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6. 06:00ㆍ세상 견문록/세상 견문록
2004년 가족과 함께 오른 무등산. 얼음폭포에서 바라본 무등산 지왕봉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여 전이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이 또렷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둘째가 7살로 원효사 지구 늦재에서 출발해 중봉까지 다녀왔는데,
투덜대지 않고 재미나게 다녀왔던 기억이다.
당시는 늦재 삼거리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어 가끔 주말이면 삼거리 부근에 차량을 주차하고
아이들과 함께 바람재까지 인라인스케이팅을 즐기기도 했던 터라 무등산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 가득한 곳이었다.
필름카메라 시절의 사진은 사진첩에 있어 즉각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컴퓨터를 들여다보니 처음 디카를 장만한 2004년부터는 사진이 고스란히 내 블로그에 비공개로 남아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2004년 이후 사진들을 첫 블로그를 만든 2011년 초 연도별, 날짜별로 정리해 블로그에 저장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만 6년이 지나 7년째로 접어들고 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내 어릴 적부터 시작해 집사람과 연애 시절과 아이들 낳고 2003년까지 빼곡하게 쌓인 필름의 추억을
디지털화해서 컴퓨터에 담고 다시 블로그에 담은 과정만 남은 것이다.
블로그는 기록의 저장소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행복했던 순간을 아빠가 잘 정리해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제 내가 주제였던 시대는 저물고 아이들이 주제가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오후 둘째 아이가 2017 대학입학 정시에 본인이 하고 싶은 전공과에 합격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기특한 일이다. 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학업을 소홀히 해 대학입학은 꿈도 꾸지 못했고
더군다나 수시 전형도 실기에서 모조리 낙방하는 불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2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십수 편의 소설을 썼고 차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으며
결국 700편이 넘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중1 때부터 용돈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1만 원을 주곤 했는데,
그렇게 1년간 내공이 착실하게 쌓여 아빠가 봐도 놀랄만한 첫 소설을 썼던 것이다.
둘째 아이의 첫 소설은 내 블로그를 통해 이미 오래전에 공개했었다.
당시 여러 군데 문학학원 선생님들께 원고를 보냈더니 소설을 처음 써 보는 중2의 소설치고는
매우 우수해 제대로 문예 창작을 공부시키라는 선생님들의 공통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몇 군데 소설을 배우고자 지원했지만, 성인과 같이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거절당했다.
결국, 영화연출 및 시나리오 작가로 방향을 튼 둘째는 방학 때면 서울 선배 자취방에서 기거하며 00 영화학원을 다녔고
방학 후 주말이면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이틀간 수업을 받고 내려오곤 했다.
그러나 내신이 형편없었던 터라 수시에서는 계속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결국, 정시에 영화연출과가 있는 대학 세 군데에 다시 실기로 도전해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에 덜컥 합격한 것이다.
그것도 4년 장학생으로 수업료 전액 면제이다.
총 490만 원이 넘는 등록금 중 입학금과 학생회비와 OT 비용을 합해 88만여 원을 냈으니
효도도 이런 효도가 없다.
거기에 매 학기 80만 원의 생활장학금도 받는다.
토요일 모처럼 가족 외식을 했다.
요즈음 이래저래 들어가는 돈은 많지만, 약 4천여만 원의 부모 부담을 줄여줬으니 이 정도는 앙끗도 아니다.
큰 아이도 올해 4학년에 올라가는데 그동안 등록금 한 번 낸 적이 없고 기숙사비도 낸 적이 없다.
장학금 받고 근로장학생까지 하며 자기 용돈은 스스로 마련했으니...
아마도 대한민국 최고의 효자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둘째는 신입생이면 모두 들어간다는 기숙사도 신청했고,
입학 때까지 열심히 영화 보고 영화 찍고 그동안 쓴 시나리오 정리하며 즐거울 일만 남았다.
둘다 외지로 보내고 나와 집사람 둘만 남을 2017년.
이번 주엔 큰 아이가 내려오고 다음 주엔 둘째가 내려오고 이렇게 매주 아이들 기다리는 재미로 즐거울 201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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