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0. 07:05ㆍ야구 이야기/프로야구
관록이냐 패기냐.
오늘 양 팀 선발투수인 KIA 양현종과 한화 이태양은 근래 보기 드믄 명품 투수전을 펼쳐 어느 팀이 이기고 지더라도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
양현종이 8회까지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으로 1실점을 할 때 이태양은 8회 1사까지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둘 다 140K대 후반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타고투저 시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대량득점이 일어나지 않았고 양현종이 94개, 이태양이 102개의 투구수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는 9회1사까지 매우 스피드하게 진행됐다.
비록 1회 1실점이 8회까지 이어져 패전위기까지 몰렸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양현종의 관록은 7회 1사까지 KIA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운 패기의 이태양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명품 투수전이었다.
양현종이야 자타공인 국가대표급 좌완투수로 잘 던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데뷔 후 5년 동안 승리가 없는 이태양이 그런 양현종과 맞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신의 볼을 뿌려댄 것은 한화 팬들도 의외였고 한화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대견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이 자신의 평균값을 이긴 것으로 지난해 보다 훨씬 스피드가 올랐고 변화구 제구도 완벽했기에 오늘 경기처럼만 던진다면 5년만의 첫 승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 투구였다.
마치 과거 타이거즈 이범석의 투구를 연상케 한 한화의 이태양, 과연 KIA의 중고신인급 투수들은 이태양의 어떤 모습을 보았을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펜 방화
그러나 두 영웅의 대결은 끝내 그 누구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불행이 1이닝을 남겨놓고 나란히 뒤따랐다.
승리투수 요건은 이태양이 먼저 갖췄고 불펜 최영환도 9회 1사까지 잘 잡아 한화의 승리가 목전이었으나 브렛 필의 안타에 이어 나지완의 극적인 역전홈런으로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혀 2010년 데뷔이후 5년만의 선발 첫 승을 고대하던 이태양의 승리가 날아가 이태양 뿐만 아니라 이 경기를 지켜 본 한화 팬들의 억장도 무너졌다.
이제는 반대로 8회까지 던진 양현종의 승리가 목전이었으며 양현종의 승리는 마무리가 약한 한화에 비해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KIA에는 철벽마무리 어센시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센시오는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0.1이닝 동안 4실점 1자책으로 2승 6세이브로 단 한 번도 블론세이브가 없는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하지만 어센시오도 양현종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블론세이브를 올 시즌 처음으로 기록하는 경기가 돼버렸다. 9회 양현종에 이어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어센시오는 1사 후 병살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나 투수 발에 맞고 굴절된 볼이 2루수 안치홍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되며 2사 2루가 되었고 결국 한상훈의 2루타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화로서는 다 잡은 승리가 나지완의 역전홈런으로 날아갔고, KIA도 다 잡은 승리를 1루수 브렛필 앞에서 불규칙 바운드 된 볼이 결국 화근이 되었다. 두 번의 불규칙 바운드에 양현종의 승리도 지키지 못하고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어센시오는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용규, 고동진, 정근우를 깔끔하게 삼자 범퇴시켜 더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백용환 프로 첫 홈런이 결승홈런
정규이닝을 양현종과 이태양 두 투수와 나지완과 한상훈 두 타자가 히어로였다면 연장전으로 접어들어 히어로는 단연코 KIA 백업포수 백용환이었다.
KIA는 마무리 어센시오와 필승불펜 김태영, 심동섭이 연장12회까지 릴레이 투로 한화의 추격을 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한화도 비록 11회 위기를 맞았지만 송창식이 9회 1사부터 연장12회 1사까지 실점 없이 막았지만 투구수가 많아진 것이 결국 패착이 된 것으로 한화의 숙제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백용환의 프로데뷔 첫 홈런은 너무 강렬했다.
누구나 첫 안타와 첫 홈런을 기록할 수 있지만, 백용환의 오늘 첫 홈런은 영원토록 잊혀지지 않은 명 홈런이 되었다.
42연전의 스타트를 끊은 KIA는 양현종을 투입하고 어센시오까지 투입된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패전만은 면해야 했다. 그러나 연장 12회 1사 후 꺼져가는 불씨가 갑자기 타 오르며 맹렬히 나뭇가지를 태우 듯 백용환의 결승홈런은 응원하는 KIA 팬들마저도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백용환은 2008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군복무 등으로 지난 시즌부터 백업포수로 1군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으며 노쇠화한 KIA 포수진에 이홍구와 더불어 차세대 희망으로 불렸다.
강한어깨와 일발 장타력을 갖추었지만 부족한 경험과 타석에서의 불안감으로 올 시즌까지는 백업포수를 못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오늘 강력한 한 방의 이미지는 한화 이태양의 인생역전 투와 마찬가지로 백용환을 한 단계 더 레벨 업 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A 불펜이나 한화 불펜이나 도토리 키 재기지만 그래도 남은 이닝을 적절한 투구수로 효율적으로 막은 KIA가 한화에 근소한 우세승을 거둔 것으로 백용환의 한 방이 없었더라면 양현종, 어센시오, 김태영, 심동섭 등 KIA 최강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42연전 내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총평
3일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KIA는 이제 42연전의 출발을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같이 양현종이 아무리 잘 던져도 낯가림이 심한 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져주지 않는다면 지옥과도 같은 42연전이 될 것이며 그것은 김진우가 복귀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톱타자로 나선 이대형은 심각할 정도로 타격 폼이 망가졌으며 하위타선을 이끌 김주형의 방망이도 야속하기만 하다.
김선빈, 김민우, 이범호의 부상결장에 따라 KIA 공격력이 눈에 띠게 약화되어 적절한 타순변동으로 슬럼프를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고 김진우의 가세로 불펜으로 돌아갈 한승혁이 홀로 외롭게 분전하고 있는 김태영을 구원한다면 한승혁, 김태영, 심동섭으로 이어지는 필승불펜의 호투는 여느때와 달리 기대할만 할 것이다.
30경기 정도 치렀지만 아직 선두에 5.5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에 현재 전력으로 KIA가 아주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42연전 중 버릴 경기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구분해 헛힘 쓰지 않고 승수를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선동열 감독과 선수들의 파이팅이 요구되는 중요한 싯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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