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우두산 의상봉은 산이 아닌 신선들의 작품 전시장.

2012. 2. 29. 00:3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2월도 이젠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뒤 돌아보면 올 겨울 산행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산에 올랐으며 특히 임진년 들어서는 해발 1000고지급 산들을

수 없이 올랐던 것 같다.

제주 한라산, 무주 적상산, 장성 축령산, 담양 금성산성, 지리산 천왕봉, 무등산 탑봉, 지리산 만복대, 지리산1박2일 일출산행,

무주 덕유산, 고흥 거금도 적대봉, 임실 오봉산, 화순 모후산으로 이어진 12번의 올 겨울 산행중 1000고지급이 6개며,

눈을 맞으며 걸었던 것이 5회였고, 나머지도 잔설이 호복하게 쌓인 눈길을 거닐어 유난히 눈과 인연이 많은 겨울산행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 거창 우두산으로의 산행은 두터운 겨울옷을 입은 산들을 한꺼플씩 벗겨내는 봄의 입김으로

우두산을 먼 발치에서 봐도 이제는 눈과 작별을 고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수 있게 해준다.

 

오늘 25일 토요일 산행은 원래 예정에 없었다.

다음날인 26일 거창 수도산으로 출발하는 광주원산우회의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목요일에서야 광주 다정산악회에 다니는 친구가

펑크난 한 자리를 채워 주라는 전화를 받고 흔쾌히 약속을 해 버린 우정의 산행이 되고 말았다.

비록 오늘과 내일 연 이틀 거창의 유명한 1000고지급 산들을 올라서야 하는 수고를 더하게 되었지만 모처럼 토요산행에 또 친구들을

꼬드기고 그렇게 9명이 유쾌하게 함께 나서는 산행이 되었다.

 

우두산(牛頭山)은 말 그대로 소머리 산이다.

산 꼭대기가 소머리를 닮았다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이 산만한 경치가 세상에 없다". 하여

이백의 시구인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별유'를 빌려 별유산으로도 불리웠고,

돌이 무더기로 많다고 하여 돌부리산 이라고도 한다.

 

백두대간인 대덕산 삼도봉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치고 내려가는 수도지맥길의 명산인 우두산.

1000미터급 산만도 20여개가 넘는 경남거창의 소금강(小金剛)인 우두산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혀주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수려한 산이며 이런 명산들을 보듬고 있는 거창군은 행복한 곳이 분명하다.

 

 

   (10:25)광주를 출발한 버스가 88고속도로를 시원히 내달려 가조IC로 진입한다.

   들머리인 가조면 수월리 고견사 입구 대형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1000고지급에 천년사찰을 끼고 의상대사가 참선을 한 의상봉이 있는 우두산은 명산임은 분명하건만

   겨울이 막바지로 치닫는 2월 마지막 토요일이다 보니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로 모두들 달려 갔나보다.

   강원도엔 폭설이 내린다고 하니 오늘 선자령 산행에 나선 빛토 회원들은 올 겨울내내 맞은 눈보다 더 많은 눈을

   맞으며 행복한 눈꽃산행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여기까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늘 산행 개념도다.

                     산장앞을 출발하여 용소폭포를 지나 마당재로 올라서서 우두산 상봉에 오른다.

                     상봉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의상봉에 오른 다음 고견사를 들러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조금 빨리 걷는다면 고견사를 들르지 않고 의상봉 지나 장군봉으로 내려서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된다.

                     약 10km에 소요시간은 5시간이며 출발예상 시간은 10시 30분. 하산예상 시간은 15시 30분이다.

                     들머리인 주차장이 해발고도 500여미터로 감사하게도 절반을 탕감받는 혜택을 누리는 산..

                     1000고지급 산 이지만 40분이면 800고지인 마당재에 오르니 기쁘지 아니 한가..

                   

                     1편은 거창 별유산(우두산)은 산이 아닌 신선들의 작품 전시장.

                     2편은 (사찰여행)의상대사가 참선지로 삼은 의상봉과 천년고찰 고견사로 나누어 기록한다.

 

                    

 

   할머니 몇분이 나물류를 팔고 있는 교견산장앞을 지나면 고견사로 올라가는길과 마장재로 올라가는 길이 나뉜다.

   고견사를 거쳐 의상봉으로 올라 마장재로 내려와도 되나 오늘은 마장재에서 부터 의상봉까지 이어지는 멋들어진 암릉길을

   오르고자 우측 마장재로 난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로 들어선다. 좌측길은 하산할때 내려올 길이고...

   500여미터를 더 가면 우두산 상봉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길이 나온다...

   마장재를 거치지 않고 우두산과 의상봉을 거쳐 고견사로 내려온다면 이 길로 올라가면 되겠다.

 

 

 

(10:53)마장재로 오르는 중턱쯤에는 새벽에 눈비비고 일어난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맑은 물빛에 망설이더니 결국 물만

먹고가는 깊은 산속 옹달샘이 있고,  거기서 여름철 폭우때에는

그 자체가 계곡이 되어버리는, 통 돌 투성이 조그만 협곡을

따라 15분정도 오르면 마당재에 도착한다.

 

(11:05)주차장에서 마당재까지는 오르기에 편안한 흙길을 따라

1.6km에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마당재(810m)에서 우측으로 비계산까지 2.8km는 훗날을

기약하고, 좌측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우두산 정상인 상봉까지

2km에 이르는 길은 사나이의 힘을 느끼게 하는 암릉 능선길로

지금부터 쭉 따라가 본다.

 

 

 

 

10여분동안 편안한 소나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좌우로 펼쳐지는 바위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을 갖는다.

 

산에 오면 난 항상 바위들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태초에 지구가 형성될 무렵부터 있었을 이 바위들은

영겁의 세월동안 바람이 어루 만지고 빗물이 쓰다 듬으며

온갖 형태의 자연이 예술적인 힘을 합쳐 만든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그마한 수석에는 자연이 담겨 있다고 하지만

깊은 산속에 있는 바위에는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신비가

담겨있다고 할 것이며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이 인간들에게 남기는 메세지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또 신들끼리 자신이 빚어 놓은 작품을 놓고 경연을 벌이는

경연장이기도 하다.

감히 인간이 신들의 작품을 명명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모습으로 나만의 이름을 붙혀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써온 산행기는 물론이고 앞으로 쓸 산행기에도

깊은 산속 바위들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모두 찾아내어

그들의 언어를 세상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계속 될 것이다.

 

   제단이 놓여있는 바위.                                                                  입석대.

 

 

   쌍둥이 처럼 생긴..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통천문같이 생긴..                                                                        무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금 보이는 이 거대한 암벽이 쌀굴앞에 우뚝 솟은 십이지신상석이라고 한다.

   그 쌀굴을 의상봉에서 고견사로 하산하면서 찾으려 했으나 길을 잘못들면서 찾지 못하여 또 훗날을 기약하게 되었다.

   (의상대사가 참선할 때 하루 두사람분의 쌀이 나왔다는 쌀굴은 아래 사진에 있는 이정표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1.5km구간 중 

   고견사입구로 나뉘는 이정표 못 가서 있다고 한다.)

 

 

이런 바위들이 상봉까지 가는 길목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런 바위들이 모여 봉우리를 이루고 그 봉우리들은

마치 소금강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전체가 거대한 암벽덩어리로 되어 있어 암릉길을 걸으며

일주일 동안 짊어진 삶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회색빛에 익숙했던 눈에는 자연이 주는 오만가지의 색감으로

풍요로운 창조를 일으키게 한다.

 

(11:40)고개삼거리.

마당재에서 고개 삼거리까지 800미터를 오는데

30분이 걸릴 정도로 바위들은 합창으로 나를 놀라게 한다.

좌우로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우두산자락의 크고 작은

암릉에도 감탄사가 그칠줄 모르지만 그 암릉을 직접 타고

넘어가는 스릴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뒤 돌아보면 병풍처럼 들어선 857봉 산자락이 공룡처럼 드러누워 있고.

 

 

   앞을 보면 기묘한 바위들을 타며 스릴 넘치는 산행을 즐기는 산님들이 보이고...

 

 

     등로는 따로 있지만 이렇게 암릉을 넘어가도 길은 연결되니 얼마나 즐거운가.

     친구는 릿지화를 신고 있어 바위에 착착 들러 붙는 재미라도 있겠지만 입을 벌리고 혀를 쏙 내밀어

     강력본드로 임시처방한 내 등산화로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암릉구간이다.

     (내가 신고 있는 등산화가 딱 1년만에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기 시작해서 본드 수선으로 그 질긴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L사의 고어등산화를 사 신은지 일년 조금 넘었지만 아직 밑창이나 외관은 전혀 이상이 없는 관계로 등산화 수선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ㅎ)

 

 

   발 하나 포도시 올릴 공간만 나오면 찰싹 달라 붙어 이동하고 짧은 보폭으로 뜀뛰기도 하지만,

   여성이나 어린이, 노약자 분들과 비나 눈이 와서 미끄러운 상황이면 절대로 이 암릉길을 가서는 안된다.

   옆으로 오르기 편한 등산로가 별도로 있으므로 꼭 그길로 가길 바란다.                    

 

 

                     거대한 남근석도 있고..

                     각도만 조금 눕히면 육십령에서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대포바위가 될 것인데,

                     불끈 힘자랑 하고 있는 것이 아마도 가조면에 있는 미녀산을 임신시켜 버리지 않았나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아마도 이 위치면 미녀산과 마주 보고 있지 않을까 ?)

 

 

     길가에서 또 나를 유혹하는 바위를 만나고...

     우두산 너머 의상봉과 그 너머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또 나를 유혹한다. 

 

 

     나무깍는 끌로 바위를 깍아버린 듯한 바위..                                  그리고 또다른 쌍둥이 바위. 

 

 

 

   거창 우두산 흔들바위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아기 바위.

 

 

   온갖 형태의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봉우리는 937봉.

 

 

 

(12:13)

937봉을 넘으면 천인단애의 암벽이 위용을 자랑하고...

두손으로 감싼 불씨모양의 바위가 우릴 반긴다.

 

어찌보면 꽃잎 모양 같기도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엔 조망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으나 산을 오르면서 점점 늘어나는 운무가 우리들의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하지만 이미 마당재에 올라섰을 무렵부터 시야에서

거창의 1000고지급 산들이 몽땅 사라져 버려 우리가 내일 가야할

수도지맥의 명산들이 죄다 지우개로 지워져 버렸다.

 

하물며 눈앞에 보여야 할 가야산도 안 보이니...

내일도 이정도면 거창의 명산들을 차례로 둘러보는

이 소중한 기회에 조망이라는 가슴이 확 트이는 단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아 겁난다.

 

산에 오면 가끔 앞뒤가 꽉 막혀 아무것도 안보이거나,

아니면 지금 있는 산은 잘 보이나 다른 산은 안보이기도 하고,

거침없이 달리는 시선이 하늘금과 맞닿는 호사를 누리는 날도

있으며, 잔설로 산의 등근육과 두툼한 갈빗살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은 초라한 내 자신의 몸뚱아리를 숨기기에도 바쁘다.

 

오늘 별유산(우두산)은 자신만 봐 달라는 듯...

앞 뒤의 산들은 거의 보이지 않아 차분히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토치카에서 나온 대포인가? 아니며 쑥 내민 자라 목인가?..

   그 옆엔 목탁같기도 하고...하지만 이 봉우리를 전체로 보면 소머리를 닮았다고 하니 잘 살펴보기를...

 

 

 

(12:27도착)

지도에는 상봉 바로 아래 헬기장으로 나와 있는데

관리가 안되서 그런지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십수명이 모여 점심먹기 좋은 공터가 나오고..

여기서 도시락을 까먹고 출발한다.(12:27~13:00)

(13:00출발)

마장재에서 상봉앞 공터까지는 1.7km거리지만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바위를 어루만지며 타고 기어올라 가다보니

꽤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여기지는 것은

마당재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방심해서도 안되는 암릉길이지만 또 너무 멋지다고

넋을 놓아서도 안된다..그만큼 이 길은 본다는 것으로도

감사해야할 환상적인 산길이다..

 

     마치 신전의 기둥처럼, 보는 것 자체로 경외감이 드는 바위를 지나..

     긴 뿌리를 뱀처럼 늘어뜨려 바위에 뿌리박고 누운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다보니..

 

 

 

 

(13:15)바로 우두산 정상이다.

수도지맥은 여기서 의상봉으로 흐르지 않고

정상표지석 뒤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지난다.

가야산 국립공원을 지나다 보니 마령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비지정등산로로 출입통제구역이다.

출입통제구역으로 계속 걸어가면 우리가 내일 가는

수도산, 양각산, 휜대미산이 나온다.

 

우두산의 높이는 1,046m이다.

모두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 졌으며 주봉은 상봉(上峰)이고

옛날에는 별유산(山)이라고도 불렀다.

신라의 고승 의상과 원효, 그리고 고운 최치원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있는 우두산...

오늘은 우두산 마당재에서 우두산 상봉까지 남성미 넘치는

스릴있는 암릉길에서 소금강(小金剛)을 느껴보았다.

 

    암릉길의 즐거움을 나눈 친구들과 기쁨도 같이 나누고...

 

 

   같이 걸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마당재까지 1.6km를 40분 걸려 도착하였고,

   마당재에서 우두산 상봉까지 2km는 점심시간 제외하고 1시간 40여분 걸렸다.

   거칠것 없는 조망과 소금강이라 불리는 우두산의 절경을 실컷 구경하면서 주차장에서 상봉까지 온다면

   3.6km를 2시간 20분이면 올 수 있겠다. (점심시간 포함하면 넉넉하게 약3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우두산 정상부터 의상봉까지는 마땅히 앉아서 점심먹을 공간이 없기에 가급적이면 상봉 300m 못가 있는 공터에서

   점심을 해결하면 될 것 같다.

 

 

    가야할 의상봉(1,038m)을 바라본다.

   의상봉은 우두산의 제2봉으로 상봉(1,046m)보다 약간 낮지만 우두산의 주봉 취급을 받는다.

   왜일까? 그 궁금증은 다음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2편은 (사찰여행)의상대사가 참선지로 삼은 의상봉과 천년고찰 고견사로 나누어 기록한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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