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옆 지기와 함께 한 나의 네 번째 지리산 종주 1일차(성삼재~연하천대피소)

2017. 7. 3.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50대 중반을 훌쩍 넘겨 큰마음 먹고 도전한 20176월의 지리산 종주.

 

지금으로부터 무려 27년 전 서른 즈음에 집사람과 함께 지리산 종주에 나선 것이 세 번째였으니 당시 꽃다운 나이에 서방님 따라 엉겁결에 따라나선 집사람도 벌써 쉰이 되었다.

 

모두 뜨거운 여름 지리산 종주는 무리라고 말렸지만, 여기서 더 늦어지면 더는 지리산 종주는 없을 것 같아 평일에 어렵게 시간을 내 떠나게 되었다. 이왕지사 어차피 가는 것. 사람 많은 주말을 피하고 더워지기 전에 후다닥 가보자고 한 것이다.





하루 전 짐을 모두 꾸려놓고 잤다.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출발해 구례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6시에 성삼재로 떠나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카메라까지 무게를 더한다.

캐논 오두막 216-35 광각렌즈를 달고 배터리 2개 여분을 더했더니 무게만도 2kg 가까이 된다.

카메라가 없었더라면 훨씬 더 체력적 부담을 덜었을 것인데, 죽으나 사나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도 몹쓸 병이다.



지리산 종주계획을 엑셀로 짠 고마운 분에게서 내려받아 이번 종주산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성삼재에서 출발해 연하천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장터목 대피소에서 2박을 한 다음 천왕봉까지 왕복 후 중산리로 하산한 기록으로 중간에 시간이 연결되지 않는 것은 휴식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날 성삼재에서 연하천까지 13.4km, 둘째 날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 13.3km, 셋째 날 장터목에서 천왕봉 왕복 후 중산리까지 7.9km 포함 총 34.6km를 걸었다.




23일 종주 준비 물품을 점검하고 식사메뉴까지 점검했다.



지리산 23일 종주에 들어간 총 경비는 3명이 나눴다.  

 

광주에서 구례터미널까지는 내 차량으로 이동했고, 구례에서 농어촌버스로 성삼재에 올라 종주를 시작했으며 중산리로 하산해서는 구례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그럼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23일간 지리산 종주를 출발해 보기로 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곤히 잠든 옆지기를 재촉해 세수하고 머리 감고 양치하고 친구를 데리러 갔다.

새벽 4시에 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오지를 않는다.

불현듯 걱정돼 전화를 했더니 잠결에 전화를 받아 5시에 만나는 것으로 착각했더라는...

그나마 전날 모든 준비를 마쳐 5분도 채 안 걸려 내려왔다.  

 

광주서 구례터미널까지는 약 1시간이 걸린다.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로 출발하는 농어촌버스는 6.

늦어도 550분에는 터미널에 도착해야 주차하고 짐 챙기고 표를 끊어 탈 수 있다.

하지만, 도착한 것은 510. 시간이 많이 남아 성삼재에서 아침 식사 하려던 계획을 바꿔 구례터미널 부근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버스비는 4,500.

도착하자마자 매표를 하고 식사를 마쳤다.

이제 구례를 떠나 성삼재로 향한다.  

 

차에는 우리 포함 약 10여 명의 종주 팀이 탔다.

그중 여든이 되시는 어르신 3분이 함께 탔는데 그분들의 일정이 우리와 똑같았다.

서산에서 혼자 왔다는 여성은 연하천까지만 가고 그곳에서 1박을 한 후 음정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결국,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연하천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06:55)

버스는 수십 개의 고개를 아슬아슬하게 구비 돌아 출발한 지 30여 분만에 우리를 성삼재에 내려놨다.

아침 6시 버스를 타니 천은사 매표소도 프리 패스했다. 악명 높은 통행세를 아껴 준비한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사실 천은사 통행세는 수년 전 내 블로그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리산을 찾는 수많은 등산가와 탐방객들에게 목적에도 없고 찾지도 않는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는 것은 너무 불합리한 것이다.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매표소를 천은사 입구로 바꾸고 도로는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르치심 아니겠는가.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까지 넓고 편한 길을 걷는다.

이 길은 과거 젊은 시절 2.5톤 타이탄 트럭에 수백 상자의 라면을 싣고 오른 적이 있다.

순천에서 라면 사업을 하는 외삼촌이 노고단 대피소에 라면을 납품하는데 하루 대신해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포장도 제대로 안 되고 울퉁불퉁한 길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온전한 모습을 한 라면상자가 없을 정도였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걷다 보니 금세 코재에 도착했다.





 

코재에서 화엄사계곡을 바라본다.

세 번째 지리산 종주까지 올라온 계곡이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 첫날밤을 노고단에서 자야 했을 정도다.

오늘 종주를 같이하는 옆지기와 27년 전 저 길을 걸어 세 번째 지리산을 종주했다.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 바로 여기구나'를 오르는 내내 수천 번 외쳤던 화엄사에서 노고단 오르는 길.

오늘은 성삼재에서 오르는 것에 감사한다.






지리산 종주를 준비할 때 많은 사람이 화대 종주를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리산 종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엄청나게 넓다.

그래서 화엄사~천왕봉~대원사까지 화대 종주(도상거리 46km), 성삼재~천왕봉~성삼재를 왕복하는 주능선 왕복 종주(도상거리 57km), 덕산~천왕봉~바래봉~구인월을 종주하는 태극 종주(도상거리 90.5km)를 지리산 3대 종주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체력에 맞게 성삼재~천왕봉~중산리, 백무동, 대원사 등도 많이 찾는 종주 코스이니 무리하게 화대 종주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장터목에서 묵을 때 홀로 화대 종주를 하는 젊은 친구를 만났다. 힘들어도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 엄지 척을 올려준다. 나 역시 도전했다가 성공하지 못한 화대 종주기 때문이다.







(07:47)  

성삼재를 출발한 지 50여 분만에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했다.

앞으로 기록될 시간은 맨 후미인 나를 기준으로 한 시간으로

보통체력의 성인이라면 맨 마지막에 기록되는 시간을 참고하면 될듯하다.

과거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생각이 났다.

당시에는 환경보호 및 보존에 대한 인식이 낮았을 때로 지리산은 어디서든 물만 있으면 야영을 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비박을 한 사람이 있다는데 그들이 쓸고 간 자리를 많은 돈을 들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여러 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몇몇 몰 양식한 사람들로 인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노고단 고개를 향해 오른다.

길은 약 400여 미터로 길지 않지만, 온통 돌길이어서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다.






(08:09)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은 10시부터 개방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과태료가 붙는다고 하니 그냥 패스.

전라남도 최고봉을 그냥 스쳐 지나가야 한다니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






노고단 고개에서 반야봉 넘어 천왕봉을 바라본다.

오늘은 시야가 좋아 천왕봉으로 향하는 능선이 뚜렷하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27년 전 집사람과 함께한 종주가 세 번째로 이 길을 27년 만에 걷는다.

 

당시 산길이 기억나지 않아 막연하게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능선을 걷는 게 아닌가? 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 내내 어두컴컴한 숲길을 걸었으며 간혹 햇살이 비치는 구간은 너무 짧아 피부에 닿기도 전에 그늘로 들어오곤 했다.

 

영신봉에서 세석대피소에 이르는 구간만 온몸으로 햇빛을 받았을 뿐. 지리산은 너무너무 시원했고 심지어 쉴 때는 바람막이를 입어야 했다.






지리산에 왔는데 장쾌한 능선을 바라보면서 가슴 탁 트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내 조망이 없는 숲길을 걷다가 만나는 잠깐의 조망.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때 낮게 깔린 운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이렇게나마 잠시 그려본다.

확대해 보면 어슴푸레 무등산이 보인다.






노고단 고개에서 피아골 삼거리까지 2.8km.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숲길을 걸으면서 지금이 여름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시원했다.






좌측으로 백운산이 보이고 멀리 남해 금산까지 보이는 지점.





노고단고개에서 2km 지점을 통과한다.

집사람은 나보다 훨씬 체력이 좋나 보다.

멀찌감치 앞서가다 문득 서방님이 안 보이면 기다리고...

 

본인도 옛 생각이 날 것이다.

이 길을 나랑 같이 텐트지고 코펠, 버너에 식량까지 담고 운동화 신고 걸었으니...

당시는 제대로 된 아웃도어도 없던 시절이라 추리닝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이런 조망 보려고 산에 오르는 것일까?

낮게 깔린 운해를 보며 높은 구름만 없다면 천왕봉 일출도 이런 모습이길 기대해 본다.






(09:05)

돼지령 도착

성삼재에서 돼지령까지는 5km. 2시간 10분이 걸렸다.






캄캄한 숲길은 계속 이어지고.

어디선가 반달가슴곰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고...






피아골 삼거리 도착 전

이곳에서 체력을 보충한다.






피아골 계곡을 바라보면서...

저 아래 피아골 마을 김미선 처녀 이장님은 잘 계신지...







(09:27)

피아골 삼거리 도착

이곳에서 직전마을로 내려서면 피아골 처녀 이장을 만날 수 있다.

뱀사골에서 시작해 피아골로 내려서는 여름 산행도 많은 사람이 즐겨들 한다.

 

성삼재부터 같이 출발한 팔순 어르신들이 피아골 삼거리에서 쉬고 계신다.

여든이 넘어서도 지리산 종주에 나선 어르신들.

과연 나도 여든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지리산 종주에 나설 수 있을지....

부러우면 진다는데. 그때까지 일단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생각이라도 해보지.






(09:37)

임걸령 도착

성삼재부터 6.1km 거리이다.

2시간 43분이 걸렸다.






(10:45)

노루목 도착

임걸령부터 노루목까지는 1.3km지만, 1시간 08분이 걸렸다.

많이 지치고 힘든 구간.

노고단고개에서 돼지령까지 2.1km 구간을 49분 걸린 것에 비하면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11:06)

전남, 전북, 경남 등 삼도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삼도봉이다.

성삼재에서 삼도봉까지는 8.4km, 4시간 10분이 걸렸다,

 

시간당 2km 정도 속도로 걸은 셈인데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아 보통 체력의 성인이 성삼재에서 삼도봉까지 이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삼도봉에서 지나온 여정을 뒤돌아보고...



 




점심은 전투식량으로 해결.

찬물을 부어도 발열이 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밥이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며 지퍼를 잘 닫아야 제대로 익는다.








이제 삼도봉을 출발해 화개재를 향한다.

수천만 년 전부터 묵묵히 서 있는 바위도 지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만든 계단 길도 걷는다.





(12:16)

화개재 도착

성삼재를 출발해 화개재까지 9.2km5시간 10분 걸렸다.

 

점점 페이스가 줄어드는데, 출발 당시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과 카메라 무게가 발목을 붙잡는다.







서산에서 홀로 산행에 나선 처자가 일행의 뒤로 처진 나와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막을 오른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처자가 내는 기합 소리가 따라와 후다닥 걸음을 재촉하지만, 힘들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뒤로 처진 나와 보조를 맞추면 앞선 이가 힘들어진다.

10여 분 이상 나를 기다리다 만나는 집사람과 친구를 또 앞세워 길을 재촉한다.






함박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이제 꽃망울만 터트리면 되겠다.





고사목 지대를 지나고...





(13:02)

토끼봉 도착.

이곳에서 다시 체력을 보충한다.





연하천 대피소까지 남은 거리는 2km.

하지만 체력이 바닥난 지금 2km는 20km만큼 멀기만 하다.

오죽했으면 한걸음 걸을 때마다 숫자를 세면서 걸었을까?





보폭 50cm를 기준으로 100보면 50m.

이렇게 자신을 쇠뇌 시키면서 걸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거리가 줄지 않을 것 같았다.




힘겹게 오르고 또 올라...




(14:45)

보이지 않는 명선봉에 도착하니 연하천 대피소가 400m 남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기쁜가.

이제 800보만 걸으면 된다.

 

국방부 시계가 쉬지 않고 돌아가면 전역하듯. 800걸음만 걸으면 오늘 종착지인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는 것이다.  

없던 힘도 나게 하는 이정표다.




(14:55)  

연하천 대피소 도착. 얼마나 반갑던지...

성삼재에서 655분에 출발했으니 연하천 대피소까지 13.4km8시간 걸려 온 셈이다.

마지막 화개재에서 연하천 대피소까지 3km2시간 40분이 걸렸다.

이 기록은 맨 후미인 나의 기록이며, 옆지기와 친구는 나보다 20여분 빨리 도착했으니

보통체력의 성인이라면 성삼재에서 연하천 대피소까지 7시간 40분이면 올 수 있겠다.





대피소 운영시간은 하절기 오후 6시부터다.

그때까지 쉬면서 저녁 식사를 하면 되는데, 오후 3시경 도착하다 보니 시간이 넉넉해 어디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누울만한 장소도 없고, 파리들이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수건으로 얼굴을 싸고 벤치 의자에 누워있어야 했다.

다행히도 1시간 앞당겨 오후 5시부터 대피소를 개방해 자리 배정을 받고 편하게 발도 씻어본다.





아침은 설렁탕으로 했지만,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배가 아주 고팠다.

저녁 식사는 햇반과 오리 훈제에 소시지, 김치, 미역국, 채소로 체력을 보충한다.


 



서산에서 홀로 산행에 나선 처자와 같이 식사를 한다.

난 이 처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기합 소리에 깜짝 놀라

용기를 내고 힘을 내 후다닥 일어나 다시 걷곤 했다.





여럿이 걷기도 힘든데, 홀로 얼마나 외로웠겠는가.

나도 체력이 부실해 산행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할 따름.




 

대피소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는데,

안에 들어오니 나무 향이 마구마구 풍긴다.




배정받은 자리에 매트리스와 담요를 깔고 푹 쉰다.

대피소는 1인당 8,000원이며, 담요와 매트리스는 각각 2,000원이다.

어깨와 무릎, 종아리 등에 에어 파스를 마구 뿌리고 일찌감치 취침에 들어간다.

내일은 또 오늘 걸은 만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트위터 http://twitter.com/huhasim

페이스북http://facebook.com/inseob.shim.7  



 


 

 

    (공지사항)

    1.본문 내용과 관련없는 복사댓글은 사양합니다. 자제 부탁드리며 방문하지도 않습니다.(블로거 예절입니다)

    2.광고 댓글은 즉각 삭제합니다. 

    3.제 글에 공감과 진심어린 댓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꼭 방문하겠습니다.

    4.추천과 즐겨찾기 없는 친구신청과 상업블로그의 친구신청은 정중히 사양합니다.^^