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바다에 풍덩 빠지다, 장흥 천관산

2014. 10. 14. 07:00전라남도 견문록/장흥 견문록

 

1편에서 이어서 http://blog.daum.net/huhasim/1886

천관산의 다른 이름들을 찾아보니, 장흥이 낳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존재 위백규의 저서 <지제지>에 5개의 산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바로 천풍산(天風山), 천관산(天冠山), 지제산(支提山), 불두산(佛頭山), 우두산(牛頭山) 등 5개의 산 이름인데, 지제산은 천관보살(天冠普薩)이 머문 곳이라 했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천풍(天風)산 이라 불리었으며, 지제(支提)산이란 불서(佛書)에서 지제란 탑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하늘을 괸다는 뜻인데, 산의 모양이 그와 같아 지제라 이름 하였다고 한다.

또한 불두산, 우두산으로 불리었다고 하는데, 천관산의 산세가 몹시 기운차서 흰 연기 같은 신묘한 기운이 서린다고 했다는데 산 곳곳에 우뚝서있는 멋진 기암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를 본다면 그리 부를 만도 했을 것이다.

 

 

 

<동남방에 지제산(支提山)이라 부르는 산이 있다. 옛적부터 여러 보살의 무리가 그 속에 머물고 있었으며, 지금도 보살이 머물고 있는데 이름하여 천관보살이라 한다. 그의 권속인 1천 보살의 무리와 함께 늘 그 가운데 있으면서 법(法)을 연설(演說)하고 있다> (출처 : 화엄경)

<한 산이 남방을 진호(鎭護)하며,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 있다. 세인의 전설에, 통령화상이 가지산(迦智山)에서 오면서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니 마치 기둥이 버티고 서 있는듯 하므로 지제산이라 이름 하였고, 가까이 다가가 이 산을 바라보니 마치 산정에 천자의 면류관을 드리운듯 하므로 천관산이라고 이름 하였다고 한다. 이 산은 참으로 영선(靈仙:신선)이 살고 있는 곳이다.> {(출처 : 김여중(金汝重:1556~1630)의 유천관산기(遊天冠山記)}

 

 

 

천관산 억새길...

힐링이 별것인가...배고픔, 힘빠짐, 무릎아픔 등을 이겨내고 환희대에 올라 연대봉까지 가는 평탄한 억새길 자체를 걷는 것이 힐링일 것이다.

뒤 돌아 본 천관산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의 평탄한 능선...

그리고 억새와 기암괴석, 괜tm리 천관산이 호남 5대 명산이던가...

 

 

 

이 맛에 산에 오른다지.

힘들고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만난 정상...

그 정상의 기쁨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다.

 

 

 

천관산에는 모두 4개의 전설이 있다.

이성계가 위화도 에서 회군하여 사실상 역성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잡을 무렵이었다. 그때 무학대사의 말을 듣고 전국 명산의 산신으로 하여금 자신의 혁명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물론 각 산의 신들은 이성계의 혁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천관산의 신에게도 지지여부를 물었으나 천관산의 산신은 "지지 할수없다 "고 대답해 분노가 극에 달한 이성계는 곧바로 바다건너 흥양(興陽·현재고흥)으로 천관산을 귀양시켜버렸다. 이렇게 해서 천관산은 산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귀양을 간 산이 됐다. 지금도 천관산을 흥양의 천관산으로 적은 기록들이 가끔 나온다고 한다.

나머지 3개의 전설도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출처ㅡ德雲 魏 晃良의【天冠山 에 꿈을심고 】

 

 

 

중전, 나를 보는 순간 만세부터 부른다.

아마도 1시간 정도 먼저 정상에 도착한 것 같은데, 기운이 넘쳐흐른다. 마치 천관산의 억센 기(氣)를 마음껏 받은 것처럼.

제례행사는 끝났고, 억새 아가씨, 아줌마 선발도 끝나버려 음식은 찰밥 두 덩이 얻어 놓은 것이 전부였다는...

막걸리에 돼지머리고기라도 음복하고 있으라고 했더니..ㅋㅋ 서방님 배 쫄쫄 굶고 오는 것이 안쓰러워 입에도 안 대고 있었다는...

 

 

 

찰밥 두 덩이 먹으니 빵은 먹고 싶지도 않아 그대로 넣어버렸다.

두유만 한 개 나눠 먹고 사과 하나 두 조각내서 나눠먹고..이제 정신 차리고 힘내서 하산을 한다.

물론 양근암 방향이다. 올라올 때는 최장 거리로 왔으니 내려갈 때는 최단 거리로 내려간다.

봉화대와 정상석은 사람이 너무 많아 찍기를 포기했다.

 

 

 

천관산 불영봉으로 해서 탑산사로 내려가는 코스다.

주차장에서 연대봉까지 2.1km라고 하니 제일 빠른 코스로 보인다.

훗날 올 때 이리로..ㅋㅋ

 

 

 

내려갈 양근암-장천재 코스다.

여기서 보면 아주 완만한 코스 같지만, 양근암을 지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죽음이다.

 

 

 

천관산의 주봉 연대봉은 옥정봉으로 불리다 고려 의종 때 봉화대를 설치하여 봉수봉으로 불리었다. 이후 봉수봉으로 바뀌었다가 후에 같은 의미인 연대봉(烟臺峰)이라고 변경하여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막 하산하려는데 페러글라이딩 동호회에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장흥군 페러글라이딩연합회 소속 회원들의 멋진 비상이 기다리고 있다.

바람을 잘 타야 하는데...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천관산을 날아올랐다.

기암괴석과 잘 어우러진 페러글라이딩...

하산 하는 동안 하나 더 떠서 모두 두 대의 페러글라이딩이 천관산을 누볐다.

천관산 억새 보러왔다가 뜻밖의 페러글라이딩까지 보고 가니 행운인가?

 

 

 

 

 

 

 

이제 기나긴 능선 길을 따라 하염없는 하산을 시작한다.

특히 무릎이 안 좋아 내려가는 길은 초죽음이었다. 덕분에 6일부터 지금까지 무릎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번도 무릎이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 며칠 전 부터 오른쪽 무릎이 뻐근하더니 사고를 친 것이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이상 없다고 하는데 무릎 안쪽을 누르면 ‘악’소리 나게 아파서 연골이 다쳤을 수도 있다는 물리치료사의 겁나는 말씀.

 

 

천관산위로 떠 오른 페러글라이딩을 보니 그 너머 산이 생각난다.

일림산에서 사자산 제암산으로 이어지는 철쭉 산행지로 호남정맥이다.

2년 전 전 코스를 내달렸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천관산을 개미처럼 오르내리는 등산객들..

 

 

 

하산하는 길은 이정도면 아직 괜찮다.

마치 섬 산행하는 듯 올망졸망한 멋이다.

 

 

 

중전이 서 있는 바위 너머 정남진 전망대가 보인다.

저기도 중전과 같이 두 달 전에 다녀왔다.

 

 

 

산 밑으로는 관산읍이 보이고..페러글라이딩은 자유자재로 천관산을 넘나든다.

 

 

 

우리가 올랐던 능선을 뒤로 한 채 한 방...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바위를 지나...

하지만 이 모습 그대로 수천 년은 버텨왔을 터.

 

 

 

천관산 정원암.

 

 

 

천관산 사모봉

 

 

 

무슨 바위일까? 할미바위?

 

 

 

천관산 양근암. 우람한 모습에 저마다 감탄사 연발이다.

이 바위를 만져야 태기가 생길까? 오른쪽 위 사진은 월출산 남근석이다. 크기로 보나 길이로 보나 월출산 남근석도 못지않다.

 

 

 

이 바위는 무슨 바위일까?

 

 

 

마치 거북이 모습인데, 둥그런 등만 있었어도 영낙없는 거북이 바위다.

 

 

 

유일한 내 사진.^^

 

 

 

여기까지는 괜찮았으니 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거의 수직이라는...

 

 

 

천관산아래 관산읍이 보인다.

지난 번 들렀던 효자송과 드라마<신의>촬영세트도 보이고...

 

 

 

암튼 천관산의 바위들은 모두 이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듯...

 

 

 

 

 

문바위를 지나 복원불사가 한 창인 장안사를 지나니 천관산 산행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가파르고 힘든 길을 내려왔지만, 드믄드믄 보이는 기묘한 바위들 때문에 조금은 덜 힘들었다는...

 

 

 

장안사로 올라가는 시멘트 도로가 나오니 걷기가 되레 불편하다.

기나긴 산길에 몸이 적응해서일까?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는다.

 

 

 

산 아래 쉼터에는 천관산 억새제 산상음악회가 열려 등산객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다.

할머니들이 내다 파는 장터에서 반찬거리로 쓸 나물 몇 가지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송백정과 동백정을 들렀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기로 한다.

천관산을 태어나서 처음 올랐지만, 여러 곳에서 그동안 다녔던 산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기암괴석은 영암 월출산이나 거창의 별유산 같았고, 억새평전은 무등산 백마능선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천관산이 괜시리 호남 5대 명산이 아니다. 산세는 작고 아담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그야말로 신선이 만든 예술 조각품이었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2015광주 유니버시아드 블로그 기자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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