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마실길에서 만난 김제만경평야의 젖줄 비장골과 김제 4대 종교테마지

2017. 9. 4. 06:00전라북도 견문록/김제 견문록


벌써 9월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에 문득 잠에서 깨 베란다 창문을 닫곤한다.

이제 말도 적당히 살찌고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올 무렵 지난 무더위가 한참일 때 다녀온 모악산 마실길이 불현듯 생각났다.

참 걷기 좋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길이다.

집사람과 함께 피톤치드 풍부한 편백나무 숲과 울창한 원시림을 걸어 김제 만경평야의 젖줄인 모악산 계곡을 찾아간 지난 8월의 어느날, 트래킹을 마치고 미륵신앙의 본산 금산사와 한때 금산사를 말사로 든 귀신사, 신분의 고하를 뛰어넘은 한옥교회인 금산교회, 일제시대 전국민의 3분의 1이 신자였던 증산도 그리고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은 천주교 수류성당 등 김제 모악산 주변의 종교문화 테마관광지도 함께 들렀었다. 



금산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모악산 마실길을 출발한다.

그 길은 많은 김제시민이 찾는다고 하는데, 모악산 도통사길로 닭지붕에 올라 만경평야의 젖줄인 비장골로 돌아 오는 코스는 7.7km에 3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금산사부터 귀신사와 금산교회, 증산법종교, 금평저수지, 천주교 수류성당 등 테마관광지는 승용차로 이동했는데, 이동거리는 17km에 35분 정도 소요되었다.

각 종교테마 관광지에서 머문 시간은 고려하지 않았으니 자신에 맞게 시간을 적절하게 배정하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는 여행코스가 되겠다.

 




모악산 마실길 입구는 김제시관광안내소 옆으로 금산사 문화재 관람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모악산은 전북의 진산이자 도민의 어머니 산으로 전주, 완주, 김제 등 21군에 걸쳐있다.

산의 형세도 마치 어머니 품같이 아늑하고 편안해 이 지역 주민들은 동네 뒷산으로 마실 나가듯 편하게 모악산을 오르내린다.

그러다보니 등산로가 마치 부챗살처럼 사방팔방으로 펼쳐져 있는데, 주로 전주에서 오르는 길이 많아 등산객도 전주가 많지만 금산사가 있는 김제가 모악산의 70%가량을 차지해 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악산 마실길은 전라북도가 걷기 열풍을 타고 부쩍 늘어난 도보 여행자들을 유치하여 관광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조성하였다. 김제시·전주시·완주군의 3개 시·군에 걸쳐 총 7개 코스가 있다.

 

전주시 1코스 : 추동 마을 입구[경계]추동 마을원당 마을학전 마을완산 생활 체육 공원노송 군락지신금 마을화정 마을봉암 마을독배 마을독배 고갯마루[12.3]

전주시 2코스 : 노송 군락지화정 마을[1.5]

김제시 1코스 : 유각재[경계]귀신사싸리재신대아 숲길서강사남강 정사서릿골금평 저수지금산사배재[21.3]

김제시 2코스 : 금산사 주차장백운동 마을귀신사싸리재금평 저수지금산사 주차장[13.3]

완주군 1코스 : 도립 미술관상학 마을두방 마을두방 마을 입구[4.0]

완주군 2코스 : 도립 미술관무지 마을구이 저수지 입구반월 마을장파 마을[안덕 파워 빌리지]미치 마을신암 마을탑선 마을배재[16.0]

완주군 2-1코스 신암재길 : 장파 반월 임도내운암골신암재신암 마을[3.8]




오늘 걷기 코스는 김제시민들이 자주 찾는 코스로 모악산 비장골 코스라고도 불린다.

닭지붕까지 약 600미터 가량은 조금 가팔라 힘들지만 뿌리가 거의 다 드러난 솔숲길을 걷기에 사색의 길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에도 '뿌리의 길'이라는 명품 길이 있지만, 모악산 마실길도 거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뿌리의 길을 사색하며 걷다보니 어느세 닭지붕 쉼터에 도착했다.

산의 지형이 닭 머리처럼 생겨 계룡봉(鷄龍峰)으로 불리다 닭지붕으로 변경되었다는데, 모악산에 뿌리를 둔 증산도의 강증산은 "신도안에 있는 계룡산이 수탉이면 모악산 계룡봉은 암탉이다"고 했을 정도로 빼어난 곳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이제부터 금산사까지는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멀리 모악산 정상과 미륵성지 금산사가 보인다.

금산사로 여러계곡이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금동계곡과 눌연계곡 등 만경평야로 흐르는 물이 발원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의 형세가 이름대로 악산(岳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악(岳)자가 들어간 산은 대부분 험한 산이다.

설악산, 치악산, 관악산 등은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지만 실제로 웅장한 바위군웅만 봐도 기가 질릴 정도이다.

하지만 모악산은 마치 어머니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바로 정상 아래 아기를 안은 어머니 형상의 바위로 인해 모악산(母岳)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시인 고은은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라고 노래했다.



  




평탄한 솔숲을 걸어 백운동뽕밭에 도착했다.

앞뒤로  탁트인 바람골에서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항상 흰구름에 둘러쌓여 있는 아름다운 뽕밭이 있는 백운동마을이 바로 정자 아래로 증산도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귀신사도 잘 보이는데, 한때 금산사도 귀신사의 말사였을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물론 하산해 금산사를 둘러보고 다녀올 참이다.


 


백운동 뽕밭에서 좌측이 모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계속해서 모악산 마실길이다.

6년전인가? 친구들 산악회를 이끌고 모악산을 처음 찾았을 때 많은 친구가 정상으로 가는 길 대신 마실길로 내려간 적이 있다.

길이 잘 닦여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 다녀온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원시림이 계속 이어져 틀림없이 길을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해 되돌아 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마실길로 계속가면 김제만경평야의 젖줄인 비장골까지는 울창한 편백 숲과 햇빛조차 거부하는 원시림이 가득한 길이다.



 

편백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참 아름다운 길이다.

대낮임에도 일부의 음영은 으스스하기만 했다.

마치 장성 축령산의 일부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론 피톤치드로 샤워하는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햇빛조차 거부한 원시림.

이 길은 모악산 마실길이지만 모악산 순례길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한 모악산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종교문화가 형성되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증산교 등 5대 종단과 다양한 종교의 집산지가 호남제일의 영산 모악산의 정기를 받고자 모여들었는데, 그 길을 연결한 것이 모악산 순례길이다.

귀신사~금산사~금산교회~증산법종교~대순진리회당~원불교 원평교당~수류성당을 잇는 40km 길이 그것이다.



 

금동계곡의 상류인 비장골에 도착했다.

한 여름에도 서늘한 한기가 서린다.

비장골은 증산도 도전(道典)에도 나오는 곳으로 냇가바위에 앉은 증산이 태양과 같이 찬연한 불덩이로 빛났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비장골의 물은 금동계곡으로 모이고 다시 눌연계곡과 만나 금산천을 이룬다.

금산천 물은 금평저수지로 흘러들고 그 물이 벽골제까지 흐르니 지금 보는 물이 바로 김제만경평야의 생명줄인 것이다.

모악산에서 발원된 물은 금평저수지 외에도 완주 구이저수지, 안덕저수지 등으로 모이니 만경평야뿐만 아니라 전주, 완주에도

생명의 젖줄인게다.




무더위에 그늘진 숲길을 걸어 얼음장 같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금세 오한이 밀려온다.

필자가 출발한 금산사 주차장부터 닭지붕을 거쳐 비장골까지는 약 3.5km로 2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반대로 금산사에서 금동계곡을 거쳐 올라온다면 4.3km에 1시간 50분 정도로 거리에 비해서 시간이 짧다.

오르내리는 길이 원만하고 시원한 계곡과 같이 할 수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냇가의 아낙들은 금산사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모악산 비장골의 풍부한 수량은 만경평야의 젖줄이다.




쉼터도 잘 조성되어 있어 산림욕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나무 향기 물씬 풍기는 솔숲은 힐링의 극치였다.





솔숲을 걷다보면 두 그루의 소나무가 맞닿아 하나가 된 모악산 연리지(連理枝)를 만난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것인데, 남녀사이의 애정이나 부부사랑의 상징이다.

바로 일명 '사랑나무'라 불리는 모악산 연리지로 어머니의 품성을 지닌 모악산의 명물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길을 모악산 연리지 길이라고 한다.




연리지에서 100여미터 내려오면 금산사 부도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금산사에서 꽤 떨어졌지만 보물 제24호인 혜덕왕사진응탑가 있지만 찾는 이가 드믈다.

필자도 지난 4월 벚꽃이 한참일 때 금산사를 찾았지만 부도전까지 오진 못했다.  





모악산은 금산사를 중심으로 미륵신앙이 결집되었으며, 동학 혁명의 기치를 든 전봉준을 길렀고 구한말 증산교를 비롯한 민족종교와 신흥종교가 발생된 곳으로, 구한말 남녀유별이라는 유교전통을 받든 한옥교회인 금산교회와 동양에서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천주교 수류성당이 어머니 산 모악산 아래 둥지를 텄다.


그럼 마실길에서 힐링을 경험했으니 이제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를 거쳐 모악산에 둥지를 튼 종교를 만나보러 떠난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1년인 599년 창건되었는데 삼국통일 이후 진표율사의 6년여의 중창으로 사찰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석가모니 불을 모신 대웅전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절의 중심인 미륵신앙의 성지이다.





금산사는 전체가 사적 제496호로 지정되었으며 국보 제62호 미륵전, 보물 제22호 노주, 보물 제23호 석련대, 보물 제24호 혜덕왕사진응탑비, 보물 제25호 5층석탑, 보물 제26호 방등계단, 보물 제27호 6각다층석탑, 보물 제28호 당간지주, 보물 제29호 북강삼층석탑, 보물 제827호 대장전, 보물 제828호 석등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모악산 닭지붕에서 귀신사를 먼 발치에서 봤을 땐 조그만 사찰로 보였는데 직접 보니 대적광전 크기도 솔찬하다.

귀신사는 676년 의상이 창건했으며 한때 금산사가 귀신사의 말사였을 정도로 사세가 컸다고 한다.




고려 말 왜구 300여 명이 이곳에 주둔할 정도였다는데, 임진왜란 이후 지어진 다포계 맞배지붕양식의 대적광전이 보물 제826호로 지정되었으며 대적광전 뒤쪽의 삼층석탑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2호, 불교와 민간신앙의 남근 숭배사상이 어우러전 사자상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4호, 청도리 입구 논 한가운데 있는 부도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되었다.

사찰 한쪽엔 발굴한 유물들이 상당해 당시 사찰의 규모를 알 수 있게 한다.





한옥모양의 금산교회이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6호로 1908년 4월 미국인 선교사 데이트가 지역주민 조덕삼, 이자익 등과 건립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교회의 모습과는 내부 구조가 특이하다. 남녀가 유별했던 유교문화를 받아들여 남쪽은 남자석, 동쪽은 여자석으로 나누고 커텐을 쳐서 ㄱ 자형으로 자리를 배치한 것이다.




금산교회는 건물도 독특하지만, 신분을 초월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유명하다.

당시 선교사와 함께 건립에 참여했던 조덕삼과 이자익은 주인과 하인 사이로 반상의 신분을 철저히 따졌던 당시 신도들의 투표로 하인인 이자익이 먼저 장로가 되자 마을 지주였던 조덕삼은 이 장로를 집사의 신분으로 잘 섬겼고, 후에 신학교에 보내 목사가 되도록 지원했으며 자기 교회의 담임모사로 청빙해 지역 복음화에 헌신했다고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당시 구한말 시대상으로 봤을 때 생각할 수 없는 문화적인 충격이다.  





모악산의 물줄기가 모이는 금평저수지 오리알터 부근에는 1937년 강순임이 창시한 증산교 계열의 증산법종교가 있다.

이곳은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동학운동 실패 후 사회적 대 혼란기에 민중의 안식처로서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전라도 고부 지방을 거점으로 조선말 강일순이 일으킨 신종교인 증산도는 동학과 함께 한국 민중종교사의 큰 획을 그었는데, 1920년대 흥성기에는 100여 교파에 신도수만 600만이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700만명 정도였으니 세사람 중 한 명은 증산도 교인이었다는 것이다.







김제에 있는 증산법종교는 증산교 교주 강일순 부부의 무덤을 봉안한 곳으로 통층구조로 미륵불이 모셔진 삼청전과 강일순 부부의 유해가 안치된 영대가 근대문화재 제185호 지정되었다.

일대에는 증산교본부와 마을 등 증산도에 관련된 곳이 많다.






수류성당이다.

1895년 설립되었는데, 6.25 전란으로 성당이 전소되고 50여 명의 신자들이 인민군에 피살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1959년 현재의 성당과 사제관. 수녀원을 수류성당 신자들이 자력으로 완공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깊은 산자락 조그마한 마을에 위치해 더욱더 놀라웠다.




당시에는 400여 세대의 교우촌을 형성할 정도로 마을이 컸다는데, 신부님과 스님이 지도하는 두메산골 어린이 축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보리울의 여름'이라는 영화가 촬영된 곳으로 파스텔톤 아름다운 성당에 주변 풍치가 더해 신도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상으로 전라북도의 진산이자 어머니산인 모악산 마실길을 따라 김제만경평야의 젖줄인 비장골과 모악산 아래 여러 종교단체를 만나봤는데, 마실길은 원점회귀할 수 있으며 종교단체들은 모두 금산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자는 폭서기에 다녀왔지만, 이제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오면 훨씬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떠나는 여행에 적당한 운동에 계곡힐링을 더하고 역사탐방까지 할 수 있는 모악산 테마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찾가가는 길:

모악산 마실길 출발점 : 김제관광안내소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455

금산사 :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금산교회 :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407

귀신사 : 전북 김제시 금산면 청도6길 40

증산법종교 :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260

천주교수류성당 전북 김제시 금산면 수류로 643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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