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바다 天子의 면류관, 장흥 천관산

2014. 10. 13. 07:00전라남도 견문록/장흥 견문록

 

장흥 천관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이라 불린다. 천관산을 제외한 산들의 공통점은 국립공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관산은 국립공원이 아님에도 무슨 이유로 광주 사람들의 어머니 산이라 칭하는 국립공원 무등산을 제치고 호남 5대 명산에 꼽혔을까?

지리산은 한반도 남쪽 땅 내륙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딱히 어느 봉우리를 꼽아 명산이라 칭할 수 없을 정도로 산 전체가 빼어난 산이다. 월출산은 한국 제일의 악산이라 할 정도로 기암괴석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솟구친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이다. 내장산은 단풍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이며, 내변산은 청정 서해를 끼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공통점은 모두 천년고찰을 하나 이상 품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은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실상사, 쌍계사 등 수많은 천년고찰이 있으며, 월출산은 무위사, 도갑사가 있고, 내장산은 백양사와 내장사가 있으며, 변산은 내소사가 천년도 넘는 세월을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천관산도 그에 못지는 않지만 천년 세월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천관사와 탑산사가 있으며, 고려시대만 해도 89개의 사찰과 암자가 았었다고 한다.

山中古記에 의하면 전국의 名勝, 名刹과 妙香山에서도 깨치지 못한 道를 이곳 天冠山에서 得道한 明賢大師가 무려 28名이나 된다고 하니 다른 네 개의 명산에 전혀 꿀릴 일이 없는 것이다.

특히 정상까지 3.2km밖에 되지 않아 매우 짧은 산행코스지만, 오르는 내내 나타나는 기암괴석에 놀라 눌러 앉다 보면 정상까지 1시간 30분 걸린다는 산행이 3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마법을 부리는 산으로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것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 불리며, 조선 태조 이성계에서 왕위를 허락하지 않아 고흥으로 귀양갔으며, 신라 김유신과 사랑한 천관녀(天官女)가 숨어 살았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 산이다.

또한, 가을이면 능선 전체가 황금빛 억새 물결로 출렁거려 비취색 푸른 바다와 더불어 신선이 빚은 면류관 같은 기암괴석으로 인해 호남 5대 명산에 꼽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해 가며 그 놀라운 선경을 지금부터 감상해 보도록 한다.

출발은 천관산 자연농원 주차장부터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0월 5일은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 날이다 보니 농원 입구부터 밀리지만, 주차장 관리요원들이 질서 정연하게 차량을 이동시켜 다행히 맨 위쪽에다 주차할 수 있었다.

해마다 10월 초순을 전후해 여러 곳에서 억새축제가 열린다. 음식도 제철음식이 최고이고 여행지도 제철에 가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가 있다. 하물며 억새가 군락을 이뤄 축제가 열리는 산은 억새의 제왕 영남알프스 신불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니 더더욱 남도의 천관산이 빛난다.

더군다나 천관산은 억새 철이 아니어도 월출산, 설악산 같은 기묘한 암봉들이 많아 사계절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거기에 더해 은빛억새까지 선물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산행이 어디 있겠는가?

천관산은 평상시에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으나 억새축제나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가 열리는 날에는 주차요금을 받는다. 승용차 기준으로 2,000원이다.

 

 

 

차량을 대 놓고 산의 초입에 이르자 산자락에 털머위가 예사롭지 않게 피어 벌써 국화의 계절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단풍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남녘의 산들은 아직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빠르면 10월 말쯤 시작돼서 11월 중순이 절정에 이를 것이란 보도가 있다.

 

 

 

천관산 영월정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점검해 본다.

 

 

 

천관산 등산코스는 상당히 많으나 영월정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모두 3개로 3번 코스로 올라가 1번 코스로 하산하기로 한다.

어디로 오르든 멋진 코스지만, 1번 코스가 정상인 연대봉으로 바로 오르기에 가장 짧다.

지도에는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면 오른다고 되었지만, ‘글쎄요?’이다. 과연 1시간 30분 만에 오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지만, ‘절대 아니 올시다’로 그저 묵묵히 땅바닥만 바라보고 가면 가능하게지만, 단연코 절대 그럴 수 없다.

왜? 너무 아름다우니까!

 

 

 

장천재 갈림길인데 강호동, 이수근 길이 금강굴로 환희대로 오르는 코스이고, 이승기 길이 연대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이다.

KBS 2TV<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2010년 11월 21일 천관산 편이 방영되었다.

삼합의 고장 장흥에서 바지락 비빔밥을 맛보기 위한 미션으로 천관산 산행에 나섰는데, 그 때 이후로 천관산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하여, 등산코스 이름도 강호동 이수근 길, 이승기 길 등이다.

 

 

 

도화교를 넘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는 전남기념물 제246호 태고송이다. 천관산을 향해 약간 기울어진 상태로 서 있으며 수고는 19~21m에 이르며 수령은 500살 정도로 추정된다.

 

 

 

반계 위정명 선생(1589~1640)이 지은 태고송이라는 시에 이 나무가 표현되면서 태고송이라 불리었는데, 선생이 활동하던 시기가 1600년 대 이기에 500살 정도로 본다지만, 당시에도 이처럼 우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이른다. 한때 천관산 최고 명물 중 하나였던 장천재 천년송.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보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사해버려,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012년 전국을 강타해 수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가 흔들리는 이격현상 등으로 쇠약 증세를 보이다 2013년 8월에 최종적으로 고사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아쉬운 기념물을 하나 잃은 셈이다.

다음은 반계 선생이 지은 태고송운(太古松韻)이다.

태고송이 다시 살아날 일이 만무하지만, 명복을 빌면서 읊조려 본다.

三皇雨露無爲化(삼황우로무위화) : 세황제의 은택으로 저절로 자라

順木之天歲幾千(순목지천세기천) : 나무의 천성 그대로 천년을 지나 왔던가

勝賞別有登臨處( 승상별유등임처) : 빼어나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올랐더니

太古春光第一顚(태고춘광제일전) : 태고송 봄볕이야말로 그 중 으뜸일세

 

 

 

태고송 바로 옆에는 장천재가 있다. 문이 굳게 닫혀있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도유형문화재 제72호로 조선시대 호남실학의 대표적인 인물 존재 위백규(存齋 魏伯珪 1727~1798)선생이 어릴 적 이곳에서 수학하고 훗날 후진을 양성한 강학소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원래 용도는 옆에 있는 장흥위씨 관산파조 휴형의 배인 평산신씨의 묘각이었다. 이 자리에 있던 영은암이라는 암자의 승려로 하여금 묘를 관리하게 하다가 효종 10년(1659년)에 절을 철거하고 재실을 건립해 지금은 장흥 위씨 관산파조의 재실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길이 갈린다.

금수굴 방향이 2번 코스, 금강굴 방향이 3번 코스로 금강굴 방향으로 묘역을 끼고 오른쪽으로 산을 탄다.

한 40분 정도 조망도 없는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면 따사로운 햇빛을 한 몸에 받고 갈 능선길이 보이고 이내 정상까지는 사방으로 툭 터진 조망을 선사한다.

 

 

 

억세제가 열린 날로 많은 등산객들이 이 코스로 오르기도 했지만, 출발 때부터 오른쪽 무릎에 이상 증세가 와 걷다 쉬기를 반복하다보니 중전과 점점 멀어져 결국 오르막 처음 휴식처 이후 헤어져 정상에서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말았다.(이유는 정상인 연대봉에서 억새제가 11시부터 열리기에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제례음식을 좀 얻어 음복하기 위함이었는데, 정상에 도착해 중전에게 물어보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며 되레 나의 무릎을 걱정한다.)

 

 

 

11시가 다 되어가며 정상인 연대봉 쪽에서는 확성기로 제사를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아직도 첫 봉우리인 선인봉도 가지 못했다.

중전이 걱정돼 전화했더니 환희대(?)라고 한다. ‘아니 벌써?’ 하지만, 그것은 환희대 1.4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착각한 듯하다.

내가 그곳까지 가는데 만도 23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아이고, 아이들도 잘 만 가는데, 나는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중전과도 떨어졌을까?’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선인봉인 듯...

 

 

 

보성 오봉산의 조새바위를 닮았나? 이름 모를 바위를 지나며...

 

 

 

천관산은 장천재 방향에서 보면 크게 세 갈래 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가운데 능선이 2코스이다.

우린 나중에 맨 왼쪽 능선인 1코스로 내려올 예정이다.

 

 

 

중전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이왕 버린 몸, 사진이라도 옴팡지게 찍고 가자고 봉우리마다 다 올라가 보기로 한다.

 

 

 

이 바위는 영낙없이 복슬강아지를 닮았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구정봉.

 

 

 

천관산 구정봉은 맨 왼쪽부터 대장봉, 천주봉, 문수보현봉, 대세봉, 선재봉, 관음봉, 신상봉, 홀봉, 삼신봉 등 아홉 봉우리로 이루어졌는데 기기묘묘한 바위군을 통 털어 구정봉이라고 한다.

아마 관산읍 방향에서 보면 이 구정봉이 마치 천자가 쓴 뾰족한 면류관 같다고 해서 산 이름이 천관산으로 불린듯하다.

천관산의 이름 유래를 찾아보니, 천자의 면류관에 오채의 주옥이 꿰어 있듯 주옥같은 암석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산이란 뜻에서 불린듯하다.

그러나 천관산의 이름은 화엄경에서 유래되었으며, 천관보살의 영(靈)이 머물고 있는 산 이란 뜻을 가진 이름 이라고 한다.

 

 

 

또한 천관산의 각 봉우리들은 존재 위백규의 <지제지>에 기록되었다고 하는데, 가 봉우리의 표현이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1.대장봉(大臧峯)

바로 당번동(幢幡洞) 정상이니 천주봉 서남쪽에 있다.

그 곁에 책 바위가 네모나게 깎아져 서로 겹처 있어서 만권의 책이 쌓여 진 것 같다.

2.천주봉(天柱峯)

모두 보현봉 동남에 있는데,천주(天柱)를 깎아, 기둥으로 만들어 구름 속에 꽂아 세운것 같다. 불가에서는 깃발을 달아 놓은 보찰(寶刹)이라고 한다.

산동 사람들이 금관봉(金冠峯)이라 부른다.

3.문수봉(文殊峯) · 보현봉(普賢峯)

다같이 대세봉 동남쪽에 있어 모두가 높이 빼어나, 사랑스럽다.

산동인이 쌍홀봉(雙笏峯)이라 부른다.

4.대세봉(大勢峯)

관음봉 남쪽에 있는데 가장 높다.

큰 벽(壁)이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니,보기에 늠연(凜然)하여 가히 우러러 보지 못하며, 나는 새도 능히 오르지 못한다.

산동인이 문장봉(文章峯)이라고도 부른다.

5.선재봉(善才峯)

관음봉 곁에 있다. 혹 동자봉(童子峯)이라고도 하니, 불가에서 말하는 선재동자(善才童子 · 唐代 琵琶의 名手)이다.산동인이 부르기를 관음봉을 쌍필봉(雙筆蓬)

이라고도 하고 동자봉을 필봉(筆峯)이라고도 부른다.

6.관음봉(觀音峯)

사계동 맨 정상에 있는 바위를 말한다.

바위가 똑바로 만장(萬丈)이나 서있는 모습이며, 그위는 상투를 이루어 바다에서 해가 뜰 때 햇 살이 붉게 비추면 봉두가 밝았다 어두웠다 하여 마치 장륙금신(丈六金神 · 身丈이 一丈六尺이 되는 불상을 말한것)이 연화대상(蓮花臺上)에 높다랗게 도사리고 앉아 제신(諸神)의 호위(護衛)를 받은것 같으므로 염불승(念佛僧)들이 자신도 모르게 땅에 엎드려 두 손을 들고 절하면서 스스로 관음진신(觀音眞身)을 보았다고 말한다.

7.신상봉(神象峯)

관음봉 서북쪽에 있는데 ,심히 괴위(魁偉)하고 지오(支悟·겨우 버티는것)하나 또한 극히 높고 크다.

불설에 신상(神象)이 이곳에 머물며 관음보살의 설법하는 자리를 호위(護衛)한다고 하였다. 산동 사람들은 부르기를 연화봉(蓮花峯)이라고 한다

8.홀봉(笏峯)

신상봉 북쪽에 있으며,돌이 구름밖에 솟아 빼어나게 깎아진것이 마치 홀(笏 · 官職에 있는 者가 束帶時 갖는 手板이다.통상 대나무로 만든것)과 같다.

9.삼신봉(三神峯)

홀봉 서편에 있다.전 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신라 애장왕(哀莊王)이 왜적을 물리치고자 삼신사(三神寺)를 향산(香山)에서 맞이하여 이 산에 머물게 하고, 이 봉우리에서 관음보살께 예배(禮拜)드리며 화엄경을 연설하게 하니 ,왜구(倭寇)가 과연 스스로 물러 난고로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영조 1745년(乙丑) 9월에 조처사(曺處士)란 분이 천관산의 옛날 기록을 오대산에서 얻어 왔는데, 그 속에 기록된 것이 똑같으며 서암대사(西巖大師)의 일화기(一華記)에도 이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천관산에는 많은 봉우리 이름이 있는데 이미 고려 때 정명국사(靜明國師) 천인(天因:1205~1248)의 <天冠山記>에 나와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장천재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존재 위백규의 저서 <지제지>에 33개 기암 봉우리들의 이름이 나와 있다.

(출처 :: 존재 위백규 <지제지>, 덕운 위황량 <天冠山에 꿈을심고>)

http://blog.naver.com/lyjuny3365

 

 

밑에 보이는 봉우리가 선인봉인 듯,

아까 지나친 조새모양 바위도 보이고...

이러고 보니 가운데 2코스의 바위들도 참 기묘하게들 생겼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홀봉이 있는 곳은 천관사에서 올라오는 능선.

 

 

 

사마귀 얼굴 형상을 한 바위도 보이고,

 

 

 

이곳은 금강굴이 위치한 종봉 근처이다.

 

 

 

천관산 금강굴. 오른쪽으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굴이 있다.

하산하는 방향에 양근암이 금수굴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데, 이 금강굴도 양근암 방향이니 양근암 하나를 두고 금수굴과 다투는 양상일까? ^^

 

 

 

금강굴을 막 지나면 대세봉과 기암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종봉 위로 올라가 보려다 포기하고 만다.

가까스로 사람 한 명 맨 몸으로 기어야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감추고 있어 찾기를 잘했단 생각이다.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치 부도처럼 생긴 바위 옆 양지바른 곳에는 정상을 향해 나무상자 하나가 있어 궁금증이 폭발한다.

벌통인가? 하지만 못질이 단단하게 되어있어 벌통은 아닌듯하고 누가 여기에 나무 상자를 가져다 놨을까?

혹시 안에 유골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언젠가 무등산 의상봉에서 이와 비슷한 장례풍습을 본 적이 있는데 돌을 다듬어 석관처럼 만들어 봉분을 만들었으나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쓸려 내려가 지금은 석관의 흔적만 어슴프레 남아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인터넷 상으로 아무리 검색해 봐도 무슨 상자인지 아는 이가 없다.

 

 

 

선경이 따로 없다. 이것을 두고 선경이라고 하지 싶다.

멀리 남해 바다가 보이고, 종봉에 오른 이는 행복해 보인다.

독야청청 소나무 아래 앞에서 본 나무상자가 보인다.

 

 

 

물범 들을 닮은 바위를 지나...

 

 

 

이 바위 이름은?

 

 

 

‘물개바위’를 지나고...

 

 

 

모든 능선으로 사람들이 연대봉을 향하고 있다.

12시가 넘었는데 중전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도시락이라고 준비한 것은 오직 빵2개와 두유2개, 사과2개, 그리고 음료수 2병이 전부인데, 가방은 내가 짊어졌으니 배고픈 중전은 물이라도 제대로 얻어 마시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전화했더니 3코스 정상인 ‘환희대’라고 한다.

 

 

거기서 정상인 연대봉까지는 능선길이니 이제 험난한 길은 끝난 것이다.

억새 제례식에서 제례음식이라도 나눠 먹었을 것이란 생각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천관사 갈림길을 지나자 마치 용암이 솟구치다 그대로 식어 버린듯 한 기묘한 바위봉이 나온다.

 

이곳부터 환희대까지는 600m, 연대봉까지는 1.4km로 중전은 나보다 최소 1km는 앞선 셈이다.

장천재에서 천관사 갈림길까지 3.1km로 장천재를 10시30분에 출발해 12시 5분이 흘러가니 여기까지 딱 1시간 30분이 걸려 느림보 걸음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 다음엔 천주봉이다.

천주(天柱)를 깎아 기둥으로 만들어 구름 속으로 꽂아 세운듯하다고...

불가에서는 깃발을 매다는 보찰이라고도 하며, 산동사람들은 금관봉이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저 비석 같은 바위에 글자만 새겨 넣으면 광개토대왕비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천관사에서 올라오는 방향의 능선을 바라보고...

언젠가는 저쪽으로도 올라가 봐야....ㅎㅎ

블친 파워님의 포스팅을 보니 저쪽 능선도 솔찬하다는...^^

 

 

 

멀리 보이는 곳이 3코스 정상인 환희대이다.

마구마구 달려가고 싶지만, 무릎이 허락치를 않는다.

지금 생각은 내려갈 때가 더 걱정이라는...스틱도 없고..으짜까~~~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에서는 억새 아가씨, 억새 아줌마 선발대회가 진행 중이고...혹시 중전도 거기 참가했을까? 중전 정도 미모면 억새 아줌마 진(眞)은 따 놓은 당상인디..ㅎㅎ

 

 

 

환희대에서 올라온 능선을 조망해 본다.

아이고 장하다야. 무릎도 안 좋은디.

그나제나 천관산 장관이요..참말로 이..전라도 사투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환희대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대로 패스한다.

마침 점심때라 여기저기 밥 냄새가 풀풀 난다.

이제 연대봉까지만 가면 되는데...

 

환희대는 책바위가 네모나게 깎아져 서로 겹쳐 있어 마치 만권의 책이 쌓여진 것 같다는 대장봉의 석대를 환희대라 한다는데, 고려시대 <천관산기> 에 나오는 천관산 환희대는 ‘산에 오르는 자가 위험한 길로 곤란하다가 여기에서 쉬면 기쁘다는 뜻’이라고 하니 지금 나한테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 환희에 찬다.

 

 

 

‘무릎은 안 좋지’, ‘체력은 떨어졌지’, ‘밥 때는 지나 배는 고프지’, ‘언제 정상인 연대봉까지 가나’라는 걱정으로 마음은 급하지...

이럴 때 만난 능선의 초입 환희대... 보는 그 순간이 정말 환희였다.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는 1km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그 길은 바로 억새의 길로 가을 천관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다.

 

 

천관산 억새평전은 고려 때 일본공략에 나선 여몽연합군이 군선건조를 위해 산의 수림이 크게 남벌당해 만들어졌다. 고려시대 원나라의 쿠빌라이는 고려를 정복하고 바로 일본을 정벌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쿠빌라이는 고려에 크고 작은 전함 9백 척을 건조하도록 하였으며, 전함의 건조는 부안의 변산과 장흥의 천관산의 2개소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원나라는 기마민족으로 배를 건조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송의 전함과 군사들을 이끌고 전쟁에 참가를 하였으며, 몽골군은 고려의 전함을 이끌고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임진왜란 때도 군선건조와 왜인들의 방화약탈로 다시 울창한 수목과 사찰들이 큰 수난을 겪었으며, 일제강점기부터는 일본 회사들의 건축재 반출사업으로 산이 크게 헐벗게 되어 지금의 억새군락을 이뤘다고 한다.

바다에 인접한 비극이 부른 산림훼손이었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한다.

 

 

 

 

오늘이 천관산 억새제가 열리는 날로 그야말로 구름 같은 등산객이 천관산을 찾았다. 아직 억새가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능선 길과 산자락으로 퍼져 나가는 억새의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처음 계획은 환희대에서 왼쪽에 봉긋이 솟은 구룡봉에 다녀오려고 했다.

그런데 천관산의 아름다운 기암괴석에 정신이 혼미해 시간오버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구룡봉에도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다.

그 아래 탑산사가 있다고 하니 훗날 탑산사에서 올라 환희대를 거쳐 천관사로 내려가는 코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기쁜다.

무릎이 아픈 것도 산에 올라 다음에 또 찾을 코스를 발견만 하면 잊어버린다.

그것이 산꾼들의 기쁨 아니겠는가.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 가는 길은 전형적인 가을억새 산이다.

무려 40만 평에 이르는 억새밭이 장관이다.

짙푸른 남해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섬 산행의 멋도 풍긴다.

멀리 고흥반도가 보이고, 억새는 언제라도 다시 오란 듯 천관산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나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종봉과 천주봉을 보면서 억새 숲을 따라 천천히 연대봉으로 향한다.

빨리 갈래야 갈 수가 없다. 왜? 억새 길이 너무 아름다우니까.

 

 

 

탑산사 갈림길이다.

그러고 보니 탑산사 주차장까지는 1.1km밖에 되지를 않는다.

이런, 천관산을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코스를 놔두고 빙 돌아 왔으니...

하지만, 그 방향으로 원점회귀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바위들을 올라 볼 수나 있었겠는가 싶으니 원점회귀시는 생각지도 말자.

 

 

연대봉까지는 앞으로 600m

중전, 기다리시오...내 금방 가리오~~

 

(2편에서 계속)

(글 : 포토뉴스코리아, 2015광주 유니버시아드 블로그 기자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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