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 06:30ㆍ세상 견문록/세상 견문록
2003년 2월11일 아침이었다.
나 - “아들, 내일 아들 생일인데 아빠가 무슨 선물해줄까? 말해봐.”
아들 - “아빠, 타이타닉 프라모델이 갖고 싶었는데요, 그것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말해도 되요?”
나 - “응, 말해봐.”
아들 - “아빠, 전 아빠가 담배를 안 피는 선물을 갖고 싶어요.”
나 - “.......?”
아들 - “아빠가 퇴근해 와서 우리랑 뽀뽀할 때 입에서, 머리카락에서, 옷에서 담배냄새 나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나 - “......”
아들 - “어때요 아빠, 선물 해 줄 수 있어요?”
나 - “(20여 년간 담배를 피었는데, 이를 어쩐다)....끙”
아들 - “아빠아~~”
나 - “그래, 아빠가 그렇지 않아도 담배를 끊을까 했었는데, 이참에 아들 선물로 아빠가 담배를 끊을께, 어때 괜찮은 선물이지?”
아들 - “네, 아빠. 아빠 최고예요. 프라모델은 다음에 사 주셔도 되요. 기대할께요. 아빠아~~”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현관문을 나서면서 차를 타기 전까지 약3분정도 시간동안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었다.
푸우~~~ 폐 속 깊이 담배연기를 빨아들인 후 하늘로 내 뱉는 회색빛 연기와 냄새가 온 세상에 퍼져나간다.
‘그래 담배는 이 맛으로 피는 것이여. 암만’
그리고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피어댄 담배가 평소대로 한 갑 정도 되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편의점에 들러 담배 한 갑을 샀다.
또 무의식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어 라이터를 칙 켜고 한 대 피어 물었다.
운전하면서 피는 담배 맛은 그 어떤 담배 맛보다 더 좋다.
그래서 많은 애연가들은 차에 타면 일단은 담배 한 대 물고 운전을 시작한다.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아들 또래의 여학생들이 3명이 타더니 나를 보곤 고개를 돌려 코를 잡는다.
‘거울로 다 보인다. 이놈들아~~’
불현듯 아들 녀석하고 전날 저녁에 약속한 게 생각난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기로 했는데...
이 냄새를 어떻게 하지? 이미 늦어버렸다. 그렇다고 밖에서 바람 쐬고 들어가자니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마트에 들러 생수 한 병 사고, 껌 한 통 사고, 아파트 놀이터로 가서 아무도 없는 캄캄한 벤치에 앉아 옷을 벗어 탈탈 털어내고,
생수 한 병을 다 마시고, 껌도 한 통을 다 씹을 때 까지 웃옷을 벗어 던지고 달달 떨면서 냄새가 없어 질 때까지 피티체조를 해야 했다.
아...이 짓거리를 날마다 계속해야 하나?
가슴깊이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뱉기를 30여분 정도 한 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띵똥”.
아이들 - “아빠 수고하셨어요. 어서 오세요.”
나 - “응, 그래 내 새끼들 오늘 머하고 놀았어? 방학숙제 열심히 했어?”
아이들 - “아빠. 와~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아. 와~ 진짜로 아빠 담배 끊으셨나 보다. 엄마~~ 아빠 담배 끊으셨나 봐요.
담배냄새가 안 나요 엄마.”
엄마 - “응, 아빠는 한 번 한다면 하는 분이니 담배를 끊으셨을꺼야. 너희들도 그런 아빠의 멋있는 의지를 배워야 한다. 알았니?”
아이들 - “네. 엄마,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아빠 최고야!”
난 얼른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가 거짓으로 얼룩진 때를 말끔히 씻어 내야 했다.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머리를 묻고,
그렇게 내내 있었다.
다들 자는 깊은 밤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홀로 하늘을 쳐다봤다.
달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에 몇몇 집만 불이 켜져 있고, 퇴근 무렵에 산 담배갑을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하늘이지만 내 눈에는 분명히 별빛을 본 것 같았다. 담배갑 속을 들여다보니 속이 꽉 차있다.
아까 한 개비를 피었으니 아직 19개비가 남아있다.
‘이거마저 피고 담배를 끊을까? 하루면 되는디 잉. 으짜까...........’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그래 한 개비만 피고 이제부터 끊자. 담배 끊는 것이 대단한 일이니, 한 개비 정도는 가족들도 이해할 겨’
그리 생각을 굳힐 무렵. 거실의 불이 켜지면서, “애들 아빠 게서 머 해, 추운디 얼릉 들어와 자. 감기 걸리면 애들한테 옮기니까, 얼릉 자.”
“...............”
순간, 한 손에 쥔 담배갑을 손가락에 힘을 줘서 오그려 버렸다. 아예 두 손으로 싸 감고 온 힘을 다해 오그려 버리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일이었다.
나쁜 짓하다 들킨 것처럼 나도 모르게 범죄현장을 은닉시키기 위해 증거물을 없애버리는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오늘까지 만 12년 가까이 담배 없이 살고 있다.
담배를 끊기 위해, 진짜 끊기 위해, 난 다음 날 부터 헬스클럽에 6개월 회원권을 끊어 운동을 시작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위해 당근을 길게 깎아 도시락에 한가득 담아 매일 회사 가서 먹으라고 주었고, 난, 회사에서 틈만 나면 그 당근을 꺼내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부족하면 또 당근을 깎아서 도시락 그릇에 가득 담아놓고 먹었다.
회사에서 저녁밥을 먹고 퇴근길에 헬스클럽에 들러 2시간 가까이 운동으로 땀을 빼고, 연수기물로 샤워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면 밤10시경, 바로 취침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는 그런 나에게 말거는 것조차 조심했다. 아마도 금단현상 때문에 좀 까칠해 졌을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끔 무언가 까먹고, 멍 때리는 시간도 가끔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 시간이 흘러 내 몸에서는 더 이상 담배 냄새도 나지 않고,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소변색깔도 하얗게 되고, 거품도 안 나고, 더욱더 얼굴피부가 좋아졌다. 거울 속에 드러난 매끈매끈해 진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몸이 티 나게 붙은 근육들을 보면서, 내 몸이 점차 바뀌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담배 냄새가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내 앞에서 아무도 담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닌 한 친구, 동료들과의 만남을 자제했다. 술도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친구와 동료들과 퇴근 후 만날 일을 최대한 줄였다. 그렇게 또 6개월이 지나니, 담배는 어느새 나와는 무관한 물건이 되어있었다.
만 12년이 다 되가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담배를 끊으면서, 회사동료,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의 무한한 협조와 사랑이 없었다면 담배를 단칼에 끊는다는, 그런 위험한 발상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금연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서 왜 저렇게 담배 끊는 것이 어려울까? 나는 참 쉽게 끊은 것 같은데. 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한다.
담배는 절대 혼자서는 끊기가 어렵다.
회사에서, 집에서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회사에다는 금연의 시작과 도움받기를 설명하고, 동료에게는 협조를 부탁하며, 친구들에게는 금연의 고통을 같이 나누기를 청하고 가족들은 항상 그러한 아빠를 위해서 화이팅을 외쳐주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굳은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또한, 금단현상을 이겨내는 화학적 처방보다는 자연친화적인 음식조절과 환경조절의 중요성도 크다.
난 어떠한 금연보조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음식과 운동,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만 금연에 성공했다.
지금도 난 12년 전의 피폐한 정신과 혼탁한 핏물 속에 내 자신이 온통 담배냄새에 찌들어 있던 모습의 사진을 보면서 경악하곤 한다.
담배는 인생에 있어 같이 해서도 안 되고 같이 가서도 안 되는 인생의 적이다.
지금 담배를 태우는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 그리고 혹시라도 이글을 보는 많은 블로거들은 한 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담배가 가족보다 중요한가? 담배가 친구보다 중요한가? 담배가 건강보다, 돈보다, 여자보다 더 중요한가?
(글 : 포토뉴스코리아, 광주문화재단 문화관광탐험대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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