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무등산 산책로(원효사~증심사)

2016. 9. 21. 06:00한국의 산 견문록/무등산



무등산을 참으로 오랜만에 갔다.

올해 산악회 시산제를 서인봉에서 봉행한 후 처음이다.

예전엔 한 달에 한 번은 찾았던 무등산.

갈수록 나태해지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오늘은 동창회 산악회의 9월 정기산행으로 추석연휴을 앞둔 날이라

멀리가지 않고 가볍게 산책하고자 무등산을 찾았다.





광주 교통의 시작과 끝인 광천동 유스퀘어에서

1187번 시내버스를 타고 무등산 원효사 지구로 간다.

광천동에서 출발한 버스가 무등산까지 가기에

외지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등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187번은 무등산 높이와 같은 번호인데

밋밋하고 통일된 시내버스 색상과 달리 

일상에서 쉽게 미술 작품을 즐기고 접할 수 있게

광주시에서는 2번과 91187번에 각 2대씩

8대의 아트버스를 도입했다.

오늘은 운 좋게 귀하디 귀한 아트버스를 타게 되었다.






천장도 아트이다.

광천동 유스퀘어에서 무등산 원효사지구까지

약 40분간 천장만 보면서 올 정도였다.






평소에 20여 명의 친구들이 산행에 참석하나

오늘은 모두 13명이다.


오늘 무등산 산책로는 무등산 원효사 지구에서 도로를 따라

늦재, 바람재, 토끼등으로 이어지는 3.2km의 임도로 원효사 지구로 되돌아올 수도 있고

계속해서 증심사 지구나 다른 방향으로 하산할 수도 있는 코스이다.


원효사 지구에서 왕복해도 6.4km,

봉황대와 당산나무를 거쳐 증심사 지구로 하산해도 6.4km

광주 사람들이 무등산 중 가장 많이 찾는 코스이다.






무등산 원효사 일주문을 지나 원효사까지 난 도로를 따라간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길이다.








원효사 회암루에서 본 무등산 정상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의 절경을 원효 8경에서는

서석귀운(瑞石歸雲 무등산 서석대에 넘실거리는 뭉게구름의 운치)이라고 했는데

딱 들어맞는 풍경이다.






원효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의 지증왕이나 법흥왕 때 세워졌다고 한다.

삼국통일을 전후한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암자를 개축한 뒤부터

원효사, 원효당, 원효암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고려 충숙왕 당시의 명망이 높은 화엄종 승이 창건한 뒤

원효대사를 사모하는 마음에서 원효암이라 불렀다고도 하는데

6.25전쟁으로 모두 소실된 뒤 1954년 불사를 일으켜 현재에 이르렀다.







늦재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하면 장불재를 거쳐 정상의 공군부대까지 갈 수 있고

우측으로 접어들면 오늘 소개할 산책로인 무등산 철쭉 길이 나온다.


무등산 철쭉 길은 20여 년 전 산책로 산비탈에 촘촘히 심은 철쭉이

해마다 5월이면 화려하게 피어 사람들의 눈을 행복하게 해 준다.

여름이면 신록으로 우거진 그늘을 걸어볼 수 있으며,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 숲을 볼 수 있다.

겨울이면 햇볕은 따스하지만 쌓인 눈이 잘 녹지 않아 미끄럼을 타는 빙판길이 되기도 한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걸으면 행복한 무등산 철쭉 산책로.

화려한 아웃도어에 등산화 차림이 아니어도 좋다.

평상복에 운동화도 좋고 치마나 양복에 구두를 신어도 걷기에 좋은 평지이다.

물론 토끼 등까지 갔다가 원효사 지구로 되돌아와야 하는 조건이면 말이다.









늦재 삼거리에서 바람재까지는 잘 닦인 포장도로인데,

좌측으로는 철쭉이 터널을 이루고

우측으로는 단풍나무 사이로 광주 시내가 조망되기에

사색을 즐기며 걷기에는 최고의 산책로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손 꼭 잡고 걷기 좋은 길.

물론 좋아하는 친구들과 담소하며 걷기에도 좋은 곳이다.

중간에 나무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걷기에 전혀 부담 없다.






늦재는 옛날 나무꾼들이 즐겨 다니던 길로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 명의 나무꾼이 무등산에 올라

나무를 베어 늦재로 다시 내려가 시장에서 땔감으로 팔았다고 한다.

철쭉 쉼터인 덕산정(德山亭)을 지나 바람재를 거쳐 토끼등까지 계속 이어진다.







오늘 산책한 코스

(원효사 지구~늦재~바람재~토끼등~봉황대~천제단~당산나무~증심사지구)






바람재에서부터 토끼등까지는 비포장도로이다.

   

바람재는 바람의 통로다 보니 길이 여러 갈래로 갈린다.

덕산 너덜과 동화사 터를 지나 중봉으로 오를 수도 있고 중머리재로 갈 수도 있다.

물론 원효사 지구로 되돌아와도 된다.




 

매끄럽게 잘 닦여 있으며 먼지도 나지 않는 길이다.

우거진 숲으로 인해 태양 빛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다.






덕산 너덜이다.

산책로가 너덜의 중간지대를 관통했지만,

무등산 최고의 너덜지대를 눈앞에서 조금이라도 목격할 수 있다.






전국 100대 약수로 지정된 너덜겅 약수는 지금 수질이 나빠져 마실 수 없다.

예전에는 물 없이도 이곳을 찾았기에 갈수록 안 좋아지는 환경이 야속하기만 하다.






무등산 토끼등.

원효사 지구에서 늦재 삼거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늦재 삼거리에서 토끼등까지는 평지이다.


토끼등 옆으로는 피톤치드 물씬 풍기는 편백숲이 있다.

삼림욕 하기 그만이다.






토끼등부터는 임도가 아니라 전형적인 등산로다.

운동화나 구두를 신었다면 조심스럽게 걸어야...






봉황대이다.

원래 이름은 봉화대였다.

바로 아래 천제단에서 제를 모시고 이곳에서 봉화를 올렸기 때문이다.




  

무등산은 신라 시대 때부터 천제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보니 신령스러운 곳이 많아 무당이나 도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봉황대도 마찬가지로 무당이나 도인들이 있었지만

1970년대 무등산 정화작업으로 모두 헐리고 지금은 돌탑만 남았다.






천제단이다.

해마다 개천절에 무등산 천제단에서는 개천제를 봉행한다.





의재 허백련 선생이 처음 봉행했으며

그 후 의재 제자들의 모임인 연진회에서 이어오다

회원들이 모두 연로하여 개천제를 봉행하기 어렵다 보니

1988년부터 순수 민간단체인 광주 민학회에서 개천제를 봉행하고 있다.






무등산 당산나무.

1958년 광주시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로 수령이 700살이나 되는 느티나무이다.






무등산을 오르는 전통적인 코스인

증심사에서 중머리재로 가는 길목에 있으며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2.3km40분 정도 소요된다.






증심사 일주문을 지나 증심사 지구로 하산한다.





증심사지구 버스정류장에서

광천동 유스퀘어까진

시내버스 9, 12, 51, 54번이 간다.





어머니 가슴처럼 포근하고 치맛자락처럼 넓은 무등산은 광주 사람들에게는 어떤 산일까?

어떤 사람은 삶에 지치고 고단하거나, 깊은 시름에 잠겼을 때

마음의 평온을 얻고자 무등산에 오른다고 한다.

또한, 기쁜 일이 있거나 희망에 찬 포부를 말하고자 할 때도 무등산에 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수백 년 광주의 아픔을 치료해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희망과 기쁨을 함께 나눈 무등산.

 

오늘은 무등산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산책로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 보았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운 주말 그 사람의 손을 이끌고 오늘 걸은 이 길을 거닐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