어리더가 있는 응원전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클리닝 타임때의 이벤트도 자제했으며 대부분 관중들도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건만, 일부 몰지각한 응원단장이 구단의 응원복을 입고 응원전을 펼쳤다고 하니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슬하기만 하다.
온 국민이 슬픔을 같이 나누고 안타까움에 TV속보에서 눈을 못 떼건만 예정된 프로야구 경기는 어쩔 수 없더라도 관람 중 음주가무는 자제해야 하며, 웃고 떠드는 것도 억제해야 하는 날이었다. 야구장 밖에서도 예정된 회식이나 술자리가 취소됐으며, 다른 이벤트 등도 모두 취소된 마당에 TV로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도를 넘은 응원과 노래소리는 오늘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모두 우리들의 자식이고 형제자매인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슬픔을 같이 나누지 못할 망정 절제했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 구출되지 못한 학생들과 탑승객들을 위해 두 손 모아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그들의 안전한 구출을 기도해 본다.
(댓글을 잠시 닫습니다.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아직 구출되지 못한 분들의 신속한 구출을 기도하기 위함입니다.)
'야구 이야기 > 프로야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A-LG 1차전)LG 5연패 탈출 간절함에 덮인 오심 (0) | 2014.04.26 |
---|---|
(KIA-SK 1차전)ERA1위 양현종을 털리게 한 장면들. (0) | 2014.04.19 |
(한화-KIA 1차전)미완의 대기 한승혁, 윤석민 뒤를 잇나? (0) | 2014.04.16 |
(롯데-KIA 2차전)에이스 양현종, 클래스가 달랐다. (0) | 2014.04.13 |
(롯데-KIA 1차전)37안타 28득점, 핸드볼? 야구? 헷갈리는 프로야구 (0) | 201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