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옆지기와 함께 오른 무등산. 때마침 눈도 내렸다.

2017. 2. 13. 06:00한국의 산 견문록/무등산


광주에 올해 마지막일지도 모를 함박눈이 소복히 내렸다.

집에서 설산으로 변한 무등산을 보니 오르지 않고 못 배기겠더라.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옆지기와 함께 한걸음에 달려갔다.

삼한시대부터 묘향산 구월산과 더불어 신에게 제사를 지내온 우리나라 3대 진산 무등산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등 삼왕봉과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등 절경이 어우러져

육당 최남선은 입석대와 서석대를 가리켜 '마치 해금강의 한쪽을 산위에 옮겨 놓은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 이름난 금강산에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비길 경승이 없다'고 극찬했다.

 

과연 그럴까?

직접 설산으로 변한 무등산에 올라 확인해 보자.




증심사지구 버스종점에서 본 무등산.

무등(無等)이란 견줄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뜻으로 평등의 절대적 가치인 완전한 평등을 말한다.

광주사람들은 그런 무등산을 고향집 같고 어머니 치맛품 같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거나 슬프거나 힘들 때나 외로울 때는

무작정 오르는 산이 바로 무등산인게다.

 


 


무등산은 오랫동안 광주 사람의 뒷동산이었다 보니 오르는 코스가 매우 다양하다. 

오늘은 고전적인 코스인 증심사지구에서 출발해 토끼등~봉황대~백운암터~중머리재~장불재를 거쳐 

입석대와 정상인 서석대에 오른 뒤 내려올 때는 중봉을 거쳐 무등산 최고의 절경 중 하나인 덕산너덜을 보고 

다시 증심사 지구로 하산할 예정이다.

거리는 14km에 7시간 40분이 걸렸지만, 설경에 취해 머무는 시간이 많아 시간은 의미가 없다.




증심교에서부터 든든하게 아이젠을 차고...

그리고 보니 아이젠을 언제 차봤는지 기억도 가물거린다.




 

증심사 지구에서 토끼등 방향으로 오르면 바로 증심사 뒤쪽이 나온다.

녹차밭과 증심사, 그리고 건너 새인봉이 보이는 전망포인트가 있는 곳이다.

무등산은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1891~1977)이 말년을 보낸 곳인데, 곳곳에 의재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백련사를 오가면 차에 심취해 수많은 작품을 집필했다면,

의재 허백련도 무등산 자락에 차밭을 일구고 삼애다원을 설립해 다문화 확산에 기여했는데,

주옥같은 작품들이 무등산에서 쏟아졌다.

그의 작품들은 증심사 아래 의재미술관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증심교에서 토끼등까지는 1.4km로 조금 가파르다.

육수께나 흘렸지만, 여기까지만 올라오면 중머리재까지는 거의 평지라 쉽게 갈 수 있다.

토끼등에는 각종 체육시설이 있어 뭉친 근육도 풀 수 있고...



점심은 빵 몇조각과 우유로.

 



토끼등에서 중머리재로 올라 정상을 보고 중봉과 동화사터와 덕산너덜을 지나 다시 토끼등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오랫만에 무등산을 찾은 옆지기님.

열심히 자연과 동화하고자 노력한다.



중머리재로 가다보면 나오는 수많은 너덜들... 

옆지기와 같이 무등산을 찾은 것은 2004년 중봉에 함께 오른 것이 마지막.

무려 13년만의 무등산 동행이다.





백운암터에서 기좀 받고...

올해도 건강하게...




토끼등에서 중머리재까지는 1.7km인데 곳곳에서 너덜겅을 볼 수 있다.

너덜겅은 화산 폭발시 분출된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입석대와 서석대 같은 주상절리대가 

수천만년 풍화작용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무너져 내린 흔적이다.

무등산은 중생대 백악기인 8천만년 전 최소 3번 이상 폭발한 화산이었는데,
천왕봉 등 정상 3봉의 주상절리대와 서석대와 입석대 등 주상절리대,

그리고 신선대 등 주상절리대가 각각 다른 시기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파노라마로 보는 중머리재.

1966년부터 있던 군부대로 인해 1990년까지는 민간인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 광주사람들에게 무등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중머리재 였는데,

1990년 5월 부터 입석대가 연중 개방되고 토요일과 일요일 서석대가 잠시 개방되면서

무등산은 점점 시민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무등산을 찾는 많은 사람 중 절반은 대게 중머리재까지 오른 뒤 다시 내려가는데,

그만큼 중머리재까지는 가볍게 올라올 수 있으며, 계속해서 장불재와 정상을 거쳐 원효사지구로 하산하거나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를 많은 사람이 찾는다. 



중머리재에서 본 무등산 서석대(좌측)와 통신탑이 있는 장불재(우측).

용추봉으로 곧바로 올라 중봉을 거쳐 가도 되지만 매우 가파르기에 용추봉 삼거리를 거쳐 장불재로 간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로 오르다 보면 광주시를 관통하는 광주천의 발원지를 만날 수 있다.




토끼처럼 무작정 앞질러 나가는 옆지기님.

나무에 기대어 더디기만 하는 낭군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다고...

 

 

 


헉. 반팔 셔츠만 입고 하산하는 사람도 있고..

 

 

 


 

무등산은 겨울 지리산처럼 깊지도 않고, 가을 설악산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하지만 무등산은 지리산, 설악산과 겨뤄 누가 더 아름다운지를 논할 필요가 없는 최상급 산이다.

무등(無等)은 말 그대로 등급을 나누지 않는 평등한 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평등해진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학식이 높은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평등해 진다.




중머리재에서 1.5km를 걸어 장불재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상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서석대에 올랐다가 하산할 때까지 정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낮 기온도 영하인데 이곳은 고지대에 바람의 통로이다 보니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천연기념물인 입석대와 서석대를 보고싶은 생각에 추위쯤은 끄덕없다.



장불재에는 KT와 KBS방송 송신탑이 있는데, 대피소와 화장실, 탐방 안내소 등이 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무등산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상봉을 지나온 호남정맥이 백마능선을 거쳐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곳이기도 한데, 장불재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누려본 사람은 안다.

저 안이 오늘 같은 날 얼마나 따뜻한지...



빵과 따뜻한 커피로 점심을 먹고...



구상나무 너머로 입석대가 보인다.



무등산 구상나무는 장불재와 중봉에 군락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이다.
빙하기를 함께 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하는데, 전나무과에 속한 상록침엽수로 수고가 큰 것은 20m나 된다.

한반도에서는 주로 남부지방 1,000m급 고산에 분포되어 있는데, 영남알프스 지역과 덕유산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제465호인 입석대.

마치 석공이 줄을 띄워 깎아 놓은 듯한 40m정도 되는 돌기둥 40여 개가 신전처럼 서 있다.
약 9천만 살 정도되는 바위로 제주도나 한탄강 주상절리대가 20만 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오래된 주상절리대인지 알 수 있다.

원래는 같은 주상절리대인 서석대처럼 암벽으로 되어 있었는데,

바람과 물에 약한 부분이 풍화작용으로 녹거나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먼 훗날 입석대도 다시 갈라지고 부서져 결국 너덜겅처럼 변할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세대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입석대의 먼 훗날 모습인 너덜겅이다.

이것은 너덜겅의 초기모습인데, 입석대가 만약 무너진다면 이런 모습일게다.



입석대에서 본 무등산 백마능선.

봄이면 철쭉으로 아름다운 능선인데, 호남정맥이 지나는 곳이다.




입석대에서 서석대로 오르다보면 누워있는 주상절리대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승천암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무등산 입석대와 승천암 부근에 수많은 암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눈이 내리지 않아더라면 무등산 최대의 너덜 중 하나인 지공너덜을 볼 수 있는데,

하트모양의 거대한 너덜인데 아쉽게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너덜은 규봉암을 지나오면 통과할 수 있는데, 대자연의 섭리를 온 몸으로 느끼는 곳이다.



무등산의 또다른 주상절리대인 광석대가 멀리 보인다.

그 아래엔 규봉암이라는 사찰이 있는데, 광석대 주상절리대 전체를 통틀어 규봉이라고 부른다.



서석대를 오르는 방법은 장불재에서 출발한다면 입석대를 거쳐 올라야 되고 무등산 옛길이나 중봉에서 왔다면

반대로 서석대에 올라 장불재 방향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입석대 방향에서 올라야 조금 덜 힘든다.



마음껏 소리질러보고 싶을게다.

 

 

 

 

이제 멀리 서석대가 보이는데, 서석대를 빙 둘러 환상적인 상고대가 피었다.



서석대 정상이다.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관계로 실질적인 무등산 정상이다.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날이 흐려 정상이 보이지 않아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대신 올린다.

통신탑이 보이는 곳이 인왕봉이고 그 너머 보이지 않지만 지왕봉이 있다.

우측은 천왕봉인데, 정상에는 1966년부터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해마다 몇차례 시민들에게 정상을 개방하고 있다.

2011년 첫 개방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8차례 개방했는데, 그동안 약 37만명이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나도 첫 개방 때 오른뒤 지금까지 3번 올랐지만 하루속히 군부대 이전으로 정상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다행이 군부대 이전이 추진 중에 있어 머지 않아 기대가 현실이 될듯하다.

 



이제 중봉으로 내려서는데, 무등산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이다.



산초나무 군락지가 눈꽃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힘들게 오르지만 모두들 설경에 취해 정체가 되고 있다.

마치 흰사슴의 뿔처럼 아름다운 자태들.

많은 사람이 숨죽이며 바라보고 나즈막한 탄성을 지르는 터널이다.



 



눈꽃 터널을 지났다면 이제 무등산 최고의 주상절리대 서석대를 맞이한다.

입석대와 같이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고시되었다.

30m 가량 수직으로 선 병풍같은 돌기둥이 동서방향으로 100여미터 늘어서 있는데,

저녁노을이 질 무렵이면 서석대에 반사되는 햇빛이 마치 수정처럼 영롱한 빛을 발해 수정병풍이라 부르고 있으며

광주를 빛고을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서석대의 영롱한 빛 때문이다.






나도 기념으로 한장 남기고...

 

 

 




목교에서 중머리재로 하산하려면 장불재로 가야하나 무등산 최고 절경 중 하나인 덕산너덜을 보기위해 중봉으로 향한다.



중봉에는 엄청난 규모의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다.

장불재와 마찬가지로 중봉 인근 청심봉에도 방송국 중계탑이 있는데,

북봉의 중계탑까지 포함하면 무등산에만 세봉우리에 5개의 방송.통신사 송신소와 중계탑이 있어 경관을 해치고 있다.

군부대 이전과 함께 중계탑 이전까지 거론되고 있어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무등산을 기다려본다.





중봉에서 본 무등산 상봉이다.

아직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중봉에도 군부대가 있었으나 1998년 이전하면서 식생복원을 거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중봉은 앞으로는 정상 삼봉과 서석대, 입석대, 장불재, 북봉까지 조망되고

왼쪽으로는 사양능선을 따라 늦재와 원효봉까지 조망되며, 뒤로는 중머리재 서인봉 마집봉 새인봉 능선까지 조망된다.

오른쪽으로는 장불재와 백마능선까지 조망되는 무등산 최고의 전망대이다.


 


이제 방송사 중계탑이 있는 청심봉을 거쳐 동화사 터로 하산한다.



중봉에서 늦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사양능선이라고 하는데, 계속해서 원효봉으로 이어진다.



동화사 터에서 토끼등으로 하산한다.

여기서 마지막 빵과 커피로 마무리.




동화사 터이다.

제법 큰 규모의 사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쉽게도 돌담과 주춧돌만 남아 있다.



서석대, 입석대와 더불어 무등산 최고 절경 중 하나인 덕산너덜.

길이만도 600m이며 폭은 250m에 이르는 너덜로 국내 최대규모로 중간에 덕산너덜을 지나 늦재로 빠지는 길도 있다.




파노라마로 본 덕산너덜(클릭하면 큰 사진임)

 

 

 


무등산의 높이가 1187m인데 덕산너덜의 길이는 600m로 거의 절반이 넘는 규모이다.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 너덜들은 지금도 아래를 향해 움직인다는데, 아마도 수만년 수백만년 뒤에는 모두 산아래에 내려가 있겠지.





토끼등을 거쳐 출발했던 증심교로 내려왔다.

차량을 주차한 곳까지 14km에 7시간 40분이 걸렸는데, 설경에 취한 시간이 많아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광주에서 무등산 서석대까지 가장 빨리 다녀올 수 있는 코스는 원효사 옛길 2구간이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원효사에서 서석대까지는 편도 4.12km로 2시간이며 오를 수 있으며

하산까지 4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무등산이지만, 눈 내린 날 설경을 최고 으뜸으로 친다.

눈이 녹기전에 누구에게나 평등한 무등산에 올라 자연의 신비로움을 마음껏 즐기고 누려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