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6. 00:21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일기예보상으로는 구름이 조금이었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하늘이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다
금새 비라도 뿌릴듯한 찌뿌듯한 날씨로 이번에도 한라산은 그 영롱한 정기를 내게 보여주지 않구나라는
실망감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한라산의 날씨는 며느리도 모르고 시어미도 모른다.
어제 저녁부터 코스별 참석인원을 알아봤더니 8명은 한라산 등반 대신 제주도 자유여행을, 2명이 B코스이고
37명이 A코스인 성판악에서 관음사까지이다.
그러나 성판악까지 가는 도중에 B코스 두 사람이 심정의 변화를 일으켜 결국 39명이 A코스를 타게 되어 집행부가
나눠지는 고민은 덜게 되었다.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06:30)아침식사를 아침6시에 마치고 배낭과 짐을 다 꾸리고 점심도시락과 물을 하나씩 배급한 다음 차량에 탑승하여 호텔을 떠났다.
호텔에서 성판악휴게소까지는 약 25분. 모두 A코스를 타므로 7시 성판악출발하여 11시 백록담도착 12시 삼각봉대피소에서 점심.
그리고 14시30분 관음사 하산완료를 목표로 페이스 조절을 하여야 하며 백록담까지 중간 식수 공급처와 화장실이 있는 속밭대피소와
사라악샘과 진달래휴게소에 대한 설명과 하산길에 있는 탐라계곡 식수공급처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혹시 발생할 지 모를 낙오자에
대한 대처방법 등 자질구레한 사항을 전달하다 보니 버스 앞 유리창에 빗방울이 흘러내려 와이퍼가 연신 바쁘게 움직인다.
아이구..마음 심난해..
이번 제주도 한라산 산행도 역시나 운무와 함께 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였다.
10여분 스트레칭과 화장실용무 등 을 마치고 오늘 한라선 정복에 나서는 문흥백두산악회 회원들 모두를 카메라에 담는다.
오잉..다섯 분이 어디 갔지? 이 사진은 큰 아이가 찍은 사진..
그동안 지리산 종주 1번과 곡성 동악산 산행..그리고 동네 뒷산처럼 무수히 간 무등산을 제외하고 큰아이에겐 네번째 산이다.
빗방울이 간간이 보여 휴게소에서 우의2벌과 장갑 2켤레를 구입하였다.
제주도 한라산의 기후변화는 예측을 불허하기에 가는 도중 비라도 만나면 꼼짝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될 듯 하여 아이들 배낭에
하나씩 넣어주고 출발한다.
(07:15)작은 아이, 큰 아이를 좌 우로 껴 안아 보니 훌쩍 자란 아이들의 어깨가 아빠를 짊어 맨다.
아이구 벌써 아이들이 아빠보다 더 커서 이젠 아빠가 아이들 어깨에 의존하는 모양이 되어 영 거시기 하네^^ㅋ
성판악휴게소---------속밭대피소--------사라악샘-------사라오름입구--------진달래 휴게소----------백록담
4.1km 1.1km 0.6km 1.5km 2.3km
으로 지도상에는 성판악휴게소에서 진달래휴게소까지 7.3km가 3시간이 걸리고 진달래 휴게소에서 백록담까지 2.5km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모두 9.6km에 4시간 30분...
아침에 성판악으로 오는 길에 뿌렸던 비는 아마도 안개비인듯..
성판악휴게소를 벗어나 30여분 오르니 운무가 걷히고 햇살이 비친다..
오매 좋은거..
그 와중에 작은 아이가 체력이 많이 달려 후미로 떨어졌다.
난 가이드이자 찍사인 관계로 열심히 대열의 앞 뒤를 오가며 사진촬영을 하여야 하나
힘에 부친 작은 아이 걱정으로 본연의 임무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사라오름 앞까지는 큰 아이가 아빠의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였다.
그동안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큰아이에게 사전에 카메라 사용법하고 대략적인 촬영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더니
앞뒤로 돌아다니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그래 이 카메라의 주인은 훗날 바로 너야...그러니께 열심히 찍어라잉..ㅋ
햇살좋은 숲길로 이어진 적송지대를 지나...
(08:20)속밭대피소에서 기다리며 뒤 쳐져 오는 나와 작은 아이를 카메라에 담고..
작은 아이가 완전 죽을 맛이다..그러니 평소에 게임좀 작작 하고 친구들하고 축구도 하며 체력을 길르라니까...
초등학교때까지는 형하고 같이 유소년 야구클럽에 가입하여 열심히 운동하고 수벽치기라는 우리 무예도 3년 정도 하며
유단자까지 따더니 중학교 들어서는 운동하고 완전 담 쌓았다.
권투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이참에 한 번 질러봐..권투로?
(08:25)속밭 대피소에 모인 후미조.. 선두조는 이미 지나갔다. 거리상으로 약 1.7km 선두와 떨어졌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지리산 종주까지 하고 곡성 동악산에도 데려갔으며 동네 뒷산처럼 무등산도 수시로 드나 들었건만
키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가 체력이 영 부실하다.
계속 발걸음이 처지고 흥미가 없어 하길레 스마트폰을 쥐어 줬다.. 평소 집에서 아빠와 엄마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면서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놨는데 그것을 듣고 가면 아마도 고통이 조금 줄며 신도 날 것 같아서..
그런데 이것은 상당한 효과를 봤다. 발걸음이 음악에 맞춰 가벼워지고 간혹 안 좋아 하는 음악이 나오면 똘망똘망한 눈으로 서서
스마트폰 들여다 보고 싹 패스해 버린다.. 아이구,.진작에 줄 걸..
(08:47)사라악샘 도착.
5.2km를 1시간 32분 걸려서 왔다. 여기까지는 평지나 다름이 없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흥을 돋구어준 스마트폰 덕에
늦지 않은 걸음으로 왔다. 그러고 보니ㅋㅋ 이 사진은 큰 아이가 찍었으니 우린하곤 조금 시간상의 차이가 있다.
(08:57)사라오름입구에서 기다리는 큰 아이..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보고 긴급히 카메라를 회수한다..
아이구..수고했어..아들. 사라오름까지 댕겨 오려구? 안돼야...그대로 직진이여잉..
(09:04)사라오름입구에서 0.3km올라오면 좌우로 앉아 쉴 수 있는 평상이 마련되어 있고.
여기서 잠깐 쉬어 가지만 음악에 취해 일어설 줄 모르는 작은아이..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힘든것은 어쩔 수 없다.
(09:43)진달래 휴게소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선두그룹과 중간그룹에 속해있는 큰 아이.
진달래 휴게소까지는 7.3km에 3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으나 우린 7시15분에 출발하여 현재까지 2시간30분 정도 걸렸으니
이 상태로 가면 11시경 백록담에 예정대로 11시경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거리는 백록담까지 2.3km
알아서 음료수도 사 먹고..ㅎㅎ 쵸코렛도 사 먹었니?
다시 힘내서 가 보자 ..아들들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보니 모인 사람이 20명이다.
진달래 휴게소를 기념으로 담고...
(09:46)나도 담아 보고..ㅋ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비교가 안되는 험한 된비알이다.
발목부상을 조심하여야 하고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구간이므로 진달래휴게소에서 든든하게 간식을 먹고 출발하면 좋다.
힘들어 하는 동생 배낭을 벗겨 같이 짊어진 듬직한 큰 아이.
배낭 2개 속엔 도시락3개와 이온음료 500ml짜리 3병, 그리고 생수250ml짜리 6병과 오이 3개가 나눠 넣지만 아무래도 체력이 좋은
형 배낭에 주로 ㅋㅋ 동생 배낭은 아마도 도시락만 3개 들었나? 그래도 배낭을 벗으니 없던 힘도 솟아난다..장하다 내 아들들..
바로 앞에 문흥백두산악회 여성 부회장님 가족 일행을 만나고..
(10:29)1800고지에서 바라본 정상이 이제 손에 잡힐 듯하다.
목표가 눈 앞에 보이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은 이곳쯤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야릇한 미소를 날리는 큰아이의 표정이 ..ㅋ 이제 다 왔다는 표정이다..하지만 아직 멀었다..아들아.
산악대장따라 엉겹결에 붙잡혀 왔다는 성태님..ㅋ
스마트폰 만지작 거리는 작은아이와 산 아래를 굽어보는 큰 아이의 표정이 완전 대비된다.
어딜 보고 있는 거니?
돌아 보니 이렇다...
멀리 사라오름도 보이고..우리가 걸어왔던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고 있는 거다.
그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줄기차게 앞만 보고 가다 가끔 이렇게 자신이 걸어온 길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앞으로 가야할 길을 헤매지 않게끔 하는 나침반이 되어 준단다.
우측으로 빙 돌아 가면 윗세오름이 나오겠지?
저 넓은 초원이 눈으로 덮혀 있는 겨울이면 영실로 올라 윗세오름까지는 정말 판타직한 풍경이 펼쳐진다.
겨울 한라산 산행의 최고의 백미는 영실로 올라 윗세오름 거쳐 돈내코로 내려오는 코스일 것이다.
자..다시 출발이다.
둘째 아이는 정상이 눈앞이라고 하니 바람처럼 날아 저만치 가 버렸다..ㅋ
(10:57)1900고지 표지석이 나오면 다 온 것이다..
자.이제 조금만 더 가면 올 때 마다 보여주기를 거부해서 뒤돌아 서게 했던 백록담 깊은 가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날씨는 파란하늘에 뭉개구름이 드믄드믄 있어 최고로 좋고...흐르는 땀방울을 금새 식혀주는 찬 바람이 시나브로 불어
더 없이 좋은 산행이 되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과 한라산 백록담...
나와 큰 아이, 작은 아이를 포함한 광주 문흥백두산악회 39명은 모두 행운아들이다.
일년에 이렇게 날 좋은 한라산 백록담은 딱 30일 정도 열린다고 한다. 그 때를 맞추어 한라산에 오르기도 힘들거니와
평생을 가도 이렇게 아름다운 한라산 백록담을 구경못한 산악인도 많다고 하니...그저 하늘에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연신
조아릴 수 밖에..ㅋ
좌에서 우로 빙 둘러보자..
백록담 물이 이정도면 지금은 거의 만수라고 한다..
뛰노는 노루 3마리를 봤다고 하는데 아무리 눈을 치켜 뜨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큰 아이의 흐믓한 미소와...
산에 오르기를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대 만족이었다는 둘째 아이의 숨겨진 미소가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젠 형만큼 큰 둘째 아이의 성장속도가 빛의 속도지만..
마음만큼은 아직 형만 못하다.
지금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서 있는 그 마음으로 평생 서로 의지하며 멋지게 사는거야..알았지?
두 아들과 떠난 제주여행3편(한라산 백록담에서 관음사까지)에서 계속..
(글 : 포토뉴스 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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