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랜드 산책 나섰다가 엉겁결에 오른 장흥 억불산

2016. 1. 13.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새해 첫 날 장흥 억불산에 올랐다.

높이가 518m다.

518m라고 하니 웬지 친숙한 숫자이다.

 

그렇다. 518m는 광주의 한을 담고 있는 숫자이다.

어쩜 이리 똑 같은 숫자가 장흥에 있는 것일까?

우연치고도 너무 우연같은 장흥 억불산 높이.

 

원래 장흥 우드랜드 힐링로드를 따라 가볍게 산책만 하려 했으나

그 518이라는 숫자에 끌려 스마트폰 하나 들고 대책(물이나 간식 등)없이 무작정 오른 산이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꽤 높은 산을 오른 것 같지만,

사진으로 보는 여정을 살펴보면 등산했다고 자랑하기 민망할 정도다.

그저 잘 닦여진 데크로드를 따라 정상까지 걸어갔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산에 오른 것은 분명하다.ㅋㅋ

 

 

 

장흥 억불산은 천관산, 제암산, 사자산과 더불어 장흥 4대 명산이다.

오르는 길은 다양하지만, 나는 장흥 우드랜드에서 올라보기로 한다.

원래 계획에 없던 산행이지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518이라는 숫자에 끌려 가게 된 것이다.^^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3.8km 등산로를 '말레길'이라고 한다.

이 길은 무장애 데크길이라고 부르는데 정상까지 계단 하나 없는 데크 길로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다.

 

 

 

새순이 막 돋고 시작한 싱그러운 녹차밭. 건물 너머 멀리 보이는 산이 억불산이다.

우드랜드는 편백숲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지천에 녹차밭도 있어 싱그러움을 더했다.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다보니 동백도 벌써 꽃을 피우고...

 

 

 

우리가 묵었던 장흥 우드랜드 내 통나무집.

 

 

 

그럼 말레길을 따라 억불산 정상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우드랜드 입구부터 시작하면 3.8km지만 우리는 통나무집까지 차량을 가지고 왔기에 0.8km를 단축했다.

말레길은 나무로 된 데크길이기에 눈이나 비, 서리가 끼면 매우 미끄럽다. 그렇다고 스틱이나 아이젠을 착용해도 안된다.

결국, 비나 눈이 오면 말레길을 스틱이나 아이젠없이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편백 사이로 보이는 산은 사자산. 그 너머로 제암산이 보인다.

장흥 3대 산 중 억불산만 미등정이었는데, 오늘 결국 오르고 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말이다...ㅎㅎ

 

 

 

 

보이는가?

이렇게 편하디 편한 길이 정상까지 쭉 이어진다.

계단도 없다. 하여 조금 가파른 곳은 힘이 들지만, 그 거리는 매우 짧기에 구두를 신고 양복을 입고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산책로가 계속 이어지는 줄 알고 엉겹결에 억불산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ㅋㅋ

 

 

 

억불산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며느리바위다.

뭐~~인터넷 검색해 보면 다 나오지만,

잠깐 며느리바위에 얽힌 전설을 풀어보자면...

 

'박씨와 임씨가 사는 마을이 탐진강변에 있었다.

구두쇠 영감은 시주하러 온 도승을 박절하게 대하자 며느리는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도승은 며느리에게 '모월 모일 이곳에 물난리가 있을 것이니,

무슨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말고 앞산으로 가라'는 예언을 해 주었다.

 

도승의 예언이 있던 날 며느리는 물난리를 피하여 산을 오르다가

'며늘아가! 나를 두고 혼자만 가느냐?'하는 구두쇠 시아버지의 애절한 부름에 뒤를 돌아다보자

그만 그대로 돌로 변하였다.

그 바위를 며느리바위라고 부른다.

 

며느리가 쓰고 있던 수건이 남풍에 날려 떨어진 곳은 지금의 '건산마을'이며

구두쇠 영감이 살던 곳 청랑정 앞에는 박림소가 있다. 그곳에서 정남진 물축제가 열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구두쇠 시아버지라도 모시고 가야지~~~

 

 

 

편백은 최대 40m까지 자란다고 한다.

사시사철 늘 푸르른 모습으로 굳건한 기상을 표현한다.

 

 

 

억불산 일원 100만 평방미터의 편백숲에 한옥, 통나무집, 편백노천탕, 편백 톱밥 찜질방, 목재문화체험관,

편백소금집 등이 있는 우드랜드는 2009년 개장해 장흥 최고의 랜드마크가 되었는데, 장흥군에서 직영하는 관휴양림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흥읍.

 

 

 

 

억불산에도 너덜겅이 있다.

억불산 정상에 우뚝 솟은 암벽들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깎여 무너져 내린 것이다. 

길이도 상당하다. 광주 무등산 덕산너덜, 지공너덜 보다 규모는 작지만 청소년들에겐 살아있는 지질교육의 장이 된다.

 

 

 

중턱쯤에 보이는 건물은 정남진천문과학관이다.

천문대라면 상당히 높은 고지에 있어야 맞지 않는가?

아하..그래서 천문과학관인가? ㅎㅎ 

 

 

 

보성만은 연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날이 좋았다면 시퍼런 바다가 보일 것인데...

 

 

 

꽤 올라왔다.

발아래 우드랜드가 보이고...

 

 

사자산도 발아래 보인다.

하지만 사자산은 높이가 666m이고, 그 뒤의 제암산은 779m에 이른다.

 

 

 

보성만쪽

하늘과 바다가 색깔이 같아 구분이 모호하다.ㅎㅎ

 

 

 

이윽고 오른 억불산 정상인 연대봉

정상석의 518m란 숫자가 무척 반갑다.

 

 

 

 

제암산에서 사자산 일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고...

몇년 전 5월, 철쭉꽃따라 저 능선을 걸었던 기억이 아련한다.

 

 

 

정상에 섰으니 인증이라도 해야지..

배낭도 없이, 물도 없이, 간식도 없이, 땀을 닦을 수건도 없이

그야말로 대책없이 오른 산.

하지만, 억불산은 너무도 쉽게 정상을 내주었다.

518을 상징하는 산이기 때문일까?

누구나 입고 있는 옷과 신발 그대로 오를 수 있는 산.

만인에게 평등한 산.

바로 518정신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대.

이곳에서 며느리바위로 갈 수 있지만,

하산길이 험난하다고 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산길에는 여유가 넘친다.

오르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구마구 보인다.

긴 나무의자에 기대고 앉아 쉼도 가져보고 따사로운 1월 첫날의 햇빛도 받아본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의 엄청난 밀도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쭉쭉 뻗은 편백나무가 호기롭다.

 

 

 

통나무집을 감싸고 있는 녹차밭에 들어가 새순도 담아보고...

 

 

 

겨울에 꽃을 피워 굶주린 곤충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준다해 한결 같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털머위.

 

 

 

그리고 편백톱밥 깔린길을 맨발로 걸어보고...

 

 

 

우드랜드 편백숲 흔들의자에 앉아 그네를 타며 하늘을 향해 마음껏 치솟은 편백을 바라본다.

나도 저 편백나무를 닮고 싶다.

무리를 짓고 있기에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똑바로 서서 하늘을 향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가 없다.

가족, 사회, 직장, 친구와 더불어 산다.

그렇게 편백을 닮고 싶은 사람들과 무리를 짓고 사는 세상이 보고잡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사진기자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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