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명산)초여름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 1편 (중산리-칼바위-법계사-천왕봉)

2011. 6. 7. 01:25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오프닝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사방을 한 바퀴 돌아보는 동영상으로 시작하는 것은 지리산을 최단 시간에 오르는 중산리 코스로의 등정에

대한 감흥이 남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의 지리산 천왕봉 등정은 사전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산행이 예정된 날에 갑작스레 일이 생겨

못갈 뻔 한 것을 행운이 따라 주어서 갔기 때문이다. 어쩜 지리산 천왕봉 등정의 행운이 나에게 와 준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오늘 천왕봉 등정은 광주 원산우회와 같이 하였다.

내가 최근에 가입한 산악회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매주 토요일날 산행이 있는 빛고을 토요 산악회이고 또 하나가 매주 일요일 산행에

나서는 광주 원산우회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덕유산 종주산행을 하였고 이번주는 벼르고 벼르던 지리산 천왕봉 등정을 위해 이틀전부터

준비에 나섰다. 지난번 덕유산 종주의 실패를 부실한 체력탓으로 돌린 나는 금요일부터 기아타이거즈 야구를 관전하면서 야구 기록지를

옆에 두고 사이클을 2시간에 걸쳐 하루에 30km씩 이틀을 탔다.

체력이 부실하면 오늘같은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대원사로 빠지는 약12시간에 걸치는 당일 산행은 생각도 못한다.

이틀간의 체력운동을 통해서 근력을 강화하고 또 기아타이거즈의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며 1위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도 정신적인 안정을 가져와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산행은 지도에 나와 있는 코스의 반대방향이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유평 탐방지원센터로 가는 19.1km의 산행으로 소요시간은 12시간으로 되어있다. 즉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코스며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도 1박2일 코스로 되어있다. 그런데 사실 중산리 주차장에서 탐방안내소까지 약1km에 유평 탐방안내소에서 대원사 주차장까지 약3.5km를 더하면23.6km에 이르는 엄청난 길이의 코스다. 이정도 거리면 아마 대원사 주차장에는 캄캄할 때 떨어질 것으로 보여 어느정도 스피드를 내지 않으면 랜턴도 없는지라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서두리기 시작한다.

 

△(09:15)중산리 주차장을 지나 상가를 지나면서 보니 천왕봉까지의 거리가 6.5km로 되어있다. 지금 여기 나랑 같이 가는 사람들은 모두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가는 사람들이다.

지리산은 높이가 정확히 1916.77m란다. 동악의 토함산, 서악인 계룡산, 북악인 태백산, 중악인 팔공산과 더불어 남악인 지리산으로 신라5악의 하나이다.  옛이름은 두류산, 방장산으로도 불렸으며 서쪽끝의 노고단과 서쪽 중앙의 반야봉등 3봉우리를 중심으로 길이가 동서로 100리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그 산을 오르는 최단 코스인 중산리코스는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자 하는 님들한테는 최고의 코스인 것이다.

이 코스로만 일년에 약20여만명이 올라간다 한다.

 

△가다보면 이렇게 샛길이 있다. 도로는 S자 코스로 돌아가고 샛길로 가면 바로 위 도로와 만난다.

 

△내가 나를 찍는 또 다른 방법은 이렇게 도로 반사경에다 대고 눌르면 된다. 

 

△도로가 좁아 인도가 없다 보니 이렇게 따로 사람이 다니는 길을 데크로 만들어 놓았다. 내 앞에 가는 님들은 아마도 지리산을 역방향으로 종주에 나서는 님들인 것 같다.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보인다.

 

△국립공원 주차 매표소인데 천왕봉가는 길목에 법계사가 있다. 유명 사찰치고 입장료 안받는 사찰이 없는데 이곳은 무료입장이다.

 

△(09:35)중산리 탐방안내소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km로 되어있다. 그런데 한 5분을 더 걸어올라가면 중산리 야영장이 나오는데

거기에서도 5.4km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온다.

 

△중산리 계곡이다. 천왕봉 바로 밑에 있는 천왕샘에서 출발하여 이곳을 지나 덕천강으로 흘러들어 경호강과 합류하고 다시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흘러 결국 남해바다까지 흘러간다.

 

△(09:40)중산리 야영장 입구다. 천왕봉까지 5.4km가 남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이다.

야영장을 지나며 가슴을 펴고 깊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천왕봉 들머리는 이렇게 단아한 모습이었다. 법계사에 올라가는 평범한 보통의 길이다.

 

△가면서 중산리 계곡의 흐르는 물도 감상하고 여기저기 들여다 보고 간섭하고 가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

 

△(09:54)법계사까지 2.7km남았다. 700m올라오는데 14분이 걸렸다. 여기까지는 문워크를 추면서도 올 수 있다.

 

△지금부터는 좀 가파르다. 돌과 암반으로 이루어진 등산로를 따라 하염없이 올라가야 한다.

 

△(10:07)칼바위다. 아마 하나의 바위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 둘로 갈라진 모양인 것이 칼로 자른것 같다해서 붙혀졌을까?

야영장입구에서 여기까지 27분 걸렸다. 깐닥깐닥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올 수 있는 산책코스정도 되는 것 같다.

 

△(10:10)칼바위 삼거리로 들어가는 출렁다리이다. 여기서 엉덩이 골반을 좌우로 흔들어 배런스를 맞춰본다.

 

△칼바위 삼거리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2.4km를 55분걸려서 왔다. 여기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스트레칭으로 온 몸의 뭉쳐든 근육을 풀어준다. 물도 한모금 마시고 앞으로 내게 다가올 또 다른 길을 만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칼바위까지 온 길이 산책코스정도 였다면 지금부터는 본겨적인 등산코스이다. 여기서 서두르면 안된다. 페이스조절을 해가며 차분히 첫 걸음을 내딛는다.

 

△(10:54) 첫 계단이다. 옴서 감서 이런 수 많은 나무계단이 나오는데 계단을 스틱을 이용해서 체력소모를 줄이며 올라가는 것도 체력을 안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괜시리 무리해서 한 걸음에 내달리다가는 막상 중요한 법계사부터 천왕봉까지의 난코스에서 중도 탈락할 수도 있다.

 

△두번째 계단이다. 계단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쉬어가는 님들이 많다. 거친 숨을 가라 앉히고 또 물도 마시며 쉬어가지 않으면 어려워진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안다. 

 

△(10:59)망바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중산리 계곡을 따라 법계사의 목탁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온다. 

그 목탁소리에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목탁소리를 듣고 마음의 평온을 느껴야 하는데 반대로 조급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난 속세의 인간이다. 

 

△그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가까이 들리는 것으로 봐서 법계사가 이 고개만 넘어가면 있으리라.

법계사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수도 없는 계단 등을 올라서야만 갈 수 있다.

주차장에서 2시간 30분을 올라야 갈 수 있는 법계사에 시주하시는 분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

 

△(11:30)드디어 저 멀리 법계사가 보인다. 지척에 있는것 처럼 느꼈는데 30분을 더 올라서야 이렇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법계사에서 들려온 목탁소리는 틀림없이 지리산의 바람이 전해 준것이 맞다.

 

△손에 잡힐 듯이 천왕봉이 눈앞에 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법계사가 로타리산장 바로 앞에 있으므로 약2km만 가면 천왕봉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바로 지척에 있지만 그 멋진 봉우리를 만져보기엔 너무 가파르게 보인다.

 

△아마 저 능선은 우리가 가야할 중봉과 써리봉일 것이다.

 

                             △(11:32)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두자..사진 찍어준 대학생들이 나의 정수리와 천왕봉을

                             정확히 일치시켜 주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로타리산장앞에 있는 바위이다. 어떻게 바위가 이런 모습으로 있을까? 누군가 불끈 들어서 올려 놓은 것처럼 서있다.

 

△(11:35)로타리 산장에 도착했다. 중산리주차장에서 4.5km를 2시간 20분 걸려서 왔다.

 

△로타리대피소에서 간식을 먹기 위해 배낭을 뒤지다 깜짝 놀랬다. 출발할 때 간식용으로 사 놓은 초코렛과 캔커피를 안 챙긴 것이다.

지금까지 산행에 나서면서 한 번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 아마도 간밤에 늦게까지 기아타이거즈 관련 칼럼을 쓰고 몇군데 송고

하다보니 까먹은게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 되는데 또 그 방법을 잊어버린다.

오로지 간식을 먹을 생각으로 온통 내 두뇌가 움직이는 것이다. 산장에서 영양갱 3개와 캔커피를 사서 허기진 배를 때운다.

 

△(11:46)로타리 산장에 있는 샘물이다. 여기서 물을 보충할까 생각을 했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님들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출발전 부터 식수는 넉넉히 준비했다. 이온수 1.5L를 두병에 나눠담고 생수 500ml 한 통을 넣어 와서 치밭목대피소까지는 여유가 있다.

 

△(11:46)법계사 일주문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경내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싶으나 가야할 길이 너무 멀고 길다.

아쉬운 마음 일주문 앞에다가 내려놓고 간다.

 

△법계사에서 바라본 중산리 방향이다. 그리 멀지 않아 보이지만 2시간 20분정도 걸렸다.

 

△중산리를 바라보고 있는 문창대의 기암...

 중산리를 바라보며 어서들 올라오라고 손짓하는 어린아이 모습이다.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2km의 거리는 지금까지 온 거리의 절반도 안되지만 시간은 2시간 가량 걸린다. 혹시라도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꼈거나 또 신체에 이상이 감지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12:00)법계사를 떠난지 15분이 지났다. 출발전에 간식을 먹었지만 급격한 체력소모로 금새 배가 고파진다.

점심을 먹고 가느냐 아니면 천왕봉에서 먹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한다.

 

△이렇게 돌로 된 등산로는 천왕봉까지 쭈욱 계속된다.

산을 우리는 왜 오르는가? 에 대한 대답을 듣고자 계속 오른다...

 

△(12:44)개선문에 도착했다. 법계사에서 1.2km를 올라와 남은 거리는 800m밖에 안되지만 그 800m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솔직히 개선문이라면 지리산 종주를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곳에 있어야 맞는게 아닌가? 아마도 이 명칭이 생긴것은 오래지 않은 것 같다. 노고단에서 출발해 온 사람들에겐 이 곳이 개선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중산리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는

개선문이 아닌 천상으로 가는 출입문이 맞다.

 

△여기에는 아직 철쭉꽃이 생생하게 피어었다. 그늘진 곳에는 생생하지만 햇볕을 온 몸으로 받는 철쭉은 이미 다 떨어졌다.

 

△천왕봉이 바로 코앞에 있다. 하지만 저 거리도 800m나 된다.

 

△(12:49)이제 초등1년쯤 되는 꼬마 아가씨다. 엄마랑 단 둘이서 천왕봉에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다. 체력적으로 우세한 어른들도 힘겨워하는마당에 이제 8세정도 되는 꼬마  아가씨의 천왕봉 등정은 미래의 훌륭한 여성 산악인으로 만들어 가는 엄마의 트레이닝 과정일까?

 

△철쭉꽃을 그냥 안보고 지나칠 뻔 했다. 모두들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바닥만 보고 가야 한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도 쳐다보고 뒤도 돌아보자..잠깐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럽지만 뭉친 목 근육을 풀어주고 가야한다.

 

△(13:04)결단을 내렸다. 도저히 배가 고파 올라갈 수가 없다. 남은 영양갱 하나로는 택도 없다. 그래서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부지런히 양방향으로 찾으면서 걷다가 길에서 한 5m떨어진 호젓한 소나무아래 바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정성껏 준비해준 중전의 김밥이다. 지난주 덕유산 종주때는 초밥을 준비해 주더니 이번엔 김밥으로 준비해서 아침도 먹고 이렇게 천왕봉아래서 점심도 먹는다.

 

△점심을 먹으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천왕봉 바로 아래의 허리가 보인다. 내가 듣고자 하는 대답중 하나가 여기서 보인다.

 

△(13:21) 삿갓을 쓴 도인도 나랑 같이 쭉 천왕봉등정에 동행한 분이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도사님이세요?"하고 우문을 하니 돌아온 답은 웃으며 "아니요. 가짜 도사입니다."라는 현답이다. 설사 진짜 도사라도 내가 도사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ㅋㅋ 내가 봤을 땐 도사는 아니어도 도인은 맞는것 같다.

 

△이제 나무로 된 계단도 막바지다. 이 계단을 넘어서면 천왕샘까지는 모처럼 만나는 평지다..

 

△그래서 그 평지를 걸으면서 철쭉사이로 보이는 반야봉과 노고단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갖는다. 문득 문득 뒤 돌아보며 내가 지나온 길을 다시 음미해보는 것도 산에 오는 이유중 하나다...왜 돌아보는가? 힘들게 땀흘리며 정상에 오르기 위한 여정을 돌아보는 현명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앞만 보고 가지말자...가끔 이렇게 뒤돌아보면서 지나온 삶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내가 산에 오른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13:26)천왕봉에 오르는 마지막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님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다. 이제 저기만 올라서면 바로 천왕봉이다.

 

△(13:29) 천왕봉 300m전에 이렇게 신이 내려준 천왕샘이 있다. 서부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이다. 이 조그만 물줄기들이 모여 중산리 계곡을 이루고 또 그 물이 흘러흘러 남강을 이루고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물에다 나의 마음을 풀어놓으면 남해바다까지 간다는 이야기다. 하늘 아래 첫 샘물은 이렇게 줄을 서서 한 모금씩 마시고 가야 한다.

 

△(13:30) 9시15분에 출발한 중산리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4시간 15분 걸렸다. 현재까지의 시간상으로는 분명 페이스가 빠르지는 않다. 탐방안내소에서 부터 넉넉잡고 4시간 30분 거리라고 되어있는데 난 탐방안내소에서 부터 시작하여 4시간 정도 걸렸으니 앞으로 남은 300m의 난코스를 30분안에 가야 넉넉잡고 오는 시간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13:33) 천왕봉에 올라가는 마지막계단이다. 즉 천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이니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힘들여 온 소중한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정성스레 밟고 올라간다.

 

△그 천상으로 올라서는 계단을 넘어서면 이렇게 돌로 이루어진 길이 나온다. 법계사에서 본 그 수 많은 님들의 행렬이 보이던 곳이다.

그 막바지 돌길과 천왕봉에서의 셀카모습을 또 안남기면 서운하다.

 

△내 뒤로도 도인을 포함하여 수 많은 님들이 묵묵히 천왕봉을 오르고 있었다.

돌위에 또는 흙위에 떨어진 물방울의 흔적은 그들의 소중한 땀방울이다. 수백, 수천의 님들이 이 천왕봉을 오르며 흘린 땀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 위에 또 땀방울이 떨어지며 마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의 가치는 천왕봉 정상에서 알 수 있으리라...

 

△하늘에 까맣게 떠 있는 패러글라이딩이다. 저 패러글라이딩은 아마도 구례군 광의면에 있는 활공장에서 부터 출발했으리라.

하늘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어떨까? 인간이 새가되어 바라보는 천왕봉은 또 어떤 모습일까. 지리산 종주를 걷지 않고 저렇게 날아서 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

 

△(13:49)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부터는 6.5km를 4시간35분에 그리고 탐방안내소에서 부터는 5.4km를 4시간14분에 왔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대원사 방향이므로 11.7km를 가야한다. 갈길이 너무 멀다. 시간은 오후2시가 다 되어가는데...최대한 짧은 시간동안 천왕봉에서 모든 종류의 감정을 느껴보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천왕봉너머 헬기장에서는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아마 저 무리엔 광주원산우회 님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보는 왼쪽으로 부터 노고단, 반야봉이 보인다. 반야봉 우측으로 아스라히 보이는 만복대옆으로 지리산 서북능선길도 보인다.

저 능선길을 따라가면 정령치-고리봉-세걸산-부은치-팔랑치-바래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내년에 팔랑치 철쭉꽃을 보러 내가 가야할 길이다. 정령치에서 출발하여 허브랜드로 내려오는 길..내년 5월말을 기다리며 서북능선길을

눈에 꼭 담아둔다.

 

△천왕봉에서는 표지석을 두고 인증샷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특히나 나혼자 이다 보니 누가 큰맘먹고 찍어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좀 여유가 있는 표지석 뒤쪽에서 이렇게 찍을수 밖에 없다..표지석 앞엔 지리산 천왕봉이라고 쓰여있을 뿐인데 말이다.

 

△(13:57) 그런데 그 뒷 모습이 더 의미깊지 않은가?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이렇게 쓰여있다.

광주 무등산 서석대엔 광주의 기상 이곳에서 발원되다.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기상은 어디에서 발원되었을까? 에베레스트인가?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기 천왕봉은 마음껏 그 기상을 돌려주고 있었다..그래서 이렇게들 이 표지석을 어루만지고 하는 것이다..아마도 수 백년 수 천년이 지나면 이 표지석도 닳아서 그 크기가 계속 줄어드리라.....

산에 오르면서는 이 풍진 세상의 온갖 고통과 아픔을 모두 잊는다..허약한 심신을 추스리고 또 산이 주는 기운으로 원기를 채워서 다시 삶의 현장으로 와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에 올땐 몽땅 나를 비우며 가야 한다...하나씩 둘씩...차례로 차례로 굵은 땀방울과 함께

흘려버리고 묵묵히 오르다 보면 이렇게 산의 정상에서 새로운 기를 채워서 가는 것이다..

내가 산의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그렇게 비움을 통한 채움을 얻기 위해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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