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3. 06:30ㆍ전라남도 견문록/곡성 견문록
곡성효도택시, 효의 본고장에서 100원 택시의 모범을 보여주다
효의 본고장 곡성군의 고민
전남 곡성은 求谷淳潭(구례, 곡성 ,순창, 담양) 장수 벨트의 한가운데 위치한 대표적인 장수 고을인데요. 심청으로 상징되는 효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2014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곳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이 31.83%로, 전국 244개 지자체 중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 인구비율이 높은 곳이라고 하네요.
고령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규 인구 유입이 적다는 뜻이겠죠. 이를 반영하듯, 547.43㎢의 면적에 31,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곡성군은 전라남도 21개 시·군 중에서 구례군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입니다. 이에 따라 인구가 적은 데서 발생하는 생활의 불편함이 꽤 크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산간 오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교통편 이용이 가장 큰 불편함이라고 합니다. 농어촌버스가 모든 산간마을까지 들어간다면 그런 불편은 없겠지만, 도로사정이 열악하고 예산이 부족해서 ‘어떻게 거기까지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 곡성군의 낙후된 도로사정
곡성군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효도택시
이러한 곡성군 내 오지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해소시켜준 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100원 택시라고 불리는 ‘곡성효도택시’입니다.
곡성효도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 주민의 교통권 확보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수요 응답형 콜택시입니다. 수요부족으로 농어촌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교통오지의 군민이 면 소재지로 나갈 때 1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인데요.
입면, 겸면, 삼기면, 옥과면, 오산면의 생활권인 옥과면 소재지까지 나갈 경우, 농어촌버스요금 정도만 내는 획기적인 교통복지서비스정책인데요. 정상요금과의 차액은 군에서 보전해 주는 방식입니다.
100원 택시라니... 신기하죠? 요즘 10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정도는 사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돼지저금통에 넣지 않으면 서랍 속에 고이 잠든 신세일 뿐인데요. 이곳 곡성에서는 그 100원짜리 동전이 톡톡히 빛을 발휘해 어르신들의 발이 되고 있습니다.
▲ 곡성군 오산면 탑동마을
곡성군 오산면 탑동마을에 가다
곡성군 오산면 탑동마을.
오산면은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하고 인심이 좋아 효자 효부를 많이 배출한 고장으로 유명합니다. 심청의 연기설화가 있는 관음사, 가곡리 5층 석탑, 제갈공명의 사당 무후사 등 다양한 문화재와 심청 체육공원, 심청 효문화센터, 단사리 산촌생태체험마을, 심청 효행길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은데요. 깨끗한 골짜기가 많아 무농약, 유기농업을 위한 귀촌 귀농도 해마다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오산면 중에서도 탑동마을, 초현마을, 세곡마을 세 마을은 효도택시 이용 전용 마을로 지정될 만큼 교통오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탑동마을을 찾아가봤습니다.
직접 찾아가 본 오산면 탑동마을은 두메산골로 마을 앞에 탑이 있어 탑동이라고 하는데요. 이곳은 오산면소재지에서 약 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서도 1.4km나 떨어져 있어 면사무소에 나가거나 장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려면 어르신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1시간 이상 걸어 나와야 하는 곡성의 대표적인 교통오지입니다. 버스를 타면 생활권인 옥과까지는 27분이면 갈 수 있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 나오는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는 것이죠.
▲ 탑동마을의 좁은 길 모습
마을 내부까지 아스팔트 포장은 되어 있지만, 길이 좁아 버스가 들어가기는 힘듭니다. 더군다나 마을 안에는 버스를 돌릴만한 공간도 없고요. 더군다나 15가구에 16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탑동마을에 농어촌버스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들어올 리가 없는 곳이기도 하지요.
▲ 효도택시를 기다리는 마을 주민들
효도택시 이용현장을 살펴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방문했던 날은 오산면의 생활권인 옥과면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장날이면 마을 주민 4명이 한꺼번에 장도 보고 병원에도 가기 위해 효도택시를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이장님이 어르신을 대신해 불러줍니다. 전화한 지 10여 분 만에 효도택시가 도착했습니다.
▲ 효도택시 이용권을 꼭 쥔 어르신
“장날 말고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쓰는디, 병원이 있는 옥과까지 나가려면 경운기를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나와야 혀. 근디 우리가 경운기 운전을 할 줄 몰라 얻어 타고 나와야 하는디... 그것도 하루 이틀이제, 미안혀서.. 안 그러면 택시를 불러야 하거든. 여기서 옥과까지 택시비가 13,000원이여. 노인들이 먼 돈이 있어 택시를 타고 다녀?” 내뱉듯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표정에서 그동안 바깥나들이 한번 하기가 얼마나 어려우셨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근디 효도택시가 생기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버스비만 내면 옥과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버스비만 내면 집까지 태워다 주니, 이런 세상이 올지 누가 알았겠어. 광주에 사는 자식들도 그런 택시가 있느냐고 놀라더구먼”
▲ 잠시 후 도착한 효도택시
잠시 후 효도택시가 도착했습니다. 어르신들이 택시를 타는 데 불편함이 없게 기사님이 직접 문도 열어주고, 의자에 앉는 것도 도와주는 등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 효도택시 기사님
5일에 한 번 열리는 옥과 5일장에는 주로 4명의 어르신이 1장의 효도택시 이용권으로 함께 타고 나가지만, 병원에 가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혼자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 1사람당 2장씩 탑동마을로 한 달에 32장 나오는 효도택시 이용권을 마을 이장님이 보관하고 있다가, 장날과 긴급히 병원을 이용해야 하실 분 위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이장님은 효도택시가 생기면서 마을에 생기가 넘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습니다. 효도택시 기사님 역시 항상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기에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셨어요.
▲ 최우수 모델로 평가받는 곡성효도택시
곡성효도택시 이용현황과 효과
효도택시라고 해서 65세 이상 어르신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교통약자(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도 이용이 가능한데요. 이러한 곡성효도택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곡성효도택시는 2014년 전라남도 17개 시·군이 참여한 공모사업 설명회에서 최우수 모델로 평가받았으며, 2015년 시군 공무원 간담회에서도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제도의 우수성을 입증했는데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한 당연직 위원 3명과 위촉직 위원 6명 등 총 9명이 효도택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대상 마을 확대 및 개선방안 심의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곡성군에서는 곡성생활권, 석곡생활권, 옥과생활권 등 세 권역 9개면 22개 마을 주민 688명이 효도택시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요. 곡성군청 교통과 자료에 의하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총 3,966회 운행으로 9,004명(1일 평균 55명)이 이용했고, 4천 2백 2십 오만 천원 의 지원금이 곡성군 택시기사들에게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곡성 전체 택시 1대당 월 평균 10여만 원의 매출인데요. 제도가 정착되고 수혜지역이 늘어나면 택시기사들의 수입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형태를 보면 마을에서 면 소재지까지 이용이 29%, 오일장이나 병원이용을 위한 이용이 71% 였는데요.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주는 효도택시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고, 병원, 시장 등으로의 외출이 잦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100원 택시와 곡성군의 노력
100원 택시는 2013년 충남 서천군에서 ‘희망택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전라남도의 ‘효도택시’, ‘행복택시’, ‘사랑택시’에 이어 충청남도의 ‘섬김택시’, 경기도의 ‘따복택시’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며, 경상남북도와 강원도, 전라북도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이 시·군비로 사업하는 것과는 다르게, 전라남도는 2015년 5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총 22개 시·군 중 100원 택시 사업에 응모한 곡성·화순·보성 등 11개 시·군에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곡성군은 여기에 예산 7천만 원을 더해 교통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실현했으며, 효도택시에 이어 ‘버스 공영제’ 도입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등 살기 좋은 곡성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곡성 효도택시의 현재
곡성군의 ‘효도택시’와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효도택시의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
곡성군 ‘효도택시’ 다른 점
구 분 |
곡 성 군 |
타 시·군 |
비 고 |
운행택시 지정 |
관내 모든 택시 |
마을에서 특정택시 운행 협약 |
택시업체 형평성 고려, 주민 택시 이용편의 제공 |
운행구간 |
마을⇔면소재지(100원) 마을⇔생활권역(1,200원) |
마을-면소재지 (100원) |
병·의원, 5일 시장, 공공기관 방문 편의를 위해 생활권역 확대 운행 |
운행 대상 마을 선정 |
읍·면장 추천⇒ 효도택시 운영위원회 심의 의결 후 ⇒ 군수가 선정 |
운영위원회 없음 |
선심성 운행마을 지정 예방 |
효도택시 이용검증 |
주민⇒ 택시 콜⇒ 택시기사 운행승인 요청⇒군 승인번호부여⇒ 택시기사 운행 후 지원금 청구(월) |
주민 ⇒ 택시 콜 ⇒ 택시기사 운행 후 지원금 청구(월) |
부정 사용 및 부정 청구 예방 |
▲ 다른 지역의 효도택시와 곡성군 ‘효도택시’의 차이점
효도택시는 도입 당시 전시성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일각의 오해도 있었지만, 꾸준한 시행 덕에 현재는 교통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읍·면과의 잦은 왕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기불황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택시업계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며, 고질적 문제였던 농촌의 대중교통체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해 보이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 효도택시 차량 배정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
옥과면 소재지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한목소리로 콜센터에서의 직접 차량 배정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마을에서 콜센터로 효도택시를 부르면, 콜센터에서 해당 지역 택시회사로 배정하고 택시회사는 개인택시와 더불어 순번제로 나가는 것을 말하는데요. 생활권에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고자 할 때도 콜센터를 이용하면, 결국 모든 택시기사가 공평하게 일을 나눌 수 있어 사업구역 문제와 택시기사들 간 수입 불균형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마을에서 택시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하면 택시기사가 콜센터를 통해 승인을 받았지만, 이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고 대상 지역도 확대되면 운영방법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곡성군은 효도택시 사업 및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업구역 이외 지역에서 영업행위 금지’, ‘효도택시 이용 안내 및 부정행위 집중단속’ 등을 실시해 올바른 효도택시 운행 및 이용방법을 계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효도택시 대상 마을을 확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등 투명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한층 발전한 형태의 효도택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곡성군은 효도택시 사업 및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업구역 이외 지역에서 영업행위 금지’, ‘효도택시 이용 안내 및 부정행위 집중단속’ 등을 실시해 올바른 효도택시 운행 및 이용방법을 계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효도택시 대상 마을을 확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등 투명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한층 발전한 형태의 효도택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2015년 효도택시마을로 선정된 곡성군 탑동
곡성의 미래를 든든하게 받혀줄 효도택시
효도택시사업은 두메산골에 사는 산모, 노약자, 환자,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복지향상은 물론 침체기를 겪고 있는 택시업계와 지역 상권까지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데요. 버스공영제까지 함께 이뤄진다면 향상된 곡성군의 교통복지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20대의 버스가 60개 노선에 투입돼 운영 중인 곡성 농어촌버스는 이용률이 높은 20여 개의 노선에 집중적으로 배차하고, 손님이 거의 없는 노선을 효도택시 위주로 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방법이라면 버스 배차간격이 대폭 줄어들어 이용승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고, 버스는 버스대로 절감된 예산을 효도택시에 쓸 수 있을텐데요.
예산의 효율적 이용과 더불어 혜택을 받는 주민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이 자리를 잘 잡았으면 합니다. 그로써 인근 지역과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살기 좋은 곡성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곡성효도택시처럼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가 대한민국 전체로 골고루 퍼져나가 이 땅의 모든 교통약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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