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의 시작점 현부자네와 소화의 집

2013. 3. 21. 07:05전라남도 견문록/보성 견문록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길을 묻고 처음 보는 곳이 바로 이 대화가 시작된 현부자네 제각에 있던 소화의 집이다.

 

“긍께... 좌, 좌익...”

“그렇소, 제대로 맞췄소, 내가 바로 빨갱이요.”

소설 <태백산맥>은 이렇게 1948년 10월 24일 어느 날 어둠이 희끄무레하게 깔린 새벽 현부자 네 제각에 살던 무당 소화를 찾은 정하섭이 소화와 나누는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본문 내용중 파란글씨는 소설<태백산맥>의 주요 줄거리이며, 마지막 편 까지 곳곳에 그 내용을 적을 계획이니 3편부터 8편까지 글을

정독하면 태백산맥의 줄거리를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다.)

 

 

태백산맥 문학공원 소화의 집 바로 옆에는 이렇게 태백산맥 관광안내도가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태백산맥의 무대를 찾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할 지를 잘 안내하고 있다.(클릭하면 커짐)

하지만 문학공원으로 들어오는 입구인 GS주유소 부터 약 20~30m는 차 한대 밖에 못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아

이상한 도로 구조가 되어 버렸다.

휴일이면 수 백대의 차량이 드나들고 단체 관광객도 들어오건만 정작 입구는 병모가지 형상으로 비좁아 태백산맥 문학공원의

취지를 흐트려 놓고 있다.

 

 

제석산 자락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공원은 현부자네 돌담장을 따라 조정래 등산길이 나 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3.6km이며, 입구에서 400m를 더 가면 홍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태백산맥문학관 삼거리가 나온다.

하지만 홍교에서 삼거리까지는 1.9km나 되기에 등산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이곳에서 출발하는게 나을 듯 하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20분, 하산은 약 1시간 모두 2시간 20분이면 제석산 정상까지 다녀온다고 한다.

 

현부자네는 이렇게 뒤로 유사시에 피신할 수 있는 대숲 우거진 제석산이 있어 소화의 신당에 몸을 숨긴 정하섭의 선택은 어쩜

필연적이었는지 모른다.

 

 

안내판 첫 글이 흥미롭다.

중도 들녘이 질펀하게 내려다 보이는 제석산 자락에 우뚝 세워진 현부자네 집과 제각..

이곳은 박씨 문중의 소유로 소설에서는 현씨 문중 소유로 묘사되었다.

<그 자리는 더 이를 데 없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하하게 생긴 터 였다> 태백산맥 1권 14쪽.

 

 

안채와 대문은 한옥을 기본으로 곳곳이 일본식을 가미한 독특한 건물이라고 한다.

다음에 갈 보성여관(소설속 남도여관)도 이렇게 한옥과 일본식 건축양식을 섞어서 지었으니

당시 벌교가 얼마만큼 일본인들이 득세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라 하겠다

 

 

현부자네 앞에는 잉어떼가 노니는 멋있는 연못이 있고 여름 끝무렵에는 빨간 꽃무릇이 올라와 또다른 풍경을 보여준다고..

현재는 이렇게 각종 아파트 등 현대식 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절대지주 현부자가 2층 누각에서 기생들과 풍류를 즐기기도 하고,

때론 자기 소유의 중도벌판을 내려다 보며 어느 소작인이 일을 게을리 하는지 지켜보는 전망대 역할도 했을 것이다.

 

 

 

여순반란사건과 함께 한 때 좌익에 장악되었던 벌교가 군경의 수중에 다시 들어가자, 좌익세력은 모두 산 속으로 퇴각해 버린다.

이 때 빨치산 중견간부 정하섭은 상부의 밀명을 받고 군경에 의해 점령된 벌교로 잠입한 뒤 현 부자네 제각으로 숨어들고,

그곳에서 처녀무당 소화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열일곱 살에 무당의 삶을 대물림 받은 처녀 무당 소화를 술도가 집 아들 정하섭은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으나 말도 못 건네고 지내다가

이날 다시 만나게 되었으며, 만나자 마자 서로 간에 사모의 정을 뜨겁게 불태우며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 후 소화는 정하섭을 위해 정보를 캐오는 심부름을 하게 되며 결국 정하섭의 아이도 갖게 되지만, 경찰에 체포되어 온갖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했음에도 사랑하는 정하섭의 좌익 활동에 동조하게 된다.

 

 

 

그럼 그 들의 사랑이야기가 있던 현부자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하지만 나도 정하섭이 그랬던 것 처럼 쪽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다..

 

 

마당은 연못대신 원형 정원이 있고 안채는 전형적인 팔작지붕의 한옥이지만, 들어가는 출입구를 일본식으로 매달았다.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부터 졸업할 때 까지 벌교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소풍은 이렇게 현부자네 별장 근처로

왔다고 하니, 작가의 어린시절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현부자네의 등장은 당연했을 것이다.

 

 

 

좌측으로 광이 있으며, 마당쇠가 거처했을 법한 조그마한 방이 하나 있고..

 

 

           그리고 2층으로 된 대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대문 바로 옆에 있다.

 

 

광은 이렇게 밖에서 걸어 잠그게 해 놨지만, 안에 무엇이 있다고 현대식 자물쇠를 걸어 놓았을까?

 

 

안채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저 출입문이 없다면 안채에서 앉아 바깥을 훤하게 내다 볼 수 있겠지만.

아주 오묘하게 저 출입구가 가려주고 있다. 소작인들이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이 싫었을까?

 

 

안채 출입구에서 바라본 대문역시 가운데 원형 정원이 가로막고 있어 전체적으로 약간 답답하게 보인다.

 

 

안채 옆 쪽문으로 난 뜨락에 꽃을 피운 150년된 동백나무

 

 

 

 

뒷면과 좌우면은 모두 툇마루가 놓여있다.

소설속 동백나무 역시 이곳으로 소화를 만나러 지나간 정하섭을 묵묵히 지켜봤겠지?

 

 

 

 

깔끔한 뒷뜰..순천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리건만 벌교의 현부자네 집엔 그 흔한 정원이 없어 삭막하기만 하다.

 

 

뒷담장 너머로 보이는 저곳이 아마 제각인듯..

 

 

안채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안채 마루에 앉아 바깥을 내려다 보고

 

 

안마루는 바깥마루와의 사이에 미닫이 문을 달아 현대식 건물의 거실역할을 한다.

건물 외형은 한옥과 일본식을 섞었지만 내부는 양변기와 욕조까지 있다고 하니 한옥이라고 부르기 민망스럽다.

 

 

 

           바깥마루에 앉아 정하섭이 들어다녔을 쪽문을 바라 보니,

 

 

동백꽃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갈 수가 없다.

 

 

 

마치 빨간 별똥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듯..

그래도 아쉽지만 현부자네 집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소화의 집으로 간다.

 

 

현부자네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바로 옆의 자그마한 집...

<조그만 하고 예쁜 기와집,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의 구조...부엌과 붙은 방은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산을 모시는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인 것은 헛간방이었다.>라고 소설<태백산맥>에서는 무당 소화네 집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실제 위치는 현부자네 제각앞 울 안의 앞터라고 하니, 소설속 위치를 찾아 가면 좋았을 것인데...

하지만 이렇게 단독으로 서 있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이다. 소설속에서 튀어나온 소화의 집도 상당히 넓고 보이기에..~~

 

 

원래 있던 집이었는데 1988년 태풍에 쓰러져 폐허가 되었고, 이후 밭으로, 주차장으로 사용하며 흔적이 없어져 버린 것을

2008년 보성군에서 태백산맥문학공원을 조성하면서 같이 복원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고래등같은 현부자네 보다 이렇게 아담사이즈 소화네 집이 더 인기가 있더라능...ㅋ

 

 

문들이 굳에 닫혀있어 관리가 제대로 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문을 개방하여 안을 들여다 보게 하는것이 더 낫지 않겠는지..

새끼무당 소화가 정하섭과 사랑을 나눈 애뜻한 집이건만...이렇게 밖에서 보고 돌아가야 하는 마음 한 구석은 왠지 껄적지근하다.

 

 

현부자네 방 문은 열려있건만 이렇게 소화네 모든 문을 닫아놓고 어떻게 열린 마음으로 태백산맥문학공원을 보여준단 말인지..

 

 

 

아직 복원된지 얼마 되지 않아 대나무 울타리 키가 작아 초라해 보이지만 먼 훗날 대숲 울창해 지면 정말 무당집이 될 듯 하다.

 

 

<태백산맥> 소설이 시작되는 현부자네와 무당 소화의 집을 둘러보면서 이제 소설속으로 들어갔으니

주무대인 벌교읍으로 들어가서 이제 소설속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소설<태백산맥>의 주요줄거리는 3편부터 8편까지 적절하게 나누어 파란글씨로 올릴 예정이니 3편 이후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합니다.

 

1편 소설태백산맥 속으로 들어간 벌교여행/프롤로그

2편 벌교에서 꼬막정식 맛있게 먹는 팁/현부자네 꼬막정식

3편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에서 길을 묻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트위터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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