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7. 01:00ㆍ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11:00)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한지 3시간 45분만에 중간그룹으로 백록담에 도착하였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4시간 30분을 약45분 앞당겼지만 관음사까지 남은 거리가 또 만만치가 않다.
지도상에는 8.7km에 4시간 40분이 걸린다고 표시되어 있어 은근히 압박을 준다.
설마 오르막길 9.6km를 3시간 45분만에 올라왔는데 내리막길 8.7km가 4시간이 걸리겠는가..
하지만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의외로 길다.
백록담에서 삼각봉 대피소까지는 거의 쏟아질 듯한 내리막이며 삼각봉 대피소에서 관음사까지는 된비알을 겸한
가도가도 끝이 없는 숲속길로 지루함과 피곤함의 한계를 넘나드는 긴 구간이다.
중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기에 근력이 약한 사람은 쉽게 다리 근육통이 오는 구간이기도 하다.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정상에 오른 감격에 취하다 보면 하산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기 쉽상이다.
나도 작년 늦가을 백록담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무려 1시간동안 추위와 싸웠던 기억이 있었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내 주변에 있는 회원들 정상 인증샷 눌러주고 선두조를 편성하여 후다닥 내려가야 한다.
(11:10)중간그룹이 10여분동안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원없이 열린 백록담의 풍경에 심취해 있을 무렵..
선두조는 이미 하산하였고 후미조가 백록담에 도착하였다.
만나자 마자 이별을 하고..ㅎ 난 중간그룹을 이끌고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점심은 삼각봉대피소에서 하기로 했으니 선두조는 아마 거기서 만날 것이다.
후미조는 늦지 않게 백록담을 출발하여야 하는데....괜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산악대장이 후미그룹을 이끌고 있어 걱정 붙들어 매고 난 중간그룹과 앞서간 선두그룹만 열심히 챙겨간다.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백록담-------삼각봉대피소-------개미등-------탐라계곡-------관음사지구야영장까지는
2.7km 1.1km 1.7km 3.2km
8.7km에 4시간 4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으나 점심시간 30분 포함해서 3시간 4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다.
(11:20)큰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둘째 아이는 괜찮다고 하고..
배낭안에 있던 오이를 꺼내 먹어보곤 평소에 안 먹던 오이가 이렇게 달고 맛있는줄 몰랐다고 환호하는 큰 아이..ㅋㅋ
그게 다 배고픔에 따른 진리이다..
장구목 늘씬한 허리를 감상하며..
멀리 삼각봉대피소가 보이고..
구상나무와 고사목 지대를 지나..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어제 저녁 제주방송뉴스를 보니 한라산 산철쭉이 냉해를 입어 평소보다 늦게 개화되고 있다한다.
산 아래로 철쭉은 다 졌으나 한라산 산철쭉은 아마도 6월 10일은 넘어야 할 듯..
(11:43)헬기장에서 바라본 북벽과 이어진 큰두레왓.
장구목..
선녀바위
선녀바위앞 계곡을 건너뛰어 저 능선까지 오르는 직등코스는 해외 원정 산악인들의 겨울철 훈련캠프가 수시로 열려
히말라야 산맥의 죽음이 넘나드는 공포의 코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최적의 훈련장소라 한다.
그 훈련장소의 베이스캠프격인 용진각대피소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 길로 올라서는 사람들이나
내려서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공포의 길일 것이다..
(11:58)저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좋으련만...
약속이 삼각봉 대피소라 맛있는 도시락을 꿈꾸며 계속 내려간다.
용진각대피소가 있었던 자리.
2007년 한바도를 할퀴고 간 태풍 나리로 인해 백록담 북벽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암반과 급류가 대피소를 덮쳐
1974년에 세워져 30년간 한라산 탐방객들의 휴식처였던 용진각대피소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용진각 현수교아래 탐라계곡은 말라있다.
빗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모두 지하로 빠져버리는 관계로 물이 잠시 이동하는 통로구실에 충실한 계곡들..
여기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있는 하천들도 모두 물이 말라있어 육지의 여느 하천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현수교는 역시 출렁이는 맛이 있어야 타는 재미가 있다. 약간의 현기증과 더불어 마치 구름위를 걷는듯한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곧 있으면 맛있는 도시락을 까먹는 시간이라는 것..
여기 마르지 않는 샘이 용진각샘이다.
여기 물은 용진각대피소의 중요한 식수원이기도 하다.
(12:04)백록담을 11시10분에 출발하여 용진각샘까지 54분이 걸려왔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관음사까지 6km가 넘는 거리에 식수를 보충할 곳은 없으므로 여기서 모든 물통을 꽉꽉 채워야 한다.
좌측으로 왕관바위와 가운데 북벽. 그리고 큰두레왓과 장구목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늘금을 보며...
(12:13)1시간 3분만에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선두조는 이미 맛있는 도식락을 먹고 있는 중이다. 아이고 배고파..
그런데 헬기장에서 사진을 찍고 장구목 늘씬한 허리를 탐미하며 내려오다 보니
다른 중간그룹은 챙겼어도 두 아들을 챙기지 못했다..ㅋ 이런~~~
삼각봉과 뒤 이은 장구목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12:16)3분여 뒤 떨어져 아이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후미조가 용진각 대피소 자리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연락이 왔으니 우리하고는 대략 20여분 떨어진 셈이다.
백록담에서 10여분 차이가 났으나 삼각봉 대피소까지 오는 2.7km거리에 10여분 더 뒤 쳐져 걱정이 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12:40)약25분에 걸쳐 우리 중간그룹도 식사와 용무를 보고서 계속 하산..
(13:20)기나긴 숲길은 햇살 한 조각 들어오지 않고 무미건조한 것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뭍의 높은 산들은 깊은 계곡에서 울려퍼지는 우렁찬 폭포소리와 구비져 흐르는 물소리,
다양한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로 지루한 줄 모르나..
툭 터진 조망도 한 군데 없고 오직 깜깜한 숲길로 6km를 내려오니 걷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마음의 여유가 넘쳐나는 이는 숲길이 이렇게 너무도 아름다워 지루한 줄 몰랐다 할 것이고...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정말 지루했다고 한다.
나도 지루했다. 오후 2시30분까지 하산완료인데...시간은 넘었지 뒤로는 언제 올지 모르지..
제대로 느끼고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지루할 수 밖에...
(14:53)등산을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하산을 하시느라로 바뀌어야지 않나?ㅎ
결과적으로 백록담에서 출발하여 관음사까지 하산에 걸린 시간은
삼각봉 대피소에서 후미조를 기다리며 사용한 넉넉한 점심시간 25분을 포함하여 3시간43분이 걸렸다.
성판악휴게소에서 백록담까지도 3시간 45분이 걸렸기에 한라산이 초행인 대부분 회원들은 18.3km에 이르는
종주코스를 7시간 30분 정도 걸려 종주하였다.
그러나 후미조에서 두사람이 무릎과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겨 긴급처치를 하는 통에 산악대장이 이끄는 후미조 9명이
하산완료까지 2.5km가 남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다면 시간당 3km로 계산해 보면 50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
일요일에는 평일보다 30분 빠른 오후 4시 30분에 스타쿠르즈호가 제주항을 출발하므로 늦어도 4시20분까지는 국제선터미널에
도착하여야 한다.
관음사에서 국제선 터미널까지 25분 걸린다고 하니 후미조가 3시50분정도 까지 내려와 55분에 버스가 출발하면 아슬아슬하게
터미널에 도착하여 배를 탈 수 있다.
ㅋ 배의 야경이 찍혔으니 우린 결국 배를 타는데 성공한 것이다.
후미조 9명이 예상보다 빠른 3시45분에 도착하여 인원점검을 마치고 50분에 관음사를 출발하여
정확히 25분만인 4시15분에 국제선 터미널 앞에 도착하여 별 무리없이 배에 승선할 수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므로 터미널로 이동하는 시간동안 버스안에서 미리 배낭과 짐을 다 꾸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뛸 준비를 하였고
산악회 짐과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저녁 도시락까지 모두 나눠서 드는 인원을 선발하는 도상훈련을 통해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최대한 움직이는 시간과 동선을 줄여 빠른 시간내에 배에 승선할 수 있었다.
이게 모두 체력이 떨어진 후미조의 거의 뛰다시피 내려온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후미조가 멋진 동지애를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와 환성을 보내준 문흥백두산악회 회원들의 희생정신과 배려의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박2일 동안의 제주도 한라산 특별산행에 한 사람의 낙오자와 부상자 없이 예정된 일정대로 차질없이 마무리 된 것은 문흥백두
산악회 여성 부회장과 산악대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봉사와 희생정신. 그리고 회원 모두 집행부를 믿고 끝까지 잘 따라준 질서와
배려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사랑으로 똘똘 뭉친 문흥백두산악회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글 : 포토뉴스 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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