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여행)양반과 평민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누정, 동백정

2014. 10. 31. 06:30전라남도 견문록/장흥 견문록

 

장흥 천관산 산행을 마치고 송백정과 고영완 가옥을 둘러본 뒤 광주로 돌아오면서 들른 곳이 동백정이다.

1458년(세조 4년) 의정부 좌찬성(현대의 국무주정실 차관)동촌(桐村) 김린(1392∼1474)이 정계은퇴 후 장흥읍 만년리 강정산

아래 가정사(假亭舍)를 건립한 것이 시초로 여기서 가정사(假亭舍)란 잠잘 방이 있는 정자를 임시로 지었다는 뜻이다.

그 후 1584년(선조 17년)에 후손인 운암(雲岩) 김성장(1559~1593)이 중건하였는데 동촌이 심어놓은 동백꽃이 울창해 정자 이름을

동백정(冬栢亭)이라고 고쳤다.

중건 이후 1895년 중수에 이를 때까지 연혁은 전하지 않으며 대동계의 집회소와 동리 별신제(別神祭) 등으로 활용되면서 동정(洞亭)

의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동백정이 있는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는 30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마을 공동체 자료를 기록한 곳이라고 한다.

청주 김씨 집성촌인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는 제암산(帝岩山·778m)자락의 맨 끝 부분에 있으며, 장동면 산동과 감나무재에서

발원한 부산천이 흐른다.

꽤 넓은 천으로 폭우로 물이 불었을 때 제방이 없었더라면 호계리 마을은 상당히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부산천을 옛날에는 범내(虎溪川)라고 불렀으며, 마을 이름도 호계리(虎溪里)이다. 

 

 

동백정은 동백이 필 무렵 가야 제 모습을 볼 수 있으련만, 간 날이 가을 중순이라 어디에 동백꽃이 울창한 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다만 먼 발치에서 봤을 때 송림 우거진 모습이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동백정에서 쓰이는 제사도구를 보관하고 제사음식을 장만하는 장소인듯

 

 

 

 

동백정이 예양강 앞에 있어

높이 나는 제비가 하례한 지 오래 일세

띄엄띄엄 먼 마을들엔 안개가 깊이 끼었고

물이 넘실넘실한 외딴 마을엔 몇 가닥 연기 오른다.

용두산이 활짝 개니 꾀꼬리 울고

호계의 물결이 잔잔하니 흰 갈매기가 잠자는구나

주인이 완전한 복을 먼저 얻었으리라.

그림 같은 누각에서 맑은 바람 맞으며 신선이 되어 앉았구려.

 

임신년 겨울 교리 이재만이 삼가 적다.

 

 

 

 

동백정은 정자이지만, 불과 60년 전만 해도 서당을 겸했다고 한다.

또한, 시제를 모시는 사당이기도 했으니 동백정의 쓰임새는 정자로서 역할에 만족한 대부분의 정자와 격을 달리한다.

 

 

 

 

동백정은 1715년 부터 호계리 마을사람들의 대동계 집회소로 사용되었으며,

30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정월 14일이면 별신제를 지내는 곳이다.

 

 

 

 

별신제는 호계천 자갈밭에서 음력 정월 14일부터 이틀간에 치러진다.

 

 

 

 

동백정 건너편 마을은 호계리로 이곳에는 1715년 대동창계를 비롯한 20책으로 구성된 동계문서가 보관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이곳에 오면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호계문화회관이 검색되던데, 그곳에 문서가 보관되어 있는가 보다.

 

 

 

 

 

동백정은 풍영(風詠)·상영(觴詠)·정사계가 시회(詩會)를 연 곳으로,

문중·대동계·별신제의 회의소와 각종 계모임 장소로도 활용되었다.

 

 

 

 

 

 

동백정에 다소곳하게 앉은 규수는 뉘시요?

 

 

 

 

동백정은 양반과 평민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누정으로 선비들은 앉아서 자연을 벗삼아 시대를 한탄하고,

지역민들은 이곳에서 사랑방을 열었다고 한다.

 

 

 

 

동백정 내부엔 박광전의 기문을 비롯 17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동백정에서 바라본 호계천.

담장이 없었더라면 앉아서도 호계천이 바로보였을 것인데 조금 아쉽다.

 

 

 

 

장흥군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떠나는 문학기행인 '시골버스 타고 떠나는 장흥 문학 기행'을 개최하고 있는데

천관문학관, 장흥공공도서관, 정남진도서관 등이 공동으로 주관한다고 한다.

그 첫번 째 행선지가 바로 동백정이었다고 하니, 1853년 조직된 난정회로부터 시작해 풍영계, 상영계, 정사계 등

수많은 시회가 형성돼 문인들이 시를 읊었던 곳이기에 장흥 최초 문학기행으로 동백정은 당연한 것이다.

 

 

 

 

 

동백정에서의 그 손목은 (탐진강 2)

                                             이대흠

여자의 무릎이 동백나무의

굽은 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여자에게 들었다 여자는

제가 가진 꽃잎으로 꽃 세상을 열어 보였고

동백꽃같이 붉게 말하며

동백꽃 이파리처럼 웃었다

나는 다만 호랑이 발톱 같은 호계천으로 흘렀고

(중략)

 

 

장흥출신 이대흠 시인의 시에도 나오는 동백정.

 

 

 

 

호랑이 발톱같은 호계천을 걸어 나오면서

나도 세상에서 가장 여린 손목 하나를 동백정에 놓고 나왔다. 

 

장흥은 마치 양파껍질처럼 한 껍질씩 벗겨낼 때마다 새로움의 연속이다.

그동안 담양, 곡성, 장성, 해남, 강진 등지로 몰렸던 나의 시각이 장흥에 요즘 머물고 있다.

예양강을 따라 동백정, 용호정, 부춘정, 경호정, 독우재, 영귀정, 농월정 등 칠정계가 계속된다고 하니

언제 캠핑도구 챙겨들고 이들 정자들을 만나러 마음 편한 여행을 떠나볼꺼나...

 

 

 

 

 

(글 : http://www.photonewskorea.com/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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