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암릉미와 빼어난 오솔길이 돋보인 월출산 주지봉과 문필봉

2016. 2. 4.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왕인박사와 도갑국사가 태어난 영암 월출산 자락의 구림마을.

2,200여년의 마을 역사가 보여주듯 한 눈에 봐도 명당임을 알아볼 수 있는데,

영험한 마을을 두손으로 포근히 감싸고 있는 월출산 주지봉과 문필봉을 미세먼지에 박무까지 낀 날이지만,

2월 동창회 산악회의 정기산행코스라 답사겸 친구들과 번개산행으로 다녀왔다.

 

 

 

오늘 산행은 영암군 군서면 죽정마을에서 시작해 월대암, 죽순봉, 주지봉, 문필봉, 왕인박사유적지, 도갑구림습지를 거쳐

다시 죽정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총 이동거리는 9.35km에 소요시간은 4시간 50여 분이 걸렸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고 간단한 간식거리만 챙겨 간 산행으로 사진 찍는 시간이 많았기에 4시간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으며,

곳곳에 왕인박사의 유적지와 전설이 있어 배움과 산행을 동시에 즐긴 알찬 나들이가 되었으며 하산해서 월출산 온천욕을 즐기고

때늦은 점심으로 푸짐한 뒷풀이가 되었다.

 

산행코스 : 죽정마을-문산재와 양사재-책굴-월대암-죽순봉-주지봉-문필봉-주지골-왕인박사유적지-죽정마을

산행시간 : 9.35km. 4시간 50분

 

 

 

하늘타리라는 식당이 산행 출발점이다.

도갑사로 들어가는 길목인데 적당한 곳에 주차해 놓고 다리를 넘어 왕인박사유적지 방향으로 출발한다.

 

 

 

 

가는 방향에 문산재와 양사재, 왕인석상과 책굴 등이 있으며 산행을 하지 않고 왕인박사 유적지 방향으로 가도 된다.

 

 

 

 

동백나무 우거진 비탈길이 힘들게 이어진다.

하지만 동백숲 사이로 난 오솔길도 있어 선택만 잘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쉼터에서 오른쪽 왕인박사유적지까지는 1.7km,

왕인문화체험길은 왕인박사유적지에서 문산재와 양사재, 왕인석상, 책굴까지 이어지는데,

우리 일행은 계속해서 주지봉과 문필봉을 돌아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였다.

 

 

 

 

유서깊은 지침바위라는데...

닥나무를 이 바위에다 놓고 찧어서 종이를 만들었다해서 지침바위(紙砧岩)인데, 높이 8m, 둘레 25m나 되는 큰바위로

약간 오목하면서 반반하게 패여있고 오르내린 발작국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역시 왕인박사와 연관이 있는데, 후학자들의 왕인박사 추억시에 지침바위가 등장한다.

 

文山齊憶 王仁古師詩  문산제 <지침바위> 왕인 옛스승 추억시

 

種樹人何去  닥나무 심어놓고 사람은 어디메 갔는고

年年獨秀靑  해마다 닥나무만 저홀로 푸르렀네

忽驚天下溺  천하가 문득 어지러워 놀라니

博施濟衆淸  널리 모든 겨레 건지셨네

王師天年跡  왕인스승 천녀의 옛터에

猶有紙砧岩  지침바위만 그대로 남아있네

 
 

 

 

 

양사재(養士齋) 와 문산재(文山齋)

 

우선 왕인박사에 대해 디지털영암문화대전을 인용해 간단히 설명해 보도록 한다.

 

왕인(王仁)은 백제 제14대 근구수왕(近仇首王)[재위 375~384] 때에 영암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월출산의 정기를 받은 군서면 동구림리 성기동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영특하고 재주가 많아 주위 사람들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양사재(養士齋)가 있는 곳은 월출산 주지봉 아래 해발 350m 높이로 왕인은 양사재에 8세 때 들어와 유학과 경전을 공부했으며, 또래에 비해 학문에 대한 성취가 뛰어났다. 특히 문장이 뛰어나 18세에 오경 박사(五經博士)에 등용되었다.

 

왕인은 32세 때 (백제 제17대 아신왕)()의 응신 천황(應神天皇)의 초청을 받아 군서면 서구림리에 있는 상대포(上台浦)[배첩골]에서 배를 타고 왜로 건너 갔는데 이때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도공(陶工), 야공(冶工), 와공(瓦工) 등 많은 기술자들과 함께 왜로 건너갔다.

왜에 도착한 왕인은 태자의 스승이 되어 왜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우고 일본 가요를 창시하였고 기술과 공예를 전수했는데, 그때 일본의 정치와 경제, 문화, 예술이 꽃피고 아스카 문화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왕인박사유적지에는 생가터와 사당이 있으며 영정과 위패가 봉안되어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다.

왕인박사의 실제 무덤은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에 있다.

 

 

 

 

(좌)양사재가 유생들이 수학하는 서원식제당이었다면 (우)문산재는 문이 산처럼 쌓였다는 뜻의 서당으로 전국각처에서 문인재사와 수학자들이 운집하여 군자석학을 수없이 배출하였다는데, 현재의 건물은 1986년 왕인박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문산재 바로 뒤편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왕인석상과 책굴이 나온다.

왕인은 어려서부터 총명해 공부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천연 석굴에서 들어가 학업에 전념했는데,

왕인이 책을 읽던 굴이라해서 후세 사람들이 책굴이(冊窟)이라 불렀다. 

 

 

 

 

석굴은 폭2.5m, 길이7m, 높이5m 정도의 직사각형 굴이다.

이곳에서 학업에 정진한 왕인은 18세에 오경박사(五經博士)에 등용되었다.

 

오경박사(五經博士)

백제에는 여러 전문분야에 박사들이 있었는데 <주역(易)>,<시경()>,<서경()>,<예기()>,<춘추()> 등  경서()에 능통한 사람을 오경박사(五經博士)라 하여 귀히 여겼다.(자료출처 : 네이버백과사전)

 

 

 

 

 

책굴은 상부가 뚫려있어 비바람에 노출되었으나 외부의 암벽에 기둥을 세웠던 흔적으로 봐서 누각형태로 책굴이 보호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후세 사람들이 책굴을 보호하기위한 노력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책굴옆의 왕인석상은 문수상, 문수암이란 별칭으로 마을에 구전되어 왔다.

법의를 입고 양손을 소매에 넣어 배 앞에 가지런하게 놓은 입상으로 직사각형 돌에 조각되었다.

표현으로 봐서 고려 중기의 상으로 추정된다는데 왕인석상이라는 이름은 근래에 붙여졌다고 한다. 

책굴을 위에서 본 모습인데 기둥을 세웠던 흔적이 보인다.

 

 

 

산행하면서 콧구멍 바위라고 명명했는데, 영낙없는 콧구멍이다.

 

 

 

책굴이 있는 거대한 암봉을 월대암이라고 부른다.

이 월대암은 토르지형으로 월출산 천황봉과 함께 백악기 말인 약 9000만 년 전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다.

 

 

 

토르가 널려있는 월대암

 

◈토르(Tor)

토르는 풍화 작용에 따라 기반암과 떨어져 그 위에 있는 암괴를 말한다. 토르는 풍화에 약한 암석이나 절리가 많은 암석에 잘 나타나는데, 화강암은 암석 중에서 수직, 수평 절리가 가장 잘 발달하는 암석으로 수직과 수평 방향의 절리들로 인해 블록모양으로 갈라진 화강암이 오랜 시간동안 풍화를 받으면 블록의 모서리 부분이 더 많이 풍화되어 가운데는 동글동글한 돌이 남고, 주변은 풍화 물질로 완전히 둘러싸이게 된다. 모서리 부분이 풍화된 토양이 씻겨지고 나면 동글동글한 핵석만 석탑처럼 쌓이게 되는데, 이것을 가리켜 토르라고 한다.(자료출처 : 네이버백과사전)

 

 

 

설악산 흔들바위도 토르의 한 형태지만 정말 사람이 밀면 흔들거린다.

하지만 월출산 월대암의 거대한 토르는 전혀 흔들거리지 않는다.

상부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겨우 세단밖에 되지 않는 사다리에 의존해야 한다.

 

 

 

 

위험해 보이지만 실상 위험하지는 않다.

오르려고 기를 쓰는 친구^^

 

 

 

월대암에서 바라본 구림마을과 건너편의 은적산

 

 

 

 

월대암에서 바라본 월출산 천황봉

 

 

 

 

 

월대암에서 바라본 문산재와 양사재

 

 

 

 

우측으로 길이 있음에도 희미해 찾지 못하고 길도 없는 가파른 길로 올라섰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에 정상 등산로를 찾았다.

 

 

 

 

월대암 이후 첫 조망바위에서...

 

 

 

 

죽순봉까지 계속 완만한 오르막이었지만 여기서부터는 능선길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멀리 주지봉 정상이 보이고...

 

 

 

 

천년고찰 도갑사도 조망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해남 대흥사(大興寺)의 말사인데, 신라 말기에 영암 구림마을 출신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잠시 뒤돌아 보고...

 

 

 

 

누가 월출산 아니랄까봐 주지봉도 기암괴석이 장관인데 좌측으로 안전한 등로가 있지만,

바로 보이는 암벽으로 올라가 보도록 한다.

좌측으로 안전한 등로가 있지만, 바로 보이는 암벽을 올라가도 된다.

 

 

 

 

그런데 여기서 보기는 우회로가 더 위험해 보인다.

 

 

 

 

 

주지봉으로 가는 통천문을 통과한다.

 

 

 

 

사람 하나 겨우 빠져나올 크기의 통천문.

 

 

 

 

돌탑을 쌓고 있는 친구 너머로 문필봉이 보인다.

 

 

 

 

 

통천문을 넘어오는 친구.

로프를 잡지 않고도 내려올 수 있다.

 

 

 

 

 

통천문 지나면 주지봉이 나온다.

주지봉도 죽순봉과 같이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는데 국토지리원 표지석이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알 수 있다.

 

 

 

 

주지봉에서 바라본 문필봉

정말 붓을 거꾸러 세워 놓은 모습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위용을 뽐낸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문필봉이다.

오늘 산행은 문필봉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와 오른쪽 주지골로 하산한다.

 

 

 

 

 

문필봉은 매우 가파르다.

10m이상 밧줄 하나를 붙잡고 올라서야 한다.

 

 

 

 

 

 

다시 한 번 비좁은 바위를 붙잡고 올라서야 정상 아래에 설 수 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밧줄이 없어 오를 수 없다.

대신 칼바위에서 대신 스릴을 만끽하고 돌아선다.

 

 

 

 

문필봉 정상아래에서 본 나마(gnamma)의 흔적

 

나마(gnamma)

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기반암의 표면에 형성된 접시 모양의 풍화혈로 화강암의 기반암 표면에 가장 잘 형성된다.

대표적인 나마는 속리산 문장대, 월출산 구정봉 등이다.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밧줄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한손으로는 암벽을 붙잡고 밧줄은 보조안전장치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문필봉 안부에서 만난 노각나무 군락지

사슴뿔(녹각)처럼 황금빛 수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백로다리(노각)처럼 매끈하게 생겼다고 해서 유래되었다.

전세계에 7종의 노각나무가 있는데 한국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제 왕인박사유적지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푹신한 낙엽더미가 깔린 오솔길로 인적이 드물어 길도 희미한데

곳곳에 너럭바위가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 좋았다.

 

 

 

 

낭주최씨 묘소를 지나...

 

 

 

 

꿀 농사짓는 콘테이너가 나오면 다 나온 것이다.

 

 

 

왕인박사 유적지로 가는 길에 있는 전주이씨 문중의 제실 담숙재(湛肅齋).

1858년 건립되었다는데 현재의 건물은 1987년 보수했다고...

 

 

 

왕인박사유적지 뒤편을 지나간다.

이곳에는 왕인박사 사당이 있어 영정과 위패가 봉안되어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왕인박사의 실제 무덤은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에 있다.

 

 

 

 

여기서 왕인박사 탄생지 방향으로...

 

 

 

잠시 왕인박사 유허비를 보고...

 

 

 

왕인박사 생가터에 이른다.

기단과 주초, 담장 등 흔적이 있으며, 집터 오른쪽으로 시내가 흐르고 시내 중간에 우물로 쓰인 성천이 있다.

물을 받아두었던 구유바위가 있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다.

 

 

 

 

원점회귀를 하려면 성천표지석 다음 이정표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성천을 보고 회춘바위를 보러 가야했기에 오른쪽으로 한바퀴 빙 돌아 간다.

 

 

 

성천(聖泉).

왕인이 마셨다는 샘물로 성천이라 부르는데, 왕인박사가 이곳에서 자라면서 큰 학문을 이뤘으므로 뒷날 사람들이 이곳을 성인의 터 자리라는 뜻으로 성기골(聖基洞)이라 하고 시내 곁 우물을 성천이라 불렀다.

성천 바로 밑 구유바위에 물을 받아두고 마셨다는데, 음력 삼월 삼짇날 성천의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면 왕인과 같은 위대한 인물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 삼짇날을 기해 왕인제를 모시고 있다.

 

 

 

 

 

회춘을 진짜 하는가 해서 찾아가는 회춘바위

원점회귀는 학의정방향으로...

 

 

 

회춘바위다.

여성의 성기를 닮은 형태가 있다는데 암만 찾아도 모르겠더라는...

 

 

 

원점회귀는 다목적광장 방향으로...

 

 

 

학의정

 

 

 

 

죽정마을로 원점회귀하려면 문산재 양사재 방향으로 가야 하며

왕인박사유적지로 가려면 다목적 광장으로 가면 된다.

 

 

 

구림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림마을

 

 

 

월암정

 

 

 

이윽고 오전에 출발하며 본 왕인문화체험길 분기점이 나오고

여기서 왼쪽 죽정마을로 내려간다.

 

 

 

5시간만에 다시 보는 죽정마을 하늘타리입구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오늘 산행지 죽순봉, 주지봉, 문필봉이 차례로 본다.

월출산 국립공원의 변방산으로 지명도가 떨어져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지만,

곳곳에 왕인박사의 전설이 깃든 유적이 많고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암벽구간이 많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더군다나 일본고대문화의 시조 왕인박사유적지까지 둘러볼 수 있어 산행과 역사탐방을 동시에 경함할 수 있는 멋진 산으로

죽순봉부터 주지봉까지 3월이면 진달래꽃 터널을 볼 수 있어 더 매력적인 산이라 하겠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사진기자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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