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기행)소쇄원과 소쇄48영으로 가는 길..(남도문화유적 답사기)

2011. 7. 25. 07:30전라남도 견문록/담양 견문록

 

1528년 면앙정 송순은 담양골 지곡리의 한벽산 아래 옹정봉의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초정의 건축현장에서 양산보와 더불어

지붕에 기와를 얹고 있었다.

송순은 38세로 자기보다 10살이나 어린 양산보와 이종간이다.

즉 송순의 고모가 양산보의 어머니인 것이다.

그래서 양산보가 낙향하여 고향에 초정을 지은다 하니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서 돕고 있었던 것이다.

때는 한 여름철.. 땀은 비오듯이 흐르고 잠시 시원한 계곡물에

들어가 발 담그고 자죽청을 바라보며 약주를 한 잔씩 나눠 마시니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작은집 소각 영롱하게 지어져 있어

앉아보니 숨어살 마음이 생긴다.

연못의 물고기는 대나무 그늘에서 노닐고

오동나무 밑으로는 폭포가 쏟아지네.

사랑스런 돌길을 바삐 돌아 걸으며

가련한 매화보고 나도 몰래 한숨지어

숨어사는 깊은 뜻을 알고 싶어서

날지 않은 새집을 들여다 보네.

 

송순의 시집인 면앙집1권에 실린 외제양언진 소쇄정사수 가정 갑오

(外弟梁彦鎭瀟灑亭四首嘉靖甲午)에 나오는 내용이다.

 

환벽당과 취가정을 들른 다음 창계천을 건너 소쇄원에 들렀다.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같이 나왔지만 송강 정철의 이야기만 열심히 듣지

양산보가 세운 소쇄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몇번 와봐서 그런지 그다지 별 감흥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이들과 같이 만드는 남도가사문학 답사 리포트다.

환벽당과 취가정에서 부터 시작된 답사기에 아이들이 자료를 수집해서 문서로 주면 취합해서

내가 사진과 글로 쓰고 아이들이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수고를 같이 진행했다.

 

아이들에게는 남도 문화유적 답사를 다녀온 뒤로 남도가사문학에 대한 짧은 지식이나마 습득하고

후참이라도 불현듯 내용을 알고 싶으면 열어서 보면 되지않겠나 해서 이번 답사기를 같이 만들고 있다.

그중 오늘은 두번째로 소쇄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48영을 중심으로 하기로 한다.

 

소쇄원 초입이다.

일요일 아침 이른시간이라서 모든것이 한가해 보인다.

그러나 잠시후면 수많은 내방객들이 몰려온다는 것을 잘안다.

그만큼 소쇄원은 주말이면 하루종일 엄청난 인파로 가득찬다..

양산보와 사돈지간인 하서 김인후가 소쇄원에 올 때마다 읇었던 노래들을 모아놓은

소쇄원48영(詠)에 나오는 초입부분은 아래 4영이다.

 

제29영 夾路脩篁 오솔길의 좁은 대숲

제41영 散池蓴芽 못에 흩어진 순채싹

제  9영 透竹危橋 대숲사이로 위태로이 걸친 다리

제39영 柳汀迎客 버드나무 개울가에서 손님을 맞으니

 

입구에 대숲길, 연못, 위교와 개울가의 버드나무가 있으며 현재는 넓은 마을길이 나있으나

1970년만해도 상당히 좁은 길 이었다한다

 

축대를 쌓아 만든 길을 걸어 가노라면 길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원한 계곡수를 만날 수 있다.

좌, 우 모두 대나무숲을 사이에 두고 푸르디 푸른  옥계수가 한 여름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흥건한 땀을

식혀주는 듯 하다

   제29영 夾路脩篁(오솔길의 좁은 대숲)

   눈에 덮인 대 줄기 곧아서 창창하고

   구름에 싸인 대 끝 솔솔바람에 간드러지네

   지팡이 짚고 나가 묵은 대껍질 벗기고

   띠를 풀어서 새 줄기는 동여준다네

 

   빽빽히 들어차서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대숲길은 걷는 것 자체가 피서다.

   막 일어선 대순들이 여기저기서 키크기 경연대회를 열고 있는것 같다.

 

제 9영 透竹危橋 (대숲사이로 위태로이 걸친다리)

낭떠러지 바위에 오래도록 앉았으면

깨끗하게 쓸어가는 계곡의 시원한 바람

무릎이 상한 데도 두렵지 않아

관물하는 늙은이에겐 가장 알맞네

 

제39영 柳汀迎客(버드나무 개울가에서 손님을 맞으니)

나그네 찾아와서 사립문 두드리매

몇 마디 소리로 낮잠을 깨었네

관을 쓰고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말 매놓고 버드나무 물가에 서 있네

 

위교다..위태로운 다리라는 뜻일게다..

소쇄원에 들러 제월당과 광풍각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렇게 위교를 먼저 건너는 것이 아리라

대봉대와 오곡문을 지나서 가는것이 훨씬 더 운치있다.

 

제41영 散池蓴芽 (못에 흩어진 순채싹)

장한이 강동으로 귀향한 후로풍류를

아는 이 그 누구던고반드시 사랑하는

농어회 같이하지 않더라도기다란

순채 싹 맛보고자 하네

 

 

 

 

 

 

 

 

 

대봉대 공간을 하서 김인후는 또 이렇게 노래한다.

 

1영) 小亭憑欄 작은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소쇄원의 빼어난 경치
        한데 어울려 소쇄정 이루었네
        눈을 쳐들면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귀 기울이면 구슬 굴리는 물소리 들려라

37영) 桐臺夏陰 오동나무 대(臺)에 드리운 여름그늘.

         묵은 오동 줄기 바위 벼랑까지 이어 있어
         우로의 혜택이라 항시 맑게 그늘지네
         순임금의 은혜 길이길이 밝혀져서
         온화한 남풍 지금까지 불어주네

32영) 叢筠暮鳥 해 저문 대밭에 날아든 새 

        바위 위 여러 무더기의 대나무 숲
        상비의 눈물 자국 아직도 남았어라
        산새들 그 한을 깨닫지 못하고
        땅거미 지면 제 깃 찾아들 줄 아네

 

 6영) 小塘魚泳 작은 못에 물고기 노나니 

       네모진 연못은 한 이랑도 되지 못되나
       맑은 물받이 하기엔 넉넉하구나
       주인의 그림자에 고기떼 헤엄쳐 노니
       낚싯줄 내던질 마음 전혀 없어라

 7영) 刳木通流 나무 홈대를 통해 흐르는 물.       

        委曲通泉脉 홈을 타고 샘 줄기 흘러내리어       

        高低竹下池 높고 낮은 대숲 아래 못이 생겼네. 

        샘 줄기의 물 홈통을 뚫고 굽이쳐 흘러
        높낮은 대숲 아래 못에 내리네
        세차게 쏟아져 물방아에 흩어지고
        물 속의 인갑들은 잘아서 들쭉날쭉 해

 8영) 舂雲水碓 구름위로 절구질하는 물방아는

        온종일 줄줄 흐르는 물의 힘으로
        찧고 찧어서 절로 공을 이루네
        직녀성이 짜놓은 베틀의 비단
        조용히 방아소리를 따르네

42영) 襯澗紫薇 골짜기 시냇물에 다가 핀 목백일홍

        세상엔 무성히 자란 꽃이라도
        도무지 열흘 가는 향기 없다네
        어찌하여 산골 물가의 배롱나무만은
        백일 내내 붉은 꽃을 대하게 하는고

40영) 隔澗芙蕖 개울 건너 핀 연꽃

        조촐하게 섰는 게 훌륭한 화훼花卉로다
        한가로운 모습 멀리서 볼 만하고
        향긋한 기운 골짝을 건너와 풍기네
        방안에 들이니 지란보다 더 좋구나

47영) 陽壇冬午 볕이 든 단(檀)의 겨울 낮

        애양단 앞 시냇물 아직 얼어 있지만
        애양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네
        팔 베고 따뜻한 볕 맞이하다 보면
        한낮 닭울음소리가 타고 갈 가마에 들려 오네

23영) 脩階散步 긴 계단을 거니노라면

차분히도 속세를 벗어난 마음으로
소요하며 섬돌 위를 구애 없이 걷네
노래할 땐 갖가지 생각들 한가해지고
읊고 나면 또 희로 애락의 속정 잊혀지네

 

          대봉대(待鳳臺)는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대를 쌓고 정자(소정)를 지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대봉대는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봉황새를 기다리는 동대桐臺‘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곁에는 봉황새가 둥지를 틀고 산다는 벽오동나무와 열매를 먹이로 한다는 대나무를 심었다한다.

 

이 길다란 담장이 애양단이다.

소쇄원을 ㄷ 자 모양으로 감싼 33m 20m 20m의 2m높이 담장으로

겨울철 북풍을 막아 소쇄원전체에 따뜻한 햇볕을 들이게하기 위한 담장이다.

  

   제48영長垣題詠긴 담에 써 붙인 소쇄원 제영

    긴 담은 옆으로 백 자나 되어

    하나하나 써 붙여 놓은 새로운 시

    마치 병풍 벌려 놓은 듯하구나

    비바람만은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오

 

47영) 陽壇冬午 (볕이 든 단(檀)의 겨울 낮)

애양단 앞 시냇물 아직 얼어 있지만

애양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네

팔 베고 따뜻한 볕 맞이하다 보면

한낮 닭울음소리가 타고 갈 가마에 들려 오네

 

애양단은 겨울철 북풍을 막기 위하여 세운 단으로

길이 약10m, 넓이 약 7m의 마당을 높이 약 2m의 담장이

ㄱ자로 돌려져 남서향하고있으며,

추운 겨울철이라도 볕이 따사롭게

든다 해서 애양단이라 불리었다

 

 

 

오곡문은 담밑의 구멍으로 흐르는 계곡물

‘원규투류(垣竅透流)바로 옆쪽에 있던 협문(夾門) 형식으로서

담밖의 영역(외원)과 담안의 영역(내원)을 이어주는문이었다

 

현재의 문이 있었던 옛자리에 구멍만 뚫려 있는 정도이며,

이를 대신하여 담장에 글씨로쓰여있다.

 

제15영 杏陰曲流(살구나무 그늘 아래 굽이도는 물)

지척에 물줄기 줄줄 내리는 곳분명

오곡의 구비 도는 흐름이라

당년 물가에서 말씀하신 공자의 뜻

오늘은 살구나무 가에서 찾는구나

 

 

 

 

 

 

계류공간을 노래한 김인후의 시다.

14영) 垣竅透流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

15영) 杏陰曲流 살구나무 그늘아래 굽이치는 물       

        咫尺潺湲池 지척이라 물소리 들리는 곳에       

        分明五曲流 분명 다섯 구비로 흘러내리네. 

 3영) 危巖展流 가파른 바위에 펼쳐진 계류       

        溪流漱石來 흐르는 물이 돌을 씻어 내려오니       

        一石通全壑 한 바위가 온통 골짜기를 꿰뚫었구려.       

        匹練展中間 흰 깃을 중간에 편 듯이       

        傾崖天所削 기운 벼랑 하늘이 깍아 기울였나봐.

25영) 槽潭放浴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       

        潭淸深見底 못이 맑아 깊어도 바닥 보이니

38영) 梧陰瀉瀑 오동나무 아래로 쏟아지는 물살

21영) 洑流傳盃 스며 흐르는 물길 따라 술잔을 돌리니

13영) 廣石臥月 광석에 누워 달을 보니

22영) 床巖對琪 평상바위에서 바둑을 두니

20영) 玉湫橫琴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를 비껴앉고

16영) 假山草樹 가산(假山)의 풀과 나무

44영) 映壑丹楓 골짜기에 비치는 丹楓

34영) 激湍菖蒲 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

33영) 壑渚眠鴨 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려서 담장을 쌓고 집을 지은 오염되지 않은 소쇄원은 그래서 초입부터 여기까지 모든것이

툭 터지고 곳곳이 순수한 아름다움 그자체이다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慮) 로 소쇄원의 문패다.

우암 송시열이 쓴 양산보의 조촐한 집이란 뜻이다. 이 큰 문패를 담장에다 박아놓은 아이디어도 정말 좋아보인다.

 

14영) 垣竅透流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

         한 걸음 한 걸음 물을 보고 지나며
         글을 읊으니 생각은 더욱 그윽해
         사람들은 진원을 찾아 거슬러 가지도 않고
         부질없이 담 구멍에 흐르는 물만을 보네

15영) 杏陰曲流 살구나무 그늘아래 굽이치는 물       

         지척이라 물소리 들리는 곳에       

         분명 다섯 구비로 흘러내리네.

         당년 물가에서 말씀하신 공자의 뜻
         오늘은 살구나무 가에서 찾는구나
     

 3영) 危巖展流 가파른 바위에 펼쳐진 계류       

         흐르는 물이 돌을 씻어 내려오니       

         한 바위가 온통 골짜기를 꿰뚫었구려.       

         흰 깃을 중간에 편 듯이       

         기운 벼랑 하늘이 깍아 기울였나봐

25영) 槽潭放浴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       

         못이 맑아 깊어도 바닥 보이니

         미역을 감고나도 맑기는 여전해
         미덥지 않은 건 인간 세상이라
         염정을 걷던 발 때도 씻어버리네

38영) 梧陰瀉瀑 오동나무 아래로 쏟아지는 물살

         무성한 나뭇가지 녹엽의 그늘인데
         어젯밤 시냇가엔 비가 내렸네
         난무하는 폭포 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돌아보건대 봉황새 춤추는 게 아닌가

21영) 洑流傳盃 스며 흐르는 물길 따라 술잔을 돌리니

        물살 치는 돌 웅덩이에 둘러앉으면
        소반의 술안주 뜻한 대로 넉넉해
        빙빙 도는 물결에 절로 오고가니
        띄우는 술잔 한가로이 서로 권하네

 

 

13영) 廣石臥月 광석에 누워 달을 보니

        나와 누우니 푸른 하늘에 밝은 달이라
        넓은 바위는 바로 좋은 자리가 됐네
        주위의 숲에는 그림자 운치 있게 흩어져
        깊은 밤인데도 잠 이룰 수 없어라

22영) 床巖對琪 평상바위에서 바둑을 두니

        평상바위 조금은 넓고 평평하여
        죽림에서 지냄이 대부분이라네
        손님이 와서 바둑 한판 두는데
        공중에서우박이 흩어져 내려

20영) 玉湫橫琴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를 비껴앉고

        소리내는 거문고 타기 쉽지 않는 건
        세상에는 종자기같은 친구 없어서라
        맑고 깊은 물에 한 곡조 울리고 나면
        마음과 귀만은 서로 안다네

16영) 假山草樹 가산(假山)의 풀과 나무

        인력을 들이지 않고 만든 산이지만
        조물造物이라 도리어 석가산 됐네
        형세를 좇아 우거진 숲을 일으켰구나
        역시 산야 그대로 이네.

44영) 映壑丹楓 골짜기에 비치는 丹楓

        가을이 드니 바위 골짜기 서늘하고
        단풍은 이미 서리에 놀래 물들었네
        아름다운 채색 고요하게 흔들리니
        그 그림자 거울에 비친 경치로다

34영) 激湍菖蒲 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

        듣자니 여울 물가의 창포
        아홉 마디마다 향기를 지녔다네
        날리는 여울 물 날로 뿜어대니
        이 한가지로 염량을 꿰뚫는다오

33영) 壑渚眠鴨 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하늘이 유인에게 부쳐준 계책은
        맑고 시원한 산골짜기 샘물이라네
        아래로 흐르는 물 모두 자연 그대로라
        나눠 받은 물가에서 오리 한가히 조네

 

 

                       

 

제43영(滴雨芭蕉) 빗방울 떨어지는 파초잎

어지러이 떨어지니 은 화살 던지는 듯

푸른 비단 파초잎 높낮이로 춤을 추네

같지는 않으나 사향의 소리인가

되레 사랑스러워라. 적막함 깨뜨려 주니

 

제10영(千竿風響)대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하늘 가 저 멀리 이미 사라졌다가

다시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

바람과 대 본래 정이 없다지만

밤낮으로 울려 대는 대피리 소리

우암(尤菴)송시열(宋時烈1607~1689)이 쓴 제월당의 현판은 조선조 최고의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유명하다.

제월당(霽月堂)은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이라는 뜻이다.

 

화계를 노래한 시다.

12영) 梅臺邀月 매대에 올라 달을 맞으니

        나무숲 쳐내니 매대는 확 트여서
        달 떠오는 때에 더욱 알맞아
        구름도 다 걷혀감이 가장 사랑스러운데
        차가운 밤이라 아름다운 매화 곱게 비추네

28영) 石趺孤梅 돌 받침 위에 외롭게 핀 매화

        매화의 신기함을 바로 말하려거든
        모름지기 돌에 꽂힌 뿌리를 보아야 해
        맑고 얕은 물까지 겸하고 있어
        황혼이면 성긴 그림자들 드리우네

 

27영) 散崖松菊 비탈길에 흩어진 소나무와 국화

        북쪽의 고개는 층층이 푸르고
        동쪽 울타리엔 점점이 누런 황국이라
        낭떠러지 장식하여 여기저기 심어 있고
        세밑 늦가을 풍상에도 버티고 섰네

24영) 倚睡槐石 회화나무 옆의 바위에 기대어 졸다가.

        몸소 홰나무 가의 바위를 쓸고서
        아무도 없이 홀로 앉아 있을 때에
        졸다가 놀래어 일어서는 건
        의왕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라
 

 

지금도 겨울에는 군불을 지피고 있다. 벽에 그을음이 그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제월당과 광풍각을 통하는 문이다.

 

 4영) 負山鼇巖 산을 지고 앉은 자라바위

       등뒤엔 겹겹의 청산이요,

       머리를 돌리면 푸른 옥류(玉流)라
       긴긴 세월 편히 앉아 움직이지 않고
       대와 각이 영주산 보다 낫구나.

       46영) 帶雪紅梔 흰 눈을 인 붉은 치자.

                듣건대 치자꽃 여섯 잎으로 핀다더니
                사람들은 그 자욱한 향기 넘친다 하네
                붉은 열매 푸른 잎과 서로 어울려
                눈서리에도 맑고 곱기만 하여라

 

    5영) 石逕攀危 돌길을 위태로이 오르니

          시냇물 돌을 씻어 흘러내리고
          한 줄기 바위 온통 골짜기에 깔렸는데
          한 필의 비단인가, 날리는 폭포 그 가운데 펼쳤어라
          멋있게 기울어진 낭떠러지 하느님이 만든 거라네

 

양산보가 계곡 가까이 세운 정자를 광풍각이라 하고

방과 대청마루가 붙은 집을 제월당이라고 한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춘릉春陵의 주무숙(1017~1073)의

인물됨을 얘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을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갠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라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상량문에 의하면 광풍각은 1597년 불에 타버리고

1614년 4월에 중수하였다.

또한 ‘계당’은 광풍각의 별칭으로 또 다른 시기에는

침계헌, 침계방, 수함水檻, 소함小檻 등으로 부르는

 별칭이 있다

 


제2영 (枕溪文房)시냇가의 글방에서

        창 밝으니 방안의 첨축들 한결 깨끗하고
        맑은 수석엔 책들이 비춰 보이네
        정신들여 생각하고 마음대로 기거하니
        오묘한 계합 천지 조화의 작용이라네

 

       제36영(斜簷四季)복숭아 언덕에서 맞는 봄

       새벽복숭아 언덕에 봄철이 찾아드니
       만발한 꽃들 새벽 안개에 드리워 있네
       바윗골 동리 안이라 어렴풋하여
       무릉계곡을 건너는 듯하구나

 

   옥류가 소쇄원을 가로질러 창계천으로 흘러든다.

 

 

 소쇄원은 지금으로 부터 약490여년전인 1519년(중종14) 남곤(南袞)·심정(沈貞)·홍경주(洪景舟) 등의 재상들에 의해

 조광조(趙光祖) 김정(金淨)  김식(金湜) 등 사림(士林)이 화를 입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유배길에 오르자 제자였던

 양산보(1503~1557)가 17세에 낙향하여 창암마을에서 꽃과 나무를 기르며 세상을 등지고 살다가 면앙정 송순, 하서 김인후,

 석천 임억령등과의 학문적 교유와 더불어 구체적인 소쇄원의 조영에 들어갔으며 1528년 그의 나이 28세가 되던 해에

 이종사촌인 송순과 더불어 이곳에 소쇄원을 짓기 시작하여 1536경 1차 완성을 보고  그 후로도 수시로 손을 보고 짓고

 하였다 한다.

 이 후로도 송순 기대승 임억령 김인후 고경명 정철 송시열 등 당대의 학자들이 드나들며 정치와 학문 , 사상 등을 논하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그와 교류를 하였던 수많은 학자들이 시를 짓고 송시열은 문패와 제액까지 써주었으니 

 그런 학자들을 잘 대접해준  의인이기도 했다. 

 40대 중반에 벼슬길에 천거를 받았지만 나아가지 않고 부친에 대한 효성을 다하였고, 50대에 여기서 생을 마감하였다.

 

소쇄원을 나서며 가사문학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확인하고 그 흔적들을 알아보기 위해 지척에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으로

차를 움직인다.

다음에는 한국가사문학관과 식영정 서하당 부용당으로 가서 석천(石川) 임억령과 그의 사위 서하당(棲霞堂) 김성원 그리고 

송강 정철에 대해서 아이들과 같이 공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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